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한편, 삼백 명의 전사들을 이끌고 대열을 유지한 채 전방을 바라보고 있던 ‘사나운 늑대’는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먼저 움직이자 입가에 분노를 토하듯 소리쳤다.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여! 우리가 바랬던 전면전이다! 적은 그저 비쩍 메마른 옥수숫대일 뿐이다. 무기도, 훈련도 우리가 월등히 우세하다! 겁먹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나 ‘사나운 늑대’가 황제 폐하께 맹세하니 너희들을 대승으로 이끌겠다!”
훈련소에 배운 대로 ‘사나운 늑대’는 제일 먼저 전사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와아아아아아아!
삼백 명의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보병 부대! 그 자리에서 산처럼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고, 적을 방어하라!”
일렬과 이열에 있던 백 오십 명의 보병 전사들이 기합과 함께 아군 전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창과 방패를 들었다.
그리고 삼열에 쇠뇌를 들고 있던 오십 명의 보병 전사들도 언제든 지원사격을 할 수 있게 화살을 장전했다.
“궁병 부대! 여기는 숨을 곳도, 방어할 곳도 없는 대초원이다. 내 명령이 떨어지면 적에게 화살 비를 퍼부어라!”
진영 중앙에 자리 잡은 백 명의 궁병 부대도 신속한 동작으로 활줄에 화살을 걸쳤다.
전투 준비는 끝났다.
후방에서 ‘사나운 늑대’가 들소를 탄 아홉 명의 기병대와 함께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조급해하지 마라!”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쏜 화살은 우리 근처에 오지도 못한다!”
“너희들이 들고 있는 활을 믿어라!”
“적이 아직 사정거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나운 늑대’가 들소 등에 두 발을 딛고 일어서서 전방을 바라봤다.
500m, 400m, 300m….
대충 감으로 거리를 쟀지만, 초원의 대전사인 ‘사나운 늑대’의 눈썰미는 그 누구보다 정확했다.
그 순간,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아군 전사들의 활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사나운 늑대’가 궁병 부대에 거침없이 명령을 내렸다.
“지금이다! 목표는 적 진영 중앙!”
“집중사격!”
진영 후방에 있던 궁병 부대가 적 진영 중앙을 향해 일제히 활시위를 놓았다.
순간 푸른 하늘이 검은 먹구름처럼 화살들로 뒤덮였다.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슉!
긴 포물선을 그리던 화살들이 마치 폭격을 퍼부은 것처럼 무섭게 달려오는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으아아악! 으악! 으아아아악!
사방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가벼운 가죽옷으로 무장한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온몸이 화살에 박힌 채 여기저기 쓰러졌다.
“집중사격!”
또다시 ‘하늘의 태양’의 궁병 부대가 폭풍이 몰아치듯 계속해서 활을 쐈다.
* * *
선두에서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을 이끌고 있던 ‘작은 거인’은 몹시 당황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쇼니 부족 전사들의 활 공격에 진영 중앙이 완전히 무너지며 시간이 갈수록 아군 전사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여기도 시체, 저기도 시체.
초원 한복판이 부상당한 전사들의 신음으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모든 전투가 그렇듯 어느 정도 전사들의 피해는 각오했던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쇼니 부족의 활 공격에 맞서 넓게 산개해서 돌진한 게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었다.
더구나 여기는 초원.
물러설 곳도, 피할 곳도 없었다.
‘작은 거인’은 카오키아 대전사와 함께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을 향해 목이 터지라 소리쳤다.
“물러서지 마라!”
“근접 전투를 벌이며 우리가 이긴다!”
“적의 화살 공격을 피하려면 무조건 달려라!”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도 자신이 살려면 그 길밖에 없다는 걸 아는지 죽기 살기로 뛰었다.
그리고 가끔 멈춰 서서 쇼니 부족 전사들을 향해 활을 쏘며 반격하기도 했다.
슉! 슉! 슉! 슉! 슉! 슉!
