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80
80
우리 순위 몇이야?
영화 ‘의열단’ 초반부 사로잡는 젊은 독립운동가는 누구?
‘블랙 아웃’ 인연 계속된다…. 조민환, 아위 이안과 훈훈한 투샷 공개
깜짝 카메오 출연에 놀란 관객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이게 벌써 개봉했구나.”
다행히 악플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기사의 댓글은 팬들이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안은 다른 연예 뉴스란을 훑었다.
“어?”
다이아몬드 활동 시절의 사진이 포털 사이트 한쪽에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었다.
‘트로트의 남자’ 1회, 주목받는 트로트 신예는 누구?
…아이돌 그룹 ‘다이아몬드’ 출신의 임태우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준수한 얼굴과 실력, 그리고 사연까지 안방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임태우는 심사위원의 좋은 평가를 받았고 방송 이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안은 마시던 물도 내려놓고 기사를 훑었다. 뚫어져라 핸드폰만 바라보는 이안을 조태웅이 툭 쳤다.
“뭐 재밌는 거 있어? 쉬는 시간 끝났어 들어가야 해.”
“어? 어어 갈게.”
이안이 핸드폰을 껐다. 운과 실력이 따라 줘야겠지만 임태우는 아마 잘할 것이다.
* * *
시간이 흘러 아위의 컴백 쇼케이스 당일이 되었다. 아위는 팬들이 보내 준 서포트 음식을 든든하게 먹고 무대 위에 올라섰다.
그룹 단체 인사를 외치고 포토 타임 끝에 자리에 착석했다.
“이번 앨범은 전 멤버가 참여한 앨범이던데, 작업 과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짤막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랑 진혁이가 틀을 잡고, 멤버들이랑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곡을 작업했습니다. 작곡을 배운 멤버들도 있어서 작업에 어려운 부분은 없었어요.”
이주혁이 웃으면서 덧붙였다.
“멤버들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안도 한마디 거들었다.
“주혁이 형이 거의 다 작업한 거나 마찬가지죠.”
기자 쇼케이스에서는 저번보다 많은 기자들이 찾아와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타이틀이 라틴 팝 사운드의 장르라는데 작년에 팝 음악계에서 유행했던 곡과 비슷한 분위기의 곡인가요?”
“그거보다 좀 더 신나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따가 들어 보시면 알 거예요.”
조태웅이 대답했다.
그룹이 인기가 있어지니 무례한 질문들이 많이 없어졌다. 그들은 편한 마음으로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
성공적으로 기자 쇼케이스를 마친 아위는 공연장 대기실로 들어왔다.
“아 긴장돼 죽겠다.”
곧 있을 팬 쇼케이스를 위해 머리와 메이크업을 손보던 박진혁이 초조한 얼굴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우리 순위 몇이야?”
“형 아직 뜨지도 않았어요. 아직 55분이에요.”
다른 멤버들도 초조함에 대기실을 왔다 갔다 움직이고 있었다. 이안이 김주영을 툭 쳤다.
“이번에는 몇 위 예상하냐?”
“난 1위.”
“1위? 오바야. 한 10위 안에만 들어가도 오지는 거 아니냐?”
“하트 수가 저번보다 많이 높더라고.”
그중에서 가장 부담이 많았을 이주혁은 평온한 표정으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형은 긴장 안 돼요?”
“아까는 토할 것 같았는데 지금은 괜찮네.”
사실 긴장을 풀려고 애써 게임을 하고 있는 거지만, 이주혁은 사실 이미 다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동안 아위의 차트 진입 순위는 블루믹의 곡으로 1위, 정세준의 곡으로 6위였다. 이주혁은 그보다 낮게 나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20위권 안에만 들어가도 여한이 없었다.
“갱신됐어요!”
“나도 볼래.”
멤버들이 박서담의 옆에 착 붙어서 그의 작은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다.
박서담은 일부러 차트의 맨 끝으로 스크롤을 내리고 천천히 순위를 확인했다. 조태웅이 답답해서 말했다.
“우리 이제 위에서부터 내려갈 때도 됐잖아?”
“형, 극적 연출이라는 거에요. 불만이면 형 폰으로 봐요.”
“다 같이 보는 맛이 있잖아.”
“어? 우리 예전 곡도 올라가 있네요?”
팬덤 스밍 덕분인지 차트 중간중간 아위의 지난 타이틀 곡들이 눈에 띄었다.
