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203
204.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2)
암케나의 화면에 홀로그램 창이 떠 올랐다.
[Tips/유적이란?] [유적은 섹터마다 배치되어 있는 특수 구역이며,유적에서는 요일 던전에서 얻을 수 없는 각종 희귀한 재료 및 젬을획득할 수 있습니다. 단,아이템은 유 적을 점령한 상태에서만 채집 가능하 므로, 다른 마스터가 점령했다면 빼앗고 자신이 점령을 했다면 수비를 단단히 굳혀야겠죠?]
사실 차원의 틈이 개방되는 30층부터 근처에 유적이 있긴 있었다.
다만 30층 구간은 소수전 위주였기에, 자원이 얼마 필요하지 않아서 내버려 두고 있었을 뿐.
하지만,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급자족으로 전력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왔으니까.
유적에서 죽치고 있는 다른 유저들과 싸움이 붙는 한이 있더라도 자원을 캐와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군.’
암케나는 유적에 대해 알아보고 있 었다.
필요 없는 싸움은 하지 않지만,
필요한 싸움은 사양하지 않는다.
일류 마스터가 되기 위한 철칙 중 하나였다.
암케나는 곧장 바공정 메뉴를 개빙한 뒤 연료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그괴고 차원의 틈 탭에서 ‘섹터’ 버 튼을 눌렀다.
바둑판 형식의 넓은 맵이 나타났다.
가운데에 있는 파란 탑 모양의 아이 콘이 현재 대기실의 위치.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두 개의 붉은 탑 아이콘이 있다.
다른 계정의 좌표였다.
다만 붉은 탑의 중앙에는 ’X’자가 쳐져 있다.
장기 미접속 계정.
즉,접었다는 뜻이었다.
’준비는 해 놨지.’
지도의 대부분은 안개로 덮여 있었 지만,현 위치의 북동쪽 끝에 수정탑 모양의 아이콘이 놓여 있다.
유적이 었다.
캐피탈리즘 호를 빼앗고 난 뒤,정 비사에게 미리 지시를 내려놓았었다.
시간이 남을 때 섹터 어딘가에 있는 유적을 찾아놓으라고.
결국에는 쓰이게 된다니까.
[마스터,파견을 시작합니다!]
[파견 가능한 비공정 – ‘캐피탈리즘
호(★★★)’,’루세트 호(★★)•]
[파견 가능한 인원 – ‘1 파티’,’2파티]
뒤이어 화면에 파견창이 떠올랐다. 이곳에서 나갈 비공정과 파티를 선
택하면,지정된 좌표로 해당 멤버가 출격하게 된다.
[전부 선택!] [‘1 파티’를 출전시키겠습니까?] [Yes / No]아니지.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서브 마스터,_한(★★★★)’이 제안 합니다.] [파견 멤버 – ‘한(★★★★)’,’제나 (★★★★)’,’벨키스트(★★★★)]1파티를 모두 데려갈 필요는 없다. 카티오는 비공정 건조 때문에 빠질 수
없는 인재였고, 키샤샤는 가장 열성적 으로 훈련소의 신입들을 돕고 있었다.
‘세 명이면 돼.’
자원을 얻기 위한 전쟁에서,인력을 소모시킬 생각은 없으니까.
나의 제안에 잠깐 고민하던 암케나는 결국 파견 인원을 셋으로 한정했다.
“세 명이서 간다는 말이오?”
“그래. 많이 가봤자 걸리적거리기만
하거든.”
“그거 마음에 드는군.”
“저는 좀 그래요. 상대가 수로 압박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어부지리를 노려봐야지. 전투직들을 이런 싸움에서 버릴 수는 없잖냐.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면,다른 애들을 부를 거야.”
40층부터는 초보자 제한도 풀려서, PVP에서 영웅이 사망하면 그대로 끝 이었다.
‘할 수 있다.’
유적에서는 보통 두 개에서 세 개의 세력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들 사이에 적당히 파고들면서 이 간질을 하고, 싸움이 일어나는 타이밍을
노린다면 소수 인원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타이밍 때, 본대를 투입하여 제압.
나는 니플헤임에서도 이런 방식으 로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유 적을 점령했었다.
물론,선발대로는 웬만한 싸움으로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만한,최정예 멤버들이 필요하긴 했다.
내가 제나와 벨키스트를 부른 이유 였다.
[파견을 시작합니다!] [예약이 적용되었습니다.]암케나는 예약 파견을 걸어놓았다. 지금이 영웅들의 수면 시간대라는
건 알고 있을 테니까.
좌표는 섹터 북동부의 중형 유적. 유적 점령이 시작되는 시간은 대기실
기준으로 내일 오후였다.