하지만,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쏜 화살은 쇼니 부족 전사들이 있는 곳까지 닿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전장의 상황이 조금씩 불리하게 돌아가자 ‘작은 거인’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전투가 끝나면 저 활부터 챙긴다.”
아군 전사 수가 사백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작은 거인’은 이번 전투에서 진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근접 전투에서 아군 전사들이 이길 거라고 믿고 있었다.
“뭉쳐 있지 말고, 더 넓게 산개해!
“돌격!”
* * *
무섭게 아군 진영으로 돌진하던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어느새 50m 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사나운 늑대’가 마치 이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 크게 소리쳤다.
“쇠뇌 발사!”
아까부터 화살을 장전한 채 정조준하고 있던 삼열의 보병 부대가 일제히 쇠뇌를 발사했다.
티잉! 티잉! 티잉! 티잉! 티잉!
가벼운 발사음이 들려오며 각궁보다 작은 화살들이 거의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피해 선두에서 달리고 있던 일리노이 전사들이 쇠뇌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으아아아악! 으아악!
하지만, 궁병 부대와 달리 큰 피해는 주지 못했다.
‘사나운 늑대’가 일리노이 연맹의 전사들을 이끄는 대전사를 칭찬했다.
“제법 머리를 쓸 줄 아는군.”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에서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은 넓게 산개해 아군의 활 공격에 대처하며 피해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었다.
그래도 근접전을 대비할 시간을 번 ‘사나운 늑대’가 다시 한번 크게 소리쳤다.
“전군! 전투 준비!”
궁병 부대가 해야 할 임무는 끝이 났다.
이젠 난전과 혼전이 난무하는 근접 전투에서 싸워야 한다.
어느새 일 열과 이 열의 보병 전사들만 빼고 나머지 전사들이 각자 사용할 무기를 꺼내 들었다.
“진영만 유지한다면 우리가 반드시 승리한다!”
“네, 천인장님!”
또다시 보병과 궁병 전사들을 다독이며 ‘사나운 늑대’가 뒤에 있는 들소 기병대에게 쳐다보며 다음 작전을 준비했다.
그때, 일렬에 있던 전사들이 앞다퉈 외쳤다.
“온다!”
“일리노이 전사들이 온다!”
그리고 일리노이 연맹과 전사들과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강하게 충돌하며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챙! 스으윽! 푸우우욱!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던진 창들이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든 방패에 가로막혀 튕겨 나갔다.
철창에 부딪힌 돌창이 허무하게 떨어져 나가고, 검에 가슴이 베인 일리노이 전사가 뒤로 넘어갔다.
방패 사이로 도끼와 검이 예리하게 날아와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의 빈틈을 노렸다.
“적의 진영을 무너뜨려!”
‘작은 거인’과 카오키아 대전사가 자신들을 막고 있는 ‘하늘의 태양’ 전사들을 쓰러트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정신없이 공격을 퍼부어라!”
“어떻게든 난전을 유도해!”
피가 튀기고, 내장이 흘러나오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거의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그 순간, ‘사나운 늑대’가 들소 기병대를 이끌고, 우측 끝에 있는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을 덮쳤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들‥소다!”
“쇼‥니 부족 전사들이 들소를 타고 있다!”
들소와 한 몸이 되어 공격하는 쇼니 부족 전사들을 보고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큰 충격에 휩싸이며 혼란에 빠졌다.
우측에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뒷걸음질을 치며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사나운 늑대’와 들소 기병대가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창과 검에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하나둘 쓰러졌다.
“일리노이 전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돌격한다!”
‘사나운 늑대’와 들소 기병대가 선봉에 서서 길을 뚫으며, 우측에 있던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차례대로 그 뒤를 메꿔 아직 숨이 붙어있는 일리노이 전사들을 빠르게 처리해 나갔다.
으아아아악! 으아악! 으아아악!
* * *
진영이 무너진 지는 오래됐고,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잠깐 사이에 아군 전사들의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심지어 통제도 되지 않았다.
공포와 혼란에 휩싸인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이 앞다투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작은 거인’도 야생 들소를 타는 쇼니 부족 전사들을 보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저 들, 들소를 탄 전사들이…?!”
