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1
020화
[야당, 정용준 의원은 ‘바다스토리’ 사건이 현 정부와 공정 기관의 미흡한 관리 감독이 낳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표명했습니다.] [‘바다스토리’를 허가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도박 기능이 탑재된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은폐를 시도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상품권을 사행성 게임에 도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문제가 있다며, 이를 허용한 문화관광부도 대중의 철퇴를 맞고 있습니다.]서해결 검사는 정용준 야당 의원을 포섭해 언론 플레이에 나섰다.
검찰 내부에서 수사를 시작한다면, 어디서 막힐지 모를 일.
언론에 대서특필하고 여론을 형성한 후,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 1부, 서해결 검사는 이번 사태를 두고 ‘쇼크’라는 표현까지 쓰며, 전방위적인 수사에 들어갈 거라 밝혔습니다.] [단호한 의지를 보인 서해결 검사는 여당 유력 인사의 관련과 경찰이 이 사실을 알고도 덮었는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 전했…….]틱.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바다스토리’ 사태.
TV를 보고 있던 주철수는 신경질적으로 TV를 꺼 버렸다.
“후…….”
긴 날숨이 뭘 의미하는지, 주철수 앞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서늘한 공기가 집무실을 채운다.
주철수의 수하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 변호사.”
“예. 사장님.”
주철수의 밑에 있는 법무 자문이 옆으로 다가갔다.
“서해결 검사라는 놈은 뭐 하는 놈이야?”
“꼴통입니다. 위에 지시도 무시해 버리는 그런 놈입니다.”
“말이 안 통해?”
“귀를 막고 사는 놈이라 무슨 짓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겁니다.”
“흠…….”
이번 수사에 총대를 메고 있는 서해결 검사.
그를 설득하면, 방법이 나올 거 같은데 파고들 구멍이 없다.
언론에서 ‘바다스토리’를 정조준했고 정관계 인사들과의 관계까지 조사한다고 선언했다.
한번 끓어오른 냄비는 쉬이 식지 않는 법이다.
이번 사태는 금방 사그라지지 않을 거다.
“우리가 지분 태운 게 얼마지?”
“게임기 제조회사에 70프로입니다.”
“업장은?”
“강남에 220군데입니다.”
주철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간임을 알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자기가 본보기가 될 수도 있다.
“다 처분해.”
“예? 전부 말입니까?”
“전부. 사업장은 오늘부로 셔터 내리고, 게임기 제조회사는 불태워 버려.”
“……!!”
주철수 앞에 있는 모두의 눈이 커졌다.
주 수입원 중 하나인 ‘바다스토리’를 털어내 버리자는 말이다.
“사, 사장님. 그러면 우리 쪽 손해가…….”
“몇천억 되겠지.”
“……맞습니다.”
“그래도 털 건 털어야 우리가 산다. 괜히 꼬리가 잡히면 자를 수도 없게 돼.”
당장 돈이 날아가더라도 이 방법밖에 없다.
검찰에서 꼬리를 물고 올라오면, 주철수한테도 화살이 조준될 거고 자칫하면 정면으로 맞을 수도 있다.
최소 2,000억. 이번 ‘바다스토리’로 피해를 볼 금액이 눈에 아른거리지만, 애써 참아 내는 주철수였다.
그는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감방 들어갈 놈들 몇 명 대기시켜라. 본격적으로 수사 들어오면 자수시켜서 자연스럽게 마무리 지어.”
“……예.”
주철수는 자기 턱을 만지며 생각에 빠졌다.
‘고춧가루가 뿌려지고 있어.’
뭔가 일이 틀어지고 있다는 촉이 자신을 감쌌다.
주철수의 촉은 틀린 적이 없다.
누군가 자기 하는 일에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조직원들을 관리하는 조태수가 조심히 말을 꺼냈다.
“저……. 사장님. 지방에서 올라오는 애들은 어떻게 할까요? 걔네들 데리고 있는 것만 해도 고정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데 말입니다.”
“몇 명이나 모였지?”
“350명 정도 됩니다.”
“더 받지 말고 멈춰.”
“네. 알겠습니다.”
조직원을 늘리는 일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바다스토리’ 사태로 받을 피해가 만만치 않을뿐더러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오락실 수입이 사라진다.
