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34
나 혼자 S급 소환수 134화
안개 마을, 네비아레 (6)
마계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인 마르바스.
놈이 다루는 안개는 적들의 시야를 방해하고 균형감각을 잃게 만든다고 전해진다.
후웅!
눈을 번뜩인 마르바스가 손을 떨쳐낸 것은 그때였다.
스아아아아!
그러자 증기 뿜는 소리와 함께, 하얀 안개가 일대에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기존에 펼쳐져 있던 것보다 세 배는 더 두꺼워진 안개였다.
“마스터, 유아린!”
제프리가 소리 높여 외쳤다.
“저 속에서 싸우면 무조건 질 수밖에 없다. 최대한 증발시켜야 해!”
“증발이라면?”
“태워! 주변의 온도를 높여라!”
진도윤은 제프리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했다.
화(火) 속성 몬스터인 피닉스와 이프리트를 이용하라는 말.
‘안개와 불이 상극이긴 하지.’
안개가 짙어지면 그 습기 때문에 화력이 잘 붙지 않는다.
다만, 불의 화력이 더 세다면 안개는 뜨거운 수증기가 되어 사라지게 된다.
‘결국 누구의 화력이 더 강하냐인데…….’
진도윤은 우선 피닉스를 그대로 돌진시켰다.
“끼루루루!”
[스킬 ‘화염 돌풍’(S급)을 사용합니다.]화르륵!
피닉스의 날갯짓이 돌풍이 되어, 안개들을 걷어냈다.
부족한 감응력으로도 통하는 걸 보니, 녀석도 꽤나 충격이 있었던 모양.
“괜찮은데?”
“저도 갈게요!”
유아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를 악문 채, 이프리트의 염화로 쏟아지는 안개를 증발시켰다.
“크르륵.”
둘의 견제를 보던 마르바스가 콧김을 품었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육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개가 통하지 않으니, 육탄전으로 상대를 압살할 요량이었다.
기본적인 육체 능력도 뛰어난 마르바스였으니까.
동시에 제프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부 마스터 쪽으로 붙어! 최대한 안개가 없는 곳에서 싸워야 한다!”
마르바스는 안개 속에서 강해진다.
아니, 정확히는 강해진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는 각종 디버프를 안은 채 싸워야 하기 때문.
그의 오더에 퍼져 있던 일행들이 모두 신속하게 진도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크륵.”
그러나 마르바스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몸을 잔뜩 웅크리더니, 이내 김제하의 세티스를 향해 섬광처럼 쏘아져 나갔다.
가장 약해 보이는 녀석을 먼저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김제하! 조심해라!”
“이런…….”
제프리가 외쳤지만, 타깃이 된 김제하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이미 은신이 들킨 이상, 떨쳐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제기랄.”
욕지거리를 내뱉은 김제하가 충격을 대비했다.
그의 세티스도, 푸르카스도.
둘 다 방어력이 약한 암살 특화라 걱정이긴 했다.
그렇게 발톱을 내세운 마르바스가 세티스의 목을 치려고 할 찰나.
콰아아앙!
옆에서 등장한 펜-리르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마르바스를 들이받았다.
“컹! 컹컹!”
스킬, ‘섬광낙하’(閃光落下).
늑대의 두 발톱이 광속으로 마르바스를 난도질했다.
“잠깐이에요! 어서 피해요!”
“고, 고맙습니다.”
제프리가 신속히 진도윤 옆으로 달라붙자, 제프리가 외쳤다.
“펜-리르를 빼고 바로 디버프를 넣어!”
신속한 연계.
제프리는 태초의 마녀, 린다를 사용해 이속 감소 디버프를 넣었고-
진도윤 역시 방어력 50%를 감소시키는 피닉스의 ‘화마술’(S급)을 사용했다.
“……크르르.”
마르바스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쉽게 잡을 줄 알았던 놈들이 제법 반항하는 게 짜증 났기 때문이었다.
일어선 마르바스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데몰리션, 다시 작아져 봐.”
그런 녀석을 보던 진도윤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육탄전을 컨트롤하기엔 작은 데몰리션이 훨씬 편하기 때문.
“크롸라라!”
[스킬, 변화하는 육체(S급)를 사용합니다.]“뀨웅!”
다시 작아진 데몰리션의 눈빛엔 투기가 가득했다.
“좋아, 누가 더 잘 싸우는지 한번 보여주자고.”
지속해서 불타오르는 화력에 안개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제 진짜 육탄전으로 싸워야 할 때.
“뀨우웅!”
데몰리션은 자세를 잡는 녀석에게 그대로 달려나갔다.
촤아악!
그러고는 과감하게 발톱을 휘둘렀다.
“……흐음, 또 파괴의 기운을 가진 놈인가?”
짧게 읊조린 마르바스가 횡으로 그어진 발톱을 미끄러지듯 물러나 피했다.
가속 없이도 폭발적인 움직임이요, 속도였다.
“올, 제법 빠른데?”
