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58
제357화
357화
마탑.
전장에 출현한 그 거대한 탑의 최상층.
마탑주 제올루인은 그곳에서 현재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마법사들의 상태를 가늠하며 웃음을 짓는다.
“……생각보다 과감하군요. 저렇게나 무모하게 공격하다니.”
“이성이 마비되었을 테니, 막대한 마력에 취해 주문만을 외는 인형으로 전락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의 중얼거림에 대답한 이는 광욕의 마왕.
그녀는 마탑주가 지켜보는 광경을 그의 어깨너머에서 바라보고는 마음에 안 드는 듯 혀를 찼다.
“역시 미학이 없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까?”
“기껏 제공한 보람이 없군.”
아무래도 이 마왕의 심기에는 거슬리는 것 같았다.
“별수 없습니다. 저들은 본래 탑에서도 성취의 가망이 희박한 자들. ……막대한 힘을 주어도 그것을 감당할 그릇이 못 되죠.”
거기다 제국에 통보한 인원들 외에도 탑은 대량의 인원을 숨겨 두고 있었다.
그들에게 탑주는 직접 광욕의 마왕과 계약하여 얻게 된 비법을 내려 그들을 무시무시한 병력으로 바꾸었다.
광전사, 아니.
“광법사(狂法師)라고 해야겠군요.”
광기에 사로잡힌 마법사.
그 악취미적인 말에 광욕의 마왕은 그를 소리 없이 비웃을 뿐.
“저것들 다 죽을 거다.”
“상관없습니다. 고작 그 정도 역량밖에 없다면. ……오히려 그들은 제게 감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본래 그저 그런 마법사로서의 인생밖에 살지 못하는 자들이다.
이 전장에 투입되고 저 막대한 마력을 휘두른 끝에 미치지 않는다면 그 운명을 뛰어넘어 크게 성장할 테니.
그렇게 되면 자신에게 되레 감사해 할 것이라는 말.
그 오만함과 광기.
그러나 이 탑에서는 그를 탓할 자가 없었다.
“오, 보십시오. 슬슬 저들의 방어선도 무너질 듯하군요.”
제국군의 성벽 너머로 침입하는 마법사들을 보고 탑주는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금세 격추당했군.”
“후방 지원을 온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당한 모양이군요. ……역시 하급 마법사만으로는 고전하나.”
“어쩌겠나. 직접 위엄이라도 보이지 그러나?”
“하찮은 전쟁에 직접 손을 댈 마음은 없습니다. ……조금 인원을 늘리도록 하죠.”
하급 마법사들의 위력은 이미 확인했다.
단번에 전장을 뭉개 버리도록 하는 게 낫겠지. 마탑주는 중얼거리며 좀 더 강력한 마법사들을 투입하도록 지시했다.
“중급 이상의 마법사들을 다섯 정도 골라 비술을 걸고 보내십시오. ……예. 어느 누구도 살려 두지 마시길.”
몰살.
그것을 담담히 명령하며 전장을 관찰할 뿐이었다.
* * *
마탑이 추가로 병력을 보냈다.
그것은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마력이 더욱 늘어났다.
지금까지 방어선을 공격한 마법사들의 군대에 필적할 만한 마력량.
다만…….
“……다섯.”
마탑의 하급 마법사 수천 명 분의 마력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나타난 것은 고작 다섯 명의 마법사들.
그러나 그들이 발하는 위협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아니, 그 이상일지니.
“이런……. 본격적으로 침공할 셈인가.”
그 상황을 보고 받은 변경백이 신음하는 것과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앙!
치솟는 다섯 개의 폭발로 방어선이 단번에 뚫렸다.
방어선을 무너트린 다섯 개의 기척은 남은 잔해와 병사들을 무시하고 곧장 날아왔다.
후방의 전선 기지까지 도달한 그들은 그 앞에 동시에 착지했다.
“여기까지 박살 내면 끝인가?”
“탑주의 명령입니다. 여력을 남겨 두지 마시죠.”
“……퇴로를 차단하고 전부 없애면 되겠군.”
“우선을 실력 있는 자들부터 골라 없애길.”
“하하하하하핫! 어서 탑주께서 내려주신 비술의 힘을 시험해 보자고!”
지금까지 비정상적인 힘을 발휘한 하급 마법사들과는 달리 그들은 이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반면 더한 악의와 광기도 품고 있었다.
“……학생들을 물러나게 하게.”
그들의 존재를 위험하다고 판단한 변경백은 학생들은 물러나도록 지시했지만.
이 지시를 거부하듯 셀리디아와 미셀이 멋대로 튀어나갔다.
“이보게!”
“……됐어.”
“어차피 여기서 물러나면 다 끝이에요. 그리고 저런 마법사들에게 겁먹고 도망치는 건 짜증 나고.”
도망칠 생각 따위는 없다.
두 소녀가 그런 말을 내뱉자, 그 분위기에 호응하듯 나머지 학생들과 병사들도 사기를 드높인다.
그 광경을 보고 마탑의 다섯 마법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쳐들어오자마자 짜증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겁먹고 내빼지 않는 거냐. 시시하게.”
