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47)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247화
63장 즉위식(1)
“다모데우스가 실패했다.”
“…….”
또다시 들려오는 실패 소식에 광란의 대공, 아크리모시아의 얼굴이 눈에 띌 정도로 구겨졌다.
“……원인은?”
“짐작하다시피 시온 아그네스다.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탓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 개같네.”
“이걸로 수인해 쪽은 완전히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무뚝뚝한 얼굴로 광란을 향해 그렇게 말하는 분노의 눈에는 의문이 깃들어 있었다.
‘어떻게 우리의 계획이나 움직임을 미리 알고 차단하는 거지?’
한두 번이라면 우연의 일치라고 여겼겠지만, 제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진행하려 했던 거의 모든 계획이 시온 아그네스에 의해 철저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미래를 알고 있나라는 의심마저 들 정도.
“이거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슬슬 즉위식을 치른다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고. 무언가 수를 써야겠어.”
“그 말에 동의한다.”
항상 신중한 모습으로 아크리모시아를 말리는 역할을 하던 분노 또한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력 보충에 대해서도 다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다만.”
“아, 그거…….”
분노의 말에 광란의 대공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아크리모시아 님.”
아크리모시아의 수하 마족 하나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제국에서 ‘일곱 하늘’이라 불리는 자들 중 ‘첫 번째 하늘’이 이쪽을 찾아왔습니다.”
“뭐? 갑자기 왜?”
그 뜬금없는 소식에 의문으로 물드는 두 대공의 눈동자.
“그자가 우리의 왕을 뵙고 싶어 합니다.”
그에 수하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 * *
녹차
제국의 수도 휴브리스에서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만큼이나 수인해의 수인들이 즐기는 기호 식품이었다.
‘요정림의 민트 차보단 괜찮은 것 같네. 물론 커피보다는 아니지만.’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최상급 찻잎으로 만들어진 녹차가 담긴 찻잔을 탁자에 내려놨다.
지금 시온이 있는 곳은 묘왕성의 응접실.
그중에서도 최고 단계의 귀빈만을 모시는 곳이었다.
시온은 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이곳에서 월하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여기에 민트는 없나요?”
요정림에서 입맛이 강제로 바뀌어버리기라도 한 듯 옆에서 셀피아가 민트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다행히도 그 말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때.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같이 월하운을 기다리고 있던 용사 일행 중, 클레어가 시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온이 영겁제라는 사실에 완벽히 적응한 것인지 그녀의 눈에서는 더 이상 떨림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말해.”
그런 시온의 말에 살짝 긴장된 표정을 한 클레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저희는 전하의 옆에 머물 수 있게 된 겁니까?”
과거 경계에서 시온은 용사 일행을 향해 자신의 옆에 두기엔 힘이 많이 모자란다고 했었다.
아무래도 그 말을 가슴 속 깊이 담아두었던 것 같았다.
클레어의 질문에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용사 일행의 얼굴에도 덩달아 긴장이 어렸다.
시온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그들 또한 짐작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도록.”
그 모습이 마치 발표 후 평가를 기다리는 학생들 같다고 생각하며 시온은 대답했다.
“아!”
그 말에 엘리시스의 입에서 튀어나온 탄성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얼굴 또한 눈에 띄게 밝아졌다.
제국의 차기 황제라는 신분을 제외하더라도 제국 최강에 가장 가까운 자의 인정을 받은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뭐, 상관없겠지.’
그런 그들의 반응에 시온은 피식 웃으며 찻잔을 기울였다.
아직 운명에 의해 상향 조정을 받은 대공을 상대할 만큼 성장하진 못했지만, 그에 거의 근접했을뿐더러 더 이상 밖으로 돌려도 얻어낼 기연이 전무했다.
그러니 차라리 자신의 근처에 두고 직접 성장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리라.
‘어차피 다들 마지막 각성만을 남겨두기도 했고.’
그때.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월하운이 수행원들과 함께 응접실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즉위식에서 해야 할 일이 많더군요.”
그런 그녀의 머리 위에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작은 관이 씌워져 있었다.
바로 수인왕을 상징하는 관이었다.
“어울리는군.”
시온은 그러한 관을 슬쩍 바라보며 자신의 맞은편에 앉는 월하운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 모든 게 다 전하 덕분입니다.”
그에 가면을 벗은 그녀가 시온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월하운의 눈동자에는 주변의 다른 수하들이 서운해할 정도의 무한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응접실 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음에도 오직 시온만을 바라보며 웃음 짓는 월하운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끼기라도 한 것일까?
셀피아가 옆에 앉아 있던 장말동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무래도 하운 전하는 시온 전하를 좋아하는 것 같죠?”
“허허, 그런 것 같구나. 나도 소싯적에는 내가 좋다며 따라다니던 소저들이 참 많았지. 저 모습을 보니 문뜩 떠오르는구나.”
“엥? 영감님, 클레어가 영감님은 지금까지 연애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하던데?”
“그, 그걸 어떻게……!”
둘의 만담에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레인.
회귀 전에 인연이 있었기 때문인지 그녀를 비롯한 용사 일행은 장말동과 처음 만났음에도 잘 어울리고 있었다.
“흠, 흠……. 그럼 제국으로는 언제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런 그들의 대화가 들린 것인지 헛기침을 한 월하운이 시온을 향해 물었다.
“지금. 그래서 인사하려고 부른 거야.”
“예? 조금 더 있다가 가시지요. 이곳 묘왕성 주변에는 일생에 한 번쯤은 보고 가야 할 정도로 장관인 장소가 많습니다. 물론 음식들 또한 그에 걸맞고 말입니다. 전하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직접…….”
