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69
검은 용에서 변한 일곱 개의 단정 중 하나에서 붉은 빛이 번득이더니 같은 색의 기둥이 피어올랐다. 크기만 제외한다면 광장 위에 나타난 거대한 붉은 기둥과 똑같았다.
한제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물었다.
“이건 어떤 연단술이지?”
모완은 존경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구양자가 직접 만들어낸 제단술(祭丹術)이야. 간단히 말해 각종 4품 단약으로 제사를 지냄으로써 5품 단약을 얻어내는 방법이지. 성공률이 높진 않지만 보통의 제작 방법보다는 높은 편이야.”
이때, 광장 위에서는 구양자가 눈을 번득이며 다시 외쳤다.
“다음 제물, 4품 나림단(羅林團)!”
또 다른 연단사 한 명이 단정 가까이로 다가와 저물대에서 신중하게 벽옥색의 단약 한 알을 꺼내들더니 조심스럽게 단정 안에 집어넣었다. 순간, 푸른색의 빛기둥이 단정에서 나타났다.
뒤이어 구양자는 조금의 아까워하는 기색도 없이 연이어 4품 단약들을 단정에 집어넣었고 서로 다른 색의 기둥 여섯 개가 여섯 개의 단정에서 각각 피어올랐다. 이 장면은 운천산맥 밖에서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구양자는 내심 긴장한 채, 중앙에 놓인 단정을 주시하며 중얼거렸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 성공하면 내 수중에 들어올 5품 단약은 세 개야. 거기다 내종에 남은 세 개의 5품 단약을 더하면 총 여섯 개다. 그럼 그 여섯 개의 5품 단약을 제물로 6품 단약 제조를 시도할 수 있어!”
그의 두 눈은 전에 없이 반짝거렸다. 굳은 눈빛으로 중앙의 단정을 바라보던 그가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이를 악물며 크게 외쳤다.
“제련을 시작하라!”
여섯 명의 연단사는 감격한 표정이었다. 만약 이번 제단이 성공한다면 그들 여섯 명은 5품 단약의 목격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영광을 얻을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들 여섯은 원형 대형을 이루고 있는 단정 위로 떠올랐다. 각각 여섯 개의 빛기둥에 감싸인 그들이 두 손으로 결인을 하자 체내의 영력이 요동쳤다.
구양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천천히 내려 중앙에 놓인 단정 위에 떠오른 채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그때, 광장 아래 밀실의 검은 용으로 이루어진 단정에서는 광장에서와 같이 색이 다른 여섯 개의 빛기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빛기둥 속에는 노란부적 단봉이 붙은 단정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모완이 만든 단정이 있었으며, 그 속에 한제의 본체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한제의 본체는 단정 안에 있었지만 어떤 영력도 흡수하지 않았다. 지금은 단봉을 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영력 흡수는 단봉을 연 뒤에 진행해도 늦지 않았다.
모완은 정신을 집중한 채 빠르게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댔다. 그녀의 결인은 여섯 개의 빛기둥에 떨어졌고 곧이어 각각의 빛기둥은 무수히 많은 얇은 실로 갈라졌다. 이 실들은 천천히 뻗어나가 단봉이 붙은 단로에 응집됐다.
4품 단약을 제물로 바쳐 만들어낸 영력은 모완의 수법에 따라 몰래 그녀 쪽으로 흘러들었다. 모완은 그것을 통해 단봉을 여는 데 필수적인 충분한 영기를 뽑아올 생각이었다.
사실 모완이 얻은 개봉 방법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다. 지리적 위치와 시간이었다. 지리적 위치는 끊임없이 영기가 충족되어야 했는데 이 문제는 구양자가 이미 해결해준 상태였다.
다음 조건은 시각이었다. 반드시 당초 단봉이 붙었던 그 시각이 되어야 시간적 조건까지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 시각과 시간적 차이가 적을수록 단약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든다.
모완의 설명 덕분에 한제도 이를 이해했다. 이제 문제는 바로 이 단봉이 붙었던 시간이었다.
모완은 많은 서적을 뒤진 끝에 마침내 시간을 추측해냈다. 바로 음시(陰時), 음각(陰刻)이었다. 음시는 곧 자시(子時)였고 음각은 곧 3각(三刻)이었다.
