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44)
341화
한편, 행정부 수장인 ‘찬란한 노을’의 집무실에서도 그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그게 사실이에요?”
얼마나 놀랐는지 동공이 커진 ‘찬란한 노을’이 되물었다.
“아직 황제 폐하의 상태를 직접 확인은 못 했어. 지금 그 지역에 있는 우리 정보감찰부 전사들을 급파해서 알아보는 중이야.”
‘발 빠른 사슴’의 설명에도 ‘찬란한 노을’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카토바 부족이 무슨 원한이 있다고 황제 폐하를 독살하려고 했을까요?”
옛날부터 카토바 부족은 독과 독침으로 유명했다.
어쨌든 적은 확률이긴 하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였다.
그래서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발 빠른 사슴’뿐만 아니라 ‘찬란한 노을’도 그 소문에 불길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내가 겪어 본 황제 폐하는 그리 쉽게 죽지 않을 거야. 신의 아들이잖아.”
그 말에 어느 정도 위로가 됐을까?
‘찬란한 노을’은 충격에서 벗어나 지금의 이 비상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봤다.
“……여러 가능성을 두고, 이번 황제 독살 사건의 진상을 다 밝혀낼 겁니다.”
“그래. ‘하늘의 태양’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의원들도 황제 폐하 독살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졌어. 이럴 때일수록 너랑 나 같은 사람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찬란한 노을’은 눈이 차갑게 변해 있었다.
“황제 폐하의 독살에 카토바 부족이 관련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잖아요. 국방부 수장님께 카토바 부족 영토 주변으로 병력을 이동해달라고 전해주세요.”
“카토바 부족을 지금 칠 거야?”
“지금은 아니에요. 우선 카토바 부족을 병력으로 포위해서 허튼수작 못 부리게 압박을 가해야죠. 만일, 독살을 주도한 게 카토바 부족이라면, 그때는 바로 황제 폐하를 복수를 위해 응징해야죠.”
그녀의 응징이라는 말에 진한 살기를 느꼈는지 ‘발 빠른 사슴’이 순간 몸을 움츠렸다.
‘까딱하다간 카토바 부족이 멸족당할 수도 있겠네.’
속으로 그 생각을 하던 ‘발 빠른 사슴’은 어느새 ‘찬란한 노을’과 같은 심정이었다.
“……최근에 카토바 부족과 거래했던 모든 상단을 체포해 압수수색을 해주세요. 특히, ‘붉은 머리카락’ 대의원들 진영의 상단들은 이유 불문하고 다잡아주세요.”
“너도 황제 폐하 독살을 주도한 세력이 내부에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네. 예전에 황제 후보였던 대의원이 독살된 적이 있었잖아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최근에 ‘붉은 머리카락’ 대의원들 진영이 운영하는 상단이 카토바 부족을 방문했고요.”
“그래. 맞아. 네가 저번에 지시한 대로 그들 상단이 수상하긴 했어. 최대한 빨리 국방부와 자경단의 협조를 받아 그 상단들을 체포할게.”
‘발 빠른 사슴’은 그 내용을 수첩에 빠르게 적고 나서 고개를 들어 ‘찬란한 노을’을 쳐다봤다.
“다음 지시는?”
“친위대에서 연락이 오려면 아직 멀었죠?”
“빠르면 이틀, 늦어도 사흘 안에 황제 폐하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을 거야.”
“혹시 모르니 황제 폐하의 치료를 위해 ‘하늘의 태양’에서 최고 실력을 갖춘 치료사와 주술사를 파견해주세요. 천일교의 협조도 부탁해요.”
“알았어.”
‘찬란한 노을’은 최악의 상황을 그리며 빠르게 대책을 세워나갔다.
“……대회의장에 모여 있는 대의원들에게 지금의 비상사태를 잘 설명해서 최대한 많은 협조를 받아야 할 것 같아요. 국정에 관련된 여러 사안이나 카토바 부족과의 전쟁이 바로 통과할 수 있게.”
“그래야지.”
“수장님도 바쁘시니까 이건 제가 맡을게요. 다른 행정기구 수장들과 잘 상의해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할게요.”