“내일 먼저 우리 세 명이 유적으로
나간다. 물약하고 무기를 챙겨와.” “그러지.”
벨키스트는 차가운 웃음을 머금고는 훈련실을 나갔다.
어지간히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으음,다른 쪽과 싸우는 건 안 내키
지만…… 상황이 이러면 어쩔 수 없죠. 내일부터 잘 부탁해요, 오빠.”
제나도 내게 인사한 다음 숙소 쪽으로 향했다.
‘점령 전인가.’
꽤 오랜만이다.
니플헤임이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시비를 거는 놈들이 없었거든.
기본 전략은 우리가 선발대로 나서서 적들을 정리한 뒤 본대를 투입시키는 것이지만,가능하다면 세 명이서 상황을 끝내고 싶다. 그게 효율적이니까.
[마스터,접속을 종료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 [그럼 안녕히!]일과를 마친 암케나가 게임을 꼈다. 밤이 늦었지. 나도 내일을 준비해야
했다.
당분간은 치열한 날들이 이어질 테 니까.
언젠 안 그랬냐 만은.
‘잘 자라.’
나는 암케나에게 밤 인사를 한 다음, 훈련실을 나갔다.
그리고 이튿날 오후.
“천천히! 천천히 나와!”
차원의 틈의 왼쪽에 설치된 격납고 에서,비공정이 움직이고 있었다.
노란 정비복을 입은 라디가 경광봉을 흔들며,새로 건조된 비공정인 루세트 호를 출구 빙향으로 유도하는 중이었다.
“긴장하지 말고. 숨 편하게 쉬어. 손 에서 힘 빼고!”
〈알겠습니다아아!〉
쾅!
루세트 호의 왼쪽 날개가 격납고 구 석에 부딪혀 찌그러졌다.
“……안전한 거 맞죠?”
제나가 불안한 듯이 나를 돌아봤다.
벨키스트는 두 자루 검을 등에 멘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안전할 거다. 아마도.”
“아마도라니. 추락사는 죽어도 싫은데.”
과당.
요란한 소음과 함께 루세트 호가 정 지 했다.
캐피탈리즘 호보다 두 단계는 작은 소형 비공정.
소수로 나가는 만큼,이 정도면 충 분할 것이다.
‘여기도 시끄러워졌네.’
처음 만들어질 때는 숨소리 하나 안
들리더니.
나는 오른쪽을 보았다. 카티오의 지
휘에 따라 세 번째 비공정이 만들어 지는 중이었다.
십수 명의 기술자들이 나무와 금속 으로 비공정의 기본 틀을 조립하고 있었다.
〈이제 타시면 됩니다!〉
촤륵. 철커덕.
루세트 호의 난간에서 계단이 내려 왔다.
나는 예비용 칼집을 굳게 쥐고는, 계단의 첫 번째 단을 밟았다.
“나 없는 동안 잘 부탁한다.”
“걱정 마시길.”
네리사가 깍듯이 허리를 숙였다.
그 옆에서 키샤샤가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와라,한. 나도 가고 싶었지만,
구구가 하도 놀아달라고 보채는 바람 에……:’
〈이 꼬맹이가…… 나도 따라가 겠……!>
“안 돼,구구! 가만히 있어!”
“꾸엑!”
키샤샤가 손에 힘을 주자 비둘기가 손끝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나는 픽 웃고는 계단을 마저 올랐다. 〈배신자 놈! 기껏 구해줬더니,나를
이곳에 버려두고 가는 것이냐!〉 시끄럽네.
누군가 떽떽거리는 것 같지만 무시 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제나가 올라오자,계단이 위로 올라오더니 접혔다.
〈루세트 호,출항합니다! 꽉 붙잡으 세요!〉
우우웅.
땅에서 반쯤 떠오른 루세트 호가 차 원의 소용돌이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키샤샤가 바둥거 리는 구구콘을 품에 안고 차원의 틈을 나갔다.
네리사는 난간 안쪽의 나를 보고 있 었다.
‘준비해둬라.’
나는 네리사에게 입모양으로 속삭 였다.
네리사가 가볍게 묵례했다.
5성 소환.
큰 싸움을 앞에 두고 있는 만큼 더는 지체할 수 없다.
점령전을 끝낸 뒤,대기실로 돌아오면 시작할 예정이었다.
비공정이 탑 바깥으로 나가자, 나는 제나와 벨키스트를 선실로 모은 다음 점령전의 브리핑을 시작했다.
싸움이 벌어지면 수십 수백 명이 유적 필드 위에서 난전을 벌일 것이다.
“진형이 필요하다 이거네요. 삼각진
맞죠?”
