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43)
143 보고 싶은 나의 딸 리아나에게
이 세상에는 정말 신기한 일이 많다.
마녀로 살아오면서 스승님 밑에서 많은 걸 배우고 경험했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맞닥뜨리면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이른 새벽에 잠을 잔 뒤 깨어나자, 라파가 엄청난 수의 나비 떼를 몰고 다니고 있었다.
“와우.”
타티아나는 애써 몸에 익힌 귀부인의 예법 따위 까맣게 잊어버리고 중얼거렸다.
“라파 씨, 대단하네요.”
라파의 몸과 주변이 온통 오색찬란한 나비로 가득하다.
커다란 몸집이 나비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타티아나는 감탄하며 라파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유령처럼 속에 실체가 없는 갑옷기사단도 놀라웠지만 타티아나한테는 지금의 나비 떼가 더 신기하다.
스승과 함께 살던 숲에서도 신비로운 것들은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름다운 건 본 적 없다.
“만져봐도 되나요?”
물어보자 라파가 나비 떼 속에서 한숨 쉬었다.
“글쎄, 다른 사람이 가까이 가거나 만지려고 하면 이놈들이 물려고 하던데.”
“물어요?”
“… 그래.”
라파가 다시 한숨 쉰다.
“그래도 사람이 다칠 정도로 물지는 않아.”
라파가 고개를 조금 갸우뚱한 것 같다.
나비가 뿜는 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나비 떼가 라파의 동작에 따라 갸우뚱 움직였다.
잘 보면 라파가 움직이는 대로 나비 떼가 이동하고 있다.
마치 라파가 조종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단하다.
“하지만 타티아나는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마녀는 원래 정령이 좋아하는 인간이니까.”
“어… 그런 거예요?”
타티아나가 깜짝 놀라자 라파가 웃는다.
“내가 그 얘기를 안 했던가? 내 추측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해.”
“….”
라파는, 정령이 마녀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상한 일이 생기고 그래서 마녀라고 불리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하는 모양이다.
마녀로 인한 불행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는 정령이 일으키는 거라고.
애정하는 인간이 슬퍼하면, 정령이 분노해 그 원인을 제거하는 거라고 한다.
‘설마… 진짜로 그런 걸까.’
마녀는 불길한 존재가 아니라 단지 정령이 좋아해 주는 존재로 그저 보통 사람일 뿐인가.
라파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그렇다고 말하면 정말일지도 모른다.
라파는 가끔 이상하지만 많은 걸 알고, 또 왜인지 몰라도 대부분 그가 말하는 대로 된다.
그의 말이 옳다고 나중에 알게 되곤 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가 맞을지도, 아니, 분명히 맞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보통 사람.’
그 말이 차분히 심장에 스몄다.
코가 시큰해진다.
동물과 인간을 다른 존재로 보는 것처럼, 마녀는 스스로를 인간이 아닌 ‘마녀’로 인식한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 마녀는 다르게 태어났다고,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고, 그러니 인간에게 배척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마녀들은 말한다.
하지만 아니라면.
단순한 인간이라면.
“….”
그러기를 얼마나 바랐나.
한데 지금 라파가 그렇게 말해준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모든 행동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타티아나를 마녀가 아닌 그냥 인간으로, 여자로 봐준다.
….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인간 남자와 함께 지내는 마녀도 드물게 있지만 마녀라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여 주는 사람은 없다.
보통은 발각되는 시점에서 헤어지거나 둘 중 하나가 떠난다.
하지만 라파는 마녀인 그녀를 여자로 받아들이고, 이 가문에서도 마녀라는 걸 눈치챘지만 버리지 않았다.
떠나라고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곳 사람들, 할아버님과 할머님, 아버님과 어머님도 라파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서일까.
‘그러면 좋겠다.’
라파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가문 사람들에게도 평범하게,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받아들여지면 좋겠다고 언제부턴가 욕심을 부리게 되었다.
그게 욕심이라고 충분히 알고 있는데, 라파가 괜찮아, 욕심 아니야, 그렇게 말해준다.