조직은 오롯이 돈으로 움직이는데,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해진다는 거다.
‘총체적 난국이구만.’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각나는 건, 밤에 스며드는 돈이다.
주철수가 남상민 실장을 바라봤다.
“JS클럽 2호점은 언제 오픈이야?”
“저……. 그게 말입니다. 오픈 일정이 좀 밀리고 있습니다.”
“왜?”
“그…….”
쭈뼛거리는 그를 보며, 볼펜 하나를 집어 들고 앞에 섰다.
주철수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허벅지는 한번 해 먹었으니까, 이번엔 눈깔로 할까? 눈은 하나만 있어도 되잖아?”
“아, 아닙니다. 사장님.”
눈앞까지 다가온 볼펜에 덜덜 떨며 목소리를 뱉어 냈다.
“1호점의 손님이 빠져나가고 있어서 2호점 공사비가 충당이 안 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잘 됐는데, 어느 날부터 이태원 클럽이 살아나기 시작하더니 그쪽으로 빠졌습니다. 최근엔 VIP들도 발길을 끊고 있어서…….”
“이태원?”
“네. 우리하고 일하던 DJ들도 그쪽으로 옮겼고, 연예인들도 거기로 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하는 애들 말로는 VIP들도 멤버십 끝날 때까지만 있겠다고…….”
“그만.”
“……예?”
“알아들었으니까 그만 떠들어.”
“…….”
집무실의 공기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주철수가 뿜어내는 살기가 눈에 보인다고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계획된 고춧가루구나.’
주철수의 촉을 자극하는 한 사람.
JS클럽의 사장이었던 이주혁.
계획이 틀어진 건, JS클럽이 치고 나오면서부터다.
강남의 밤을 지배하던 주철수를 밀어내고 센세이션을 만들어 내 물주들을 끌고 간 인간.
그 시작이 우연일까?
주철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연은 없다. 계획된 필연만 있을 뿐이지.
‘이때까지 놀아나고 있었어.’
이주혁이 그림을 그리고 색칠까지 하고 있다.
자기는 그 그림 안에서 놀아나고 있었고.
이 사실을 깨달은 주철수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재밌는 놈이네.”
이 바닥에서 주철수를 건드리는 인간이 있다니?
그것도 계획적으로 뒤통수를 치는 인간이.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주철수의 웃음보가 터졌다.
이런 견제가 얼마 만이던가?
강남 바닥을 휘어잡은 후로 그 누구의 도전도 없었다.
오히려 자기가 원대한 포부를 위하여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지.
이런 상황에 애송이 하나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크. 크크큭.”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자신을 자극하는 이 기분이 즐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남 실장.”
“예? 예…….”
“이주혁이란 놈. 잡아 와.”
“산 채로 말입니까? 아니면…….”
“숨만 붙어 있으면 돼. 나를 즐겁게 한 친구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거든.”
“예! 사장님.”
***
그 시각.
난 TV에서 나오는 같은 뉴스를 사무실에서 보고 있었다.
“이야. 서 검사님 작정하셨네.”
야당 의원을 포섭해서 제대로 터트리고 있다.
이 정도로 사건을 키웠으면, ‘바다스토리’의 결말은 뻔했다.
수많은 관료들이 잡혀 들어갈 거고 ‘바다스토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거다.
난 그 시간을 1년 넘게 앞당겼다.
그와 동시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주철수, 그 빠꼼이가 움직일까?’
주철수는 똑똑한 인간이다.
지금은 행동을 예측할 수 있지만, 내가 그의 앞길을 막으면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원래라면, 고기 방패들과 자금을 모아서 내년 초쯤에 강북으로 쳐들어갈 거다.
하지만, 내가 자금줄을 틀어막으며, 주철수의 계획을 원천 봉쇄시켜 버렸다.
‘어떻게 행동할까?’
의문이 의문을 낳고 있다.
확신할 수 없는 미래는 불안감만 만들어 낸다.
이런 불안을 차단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프락치를 심는 거지.’
일명, 언더커버.
내가 경찰 신분으로 15년 동안 주철수의 행동을 알려 줬듯이, 똑같은 방식으로 첩자를 심어 내게 정보를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 인물로 가장 적당한 사람은…….