“그래. 각자 한 구역씩을 맡아서 처 리해야 돼. 옛날에 지겹게 연습하지 않았냐?’
“요즘에는 혼자 훈련할 때가 많으니 까요.”
“뭐,좋소. 싸움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이 말이구려.”
덜커덩!
비공정이 우측으로 크게 흔들렸다.
벨키스트가 미간을 좁혔다.
“운전 한번 더럽게 하는군.”
“초보라잖냐.”
현 루세트 호의 파일럿은 라디의 조
수였다.
지금 직책은 예비 정비사. 라디도 비공정 건조로 대기실을 비울 수 없 으니,운항을 위해선 저런 녀석이라도 끌고 와야 했다.
“시간이 남았는데,방심하진 마라. 유적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공격받 을 수 있으니까.”
거의 모든 유적에서는 작든 크든 전 투가 벌어진다.
탐색전이든,전면전이든.
잠깐만 점령해도 커다란 보상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슬슬 때가 됐는데.’
루세트 호가 출항한 지도 수 시간이 지났다.
유적에 도착하기까지는 길어야 3〜40분. 내 기억으로는 이 시점부터 전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난전 구역 이었다.
〈저기!〉
다급한 목소리로 선내의 스피커가 울렸다.
나는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전방에 접근하는 비공정,발견했
습니다!〉
제나와 벨키스트의 눈빛이 변했다. 나는 두 명에게 눈짓을 하고 나서
갑판으로 나갔다.
칼집에서 검을 반쯤 빼든 채로. 갑판으로 올라오니. 하늘 너머에서
하얀 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타 소속 비공정.
눈을 크게 뜨자 대강의 윤곽이 잡혔다. ‘소형,아니,초소형인가?’
비공정이 점차 다가왔다.
전투 준비를 하던 나는 칼집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저건.’
털털털.
통통배처럼 생긴 쪼그마한 배가 이 쪽으로 날아왔다.
대포는커녕 발리스타 하나도 설치 되어 있지 않고,갑판 위에 허름한 복 장의 아낙네 한 명만 서 있을 뿐이었 다. 구석에는 물자로 보이는 듯한 아 이템이 쌓여 있다.
“…….”
아낙네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힐끗 보더니,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초소형 비공정이 루세트 호 를 지나쳐갔다.
‘뭐지.,
저쪽은 분명히 유적 방향이었다.
픽 미 업에서의 비공식적 배틀 필드
인데,저딴 무장의 비공정이 저기서 날아온다고?
심지어 배 구석에는 전리품으로 추 정되는 재료가 놓여 있었다.
〈어,그러니까…….〉
“무시하고 계속 가.”
조종실에 있던 작달막한 체구의 소
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몇 가지 불안한 예감이 떠올랐다. 그 느낌은 유적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더욱 심해졌다.
오면서 마주친 몇 대의 비공정들은 하나같이 비무장 상태의 상선이었다.
이쪽을 봤을 텐데도 그들은 전혀 전 투태세를 갖추지 않은 채 우리를 지 나쳐갔다.
심지어 인사까지 하는 놈들도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투가 벌어진다고 하지 않았소?”
벨키스트가 나를 돌아보았다.
하늘은 쾌청하고,비공정들이 하늘을 떠다니고 있다.
그 어디서도 대포 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았다.
‘이미 점령을 굳힌 상태라는 건가?’
그렇다고 보기엔,다른 세력의 감시 정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니플헤임의 구역에서도 감시용 비 공정들은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데.
마침내,루세트 호가 유적 바로 앞 까지 접근했다.
하늘에 떠올라 있는 거대한 섬. 그 위에서 수십 미터 크기의 거대 크리 스탈이 솟아 있다.
유적 필드의 전경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으레 있을 법한 높은 성벽도,삼엄한 대포망도,포격을 준 비하고 있는 비공정들도 없었다. 항구 를 따라 상선들이 오갈 뿐이었다.
[띠 링!] [‘루세트 호가 중형 유적 (847D)에 도착했습니다!] [해당 유적은 ‘은별’ 길드에 의해 점 령된 상태입니다. 길드의 상세 내용을 확인하시 겠습니 까?] [Yes / No]이거 원.
별꼴을 다 보겠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Yes’를 터치
했다.
[힐링과 꽃내음이 가득한 라이트 유 저의 낙원!][은별 길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길드 마스터 – 새초롬]
[길드 인원 – 24명]
[소개말 – Only 라이트 유저,심시티
유저, 초식 유저들을 위한 길드입니다! PVP 성향의 유저분들은 절대 받지 않 으니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친목을 다지면서 화목하게 게임하실 분 환영 합니다. 같이,재밌게 픽 미 업을 즐겨 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