“……필요 없으니 덤벼.”
“정령사 따위가!”
먼저 셀리디아가 공격을 쏟아붓는다. 수십 개나 되는 정령력의 구체를 생성하여 일제히 열선을 퍼붓는다.
“뭐야~, 먼저 멋대로 시작하기야. ……그럼, 나도~.”
미셀도 질세라 추가로 마법을 시전하여 공격을 시작하고, 그에 호응하듯 다른 학생들과 병사들도 합세하여 공격을 가한다.
“저쪽은 정령술에……. 이쪽은 지혜의 숲의 마법이냐!”
탑의 마법사들도 둘의 공격이 성가시다는 듯 진심을 다해 전투에 돌입한다.
“우선 정령사랑 지혜의 숲의 애송이부터 없애 버려!”
“다른 놈들은 무시해! 별것 없어!”
신경 써야 할 것은 변경백을 포함하여 아카데미 학생 중 일부뿐.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마탑의 마법사들은 우선 실력 있는 자들부터 치고자 했다.
“먼저 정령사부터!”
다섯 마법사들은 먼저 염화로 셀리디아부터 노릴 것을 모의했다.
기회를 노려 다섯의 지팡이가 일제히 그 소녀를 향해 겨뤄지는 순간.
“귀찮아.”
그것을 눈치챈 셀리디아의 귀가 불쾌하다는 듯 까딱이며 힘을 발휘하려는 순간.
그것을 막은 것은 굉음과 충격이었다.
콰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진 마탑의 다섯 마법사.
“……어?”
“설마…….”
힘을 끌어올리려던 셀리디아와, 그녀를 돕기 위해 몰래 준비하던 미셀이 맥 빠진 소리를 내었다.
자신들이 한 게 아니다.
누군가 난입했다.
그리고 지금 난입한 존재가 누군지 알아보았기에 내는 소리였다.
“……시안?”
“저 녀석 지금 온 거야?”
똑똑히 보았다.
한순간 출현한 것은 검은 머리카락의 소년과 그에게 붙어 있는 육감적인 몸매의 악마.
그들은 순식간에 마탑 마법사들에게 접근하여 마력 충격만을 때려 박아서 바닥에 나뒹굴게 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내려다보며 거만하게 선 채 시안은 고개를 까딱였다.
“야. 너희 탑주 어딨냐? 그놈부터 당장 튀어오라고 하지?”
시안답다면 시안다운 도발을 입에 담으며.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으면서 전용 지팡이를 꺼내 막대한 마력을 담아 과시하고 자신의 참전을 알렸다.
“너희 머릿수를 얼마나 줄이면 튀어나오려나. ……시험해 볼까.”
* * *
황실에서 뜯어……. 아니, 제공받은 스크롤을 이용해서 나는 제국 서부의 전장까지 단번에 이동했다.
상황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저기 솟은 것은 마탑. 그리고 제국군은 밀리고 있군.”
순수 마법사로 이루어진 비상식적인 군대.
그 마법사들의 상태는 보자마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미칠 듯한 마력에 이성마저 잃고 그저 마법을 연발할 뿐인가.”
“뭔가 조작했나 보네. ……광욕의 마왕의 낌새도 느껴지는 거 같은데.”
“무슨 짓을 했는지 대강 알 거 같군. ……그리고 내가 딱 필요할 때 잘 온 거 같고.”
내가 오기 무섭게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더욱 강력한 마법사의 기척이 다섯 개가 출현했다.
놈들은 순식간에 방어선을 힘만으로 뚫어버리고는 그 뒤의 전선 기지까지 향한다.
“위험하군. 어서 끼어들자.”
그곳에는 아카데미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구경만 하기에는 위험하겠지.
신속하게 난입한 나는 바로 셀리디아, 미셀과 전투 중이던 그 다섯 마법사를 오로지 힘만으로 때려눕혔다.
“검은 머리!”
“네놈이 시안인가 뭔가 하는 놈이구나!”
“잘~ 아네~.”
누구에게 들었을지는 뻔했다.
탑주라도 불러오라는 식으로 도발하자, 놈들은 격분하며 나만을 노리듯 포위한다.
“시안! 도울게.”
“흐으응~ 아니면 필요 없으려나.”
셀리디아와 미셀이 가세하려고 했지만, 나는 필요 없다며 손을 휘저었다.
잠깐 물러나 있으렴. 재회의 인사는 조금 나중에.
“오래 안 걸릴 거야. ……저런 얼간이 다섯 정도는.”
“그럼~. 우리만으로도 충분한걸. 너희는 얌전히 있으렴.”
나와 에밀리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말하자, 놈들의 미간이 단숨에 구겨진다.
“탑주게 선택을 받아 비술을 받은 우리를 얕보는 것이냐!”
“똑똑히 보여 주지! 그리고 절망하라.”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들의 한심함에 표정을 찌푸렸다.
“……왜 당하기 전에는 다들 저렇게 말하는지 몰라.”
역량의 차이도 알아보지 못하는 얼간이들이나 저렇게 짖는 법.
