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206)
“왜 그러세요?”
“왜 그러십니까?”
건우의 다급한 시선을 받은 신비술사 조윤아와 집사 나이트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에 건우가 움찔거리면서, ‘불꽃 찐빵’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면서 물었다.
“여기, 요거 안 보여요?”
―요거라니? 위대한 존재한테!
불꽃 찐빵이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잔뜩 부풀렸다.
하지만 조윤아와 나이트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거기에 뭔가 있나요?”
“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만…….”
둘의 반응에 건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슬쩍 불꽃 찐빵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불꽃 찐빵이 부풀리던 몸을 다시 원상 복구하면서 말했다.
―뭘, 그렇게 봐? 약속 지키는 중이잖아. 저 인간들은 나를 못 봐. 느끼지도 못하고.
“아.”
건우는 불꽃 찐빵의 말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불꽃 찐빵은 건우가 내건 조건 중의 하나를 성실하게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누구한테도 모습을 들키면 안 된다고 했지. 존재감도 드러내면 안 되고…….’
건우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불꽃 찐빵이 말을 이었다.
―설마, 너한테도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는 건 아니겠지?
“그건 그렇죠.”
―그럼 약속 지키고 있는 거니까, 문제없지?
“음, 맞아요. 문제없어요.”
건우가 그렇게 말하자, 불꽃 찐빵이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짧은 팔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건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조윤아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혼자서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저희들이 보지 못하는 뭔가가 있나요?”
“아니, 그게…….”
그 물음에 건우가 우물쭈물했다.
자신의 어깨 위에 ‘불의 위대한 정령’이 올라와 있다고 말하기에는 여러모로 사정이 안 좋았던 것이다.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데…… 여기에 뭔가 있다고 말하면 미친놈 취급당하기 딱 좋지.’
그때였다.
불꽃 찐빵이 몸을 빵빵하게 부풀리면서 말했다.
―그냥 숨기지 말고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뭘 그렇게 재는 거야? 평소에도 그러던데…… 쫄?
그 말에 건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 양반이, 자기 일 아니라고 말을 너무 쉽게 하시네. 그리고 쫄이라는 말은 어디서 배워 와서는…….’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이라고 해서 비밀들을 말하고 싶지 않을까?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속 시원하게 다 밝히고 싶은 심정이었다.
불꽃 찐빵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끙끙 앓다가는 빨리 죽어. 뭐, 그것도 나쁘지만은 않겠지만…….
불꽃 찐빵은 그렇게 말하더니 액체처럼 추욱 늘어졌다. 그러더니 건우의 목덜미에 목도리처럼 걸렸다.
―아무튼 나는 좀 쉬어야지. 여기가 가장 편해.
그러면서 완전히 자리를 잡는 불꽃 찐빵.
건우는 목에서 느껴지는 뜨끈한 부드러움을 느끼면서, 여러 의미가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조윤아와 나이트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몸이 편찮으신가요? 오늘따라 뭔가 이상해 보여요.”
“만약 편찮으시다면, 저희가 최고의 의료진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둘이 그렇게 말하자, 건우가 열심히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자꾸 나오려는 한숨을 숨기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정말로…….”
“그럼 다행이구요. 일단, 오늘은 그만 일어날까요?”
조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건우를 먼저 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에 건우는 은근히 기꺼워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
“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인데…….”
끝까지 건우를 걱정해 주는 조윤아.
건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심경의 변화가 오는 것을 느꼈다.
‘조금만 더 믿어 볼까?’
그렇게 생각한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결심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사실, 아까 말했던 그 문장…… 나랑 연관이 있어.”
“네?”
“그 초등학교 운동장에 생긴 문장. 거기서 소환된 존재가 중국의 엘프들을 데리고 와 준 거야.”
건우의 갑작스러운 고백.
그에 조윤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소환이요? 그럼 그 문양이 뭔가를 소환하기 위한 것이었나요?”
“응.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령 소환진이야. 결국 소환된 건 정령이라고 보기엔 너무 괴물 같은 존재였지만…….”
건우가 그렇게 말하자, 건우의 목에 늘어져서 있던 불꽃 찐빵이 반응했다.
―엉? 내 얘기했어?
그 물음에 건우가 입을 열려다가 말았다. 괜히 허공에 대고 헛소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조윤아하고 나이트가 다시 걱정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윤아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물었다.
“정령보다 괴물 같은 존재라면 어떤 존재였나요?”
“불의 위대한 존재였어.”
“불의 위대한 존재요?”
“응. 불 그 자체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굳이 따지자면 정령왕?”
“정, 정령왕이요?”
조윤아는 ‘정령왕’이라는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터무니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윤아가 그에 대해서 말을 이었다.
“정령들의 왕이라는 뜻인가요? 킹?”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한데…… 쉽게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숨을 크게 쉬었다. 꽁꽁 싸매고 있던 비밀 중의 하나를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뿐해진 기분이었다.
조윤아가 그 모습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계속 여쭤보기만 해서 죄송한데…… 정령왕 정도면 어느 정도 위력을 지닌 정령이죠?”
그 물음에 건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가 그렇게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건우의 목에 축 늘어져 있던 불꽃 찐빵이 건우에게 뭔가 말을 건넸다.
그 순간 건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조윤아가 그것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갑자기 얼굴색이 창백해지셨어요.”