“까부는군. 고작 그 정도로 여유를 부리는 거냐?”
진도윤의 목소리에서 장난기를 감지한 마르바스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감히 판데모니엄의 10 악마인 자신에게 인간 따위가 여유를 부리고 있다는 게 자존심 상한 것이다.
“이곳이…… 인간계만 아니었다면.”
마르바스가 흉측한 이를 드러냈다.
동시에 자세를 낮추고 발톱을 날카롭게 세웠다.
“네놈은 이미 한 줌의 재로 변했을 것이다.”
후우웅!
대지를 힘껏 박찬 마르바스가 벼락처럼 데몰리션에게 돌진했다.
단숨에 목을 뚫어 죽이겠다는 듯이.
“…….”
눈살을 찌푸린 진도윤은 최대한 집중했다.
‘일단, 도발은 먹힌 것 같은데.’
그것도 흥분한 녀석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스윽!
찔러오는 녀석의 발톱을 데몰리션이 날개로 쳐냈다.
까아앙!
단순함 부딪침에 온 땅이 들썩거렸다.
“마스터, 뒤!”
제프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나도 보고 있어.”
한 번 부딪친 후, 엄청난 스피드로 코너링한 마르바스가 데몰리션의 후미를 노렸다.
그 모습을 본 진도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심장이 뛰고 온몸의 열기가 달아오른다.
전투가 힘들수록 흥분이 되는 게, 어느덧 데몰리션을 닮아가나 보다.
“우선 꼬리로 막아주고.”
분명히 빠르긴 했지만, 충분히 반응할 수 있을 정도.
허리를 힘껏 돌린 데몰리션이 다가오는 마르바스의 손톱을 꼬리로 후려쳤다.
콰아아앙!
두 번째 부딪침에 폭음 소리가 공기를 찢어 울렸다.
둘 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터.
하지만 진도윤에게는 세미 힐러 격 존재, 엘라임이 존재했다.
“엘.”
“응, 맡겨주라고!”
촤르르륵!
엘라임의 손에서 펼쳐나온 물줄기가 데몰리션을 뒤덮었다.
단일 대상 아군의 디버프를 제거하는 ‘정령의 가호’(S급).
그리고 단일 대상 아군을 지속적으로 회복시키는 ‘물의 축복’(S급) 버프였다.
“크아아아!”
마르바스가 열 받는다는 듯 포효했다.
마계에서도 적수를 찾아볼 수조차 없던 악마.
그가 전투에서 이 정도의 고통을 맛본 게 얼마 만이던가.
“건방진 놈들!”
감히 자신을 몰아붙인 인간들을, 모두 다 쳐 죽여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다시 돌격하지는 않았다.
직접 부딪혀 보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탓이다.
“왜, 또 안 들어오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진도윤이 비아냥거렸다.
이미 속은 뒤집힐 것같이 아팠지만, 전투는 표정 역시 중요하다.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별것 아니라는 느낌을 줌으로써, 상대가 더욱 과감하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옭아매는 것이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해야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와 싸울 때는 이 방법이 은근히 먹혀들어 간다.
“크으…….”
마르바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대의 약점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많은 소환수들이 자신을 포위한 상태.
“안 오면 먼저 간다?”
데몰리션의 몸이 탄환처럼 빠르게 쏘아졌다.
둠과 펜-리르 역시 뒤따라 달려나갔다.
한꺼번에 달려오는 돌격에 놀란 마르바스는 마구잡이로 손톱을 휘둘렀다.
후우웅! 후웅!
그 위력이 분명히 압도적인 것은 맞았지만.
단순히 힘만 세다고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각종 디버프, 그리고 브레스에 맞았던 상처가 더해져 반응이 둔해져 있는 녀석이었다.
푸숙! 쩌어억!
소환수들의 공격이 조금씩 먹히기 시작했다.
휘두르는 발톱들을 데몰리션이 막아줄 때, 다른 소환수들의 공격이 녀석의 피부를 찢고, 베어냈다.
“이…… 비겁한 놈들이.”
상황이 좋지 않음을 느낀 걸까.
재빨리 몸을 돌린 마르바스가 뒤로 빠져 정비하려 했다.
“……걸렸구나.”
동시에 진도윤의 미소가 짙어졌다.
일부로 열어둔 도주로.
그곳엔 김제하의 소환수, 세티스와 푸르카스가 대기하고 있었으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쇄애애액!
투명화된 두 소환수의 암살 스킬이 부드럽게 녀석의 목을 파고들었다.
“……!”
방어력은 약하지만 공격력에 몰빵된 소환수들의 공격에 마르바스는 속으로 식겁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은 순간적으로 시야를 좁게 만든다.
하물며 이미 당황한 채 뒤로 빠지려 하던 순간이었으니.
“이런……!”
까아앙! 까앙!
마르바스가 신속히 발톱을 들어 공격을 쳐냈다.
“지금 거기에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안타깝게도 마르바스의 뒤에는 그를 계속 노리고 있던 소환수가 셋이나 존재한다.