그때, 카오키아 대전사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작은 거인’의 뺨을 강하게 때렸다.
“대추장님! 이럴 때가 아닙니다. 전장에서 도망쳐야 합니다. 어서!”
조금 정신을 차린 ‘작은 거인’이 횡설수설하듯 말했다.
“마, 마을로 후, 후퇴한다!”
“잘 결정하셨습니다. 대추장님!”
카오키아 대전사가 ‘작은 거인’을 데리고 전사들을 다급히 소리쳤다.
“후퇴하라!”
잠시 후, 저 멀리 ‘발톱’ 마을 방향으로 도망치는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을 보며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한편, ‘사나운 늑대’는 자신을 보좌하는 백인장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천인장님! 지금이라도 추격해서 일리노이 연맹 전사들을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중에 후환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천인장님!”
‘사나운 늑대’는 머릿속에 마치 큰 그림을 그리듯 입가에 묘한 미소를 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예전의 나라면 너희들처럼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와 날카로운 사슴뿔을 믿고 따라와 줬으면 좋겠군.”
* * *
무헤쿤네툭 강(허드슨 강) 상류 서부.
이로쿼이 연맹 주둔지.
‘하늘의 태양’의 국경선 가까이에 주둔지를 건설한 이로쿼이 연맹 전사들은 모히칸 부족 영토를 드나들며 어떻게든 황제와 그의 전사들의 북상하는 것을 저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번 기습도 실패했다고요?”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군. 세 번째인가? 네 번째인가?”
“그나저나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전사는 몇 명입니까?”
“젠장! 이번 기습 실패에 우리 전사들이 또다시 술렁이겠어. 그거 아시오? 우리 전사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소. 하늘의 태양 전사들은 신의 전사라서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고. 심지어 신의 전사들은 그 어떤 무기도 죽일 수도 없다고 하더군.”
“알고 있소. 지금 그 소문 때문에 우리 전사들의 사기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작은 긴집 안에 있던 이로쿼이 연맹 대추장들은 전장의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잔뜩 날이 서 있었다.
그때, 이로쿼이 연맹을 대표하는 ‘거친 숨’이 무거운 장내를 정리하며 ‘치솟는 불길’에게 물었다.
“일리노이 연맹은 어떻게 되었소?”
“일리노이 연맹 측이 전사들을 이끌고 쇼니 부족 영토로 진입했다는 얘기는 다들 아실 겁니다. 하지만, 그 뒤로 전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직 소식이 들어오지 않았네요.”
“그렇다면 상항을 좀 더 지켜본 뒤에 우리가 어떻게 할지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그때, 작은 긴집 안으로 전사가 들어와 ‘거친 숨’에게 긴히 보고했다.
귓속말로 보고를 받던 ‘거친 숨’의 얼굴이 점차 분노로 뒤덮였다.
“무슨 일입니까?”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은데?”
이로쿼이 연맹 대추장들이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거친 숨’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아무래도 아브나키 부족 놈들이 우리를 가지고 장난친 것 같소.”
* * *
‘하늘의 태양’, 모히칸 부족 최북단 성채.
이로쿼이 연맹의 네 번의 기습을 큰 문제없이 막아낸 나는 삼천 명의 전사들을 이끌고 계획대로 최북단 성채에 들러 휴식을 취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오랜 이동과 전투로 인해 누적된 전사들의 피로도 풀고, 또 이로쿼이 연맹과 대치 국면을 계속 유지하려고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리고 군량과 무기를 다시 보급하기 위해.
“아브나키 연맹이 아주 제대로 간을 보는군. 뭐, 아쉽기는 하지만, 언제든 변수는 있으니까. 명분이야, 다시 만들면 되는 거고. 그나저나 지금쯤 용감한 늑대 부대가 상륙하고 있겠군.”
성채에 마련된 거처에서 ‘찬란한 노을’이 보낸 보고서를 읽고 있던 나는 마지막 내용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그토록 내가 찾았던 작물을 알아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