“으응? 아니, 좀 놀라서…… 방금 막, 그 불의 위대한 존재한테 대답을 들었거든.”
“방금이요?”
“응.”
건우의 대답에 조윤아가 잠시 방 안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 불의 위대한 존재라고 불릴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모습을 숨기고 있으니까. 지금은 여기 있어.”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목덜미를 가리켰다.
그에 조윤아가 무척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럼, 그분이 뭐라고 대답하시던가요?”
그 물음에 건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불꽃 찐빵이 했던 말을 그대로 알려 주었다.
“다 태워 버릴 수 있다는데?”
“네?”
“세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모든 걸 다 태워 버릴 수 있다고…… 하네?”
건우의 말이 끝나자, 짧은 침묵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짧은 침묵이 이어지는 사이, 불꽃 찐빵이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잠자기 딱 조오타.
세상을 다 태워 버릴 수 있다는 존재치고는 상당히 무게감 없는 목소리였다.
* * *
건우는 대화를 마치고서, 조윤아와 나이트에게 초인 셰프 정수찬 레스토랑에 같이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은 참석할 수 없음을 밝혔다. 엘프들과 드워프들의 지구 정착에 대해서 준비할 거리가 많다는 이유였다.
물론 그 외에도 불의 위대한 존재로 인해 생각할 거리가 많아 보이기도 했다.
‘표정이 꽤 복잡해 보였지.’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목덜미에 늘어져 있는 불꽃 찐빵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에 불꽃 찐빵이 바로 반응했다.
―왜? 할 말 있어?
“아뇨. 그냥 무의식적으로 쓰다듬었어요. 목에 뭔가 얹어져 있으니까 신경 쓰이네요.”
―흠, 그래? 그럼 신경 안 쓰이게 해 줘야지.
불꽃 찐빵은 그렇게 말하면서 목에서 다시 어깨로 자리했다. 건우는 슬쩍 고개를 돌려서 불꽃 찐빵을 바라봤다.
―왜? 뭘 봐? 또 할 말 있어?
“음,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냥. 편한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인데?
“흐음, 그래요? 그런데 왠지 그 모습은 하와가 자주 소환하는 불의 정령들이랑 비슷하네요.”
건우의 말에 불꽃 찐빵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근본은 같으니까.
“근본이요?”
―같은 불이잖아? 어렵게 생각하지 마. 가끔 보면, 인간들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 말을 들은 건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수긍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조윤아와 나이트를 배웅해 준 하와와 엘, 소아, 가온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와 동시에 하와와 엘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왕!?”
“빨간 찐빵이랍니다!”
단번에 불꽃 찐빵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소아와 가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어디?”
갸웅?
두 정령과는 다르게, 소아와 가온은 불꽃 찐빵이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본 불꽃 찐빵이 말했다.
―얘들이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노카운트지?
“네. 그런데 어째 말투가 점점 바뀌는 것 같은데요?”
―지난번에 세상 나들이 좀 하면서 좀 배웠지. 어때? 요즘 사람 같지?
불꽃 찐빵은 그렇게 말하면서 건우의 어깨에서 통통 뛰었다. 마치 자신을 칭찬하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본 하와와 엘이 눈을 연신 반짝이면서, 불꽃 찐빵의 움직임에 맞춰 고개를 위아래로 까딱였다.
바로 그때였다.
―불이 먼저 돌아와 있었군.
―돌아왔다.
―다녀왔어요.
‘물의 위대한 존재’, ‘땅의 위대한 존재’, ‘바람의 위대한 존재’.
각각 하늘색, 노랑색, 연두색을 띤 찐빵들이 허공에서 ‘뿅’하고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건우의 어깨에 다 같이 안착했다.
덕분에 건우의 양어깨는 찐빵 둘둘로 만석이 되었다.
“하와왓!”
“찐빵이 늘었답니다!”
새로운 찐빵의 등장에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는 하와와 엘.
다만, 소아와 가온은 답답해 보였다.
“우리는 안 보여!”
갸웅!
건우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찐빵들에게 말했다.
“다들 구경 다 했어요?”
그에 찐빵들이 통통 뛰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건우가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슬슬 들어가 보셔야죠.”
그 말에 찐빵들이 단체로 움찔거렸다.
그러다가 불꽃 찐빵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좀 주기적으로 소환해 주면 안 돼?
“흐음, 그러기엔 조금 부담스러운데요?”
―조금은 편해지지 않았어? 그리고 지금 모습으로 유지한다고 약속할게. 어때?
“지금 모습으로요?”
건우는 그렇게 되물으면서 ‘위대한 존재’들을 바라봤다.
하나같이 찐빵 같은 모습들.
확실히 이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면, 가끔씩 소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하와와 엘이 손을 번쩍 들었다.
“하와!”
“찬성한답니다!”
그러면서 방실방실 웃은 두 정령.
그에 반해서 소아와 가온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우리만 빼놓고 즐거워하고 있어.”
갸우웅.
아무래도 소외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건우는 그런 두 아이들을 가볍게 다독여 주면서, ‘위대한 존재’들을 돌아봤다.
“일단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게요.”
―정말?
건우의 말에 찐빵들이 통통 튀면서 즐거워했다.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네. 대신에 안전 장치는 확실히 한다는 조건이에요.”
―안전 장치?
“네. 그러니까, 계약서 다시 쓰시죠?”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위대한 존재’들과 협상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