“여기 있다.”
“오, 높네.”
32위에 앨범 수록곡 하나가 차트에 올랐다. 23위와 21위에, 그리고 16위와 10위에 이번 앨범 수록곡이 전부 차트인했다. 멤버들이 감탄을 내뱉었다. 이어서 타이틀 곡의 순위를 확인한 그들이 펄쩍 뛰었다.
“미친!”
“5위!”
“형 우리 5위 했어요!”
박서담이 기뻐서 이주혁을 살살 흔들었다. 이주혁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박서담의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았다.
5위. 진짜 진입 5위였다. 이주혁이 주먹을 꽈악 쥐었다.
* * *
“우리 5위래요.”
“5위요?!”
물론 멤버들만 신난 게 아니었다. 쇼케이스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팬들도 웅성거리면서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의 휴대폰 상단바에는 이미 음소거 된 음악이 재생되고 있었다.
“미쳤다 미쳤어.”
“다행이다….”
믿기지 않아서 새로 고침을 반복하는 팬들도, 기뻐서 목소리가 커진 팬들도 있었다.
“5위 미쳤다. 우리 애들 대슈스네.”
“이번 곡 개쩔지않아요?”
아위덤 김은하도 쇼케이스 현장을 찾았다. 덕질 친구인 이다솔은 티켓을 구하지 못해 함께하지 못했다. 그녀는 무료함에 홀로 서 있다가 다른 팬 무리들과 친목을 했다.
“홈 이름이 뭐예요?”
“블루 딜라잇이요.”
“저 팔로우 했는데! 현이 홈마 맞죠?”
“맞아요.”
무리 중에는 홈마도 껴 있었다. ‘탑시드는 아니네.’라고 생각한 김은하가 일부러 아는 척을 했다.
“아 빨리 들어가고 싶다.”
“지금 다리에 감각이 없어요.”
“카메라 갖고 온 거죠?”
이안의 홈마, 슈가 크러쉬의 물음에 블루 딜라잇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은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가방도 작은데 어디에 카메라가 있다는 건지 의아했다.
“카메라요? 어디요? 공연 사진 못 찍지 않아요?”
김은하의 물음에 홈마 두 명이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모르시는구나…. 사진은 몰래 찍어야죠. 그리고 카메라는… 여기에 있어요.”
그녀는 자신의 하체를 가리켰다.
촬영이 금지된 곳에서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는 수법이 있었다. 긴 치마를 입고 렌즈와 바디를 분리한 카메라를 다리에 고정하는 방법이다. 어떤 거로 고정하느냐, 바로 테이프였다.
“와… 다 이래요?”
“알음알음 쓰는 방법이죠.”
홈마들 대부분이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이유가 이래서였다.
“근데 이 방법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요. 잡을 수가 없으니 보내 주는 거지. 치마를 들춰 볼 수도 없고 다리를 만질 수도 없고.”
“근데 외국 애들은 빠꾸 없어요. 전에 미국 NMA에 갔을 때는 가드가 내 사타구니까지 툭툭 쳐서 카메라 잡으려고 했었다니까요?”
“진짜요?! 그거 성추행 아냐?”
“그런데 어쩌겠어요…. 걸릴까 봐 가만히 있었지. 다시 생각해 보니 기분 되게 나쁘네요.”
‘애초에 기분 나쁜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됐잖아?’라고 말하려던 김은하가 입을 꾸욱 다물었다.
“근데 플루토랑 핑키레이디 사귀는 거 아세요?”
“진짜요?”
김은하가 목소리를 높혔다. 블루 딜라잇이 대단한 비밀을 말하는 것마냥 속삭였다.
“저 아는 홈마 언니 플루토 찍으러 다니는데 걔네 도산공원에서 데이트한 거 봤대요.”
“세상에… 누구랑 누구요?”
“누구였더라? 기억은 안 나는데 플루토에 3명이랑 핑키레이디 3명이래요.”
“무슨 3대 3 미팅이라도 했나 보네요? 아림픽에서 눈 맞았다에 내 전재산 걸죠.”
주위 사람들이 웃었다. 이런 가십거리가 흥미롭긴 했지만 사실 김은하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적당히 걸러 들어야겠다 생각하며 하하 웃었다.
“이분 재밌네.”
“오프 계속 다니시죠? 번호 좀 찍어 줄래요?”