그 외에도 ‘찬란한 노을’은 마치 큰 덫을 설치하듯 몇 가지 더 지시를 내렸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달이 뜨다’가 울먹거리는 모습으로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찬, 찬란한 노을! 남…편이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게 사…실이야?”
“그게….”
“…….”
순간 ‘발 빠른 사슴’이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당황한 듯 멈칫거리며 ‘찬란한 노을’을 힐끔 쳐다봤다.
“정확하게 말…해줘.”
“언니! 설마. 그 헛소문을 믿어요?”
“그렇지? ‘아주 큰 이천일’한테 아무 일도 없는 거지?”
“언니도 아시잖아요. 황제 폐하께서 신의 아들이라는 거.”
“알지.”
‘달이 뜨다’가 눈물을 그치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찬란한 노을’이 밝은 얼굴로 그녀를 다시 한 번 안심시켰다.
“황제 폐하께서는 살아 있어요. 극소수만 알고 있지만… 미안해요. 언니! 나라의 중요한 일이라 극비로 진행하고 있어서 언니한테 미리 말을 못했어요.”
“그랬구나. 난 또 괜한 걱정을 했네.”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달이 뜨다’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모른 척할게. 나라의 중요한 일이 잘 마무리될 때까지.”
‘찬란한 노을’이 부탁하고 싶은 말을 ‘달이 뜨다’가 먼저 말했다.
“고마워요. 언니!”
“일하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내가 너무 오래 붙잡아뒀네. 가 볼게. ‘발 빠른 사슴’ 수장님도 수고하세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좀 전과 다르게 ‘달이 뜨다’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찬란한 노을!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거짓말을 해?”
집무실 바깥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발 빠른 사슴’이 ‘찬란한 노을’을 작은 목소리로 나무라는 듯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리가 없어요. 분명 황제 폐하는 살아 있어요. 아니, 확신해요. 그래서 언니한테 그렇게 말한 거고요.”
“휴우! 그래. 지금은 그게 나을 수도 있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발 빠른 사슴’이 뒤돌아섰다.
“너도 대회의장에 있는 대의원들에게 보고 준비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가 볼 게.”
“수장님! 제가 부탁한 거 잊지 마시고,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주세요.”
“이런 일, 한두 번 하나? 걱정하지 마!”
‘발 빠른 사슴’도 나가자, 집무실에 혼자 남은 ‘찬란한 노을’이 그제야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 * *
‘아주 큰’ 도시, 대회의장.
가을 대의원 정기회의를 앞두고, 비상사태가 일어났다.
황제 독살.
‘하늘의 태양’의 중대한 사건인 만큼 대의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긴급회의에 참석했다.
“황제 폐하께서 카토바 부족한테 독살당했다는 사실이오?”
“아직 나도 잘 모르오. 곧 행정기구 수장들한테 자세히 들어보면 알게 되겠죠.”
“만일, 소문대로 황제 폐하께서 독살당했다면 카토바 부족을 가만두지 않겠소.”
아주 큰 충격이 휩싸인 듯 대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대회의장 중앙에 모여 있는 ‘붉은 머리카락’과 그 무리의 대의원들도 황제 폐하 독살 사건은 충격을 넘어 분노로 뒤덮었다.
“감히 황제 폐하를 독살하려고 해?”
“대의원님! 카토바 부족에게 지금 당장 복수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붉은 머리카락’을 지지하는 대의원들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저 역시도 카토바 부족의 치사한 짓거리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지금처럼 적극 지지해주신다면 이 안건을 제가 제일 먼저 상정하겠습니다.”
‘붉은 머리카락’도 다른 대의원들처럼 잔뜩 화가 났는지 말하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다들 조용히 하십시오.”
때마침, 대의원들의 의장인 ‘숲의 사냥꾼’이 단상으로 올라가 회의를 진행했다.
“다들 소식을 들었겠지만, 지금부터 그 안건으로 긴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정확하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행정부 수장은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단상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찬란한 노을’이 앞으로 나와 ‘숲은 사냥꾼’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네.”
황제이기도 하지만, 사위인 ‘아주 큰 이천일’의 독살 소식에 ‘숲의 사냥꾼’은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다.
