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211
210화 정면돌파
이경천과 이화의 손에 의해 조작된 완전한(?) 천마신공을 받아든 천마혈족 장로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비급에 매달렸다.
“흐흐흐! 결국, 천마 자리에 욕심이 있었던 게요?”
“당연한 소리! 세상에 누가 천마위에 욕심을 내지 않겠는가!”
“하지만 검토가 필요하오.”
“맞소이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요.”
이경천이 천마위에 욕심이 있어 순순히 협조한 거다.
그러나 진품인지에 대한 확인은 필요하다.
천마혈족 장로들의 의견은 쉬이 합치되었다.
대무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연청운의 존재는 배제되었다.
“천마신공만 복구할 수 있다면 두려울 것이 무에 있겠소이까.”
“옳소이다. 온전한 천마신공만 손에 넣는다면 외부에서 온 천마든, 반천파든 눈치 볼 것 없소이다. 죄다 짓밟아버리면 되는 것이지!”
연청운의 무위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설픈 대응은 피해를 키울 뿐이다.
마존을 동원할 수 있다면 확실하겠지만, 입천신마존의 개입으로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천마신공을 수복하는 것이 확실한 선택일 것이다.
제 딴에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자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힘에 대한 탐욕으로 정신이 나가 있었다.
“평생을 익혀온 천마신공이 아닌가. 부족한 걸 조금 채워 넣는 정도라면 금방이지!”
“맞소이다. 일부 소실된 것을 보완한다면 완전한 천마신공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오.”
“이거, 다음 천마를 누구로 뽑을 건지 고민해야 할 것 같소이다. 하하하하하!”
과거에는 교주와 직전 후계들만이 천마신공을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천마신공의 진의가 일부 소실되면서 그 보완을 위해 일족 전체가 매달리기 시작했다.
천마혈족 장로라면 성취의 차이일 뿐 천마신공을 익힌 이유였다.
때문에 다들 탐욕스럽게 이경천이 보낸 보완된(?) 천마신공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이경천이 보내온 천마신공에는 비어 있는 부분이 온전하게(?) 수록되어 있었기에 천마혈족 장로들은 미친 듯이 비급을 탐닉했다.
“대장로와 이원보 장로는 아직도 소식이 없소이까?”
“흥! 제 잘난 맛에 사는 그들 형제 따위가 뭐 그리 대수겠소.”
“암! 그렇지! 이젠 더 이상 입천신마존 따위에게 두려움을 품을 필요가 없소이다! 우리에게 진짜 천마신공이 돌아왔어요!”
“그들 형제의 소용도 끝이라고 봐야지요. 하하하하!”
이원군 대장로와 이원보 장로를 내세운 것은 언젠가 입천신마존이 궐기한다면 화살받이로 써먹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크하하하! 힘이 넘치는구나!”
“과연 천마신공이로다!”
“크르르르륵!”
넘치는 힘을 참을 수 없었던지, 한 장로가 입고 있던 상의를 갈가리 찢었다.
그러자 노인이라 볼 수 없는 근육질의 육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으음…….”
일부 소수의 장로들은 그런 혈육이자 동료들의 광기 어린 모습에 침음을 삼켰다.
이경천이 보내온 천마신공을 경계해 주의를 기울이며 살폈던 자들이다.
그 일부의 장로들은 현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무리 봐도 마성이 폭주하여 날뛰는 전조 증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함부로 입을 놀릴 수는 없었다.
정말 마성이 폭주한다면 그나마 정상인 장로들은 순식간에 찢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정신줄을 잡고 있던 장로들은 빠르게 책임을 미룰 방도를 찾았다.
“……대장로께 가봐야겠소.”
“그럽시다.”
서둘러 자리를 벗어난 장로들은 곧장 대장로의 거처로 향했다.
콰앙!
“대장로! 대장로 있소이까!”