무리 중에는 사생도 있어서 찝찝한 기분이었지만, 그들에게서 얻는 정보를 생각하면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김은하가 망설이다가 번호를 찍었다.
‘아는 사람 있으면 좋겠지….’
그녀들은 쇼케이스에 들어가기 전에 번호 교환을 끝냈다.
* * *
“감사합니다!”
“와 줘서 고마워요!”
앵콜 공연까지 마친 아위가 팬들을 향해 인사했다.
이안은 대기실로 돌아오는 와중에 기지개를 쭉 켰다.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전날까지 밤샘 연습을 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몸이 가벼웠다.
“죠탱, 그 슬로건 뭐야?”
“아까 어떤 팬이 던지더라고. 그래서 주웠지.”
“그래? 내 껀 왜 안 보였지?”
“아까 보니까 스태프가 제재하더라고.”
사실 무대 위에 인형이나 슬로건을 던지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었다. 슬로건은 몰라도 인형은 가수가 잘못 맞으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일주일 음방 지옥이네.”
“그래도 N넷 일정 없으니까 편하지 않냐?”
“편하긴 한데ㅍ 그 말은 매니저 형들 앞에 있을 때는 하지 말자.”
아위는 화요일에 쇼케이스를, 금요일부터 음악방송 일정을 소화한다. 원래 N넷이랑 틀어지지 않았더라면 목요일부터 시작할 일정이었었다.
“내일 쉬나?”
“내일은 마이튜브에 올라갈 안무 영상 찍으러 간대.”
“우리 이미 찍었잖아?”
“그거 말고 뮤비처럼 각 잡고 찍는 거.”
마이튜브의 이용자 수가 무시 못 할 수준이 되자, 방송사에는 따로 채널을 만들어 아이돌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거의 반나절은 찍을걸?”
“그렇게 오래 찍나?”
“그렇다던데? 그래도 거기 나가면 팬들이 좋아하잖아.”
그들이 내일 찍을 ‘스튜디오 링고’는 은퇴한 음악방송 피디가 개설한 채널이었다.
뮤비처럼 화려한 세트장과 세심한 카메라 워크, 개인 직캠뿐만 아니라 표정 직캠까지 챙겨줘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급부상하는 채널이었다.
“음방이 없어도 바쁘네.”
“그러게 말이야.”
이안과 조태웅이 한숨을 쉬었다.
* * *
숙소에 들어 온 아위는 어김없이 거실 한복판에 누웠다. 멍하니 음원 사이트만 바라보던 이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잠 안 오면 우리 야식 먹고 잘래?”
“좋다. 우리 파티 하자. 치킨 어때?”
박진혁의 치킨 소리에 벌떡 일어난 김주영이 배달 앱을 켰다.
“시킨다?”
“오케이.”
“얘들아 근데 나 몸이 좀 좋지 않은데….”
이주혁이 끙 앓았다.
“형, 형이 빠지면 어떡해요.”
“내가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했었나 봐.”
김 현이 이주혁의 머리에 손을 댔다. 김 현이 화들짝 놀랐다.
“헐, 이 형 열나!”
“안 돼!”
이주혁을 제외한 멤버 전원, 자칭 ‘이주혁 과로사 방지위원회’가 벌떡 일어나 이주혁의 주위로 모였다. 이주혁이 하하 웃었다.
“나 잠만 침대 가서 누워 있을게.”
“형 죽이라도 먹을래요? 죽 시킬까?”
“우리 해열제 어딨지?”
“아냐 나도 치킨 먹을 거야.”
걱정하는 멤버들을 뒤로하고 이주혁이 비틀거리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죽겠다….”
침대에 풀썩 누운 이주혁이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주요 음원 사이트를 훑었다.
“1위….”
그는 믿기지 않아서 음원 사이트를 계속해서 새로 고침했다. 심야시간대, 팬들의 스밍총공으로 올라간 순위는 1위였다.
심지어 수록곡까지 위로 올라가 줄을 세우는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진짜 1위네.”
계속 새로 고침 해도 갱신 시간이 안 되어서 바뀌지도 않을 텐데, 이주혁은 하염없이 그 화면을 보고 또 봤고, 계속해서 스크롤을 위로 올렸다.
혹시 순위에서 갑자기 사라질까 봐 화면까지 캡쳐한 이주혁이 기뻐서 헤헤 웃었다. 이윽고 그의 눈에 고인 눈물이 툭 떨어져 베갯잇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