단상 중앙에 선 ‘찬란한 노을’은 최대한 차분하게 대의원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께서 독을 드신 것도, 사경을 헤매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치료사와 주술사를 급파해 황제 폐하를 살리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회의장에 순식간에 가라앉으며 대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도대체 행정기구 수장으로서 뭐하는 겁니까?”
“황제 폐하께서 왜 카토바 부족을 방문한 게 하는 겁니까?”
“이건 황제 폐하를 잘 보필하지 못한 각 행정기구 수장들의 잘못입니다.”
“고작 이 백 명의 친위대 전사들로 카토바 부족을 방문했다고요? 이게 말이 되나요?”
‘찬란한 노을’은 각 행정기구 수장을 대표해 대의원들 앞에서 깊은 사과를 건네며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했다.
잠시 후, 대회의장의 원성과 비난이 잠잠해졌다.
각 행정기구 수장들이 내놓은 대책이 그리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현재 비상사태인 만큼 대의원들은 최대한 협조적으로 모든 안건을 처리했다.
그때, ‘붉은 머리카락’이 손을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장님! 황제 폐하께서 독을 당했는데, 카토바 부족을 이대로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은 아니죠? 해서, 대의원들을 대표해 제가 안건 하나를 상정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하늘의 태양’ 전사들을 동원해서 카토바 부족을 정복할 것을 제안합니다.”
“옳소.”
“찬성합니다.”
“동의합니다.”
‘붉은 머리카락’의 제안에 대의원들이 박수와 함께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 지지에 화답이라도 하듯 ‘붉은 머리카락’이 가슴을 한번 활짝 펴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멀리서 그런 ‘붉은 머리카락’을 ‘찬란한 노을’이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네가 독살을 사주한 건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 * *
‘하늘의 태양’, 포우하탄 부족 마을.
성벽으로 둘러싼 마을에 한 상단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줄이 길어.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면 좀 시간이 걸릴 듯하군. 여기서 잠시 대기하도록.”
“네, 상단주님!”
상단주의 명령에 상단 직원들과 호위 전사들이 도로 한쪽으로 짐을 옮겨 대기했다.
대기 줄 끝에 선 상단주는 자경단 전사와 긴히 얘기를 나누었다.
“개인 상단이 ‘머리카락’ 상단이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인원이 많아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할 일이 마친 자경단 전사가 마을 안으로 다급히 뛰어들어갔다.
잠시 후, 대대급 병력 정도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머리카락’ 상단을 에워싸며 소리쳤다.
“지금부터 상부의 명령에 따라 ‘머리카락’ 상단 사람들을 체포하겠습니다. 모든 물건이나 짐은 그 자리에 놔두고, 저희 전사들의 지시에 따라주시면 됩니다.”
“체포에 응하지 않거나 반항하시면 강제 연행을 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동작 그만! 상단 호위 전사들은 지금 당장 무기를 버린다!”
죄인처럼 마을 안으로 줄줄이 끌려가는 상단 직원들을 보자, ‘머리카락’ 상단의 상단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반항했다.
“뭐하는 겁니까? 나라에 엄연히 법이 있는데, 일절 설명도 없이 강제 연행을 하다니! 우리 ‘머리카락’ 상단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 이리 부족 지역을 대표하는 대의원인…”
“시끄럽군.”
“네, 대대장님!”
‘머리카락’ 상단 상단주는 마지막 말을 끝내지 못한 채 주변에 있던 전사들에 곤봉으로 두들겨 맞고 기절했다.
* * *
포우하탄 마을, 자경단 건물 지하.
‘머리카락’ 상단주와 상단 사람들은 끌려온 영문도 모른 채 자경단 건물에서 이틀 동안 잠도 못 자고 밤새 조사를 받았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감옥이라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수도에서 나온 이후부터 행적을 다시 적어주시면 됩니다.”
“또요? 지난번에 저의 행적을 다 적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몇 번을 적은지 모르겠습니다.”
피곤함에 찌든 상단 직원이 볼멘소리를 내며 연필과 종이를 잡았다.
그때, 자경단과 전사들 뒤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찾았다!”
상단 직원이 그를 보고 너무 깜짝 놀라 악령을 본 듯 경기를 일으켰다.
“황… 황제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