거처의 문을 열어젖힌 장로들은 눈앞에 펼쳐진 잔혹한 광경에 사색이 되었다.
“이, 이게 대체…….”
핏기가 사라진 이원보 장로의 시체가 푸줏간 돼지고기마냥 갈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그 주변으로도 십여 구의 시체가 늘어선 채 방안 가득 피 냄새를 풍겼다.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크하하하하!”
끔찍한 광경에 경악한 장로들의 옆에서 사람의 몰골이라 할 수 없는 악귀가 광소(狂笑)와 함께 칼을 휘둘렀다.
“으아악!”
“대장로 미쳤소이까?”
“아악!!”
미쳐 날뛰는 이원군 대장로의 공격을 장로들이 어떻게든 대적해보려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원군 대장로는 장로들의 저항을 가볍게 찍어 눌렀다.
순식간에 쌓아 올려진 장로들의 시체 위에서 이원군 대장로가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크하하하! 천마신교를 위해서다! 크하하하하하하!”
갈고리에 매달린 채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는 이원보 장로의 시체가 탁한 눈동자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우경호는 눈치가 빨랐다.
방임주의에 가까운 입천신마존의 영향력 아래에서 그 재능을 살려 권력의 흐름을 잘 좇았고, 반천파 내에서 나름의 입지를 키워냈다.
그런 우경호가 연청운을 찾아간 직후 죽었다.
발견된 시신의 상태를 볼 때 죽은 지 하루 이상 경과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반천파가 모인 곳에서 돌기 시작한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특히 죽은 모습에 주목했다.
“머리가 부서져 죽었다고?”
“그렇다고 하더라고.”
반천파 마인들은 쉽게 그날을 떠올렸다.
습격한 반천파 마인들 머리를 모조리 뜯어내서 입천신마존 앞에 던지고 밟아 부쉈던 모습.
입천신마존의 면전에서 그런 일을 저지른 자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없었다.
그런 만큼 충격도 컸었다.
“천마 그 양반 짓인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거참! 이번 천마는 대체 종잡을 수가 없구만.”
거침없이 막 나가는 행보를 보이다가도 그릇이 큰 대인배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람 머리를 뽑아, 밟아 부쉈다고 한다.
문제는 죽은 우경호의 성격이다. 그는 함부로 다른 이와 척을 지는 인물이 아니다.
“대체 어느 쪽이지?”
지난번이야 복면을 쓰고 습격을 했으니 죽어도 싸다고 여겼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정말 천마가 손을 썼다면 이건 좀 이상했다.
“광증(狂症)이라도 있는 건가?”
확실히 똘끼가 미친놈 수준이긴 했다.
아니면 급격한 무공의 성장에 따른 후유증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환영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쯤에서 누군가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아니면 우리에게 보내는 전언(傳言)일지도 모르지.”
“전언?”
“어설프게 정치질하지 말라던가……. 우가 놈이 좀 그런 성향이었던 것은 사실이잖아?”
“그건…….”
그다지 달가운 해석이 아니었기에 반박하려던 이가 말끝을 흐렸다.
“으음…….”
거침없던 행보를 생각하면 꽤 맞아떨어지는 해석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폭군(暴君)이다.
새로 등극하려는 천마가 피를 탐하는 독단적인 폭군이다?
“어우! 쓰벌. 갑자기 확 깨네.”
갑자기 좋았던 인상이 흐려진다.
첫 등장 때부터 느낀 호감이 반전되는 느낌이어서인지 더욱 강하게 부각되어졌다.
“다른 쪽도 난리야.”
“응? 왜? 뭐가?”
“순천파에서도 죽은 사람이 제법 나온 모양이더라고.”
“하하하! 그거 좋은 소식 아닌가?”
“그래. 근데, 죽은 작자들이 무려 천마혈족의 장로들이라더군.”
“진짜?”
충격적인 이야기다.
대무장에서 천마가 평천마왕을 일격에 토막 낸 이야기에 준할 정도다.