나는 한숨을 쉬며 손을 까딱였다.
그럼 보여 주세요. 그 힘인지 대체 뭔지.
다섯 마법사가 동시에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한다.
그 막대한 마력을 담아 억지로 약 6서클 정도의 술식을 끌어내 쓰고 있다.
당연히 비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허술해~. 허술해~.”
방해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일부러 녀석들이 마법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려 줬다.
일부러였다.
잔뜩 고양되도록, 자만하도록 놔두고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여 자신들의 주제를 깨닫도록.
“어서 시작하자고. 졸려 죽겠다.”
“이 자식!”
“그 사악한 기척! 조각 남기지 않고 모조리 재가 되어라!”
녀석들이 마법을 완성한다. 마력과 열기가 넘치며 나를 포함해 그 일대를 완전히 날려 버릴 만한 위력의 마법이 생성된다.
분명 위력은 대단했다.
그것은 이 싸움을 지켜보는 이들의 당혹스러운 표정만 봐도 알지.
하지만.
“……압도적인 힘과 강력한 마법은 이런 거거든.”
녀석들보다 조금 늦게, 하지만 훨씬 빠르게 캐스팅을 끝낸 마법을 발산한다.
방어와 공격.
그것을 한 번의 마법으로 끝낼 수 있게끔.
-뇌천오멸옥.
내 전방위로 생성된 다섯 개의 검은 뇌구.
마치 똬리를 틀고 있는 용처럼 으르렁거리는 대량의 검은 전류…….
“가라.”
공방 일체의 8서클 마법.
전방위로 생성된 다섯 개의 뇌구가 적들이 날린 마법을 받아쳐서 막대한 전류로 휘감아 터트리듯 소멸시키면서 녀석들을 덮친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말 그대로 새카맣게 타들어 가 절명하고 마는 마탑의 마법사들.
깨달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약해 빠졌군. 내가 조소하며 지팡이를 휘둘러 바람을 일으키자, 놈들의 재가 그대로 흩어지며 사라진다.
그것을 멍하니 지켜보는 이들 앞에서 나는 조금 전까지 발하던 기세를 싹 감추고 싱긋 웃을 뿐.
“그럼 못다 한 이야기부터 하자.”
그간의 이야기도 듣고.
마탑을 무너트릴 방안도 새로이 논하기 위해서.
* * *
자신 있게 내보낸 마법사들이 당하자, 마탑은 경계라도 하는 것인지 당장 추가 전력을 내보내진 않았다.
뭐, 예상했던 대로의 흐름이다.
나는 일단 탑 쪽은 무시하고 아군부터 돌보고자 했다.
“시안, 오랜만.”
“그래, 오랜만이야. 셀리디아. 미셀, 너도 여기에 있었군.”
“마계에 갔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대체 거기서 뭘 한 거야?”
반가움과 놀라움.
조금 전 보인 광경으로 내가 얼마나 힘을 키웠는지 이해한 듯 순수하게 감탄하는 미셀과 셀리디아였다.
자랑은 나중으로 미루고~.
나는 우선 이곳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로지닐 변경백에게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자네는 설마 소문의 흑마법사…….”
어떤 소문일까.
“시안 알케우스입니다. 폐하의 허가 아래 공식적인 지원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지원? 자네가 말인가? 그렇군. 방금 전 보인 실력이라면 그리 말할 만한가.”
지원할 것은 물자, 지식 그리고 실력.
그것을 일개 학생 혼자서 한다고 하면 믿지 않겠지만, 조금 전에 힘자랑을 한 덕에 순순히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먼저 좋은 정보부터 보여 드리겠습니다.”
할 말은 많지만, 나는 당장 보여 줄 수 있는 것부터 알려 주기로 했다.
조금 전 내가 쓰러트린 마탑 마법사들의 시체 중 하나를 마력으로 휘감아 끌어당겼다.
“뭘 하려는 거지? 설마 살아 있는 건가?”
“그럴 리가요. 단지 놈들의 비결 하나를 폭로하고자 하는 겁니다.”
“폭로? 무엇을 말인가?”
“신경 쓰이지 않습니까? 마탑 마법사의 비정상적인 역량과 무한대에 가까운 마력량. 그것이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흠. 신경이 쓰이긴 했네만.”
흥미 없다고는 말 안 하는군.
“벌써 알아냈다는 건가?”
“이건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저와 제 사역마였기에 알아챈 겁니다만.”
의미심장한 말투.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직접 보여 주는 게 더 나으리라.
내가 신호하자, 에밀리가 그 시체에 마력을 흘려 넣는다.
악마의 마기.
“무엇을…….”
“쉿. 곧 끄집어냅니다.”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는 것과 동시에 에밀리의 마력이 그 시신에서 무언가 뽑아낸다.
발버둥을 치는, 기이한 마력의 덩어리.
그것이 곧 억지로 실체화한다.
하급 악마의 모습으로.
“악마라고?!”
“악마를 강제로 빙의시킨 마법사. ……이것이 놈들이 비정상적인 강화를 하게 한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