그러니 단봉이 붙은 시간은 자시 3각일 터였다. 이때는 단약을 만들고 단로를 봉인하기 가장 좋은 시각이었다. 단약을 만들 때나 단로를 봉인할 때나 음양이 분리되는 시각을 골라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렇게 시각까지 골라가며 만드는 단약은 특별히 진귀한 단약들뿐이었다. 보통의 단약은 시각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다만 이 추측이 반드시 맞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사실 어떤 연단사는 누군가가 단봉으로 봉한 단로를 훔쳐갈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일부러 단봉을 붙일 시각을 바꾸기도 했다. 그렇다면 상대가 단로를 훔쳐가더라도 정확하게 시각을 맞출 수는 없어 결국 그 안의 단약을 손에 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완이 알아낸 방법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영력으로 충격을 주어 단약의 품질을 약간 낮추고 단로를 촉발시킴으로써 단봉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시간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은 이상 안정적으로 단로를 열고 그 안의 단약이 받을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다만 시간적 차이가 크다면 단약을 구제할 수 없었다.
“이 단정 때문에 구양자의 단약 제조 성공률은 높을 수가 없어. 내가 아는 바로 그 사람은 분명 혈제(血祭)를 올릴 거야. 혈제를 올리면 영력이 또 한 번 절정에 이르게 되거든. 그때가 바로 단로에 충격을 가할 때인 거지!”
모완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제를 향해 말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광장 위에서는 구양자가 두 눈을 번쩍 뜨고 있었다. 그는 단약으로 제를 올려 만들어낸 영력이 어째서인지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런 식이라면 5품 단약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이전에는 한 번도 이러지 않았다. 지금은 단약을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였으므로 그는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눈을 번득이며 낮게 외쳤다.
“혈제!”
여섯 개의 빛기둥에 감싸인 여섯 연단사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그들은 이내 결연한 눈빛으로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내단(內丹)을 폭발시켰다. 연이은 펑펑 소리와 함께 피 안개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그와 동시에 미친 듯한 영력이 사방을 휘저으며 포효했다.
원영을 맺다 (1)
광장의 영력이 일정한 고도에 이르자 구양자는 두 손으로 허공에 결인을 찍었다. 그가 올라 탄 단로는 마치 소용돌이처럼 미친 듯이 사방의 모든 영력을 흡수했다. 여섯 개의 빛기둥이 갑자기 요동을 치며 중앙에 놓인 단정으로 쏟아졌다.
구양자의 표정은 더욱 진중해졌다. 이제 조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 행동 하나하나에 일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이전에도 수많은 실패를 해본 그는 이번 연단의 성패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때, 지하 밀실에서 모완이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그녀의 입에서 한 움큼의 단혈(丹血)이 분출됐다. 이 피가 허공의 여섯 개 단정에 흩뿌려지자 순간 모든 단정이 부르르 떨며 그 안에서 발산된 빛기둥이 흩어져 오색찬란한 빛이 됐다. 그 빛은 중앙의 단로를 향해 몰아쳤다.
단로에서는 일곱 빛깔의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 위에 붙은 노란색 종이인 단봉은 미친 듯한 영력이 몰아치던 순간 천천히 아래쪽으로 말리면서 느릿하게 단로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하늘을 짓누를 듯한 압박감이 미치면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단로가 부서졌고 눈알만 한 크기의 푸른색 단약 하나가 나타났다. 허나 그 순간, 그 단약으로부터 파열음이 흘러나오며 균열이 나타났다.
“7품 단약이야!”
모완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외쳤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7품 단약이 단로에서 나오면 이상 현상이 발생해야 하는데 왜 지금은 아무런 이상 현상도 발생하지 않는 거지?”
모완은 단약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중얼거렸다.
한제가 오른손으로 허공을 쥐자 순간 단약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두 손가락 사이에 그 단약을 끼운 한제는 가만히 단약을 응시했다.
단약의 겉면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나 있었다. 그 단약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영력이 온 밀실을 꽉 채웠다.
“이게 7품 단약이라고?”
한제의 물음에 바짝 다가온 모완은 단약을 받아들고 자세히 살피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7품이야. 실제적으로는 6품 상급 단계지. 우리가 단봉을 열었을 때 시간적 차이가 약간 났나 봐. 그래서 단약에 균열이 생기는 바람에 품질이 약간 떨어졌어. 만약 정확한 방법으로 열었다면 분명 7품 이상이었을 거야.
기황문은 4성 수련국의 종파로 5품 이상의 희귀한 단약들도 많이 가지고 있고 단봉으로 보존하기도 해. 단약의 품질로 볼 때 보존된 기한은 적어도 수천 년에 이르는 것 같아.”
한제가 그 단약을 주시하며 말했다.
“아는 단약이야?”