“이거…… 내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겠는데?”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
요 며칠 도전자는 나오지 않았다.
순천파는 나에 대한 대응을 완전히 포기하기라도 한 듯 방관했다.
차라리 보름 동안 얌전히 기다렸다가 마존을 올리거나, 입천신마존의 손에 머리가 박살 나는 꼴 보기를 선택한 것처럼 보였다.
풍문으로 들려오는 위험한 소문을 들을 때까진.
“제대로 미쳐 돌아가네.”
하나는 천마혈족의 장로들이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였고, 다른 하나는 내가 미친놈이거나 천하의 개쓰레기라는 소문이었다.
덕분에 천마신교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삭막해졌다.
문제는 이 분위기가 무척이나 낯익다는 점이다.
천자산에서 느꼈던 그 분위기다.
뭐랄까. 혈교도 그렇고, 학도 그렇고, 하는 짓거리가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이다.
그쪽 동네에만 배포되어있는 정형화된 교본 같은 거라도 있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읽으며 각오를 확고히 다졌다.
‘밀리면 끝장이다.’
천자산에서는 든든한 뒷배들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아니다.
도망칠 길이라곤 없는 배수의 진이다.
밀리면 죽는다.
“어째 편하게 흘러간다 했다. 어휴!”
그동안은 그래도 대무장이라는 최소한의 규칙이 있는 범위 내에서 싸움이 벌어졌지만, 이제부턴 그딴 것 없이 피 터지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그래, 엿새면 오래 버텼지.”
오늘 운세는 천마신교에 온 이후로 가장 험난할 것 같다.
***
요 며칠간의 축제 같았던 분위기가 꿈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늘 대무장의 분위기는 무겁다 못해 흉흉했다.
순천파가 내게 차륜전을 걸어왔을 때의 우중충한 분위기를 가볍게 뛰어넘는 흉흉함이 끓는 물처럼 요동쳤다.
다만, 그때와는 달리 순천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반천파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무장을 둘러싼 반천파는 마치 처형장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편하게 가긴 글러 먹은 것 같다.
“시건방진 놈들이 감히…….”
마치 나를 심판이라도 하겠다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당연히 이화를 비롯해 나를 따르는 이들이 곱게 볼 리가 없다.
“수틀리면 다 뒤집어도 좋지만, 아직은 아니야.”
나는 분노해 있는 내 사람들을 다독였다.
일단은.
“……존명.”
내 한마디에 당장이라도 대무장 주변을 치워버릴 기세를 드러내던 이들이 노기를 참아 눌렀다.
일촉즉발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대무장 위로 올라섰다.
그 순간 득달같이 화살촉처럼 뾰족한 말이 날아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말하라.”
“우경호……. 천마께서 죽이셨소?”
이미 답은 정해 놓는 채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는 내가 머물고 있던 신당을 찾아왔고, 자기 발로 떠났다. 그 뒤로는 몰라.”
“그 말을 어찌 믿을 수 있겠소!”
그럴 거면 왜 묻는 건지 모르겠다.
저들은 우경호의 죽음이 문제가 아니다.
내 성향을 문제 삼아 경계하고 있다.
우경호를 죽인 나를 폭군으로 여기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도 저들이 이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일 것이다.
“내가 하지 않은 일에 굳이 변명할 필요가 있나?”
“허나…….”
“착각하지 마! 내가 대무장을 개방한 것은 그리고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너희들 비위를 맞춰주기 위함이 아니야.”
이 말은 실책일지도 모른다.
저들이 나를 폭군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아집으로 받아들여질 테니까.
하지만 나는 천마다.
저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내가 택할 길은 하나뿐이다.
“못 믿겠다면 올라와서 내 목을 따고, 머리를 부수면 된다. 그러라고 있는 대무장이 아닌가!”
나는 천마로서 내 입장을 고수했다.
“주둥이로만 떠들 거면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