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사이즈를 키우면 스크래치도 같이 커진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원래 스캔들은 완전 탑일 때보다 지금처럼 성장할 때 제일 치명적인 법이거든.”
연예인에 비유하자면 완전 톱에 있을 때보다 이제 막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일 때가 제일 위험하다는 뜻이다.
무명일 때는 스캔들이라는 말 자체가 통하지 않을 만큼 의미가 없고, 탑일 때는 스캔들을 무시해도 될만한 역량을 지니게 된다.
정 안 되면 그 스캔들을 덮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장하는 타이밍에 스캔들이 나게 되면 다르지. 그 스캔들로 인해 성장이 멈춰버릴 수도 있지만, TCS Korea는 그러지는 않을 거야. 워낙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니까.”
“아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스크래치가 난 상태에서 성장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더 이상 가릴 수도 없을 정도로 스크래치가 커지겠네요.”
“하하. 그래서 딱 지금 타이밍이 좋다는 거야.”
지훈에게 윤시후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은 승호는 일단 그 지시를 따르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마음먹었었다.
언젠가는 스크래치를 내주겠다는 마음을 품은 채 겉으로는 착실히 협력하는 척 윤시후를 지원했다.
그러다 보니 청장과 연을 맺고 VIP와 만남을 가지는 정도까지 일이 진행되었다.
승호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래서 11진압여단의 창설의 실질적인 공로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강지훈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신 거군요.”
“그게 그렇게 되나? 하긴 그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눈이 뒤집어질뻔하긴 했지.”
지훈에게서 아내와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승호는 방금 표현대로 눈이 뒤집어질 정도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집에 가서 분노를 토해내려던 승호는 이내 그것을 그만두었다.
자신의 와이프라면 그것을 말한들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저희에게 한번 알아보라고 하셨지만 저희는 아무 증거나 정황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형님이 따로 유전자검사를 하신 거잖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요?”
“뭔가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있겠지.”
원래의 승호라면 그런 것들이 그냥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요괴들을 실제 눈으로 확인하기도 하면서 점차 그러한 것들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었다.
“진희가 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던 그날 나는 이미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어. 그것과 비슷한 심정을 강지훈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지. 그리고 기회를 기다린 보람이 있는지 정민혁이라는 인간을 알게 된 거고.”
원래 정민혁은 마약을 수사하던 팀에서 참고인으로 불렀던 인물이었다.
마침 당시 마약 수사팀장이 윤시후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던 인물이었고, 권승호도 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작업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함께 술자리를 하던 도중 정민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정민혁이 예전의 윤시영과 사귀었던 인물이라는 걸 떠들고 다녔던 모양이야. 그걸 나한테 이야기해주더라고.”
“마침 저희도 강지훈이나 윤시영, 그리고 홍은정 이 세 사람에 대해 뒤를 파고 있던 중이었죠. 그래서 형님이 저희에게 정민혁을 조금 더 파보라고 하셨던 거 아닌가요?”
“맞아. 그래서 혹시 뭐라도 하나 건질 게 있지는 않을까 해서 인연을 트고 좀 친하게 지냈었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신나서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았지. 그걸 좀 부추겼더니 보물인 양 무언가를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그게 바로 윤시영의 노출 사진이었던 거지.”
정민혁은 마치 전리품 자랑하듯 자신과 만났던 혹은 잠자리를 가졌던 여자들의 노출 사진을 자신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다른 유명 연예인들의 자료도 있었지만 승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윤시영의 것이었다.
승호는 그 사진이 어떻게 찍힌 것인지 물어봤고 정민혁은 신이 나서 무용담을 늘어놓았었다.
“원래는 11진압여단을 이용해서 무언가 타격을 입힐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어. 그런데 우연찮게 그런 사진을 입수했던 거고.”
“그런데 저는 사실 의문이 조금 있긴 합니다. 과연 그런 노출 사진정도로 TCS Korea에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요.”
아무리 윤시영이 TCS Korea의 마스코트라고 해도, 윤시영 때문에 TCS Korea가 어떻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따진다면 윤시영이 더 이상 TCS Korea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정도?
그것이 얼마나 TCS Korea에 큰 타격이 될지는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있다.
바로 강지훈에게는 어느 정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
“그런데 진짜 둘이 사귀는 사이인 겁니까? 저는 잘 모르겠던데요.”
“나도 네가 준 사진들은 확인해봤어. 내가 보기에도 그건 단순한 회사 동료 정도로만 보이더군. 하지만 윤 단장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연인과 다름없는 것 같아. 그리고 만약 둘이 연인이 아니어도 괜찮아. 어찌 되었든 그 둘이 제일 가까운 사람은 맞으니까.”
승호가 슬쩍 시후를 통해 TCS Korea에 대해 파악한 결과 현재 TCS Korea의 홍보프로젝트는 윤시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윤시영의 사생활을 공격해서 윤시영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든다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승호의 노림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강지훈 개인에 대한 공격이었다.
“어쨌든 윤시영과 강지훈이 제일 가까운 사이인 건 맞잖아. 그렇다면 이번 이슈로 윤시영의 이미지가 나빠졌을 때 강지훈의 대처도 중요해지지. 윤시영을 계속 그대로 써도 문제고, 바꿔도 문제일 테니까. 나는 그걸 유도했던 거야.”
“그러니까 결국 TCS Korea 자체보다는 강지훈 개인에 대한 공격이 원래 의도셨다는 거군요.”
“그래. TCS Korea를 공격하는 것 자체도 결국 강지훈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니까. 그래서 사실은 강지훈에 대한 스캔들이 뭐가 없을까 찾아봤지만 별다른 건 없었지.”