“이 새끼밖에 없네.”
“뭐? 이 새끼야?”
HID 동기, 배상훈.
머리도 좋고 싸움 실력도 출중하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놈이라, 걸릴 위험도 적다.
그리고 뭣보다…….
‘걸려도 혼자 도망칠 수 있는 놈이다.’
제 몸 하나는 챙길 수 있다.
들켜서 포위당하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조직을 벗어날 수 있는 녀석이다.
“상훈아.”
“야……. 너 불안하다. 너 정답게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상한 거 부탁했었잖아. 하지 마라. 아무리 고용주라도 안 할 거다.”
“진짜 안 해?”
“응. 안 해. 말도 꺼내지 마. 이라크 파병 때 기억 안 나? 네가 지금 딱 이 표정 지으면서 둘이서 민사작전 펼치자고 했잖아. 야. 그때 우리 죽을 뻔했어. 갔다 와서 영창 갈 뻔도 했고. 그거 기억 안 나냐?”
“그럼, 어떡해? 애들이 위험한데 가만히 보고 있어? 당연히 구하러 가야지. 그리고 인마. 어쨌든 잘 마무리됐잖아. 애들도 구하고 영창도 면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게 마무리됐으면 됐지.”
“염병하네. 부대원들이 구하러 안 왔으면 우리 죽었어.”
“지금 살아 있잖아? 숨도 쉬고 있고.”
“하! 이 미친놈.”
내가 생각해도 기적의 논리이기는 하네.
뭐, 어쨌든 살아 있으니 된 거지.
“그러지 말고 들어 봐.”
“아아아아. 안 들린다. 아아아아.”
야. 언제 적 장난을 치고 있는 거냐?
“그만하고 들어 봐.”
귀를 치며, 안 들린다고 억지를 부리던 놈의 손을 잡았다.
진지하게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놈이 부리나케 체력단련장으로 도망가 버렸다.
아오. 저 뒤끝 작렬인 놈.
배상훈을 잡으러 체력단련장으로 향할 때였다.
털썩!
“하암…….”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린다.
하나는 사람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고, 뒤이은 소리는 짙은 하품이 배어 나오는 소리다.
그 순간, 사무실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어? 부장님.”
라세흠 부장이 사람 하나를 내팽개친 것이다.
온몸에 피가 덕지덕지 묻은 채로.
“괜찮습니까? 이 피는 다 뭡니까?”
“아……. 이거. 내 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마.”
흰 티가 빨간색으로 염색됐는데, 대수롭지 않게 말하네.
그나저나, 바닥과 소개팅 중인 이놈은 도대체 누구지?
그런 궁금함도 잠시.
라세흠 부장이 놈의 머리채를 들어 올리며 내게 물었다.
“아는 놈이냐?”
“……남상민 실장?”
얼굴이 두 배로 부어있지만, 윤곽을 보니 알 거 같다.
칼잡이 남상민 실장이다.
나한테 포크질을 당했던 그놈.
“역시, 아는 놈이구나. 이 새끼 나쁜 새끼 맞지?”
“개새끼죠.”
“그래? 그럼, 잘했네.”
“예?”
라세흠 부장이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켰다.
“여기 오는데, 웬 봉고차 3대가 서 있더라고. 안에는 시커먼 놈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고. 난 그냥 무시하고 가던 길 갔지. 근데, 이 새끼가 대뜸 나타나서 나한테 여기서 근무하냐고 묻더라.”
“그래서요?”
“그렇다고 하니까 다짜고짜 칼을 꺼내는 거야. 어휴. 무서운 놈들 서울 한복판에서 칼이나 들고 다니고.”
상황을 보니까 반대인 거 같은데?
당신이 칼보다 더 무서운 거 같아.
꼴을 보아하니, 나를 작업하러 온 거 같은데…….
왜 하필 걸려도 라세흠 부장한테 걸렸냐?
“밖에 다친 애들 좀 있다. 구급차 좀 불러 줘라.”
“다 처리한 겁니까?”
“애들이 덩치만 커. 깡패들 개사료 먹고 몸 키운다더니, 진짜 그런가 봐. 싸움을 못 해. 심하게 못 해.”
부장……. 아니, 교관님.
당신이 괴물이란 생각은 안 하십니까?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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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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