그리고 잠깐 보여줬던 그 빈틈을 놓칠 진도윤과 유아린이 아니었다.
“이번엔 좀 더 아플 거야.”
데몰리션과 둠이 마르바스의 양쪽 옆구리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푸숙! 서걱!
“크아아악!”
벌어진 상처에 또 한 번 들어간 일격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마르바스는 순간 깨달았다.
이러다 잘못하면 녀석들에게 지겠다고.
물론, 이곳에서 당해봐야 마계에 있는 본체로 돌아갈 뿐.
진짜 소멸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의 자존심에는 엄청난 스크래치였다.
“본래 힘이었으면 아무것도 못 할 벌레들이 기어오르는구나!”
마르바스는 두 손을 이용해 미친 듯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몸에서 독 안개도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엘.”
“응! 진도윤! 보호는 나한테 맡겨.”
물의 지배자(S급)를 통해 품어진 물줄기가 마르바스 주변 소환수들을 모두 감쌌다.
과거, 자이언트 스웜의 위액으로부터 진도윤을 지켜줬던, 그 물줄기였다.
그렇게 서로 치고받고 할퀴는 엄청난 육탄전이 시작됐다.
처음엔 이 존재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난감했었지만, 이제는 충분히 할 만해 보였다.
“판데모니엄의 10 악마? 이름만 거창하니 별거 없구만?”
거기에 피닉스와 이프리트의 화염 사격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악마들의 제어술까지 첨가되니.
“케에엑!”
마르바스가 괴로운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본래도 아팠던 몸, 이제는 더 못 버티겠다는 뜻이었다.
“네놈들……. 내 두 눈으로 똑똑히 기억해 두겠다!”
마지막 발악을 하며 협박을 하는 녀석.
“응, 안 무서워.”
진도윤이 어깨를 으쓱이며 무시했다.
이윽고-
푸욱! 푸숙!
콰드드득!
모든 걸 내려놓은 녀석의 육체에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들이 파고들었다.
그러자 녀석의 시뻘건 눈동자가 천천히 사그라들었고.
“…….”
엄청난 위용을 뽐내던 악마, 마르바스는 천천히 안개화되어 증발했다.
마을을 둘러싸던 뿌연 안개도 점점 옅어지더니, 이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후우…….”
진도윤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싸우는 내내 여유로운 척했지만, 소환수들이 받은 충격이 그대로 전해진 상태.
나머지 일행들도 바닥에 엎어진 채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상태였다.
저벅.
진도윤의 옆으로 굳은 표정의 제프리가 걸어왔다.
“……마계의 악마가 현세에 등장하다니……. 프리덤 이 녀석들…… 도대체 뭔 일을 벌이고 있는 거지?”
“뭐, 이상할 건 없지. 던전 못 깨면 몬스터들도 등장하는 세상인데.”
“어쨌든, 무사히 잡아서 다행이다.”
“다 같이 싸워줘서지.”
진도윤이 욱신거리는 몸을 마사지하며 중얼거렸다.
“으으, 아파라.”
당장에라도 쓰러져 쉬고 싶었지만, 진도윤은 천천히 일어섰다.
‘아직 확인해야 할 게 있으니까.’
분명히 자신은 가이아란 존재로부터 특별 임무를 받았다.
그리고 그 임무를 해결했으니, 이제 무언가 보상이 떨어질 차례.
“스릅.”
기대하는 눈빛으로 혀를 축이는 순간.
클리어 메시지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안개의 악마, ‘마르바스’(★★★★★★)를 처리합니다.] [경험치 5,000,000,000exp를 획득합니다!]일단, 50억이라는 막대한 경험치가 들어왔다.
‘원래는…… 10억인가 보네?’
가브리엘 반지와 볼드윈 망토.
각각 200% 경험치 증가 효과를 주는 아이템 덕을 본 듯했다.
이렇게 되면 당연하게도, ‘둠 나이트’(★★)는 만렙인 30레벨을 달성하게 된다.
진화의 요건이 갖춰진 셈.
아쉽게도 4성(★★★★)짜리 데몰리션과 피닉스, 엘라임은 만렙이 아니었다.
엘라임의 레벨은 8, 데몰리션의 레벨은 23, 피닉스의 레벨은 21.
‘와……. 진짜 S급은 끔찍이도 많구나, 요구 경험치량.’
아직 한참이었다.
더군다나.
[가이아의 특별 임무를 클리어합니다.] [질서를 어지럽히려던 흉악한 악마가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자연의 기운이 그대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보상 – 감응력 + 3]임무에 참여한 모두에게 감응력 3씩의 보상이 주어졌고-
[감응력이 220에 도달합니다.] [신체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서머너 전용 스킬이 개방됩니다.] [상태창을 확인해 주세요.]마침내 감응력 220을 달성했다.
“……서머너 전용 스킬?”
뭔가 싶어 상태창을 열어보려는 순간.
진도윤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