단순히 정령의 사랑을 받을 뿐, 너도 평범한 보통 여자라고.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고개를 숙이는데 라파가 다가와 그녀를 껴안았다.
커다란 몸과 나비에 타티아나의 몸이 폭 싸였다.
두 사람의 몸이 닿으면서 먼지 날아가듯 흩어졌던 나비가 다시 몰려와 두 사람을 감싼다.
마치 나비로 된 꽃밭에 들어간 것 같다.
나비에 닿은 피부가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 온도는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피부에 감정이 스며드는 것 같다.
따뜻하고 다정한 뭔가가 피부에 닿으며 몸 전체를 감쌌다.
마치 나비 떼가 그녀한테 말하는 것 같다.
안녕, 타티아나, 만나서 반가워요.
“다행이다.”
라파가 웃으면서 깊이 숨 쉬었다.
“이 녀석들이 너까지 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역시 괜찮아.”
나비에 싸여 잘 보이지 않던 라파의 얼굴이 가까이 내려왔다.
라파는 몸을 많이 숙여 이마를 콩 부딪치고 웃었다.
“혹시 당분간 접근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그런데 왜 얼굴이 그래. 또 뭔가 슬픈 생각을 했어?”
“… 아니요.”
타티아나가 해쭉 웃자 라파는 입술로 그녀의 이마를 살짝 만졌다.
입술이 스치고 지나간 이마에 열이 머무는 것 같다.
왠지 한 번 더 그 입술이 받고 싶어졌다.
라파가 그녀의 손을 잡는다.
“한번 만져볼래?”
유난히 목소리가 다정하다.
분명 타티아나가 울 뻔한 걸 알아차린 거다.
“….”
공작가에 오기 전에는 매일 붙어있었는데 요즘에는 각자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매일 이어지는 예절 공부와 할머님과의 다과회, 공작가의 역사나 가풍을 배우는 시간.
타티아나도 한숨 쉴 시간조차 없을 만큼 바쁘지만 라파도 연일 빈 시간 없이 돌아다녔다.
밤에도 타티아나가 먼저 잠이 드는 경우가 많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차분히 눈 마주칠 시간이 적었다.
‘어쩌면 나, 조금 모자랐을까.’
이 남자가, 이 사람이라는 성분이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가깝게, 조금 더 이 따뜻한 피부가 닿기를 원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타티아나는 두툼한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손과 손이 빈틈없이 맞물린다.
단지 그렇게 했을 뿐인데 마음이 심하게 충족되었다.
‘역시….’
라파의 온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이 사람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안심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야.’
이 사람과 혼인해서 좋았다.
이 남자가 그녀를 좋아해 줘서, 원해줘서 좋았어.
라파의 얼굴이 무서워 다른 여자가 좋아하지 않아 다행이다.
만일 그가 아버지의 아름다운 외모를 닮았다면 그녀를 만날 때까지 혼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가졌을 거야.’
이 남자를 원하는 여자가 이 세상에 거의 없을 거라는 사실에 안심한다.
그녀가 마녀라도 라파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가 관심을 보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외모라면 그런 여성은 정말로 적을 것이다.
누군가가 훔치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자신이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추한 거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진심이니까.
라파는 그녀와 겹쳐 손을 잡은 채 나비에 손을 뻗었다.
화려한 색색의 나비가 손끝으로 와 빙글빙글 돌며 날아다녔다.
일반적인 나비의 움직임과는 다르다.
방향이 자유자재다.
“거꾸로 날아요.”
타티아나가 신기해하자 라파가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몸이 빈틈없이 바짝 붙는다.
타티아나를 뒤에서 안은 채 라파가 귓가에 속삭였다.
“만져 봐.”
그가 말하는 대로 나비에 손을 대자, 나비가 스스로 날아와 손바닥 안에 들어갔다.
손안에서 바스락거리며 날개가 움직인다.
잠자리 날개를 잡은 것처럼 바삭바삭했다.