그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는 월하운을 바라보며 시온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야 해. 나도 언제까지나 차기 황제에 머물 수는 없으니까.”
“……!”
월하운을 비롯하여 듣고 있던 모든 사람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변했다.
지금 시온이 한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즉위식을 치르시는 겁니까?”
아그네스 제국의 황제 즉위식.
세상의 주인이 결정되는, 어찌 보면 제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행사.
그 물음에 시온은 대답하지 않은 채 찻잔을 기울였지만, 이미 대답을 들은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월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알겠습니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진한 아쉬움.
하지만 이어지는 월하운의 말에 이번에는 시온의 눈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그럼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결국 시온은 수인해를 떠나기 전까지 그 말에 대한 뜻을 파악하지 못했다.
* * *
그렇게 수인해를 벗어나 수도 휴브리스로 돌아온 후, 시온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침성궁이었다.
애초에 정체를 숨기고 은밀하게 떠났던 만큼 특별한 환영식은 없었지만.
“주인! 이제 오는 거야?”
“어서 오십시오, 전하!”
“이 프레도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리우시나를 비롯하여 궁 안에 있던 몇몇 측근이 반겨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울릴 정도로 충분했다.
“내전 중인 수인해에 홀로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만, 혹시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지요.”
이미 제국 내에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강해진 자신을 아직까지도 걱정하는 프레도를 뒤로 한 채 시온은 궁 안의 서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엥? 붉은 머리도 함께 왔네?”
“하, 마녀. 너도 이곳에 있었어?”
“레인.”
“……알고 있어.”
뒤쪽에서 리우시나와 마주친 용사 일행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오셨습니까, 전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시온 전하.”
미리 말이 되어 있었던 것일까.
먼저 도착해 있던 영겁의 그림자와 달의 눈, 두 정보 단체의 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시온을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시온이 상석에 앉는 것을 확인한 후에 다시 자리에 앉는 수장들.
시온은 그중 아일린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사이 달의 눈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고 했었지.’
2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지부장에서 수장으로.
지부 중에서도 특별한 수도 휴브리스의 지부장인데다가 전대 수장과의 연결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능력이 무척이나 뛰어나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시온은 그녀가 수장의 자리에 오를 것을 알고 있었다.
‘시기가 더 빨라지긴 했지만, 다른 것들도 전부 빨라졌으니.’
그때.
“전하, 무슨 일로 저희만을 따로 부른 것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티에리가 시온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그에 다시 고개를 돌려 그와 아일린을 잠시 바라보던 시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이제 곧 즉위식을 치르고 황위에 오를 거야, 그건 이미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전하.”
즉위식 준비.
공식적으로는 대외비였지만, 이미 이곳에 있는 모두를 비롯하여 수도의 귀족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이미 유일한 황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시온이었기에 그에 따른 혼란은 없었지만, 전쟁 준비와 더불어 수도의 가장 뜨거운 화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럼 그 뒤로 내가 무엇을 할지는 알고 있나?”
“전쟁…… 아닌가요?”
그에 아일린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실제로 얼마 전 열린 세계 회의에서 시온이 대전쟁의 준비를 선언한 이후로 제국은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세계 회의에 참석했던 귀족들은 자신들의 근처에 이토록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물들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과 위기감을 느꼈고 그렇기에 전쟁 준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제국의 전쟁 준비는 순조롭게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니.”
시온은 아일린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
“그게 무엇입니까?”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부가 탄탄해야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색적진을 이용해 수도를 비롯한 제국 전역의 마족을 척결하고 있고 지금은 거의 마무리가 된 상태입니다.”
“너희가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어.”
그런 티에리의 말에 묘한 웃음을 지은 시온이 앞에 놓인 찻잔을 슬쩍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과연 내부를 갉아 먹는 쥐새끼들의 종류가 한 가지뿐일까?”
“그 말씀은…….”
“아그네스 제국은 세계를 품을 만큼 강대하며 그만큼 먹음직스럽지. 그런 제국을 좀먹는 녀석들이 마역뿐이라는 건 말이 되지 않아.”
“그럼 즉위식이 끝난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그러한 쥐새끼들을 소탕하는 일이겠군요.”
그 말에 정답이라는 듯 씩 웃은 시온이 그들을 향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너희에게 임무를 주지.”
제국에 존재하는 귀족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진 명단.
“즉위식 전까지 여기 적힌 녀석들의 모든 것을 알아 와. 예전에 내가 지시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세하게.”
그렇게 말하며 웃음 짓는 시온을 바라보던 티에리는 자신도 모르게 전신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저 눈동자.’
저 회색빛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짙게 일렁이는 불길하기 그지없는 어둠.
예전에 비해 그 불길함과 잔혹성이 누그러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 시온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누그러진 게 아니라 그저 드러낼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때가 바로 즉위식을 치른 직후가 될 거라는 사실을 티에리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전하.”
돋아나는 소름을 감춘 채 묘한 미소를 지으며 시온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티에리.
그는 이러한 주군의 모습을 무척이나 반겼다.
저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기록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영겁제 오르렐리온이 눈앞에 현신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으니까.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런 티에리보다 조금 더 늦게 몸의 떨림을 멈춘 아일린이 명단을 받아들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두 정보 조직의 수장이 서재를 벗어난 후.
“역시 커피는 이게 제일 낫군.”
혼자 남은 시온이 나지막이 읊조리며 프레도가 탄 커피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