“저희도 노력은 해봤습니다만 진짜 뭐 없더군요. 보통 그 나이대에 있을법한 사생활 관련 스캔들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딱히 만나는 여자도 없고요. 유일하게 접점이 있는 사람이 바로 윤시영입니다. 아, 굳이 하나 더 꼽자면 홍은정도 포함되겠군요.”
홍은정은 승호도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홍은정을 건드려볼까 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홍은정 같은 경우 워낙 충격적인 일을 겪었기 때문에 건드려봤자 오히려 동정여론이 생길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홍은정의 과거를 건들면 강지훈에게 얄짤없이 쳐내질 것 같았다.
“아무리 강지훈이라도 내가 홍은정의 과거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지. 아, 그리고 보니 그건 어떻게 되었나.”
“확실히 이상하긴 합니다. 그때 홍은정을 취했던 놈들 전부 현재 행방불명입니다. 이런 경우 어디선가 비명횡사했을 가능성이 제일 큰데 증거가 하나도 없습니다.”
“일단 무혐의를 받은 내용이니 이제 와서 다시 건드리기는 어려울 거야. 하지만 다시 파볼 명분은 충분히 있어. 윤 단장이 꽤나 수사를 충실히 해둬서 자료가 충분하거든. 일단 자료만 준비해두게. 혹시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아무리 권승호라고 해도 홍은정의 묻혔던 과거를 끄집어 올리는 쓰레기 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자신은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법.
대비는 해둘 필요는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뭘 말인가?”
“저쪽에서 무언가 행동을 취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아마 그 사진이 가짜라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윤시영이 민혁에에 돈을 보낸 전력이 있기 때문에 정황상 이 사진이 진짜인 것은 확실했으니까.
“그렇다면 일단 회사 차원에서는 지난번처럼 돈을 보내서 입막음하겠지. 뭐 돈을 보내든 말든 사진은 유포되겠지만.”
방금 통화를 하면서 정민혁에게 돈이 들어오는 즉시 자신에게 연락을 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어떻게 하냐고 정민혁이 질문했을 때 승호는 알아서 하라고 둘러댔다.
아마 인터넷 어딘가에 뿌릴 가능성이 컸다.
승호가 슬쩍 그렇게 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뭐라고 하신 겁니까?”
“윤시영의 노출 사진을 올리고 그 후에 다른 연예인들의 사진도 있다는 걸 슬쩍 소문내라고 했지. 그러면 소속사든 어디든 그 사진을 비싸게 사려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했지.”
“하긴 지금 미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도 포함되어 있었죠? 제법 비싸게 팔리겠네요.”
“고작 사진일 뿐인데 그렇게 비싸게 사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수요가 있는 건 분명하지.”
권승호는 딱히 그런 사진이나 영상에는 흥미가 없었다.
손만 뻗으면 옷을 벗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여자가 한 트럭인데 굳이 그런 것에 흥미를 가질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안 한 지가 제법 되었군.”
윤시후와 함께하면서부터 하지 않고 있어 요즘 슬슬 땡기고 있다.
“그럼 지금 어떻습니까? 제가 바로 불러드릴 수 있는데요.”
“지금? 뭐 대기라도 시켜뒀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셈이죠. 사실 오늘 말씀드리기로 한 내용에 대한 증인도 되거든요.”
승헌은 오늘 시영에 관해 뒷조사를 한 결과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온 것이다.
보고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증인이라고? 누군데?”
“그냥 흔히 보시던 술집 여자입니다. 하지만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죠. 과거 운동선수였다는 것 말입니다.”
“운동선수라고? 설마.”
“네. 윤시영의 후배라더군요. 그 지난번에 강지훈을 만났던 그날도 왔었다고 하는데 기억나십니까?”
* * *
“아, 기억나요. 오랜만이에요.”
시영이 반가운 표정으로 앞에 있는 사람과 악수를 나누었다.
시영과 악수를 나눈 젊은 남성이 환하게 웃으며 옆에 있는 친구를 바라봤다.
“진짜 얘랑 같이 운동했었어요? 가깝게 지냈고? 하아.”
“에? 왜 그러세요?”
“내기했거든요. 네가 어떻게 저런 사람이랑 친하게 지냈냐고 그랬거든요. 그럼 오늘 너가 술 사라?”
“알았어, 임마.”
남자 둘이 시영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둘을 빤히 바라보던 시영이 피식 웃으며 지훈을 바라봤다.
“사실 그렇게 친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런데 왜 그렇게 말해줬어?”
“뭐 어때요. 그 정도 립서비스는 해줘도 되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저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니 시영의 립서비스는 성공적인 것 같았다.
원래 지훈은 립서비스를 별로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며 립서비스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시영이 같은 미녀랑 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 정도 나이대의 남자들에게는 자랑거리이긴 하지.”
“어머. 웬일이래?”
“이 정도 립서비스는 해줘도 되지 않겠어?”
“이럴 때는 립서비스라고 하면 안 되죠. 평소 말하는 것처럼 너가 이쁜 건 팩트잖아, 이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좋아요. 다른 데에는 센스가 넘치시는 분이 이런 데에는 영 별로란 말이야.”
시영이 궁시렁대는 사이 종업원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시영과 지훈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사무실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가 우연찮게 연이 있는 남자를 만난 것이었다.
“제 기억을 되짚어 봤을 때 꽤 괜찮은 후배였어요. 아마 상비군까지는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뒤로는 잘 모르겠네요. 제가 선수를 하며 직접 봤던 마지막 기수기도 하고요.”
“그럼 저 친구 말고도 아는 후배들 있어?”
“사실 별로 없어요. 그 당시는 딱히 누구랑 친해질 겨를이 없었거든요.”
“아, 그럼 그때가…….”
시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운동선수로 복귀하려 했지만 큰 부상을 입고 재활하던 때였죠. 제 인생에 최고의 암흑기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던 시절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