따뜻하고 서늘하고 감각이 이상하다.
“아…!”
나비가 날개를 접은 채 가느다란 다리로 그녀의 손가락을 잡았다.
얼굴을 나비에 가까이 대자, 커다란 눈이 타티아나를 보았다.
접힌 날개가 파르르 흔들리면서 빛나는 가루가 얼굴 주위로 흩어졌다.
가루가 피부에 닿아 녹는다.
[… 사랑스러운… 귀여운… 지킨다… 사랑스러운… 아이… 지켜… 우리의 사랑… 사랑스러운….]피부에 닿은 가루가 속삭이는 듯했다.
들리지 않는데 왠지 감정이 들리는 것 같다.
“역시 정령은 너를 좋아해.”
라파가 몸을 구부려 귓가에서 속삭였다.
“….”
어, 근데 왜 손이 이상한 데로 가 있나요.
지금 아침인데.
조금 있으면 매디즈 부인이 올 텐데.
라파의 손이 수상하게 그녀의 몸을 더듬거렸다.
“라파 씨.”
타티아나가 라파의 손을 잡자 나비 떼들이 일제히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왠지 모르지만 기뻐하는 것 같다.
“우리 사이가 좋으면 저 녀석들이 기뻐하는 것 같아.”
아니, 그런 거 아니니까.
지금 손을 잡은 건 그만두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령은 라파와 타티아나가 서로 투닥거리며 밀거니 당기거니 하자 더욱 요란하게 날아다니며 주위를 맴돌았다.
확실히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어쩌면…. 그래, 이래서 마녀가 울면 안 되는 거구나.’
정령은 아무래도 인간의 행동이나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마녀가 울면서 누군가를 원망한다는, 그런 특정한 행동을 보고서야 정령이 움직이는 것이다.
반대로, 그렇게 하지만 않으면 정령은 인간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모른다는 뜻이 된다.
인간과 정령은 같은 세상에 살지만 완전히 다른 존재인 거야.
“….”
그렇게 완전히 다른 존재인데, 그런 정령의 감정을 이런 식으로나마 느끼게 하는 라파는 정말 정말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문득 고개 내린 타티아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어?”
언제 옷이 반이나 벗겨졌지?
어깨며 허벅지가 모두 드러나 있다.
타티아나가 당황해서 손을 허우적거리자 라파가 크게 웃었다.
“뭘 생각하느라 그렇게 멍하니 있었어? 언제 눈치채나 한참 기다렸네.”
“놀랐잖아요.”
장난이었던 것 같다.
‘하긴 이런 시간에 뭔가 할 리가 없지.’
조금 있으면 매디즈 부인이 들어올 시간이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우울해하는 타티아나를 위로하려는 거였는지도 모른다.
라파가 타티아나의 머리에 턱을 올렸다.
나비가 술렁거리며 라파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멀어지고, 또다른 나비 떼가 다가왔다 멀어졌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라파의 시야에 들어가려고 한다.
“이 녀석들, 흙에 닿지도 않았는데 저희 맘대로 만드라고라 씨앗에 들어가더니 멋대로 튀어나오더라구. 앞으로는 만드라고라가 씨앗 같은 거 만들지 않게 잘 감시해야겠어.”
“알겠어요. 맡겨 주세요.”
타티아나가 자신 있게 말하자 라파가 작게 웃었다.
“부탁해, 부인. 이제 진짜로 늘어나면 곤란해. 내 주위가 수상한 걸로 가득 차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설 판이야.”
“….”
원래 라파는 인간 이상이었다.
드래곤과 식인개미를 뚝딱뚝딱 잡아내는 마법사를, 사람들은 보통 인간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자기를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라파가 이상한 거다.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타티아나는 꿀꺽 말을 삼켰다.
타티아나의 모습이 재미있었을까.
오색찬란한 빛의 나비들이 웃는 것처럼 요란하게 날갯짓하며 날아다닌다.
타티아나는 남편 품에 안겨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 행복해.’