모완은 잠시 고민하다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기황문에서 가장 유명한 단약은 세 가지야. 내 생각이 맞다면 이 단약은 분명 청운단(靑雲丹)일 거야. 청운단의 효능은 대단해서 결단기를 돌파하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래.”
한제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그 단을 집어든 뒤 이모완에게 말했다.
“잠시만!”
모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하게 말했다.
“걱정 마. 실패하더라도 상관없어. 난 이 단정의 힘을 빌어 운천종의 탈천칠정(奪天七鼎)을 파괴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운천종 사람들은 우리한테 신경도 쓰지 못할 거야.”
한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될 거야.”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단정을 힐끗 바라보더니 그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모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다면 다른 사람의 의심을 사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순간 벽에 진 하나가 나타났다. 모완은 몸을 날려 그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밀실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밀실 위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양자의 단약 제조는 이미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는 잔뜩 흥분한 채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다가 한참 뒤에 낮게 외치며 위로 날아올라 두 손을 휘저었다. 순간 단약을 만들어내고 있는 단정이 크게 진동했다.
바로 그때, 바람과 구름의 색이 변하더니 시커멓던 하늘이 갑자기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금빛을 번쩍이는 단약 하나가 천천히 단정에서 솟아올라 점점 더 높은 곳으로 향했다.
그 단약의 주위에서 여섯 개의 유혼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여섯 개의 유혼은 혈제를 위해 자신의 내단(內丹)을 바친 여섯 명의 연단사들이었다. 그들은 단약 주위를 뱅뱅 맴돌았다.
구양자는 신중한 표정으로 포권을 하며 외쳤다.
“여섯 명의 도우여, 내가 이 단약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대들의 도움 덕분이다.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앞으로 이 단약을 육도단(六道丹)이라고 불러 그대들을 기리도록 하겠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섯 개의 유혼은 안심하는 듯한 표정으로 단약을 보더니 하나둘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단약은 천천히 내려와 구양자의 손에 떨어졌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성공했다. 이제 6품 단약을 만들 수 있게 됐어!”
★ ★ ★
한제는 석주 공간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푸른색 단약을 주시했다.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한참 후에야 마음을 정한 그는 그 단약을 입에 집어넣었다.
단약은 그의 입으로 들어가자마자 푸른색 영력이 되어 체내에서 빠르게 돌았다. 고신결이 미친 듯 돌아가면서 그 무궁무진한 영력을 흡수했다. 그와 동시에 한제의 금단은 빠르게 회전하며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보라색 실 형태의 영력이 금단에서 나타났다. 영력의 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한제의 수준은 결단기 후기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고도 그의 수준은 계속해서 치솟았다. 금단은 끊임없이 커졌고 점차 금색 액체가 한 방울씩 금단에서 마치 녹아내리듯 떨어졌다.
그 무렵, 그의 몸은 투명해지기 시작해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변화를 또렷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제의 마음은 아주 평온했고 이 모든 변화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원영이 맺힐 순간을 기다렸다. 금단이 모두 녹아내릴 때가 바로 원영이 맺힐 시기였다.
원영을 맺기 위해 한제는 벌써 4백 년을 몸부림쳐온 상태였다. 긴 시간이긴 했으나, 그 정도면 사실 매우 빠른 편이었다.
한제에게는 원영을 맺는 것이 엄청난 의미였다. 일단 원영기에 이르는 데 성공한다면 이전에 그가 세웠던 계획의 첫 번째 단계를 완료하는 셈이었다. 두 번째 단계는 분신과 본체를 합체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래야만 본체 역시 원영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체가 원영기에 이르면 그는 극의 신식의 제한을 처음으로 돌파할 수 있다. 만약 성공하다면 초나라를 통틀어 그는 가장 강한 사람이 될 터였다.
심지어 수마해에서도 그는 주눅 들지 않고 어느 곳이든 돌아다닐 수 있다. 화신기 수련자와도 싸울 수 있는 근본을 갖춘 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원영기에 이른다는 것은 조나라로 돌아가 복수를 할 실력을 갖춘다는 의미였다.
등화원, 그 이름이 한제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지 벌써 4백 년이었다. 그 원한은 이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누구도 복수에 대한 한제의 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누구든 그를 저지한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동안 등화원의 수준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한제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찌됐든 본체가 원영기에 이르는 데 성공한다면 등화원이 화신기에 이르지 않은 이상 그의 결말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제는 원영기 초기 수준에 불과했던 등화원이 4백 년 만에 화신기에 이르렀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원영기 이상의 수준에서 하나의 단계를 뛰어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신선계는 사다리꼴 모양의 탑과 같아서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