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234)
“하와!”
리무진 버스는 별다른 탈 없이 용인에 위치한 레버랜드에 도착했다.
레버랜드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내린 하와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두 눈을 반짝였다.
보이는 거라고는 넓은 주차장뿐이었지만, 하와에게는 그것조차 즐거운 볼거리였다.
그 뒤로 엘과 소아가 같이 내렸다.
“엄청 넓답니다!”
“회색깔 던전 농지 같아!”
둘은 그렇게 외치면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잔뜩 들떴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 뒤로 가온과 빙닭, 돌쇠도 따라 내려서, 바깥 공기를 연신 들이켰다. 리무진 버스가 아무리 쾌적해도,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다 내리고 나서야, 건우가 내려섰다.
“이야, 이게 얼마 만이야?”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주차장을 쭉 둘러봤다. 그리고 생각보다 얼마 없는 차량수를 확인하고선 미소를 지었다.
“눈치 게임에서 제대로 이겼는데?”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어느새 리무진 버스에서 내려선 신비술사 조윤아가 슬쩍 말을 걸었다.
“눈치 게임이요?”
“응. 보니까, 오늘 레버랜드에 사람들이 별로 안 온 것 같아. 이런 날이 놀기 좋거든.”
건우가 그리 말하면서 조윤아를 돌아봤다.
“뀨웅……. (답답하다뀨웅…….)”
놀랍게도 그녀는 뀨뀽이를 무척 소중하다는 듯이 꽉 끌어안고 있었다.
뀨뀽이가 EX급 뿔토끼 뿔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을 건우에게 듣자마자, 붙잡고서 놓아주지 않고 있던 것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건우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윤아가 이러는 이유가 이해는 가는데…… 저러다가 죽겠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슬슬 조윤아를 말리기로 했다.
“뀨뀽이는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거야?”
“이건우 님께서 절각 작업을 하실 때까지요.”
“그럼 하루 종일 끌어안고 다니게?”
“으음. 필요하다면…… 그러려고요.”
조윤아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두 눈을 뜨겁게 불태웠다.
그와 동시에 뀨뀽이의 하얀 털 색깔이 파랗게 질렸다.
조윤아가 자기도 모르게 힘을 너무 꽉 준 것이다.
그에 건우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좀 놔 줘. 뀨뀽이가 답답해 해.”
“네? 하지만…… 아까부터 무척 얌전하게 안겨 있는데요?”
그 말에 건우의 표정의 묘하게 변했다.
‘얌전하게 있는 게 아니라, 다 죽어가는 거겠지.’
그는 그것을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다른 말을 내뱉었다.
“그래도 뿔토끼는 풀어 놔야 건강해져. 그러다가 뿔 등급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건우가 그렇게 있지도 않은 말을 하자, 조윤아가 한 차례 움찔거렸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뀨뀽이를 바닥에 놔주었다.
“뀽!(자유다뀽!)”
자유를 되찾자마자 바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뀨뀽이.
그 뒷모습이 얼마나 활기찬 지, 방금 전까지 축 늘어져 있던 것이 거짓말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조윤아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조금 불편했었나 보네요.”
“조금?”
건우가 그렇게 되물었지만, 조윤아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집사 나이트와 폰이 리무진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행이 내려섰다.
나이트와 폰은 작은 깃발을 하나씩 꺼내 들더니, 관광 가이드처럼 그것을 들어 올렸다.
“자, 그럼 이제부터 판타지 세계 레버랜드로 향하겠습니다. 인파가 몰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따라와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면서 앞장서는 나이트.
하와와 아이들이 신나서 나이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붙었고, 나머지 어른들이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그리고 폰은 가장 뒤에서 꼬리를 자처했다.그 순간, 포식자 민서린이 걷는 속도를 늦추더니 폰과 걸음걸이를 맞췄다.
건우가 그것을 확인하고서, 불의 꽃 박예란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오늘은 수찬 씨가 안 와서, 아쉽지 않아?”
“뭐, 어쩔 수 없죠. 바쁘다는데…….”
박예란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입술을 살짝 삐죽였다.
건우가 그 표정을 보면서, 살짝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전번에 무조건 데려올 수 있는 것처럼 굴더니…… 왜 못 데리고 온 거야?”
그 물음에 박예란이 한차례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이건우 선배님 이름을 팔면 무조건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 이름을?”
“네. 두 분이서 완전 친하시잖아요? 그래서 이건우 선배님이 꼭 오라고 했다고 전하면, 수찬 오빠가 바로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말에 건우는 그럴듯한 작전이라고 생각했다.
정수찬은 실제로 건우가 부탁하는 건 웬만하면 다 들어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 왔다는 거지?”
“네. 완전히 작전 실패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눈을 번뜩이면서 앞서가는 아이스 프린스 박예준과 무녀 라일라를 노려봤다.
“그래도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더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박예란은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건우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더 재밌게?”
“네. 오늘은 프리롤 맞죠?”
“응. 맞아. 자유롭게 놀아도 돼.”
“그러면 지금부터 이탈해도 되나요?”
박예란이 그렇게 묻자, 건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벌써 찢어지겠다고?”
“네. 안 될까요?”
그녀가 그리 되묻자, 건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 될 건 없지. 그런데 점심은 같이 먹기로 한 거 기억하지?”
“물론 기억하죠. 점심 먹고 다 같이 물놀이 가기로 한 것도 기억해요.”
“음, 그러면 마음대로 해. 점심때, 연락만 잘 받아.”
“네, 알겠습니다!”
박예란은 건우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고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박예준과 라일라 사이에 끼더니, 라일라와 팔짱을 꼈다.
“라일라 씨! 오늘은 저랑 같이 다녀요!”