이런 다정한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타티아나는 남몰래 바랐다.
*
요즘 들어 문득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잦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불투명한 막이 드리워진 것처럼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머릿속에 뭔가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흐릿하다.
공왕은 줄줄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길게 숨을 쉬었다.
옷이 땀에 젖어 축축하다.
이대로는 잠들 것 같지 않아, 공왕은 시종을 부르는 줄을 당겼다.
긴 줄은 벽에 숨겨져 시종이 대기하는 방까지 연결되어 있다.
줄을 당기면 시종이 대기하는 옆방의 종이 울린다.
잠시 기다리자 시종이 방으로 들어왔다.
“갈아입을 옷을 다오. 땀에 젖었구나.”
부른 이유를 시종은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미 손에 새 옷을 공손히 받쳐 들고 있었다.
“또 나쁜 꿈을 꾸셨습니까?”
“아아.”
신음처럼 대답하자 시종은 물 적신 천으로 공왕의 얼굴과 몸을 닦았다.
옷을 갈아입히며 시종이 그의 안색을 살핀다.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마녀를 불러 보시면 어떠실지요.”
시종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의사도 원인을 모른다 하니 저주를 의심하는 모양이다.
공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단순한 악몽일 뿐이다.”
시종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악몽을 꾸기 시작한 건 발테르 공작가에 가짜 공주를 보낸 뒤부터였다.
이유는 몰라도 그 일이 마음에 걸려 악몽을 꾸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왜인지 모르겠구나.’
발테르 공작은 리아나 공주를 손자의 며느리로 맞이한 뒤 아무 말도 없다.
의례적인 서신이 한차례 오갔을 뿐이다.
원래 그럴 거라고 생각했으니 거기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
처음부터 야만인 손자와 혼인하는 공주에 큰 의미는 없었다.
제대로 된 준비 기간도 주어지지 않은 걸 보면 그저 남들 눈에 보이기 위한 결혼이다.
공왕도 처음부터 짐작한 일이고, 공주의 주변 잡기와 의상조차 이전에 시집온 여성의 물건을 넣어 보냈다.
옷이 몸에 맞지 않는 건 조금 심했을까 싶었지만, 원래 가짜 공주의 소유물은 적다.
공작가에 보낼 정도의 드레스나 물건은 애초에 갖고 있지 않았다.
공작가에서도 속으로 욕은 했을지 모르나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면 그렇다.
다만 그날 이후 공주의 빈자리가 신경 쓰였다.
왠지 그래서는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해선 안 될 짓을 저질렀어.
그런 생각에 자꾸만 주인 없는 공주의 처소를 찾게 된다.
보낼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던 공주의 빈자리가 이제 와서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어차피 진짜 딸도 아닌데.
“….”
어째서지.
공왕은 어두운 허공을 노려보았다.
진짜 딸도 아닌데.
그 말이 떠오르는 순간 뭔가가 걸린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일을 잊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이 초조해진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아프다.
공왕은 잠시 자지 못한 채 뒤척이다 결국 몸을 일으켰다.
시종은 아직 나가지 않은 채 구석에 서 있었다.
“공주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종이를 준비해다오.”
시종이 조금 당황한 듯 그를 보았지만, 공왕은 훌쩍 이불을 젖히고 일어났다.
마음이 급하다.
책상에 앉자 시종이 서둘러 공주에게 보낼 만한 종이를 골라 가지런히 놓았다.
펜과 잉크를 준비하는 시종의 손을 보면서, 공왕은 시작을 어떤 말로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뭐라고 써야 할까.
‘나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가짜 딸이다.
한데 그런 공주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공왕은 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례적인 문구 뒤에 쓴 건 ‘보고 싶은 나의 리아나’라는 말이었다.
왠지 자연스럽게 그런 말이 나왔다.
그렇게 한마디 시작하자 겨우 자기 마음을 알게 된 것 같다.
보고 싶다.
왠지 모르지만 리아나가 보고 싶었다.
나의 귀여운 리아나.
사랑스러운 내 딸.
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