“박예란 님하고요?”
“네. 괜찮죠?”
박예란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렇게 묻자, 라일라가 슬쩍 건우를 돌아봤다.
그에 건우가 눈짓으로 마음대로 하라고 하자, 라일라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에 시내에 갔을 때처럼 부탁드릴게요.”
“물론이죠,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그렇게 박예란과 라일라는 순식간에 일일 짝꿍이 되었다.
그때, 옆에서 딱딱하게 굳어 있던 박예준이 깜짝 놀라서 입을 열었다.
“갑, 갑자기?”
“왜 안 돼?”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되묻는 박예란.
그에 박예준이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안, 안 될 건 없지. 대신에 나도 같이 다니자.”
그가 그렇게 말하자, 박예란이 인상을 찌푸렸다.
“너는 왜 끼려고 그래?”
“왜 끼긴? 당연히…… 나도 라일라 씨랑 시내 구경 같이했었거든? 너랑만 같이 했냐? 그러니까, 나도 껴야지! 삼위일체 몰라?”
박예준은 같이 할 이유라기에는 조금 빈약한 주장을 펼쳤다.
그에 박예란이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음, 그냥 너 혼자 다니면 안 돼? 방해만 될 거 같은데.”
“뭐? 내가 왜 방해가 돼? 방해는 네 뚠뚠한 엉덩이가 더…….”
박예란의 말에, 평소처럼 발끈하는 박예준.
그 순간, 박예란이 기다렸다는 듯이 박예준의 말을 끊었다.
“뭐? 뚠뚠한 엉덩이? 너, 확 그냥 라일라 씨한테 네가…….”
그리고 대놓고 박예준의 역린을 건드려 버렸다.
그에 박예준은 깜짝 놀라서 박예란의 입을 틀어막았다.
“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죽고 싶어? 네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나도 죽고 너도 죽는 거야.”
그가 그렇게 소리치면서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박예란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네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말 안 할게.”
“정, 정말?”
“그래. 대신에 오늘은 나한테 잘해. 수틀리면…… 알지?”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박예준이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그리고 오늘 하루, 누나라고 불러.”
“뭐?”
“왜? 싫어?”
박예란이 그렇게 묻자, 박예준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만족한 박예란이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누나라고 해 봐.”
“누, 누, 누, 누…… 나.”
박예준은 무척 굴욕적인 표정으로 박예란을 누나라고 불렀다. 그에 만족한 박예란은 박예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오구오구. 우리 귀여운 동생. 오늘 하루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그녀가 그렇게 물었지만 박예준은 부들부들 떨고만 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 박예란이 귓속말을 속삭였다.
“대답은 해야지?”
“으으으…… 네.”
“그래그래. 착하다. 그럼 가 볼까?”
그렇게 오늘 하루의 주도권을 완전히 쥔 박예란은 박예준과 라일라를 이끌고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건우는 그런 셋의 모습을 보면서 볼을 긁적였다.
‘예준이가 조금 불쌍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 모습 같아서 보기는 좋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슬쩍 웃었다.
그때, 뒤에서 폰과 함께 따라오던 민서린이 건우를 앞질렀다. 그리고 나이트와 뭔가 대화를 나누더니, 밝은 표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건우가 그런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이트 씨랑 무슨 얘기 나누신 거예요?”
“아, 저하고 폰 씨하고 따로 떨어져서 행동해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민서린의 대답을 들은 건우는, 단번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폰 씨랑 데이트 하시려고요?”
건우가 그렇게 묻자, 민서린이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건우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시간 되세요.”
“네, 고마워요.”
민서린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폰과 팔짱을 꼈다. 그리고 일행보다 빠르게 레버랜드로 입성했다.
건우는 그런 둘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뭔가 배알이 좀 꼴리는데?’
건우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심술이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었던 것이다. 하지만 건우는 그런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혔다.
“둘이 저러다가 확 결혼해 버려라.”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말을 둘에게 빌어주는 건우.
그때, 쓸쓸한 건우를 챙겨주는 이가 있었다.
“하와!”
앞서가던 하와가 뒤를 돌아보면서 건우에게 빨리 오라고 다그친 것이다.
그에 건우가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따라갈게!”
그렇게 말하면서 남은 일행의 뒤에 붙은 건우.
어느새 레버랜드로 들어서는 입구가 코앞이었다.
* * *
-판타지의 나라, 레버랜드~
레버랜드로 들어서자, 흥겨운 레버랜드의 로고송이 건우 일행을 맞이했다.
“하와. 하왓!”
“신난답니다!”
“둠칫둠칫 두둠칫!”
박자를 맞추는 하와와 엘, 소아. 셋이 그러고서 엉덩이를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머지 아이들도 그 흥겨움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건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빠 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구, 우리 뽀시래기들.’
그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지금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야, 저 아기들 좀 봐. 너무 귀여워!”“찍어서 아싸그램에 올릴까?”
“그러자, 빨리 찍자. 저기 테이밍 몬스터들도 많아, 춤추는 것 좀 봐!”
주변 사람들이 하와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더니, 하나하나 자신들의 스마트폰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건우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놀이공원 분위기가 좋은 만큼, 웬만하면 그냥 찍게 내버려 두고 싶지만…….’
TV에 등장해서 이슈가 됐던 하와와 엘, 미튜브에 자주 등장하는 뀨뀽이 때문에라도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괜히 이슈가 되면, 피곤해질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라일라 씨 일도 있었으니까, 조심하는 게 맞겠지.’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건우가 움직이기도 전에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꺄악!”
“허업!”
“당, 당신들 뭐야!?”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이 불쑥 나타나서, 사람들의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건우가 그 사람들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폰 씨?”
그들은 전부 폰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