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238)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흩어져 있던 일행들이 속속히 모여들었다.
흩어져 있는 동안 일행들이 어떻게 놀았는지는 모르지만, 다들 만족했는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다들 재밌게 놀았나 보네.’
건우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집사 나이트의 안내를 받아서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한 카페였다.
건우가 카페 내부를 둘러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카페만 사람이 하나도 없네? 가격이 비싸서 그런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메뉴판을 살폈다. 놀이공원 내부의 카페라서 그런지, 메뉴 하나하나의 가격이 상당했다.
그때 집사 나이트가 슬쩍 말문을 열었다.
“사실, 이 카페는 오늘 하루 동안 신화그룹의 이름으로 전세 냈습니다.”
그 말에 건우는 물론이고, 다른 일행들도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요?”
“그렇습니다. 원래는 레버랜드를 통째로 전세 낼까 싶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카페 하나만 전세를 내기로 했습니다.”
나이트가 대수롭지 않게 그리 말하자, 일행의 대부분이 입이 쩍 벌어졌다.
“레, 레버랜드를 통째로 빌리려고 하셨던 거예요? 카페를 통째로 빌린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데…….”
“아닙니다. 그저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레버랜드를 전부 빌려서,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드렸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오히려 그러지 않은 게 다행이에요. 놀이공원에 저희들만 있으면…… 그건 또 별로였을 것 같거든요.”
“흐음, 그렇습니까?”
“네. 놀이공원은 좀 북적북적해야 노는 맛이 나잖아요.”
건우는 그렇게 말하고서, 일행들과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이트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바로 식사를 내오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페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나이트는 직접 음식을 나르면서, 일행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카페 메뉴에는 없는 고급스러운 음식들이었다.
“와, 맛있다! 혹시 따로 요리사를 부르신 건가요?”
아이스 프린스 박예준이 나이트에게 그리 물으면서, 음식을 열심히 씹었다.
그에 나이트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네. 특별한 요리사를 모셨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분이십니다.”
“어쩐지…… 이 정도 요리 솜씨면, 수찬 형님하고도 비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요리사는 어떤 분이세요? 혹시…… 골든 랜지?”
그 물음에 나이트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분도 유명하시지만…… 아닙니다.”
“으음, 그래요? 궁금하긴 하네요. 어떤 분일지…….”
“식사를 다 마치시면, 인사하러 나오실 겁니다.”
나이트가 그렇게 말하자, 박예준이 궁금해 미칠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건우가 잠시 쿡쿡 웃었지만, 별말은 하지 않고 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식사가 거의 끝나갔을 때쯤.
“하와.”
하와가 가장 먼저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놨다. 후식까지 다 먹긴 했지만, 좀 더 달라는 말도 없이 식사를 마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건우가 놀라서 하와에게 물었다.
“왜 그래? 더 안 먹어?”
“하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하와.
건우는 혹시나 싶어서, 하와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열은 없는데…… 혹시 어디 아픈 거야? 아프면 얘기해.”
그 말에 하와를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두근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물론 너무 매끄러워서 신빙성이 떨어졌지만…….
건우는 그 뒤로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와에게 괜찮냐고 물어봤지만, 하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결국 건우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그런 건우가 최근의 하와 모습을 떠올렸다.
‘요즘 들어서, 하와가 먹는 양이 점점 줄고 있어.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도 하고…… 왜 그런 걸까? 혹시 사춘기? 철이 든 건가?’
그러면서 식기에서 손을 떼는 건우.
후식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입맛이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러는 사이, 박예준이 무척 기대된다는 얼굴로 나이트에게 물었다.
“식사도 다 끝났는데, 이제 요리사님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바로 불러오겠습니다.”
나이트는 그렇게 말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한 사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일행들은 크게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특히, 불의 꽃 박예란이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수, 수찬 오빠!”
요리사의 정체는 바로 초인 쉐프 정수찬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거예요? 못 오신다고 했잖아요!? 혹시…… 저를 위한 서프라이즈?”
박예란은 그렇게 말하면서 두 눈을 반짝였다. 그에 정수찬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서프라이즈는 맞는데…… 딱히 누구만을 위한 건 아니었어. 모두를 위한 거지.”
“그, 그래요?”
정수찬의 정직한 대답에 박예란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을 본 박예준이 자기도 모르게 풋! 하고 웃었다.
“혼자 김칫국 마시긴…….”
“뭐? 너 말 다 했어?”
“그냥 혼잣말한 건데…… 들리셨다면 죄송해요, 누나.”
“이게!”
박예란은 박예준의 도발에, 발끈해서 달려들려고 했다. 그 순간, 박예준이 재빨리 정수찬 뒤로 숨었다.
“너어 진짜…….”
분한 표정을 짓긴 하지만, 달려들지는 못하는 박예란.
그 모습을 본 박예준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괜히 더 과장되게 킥킥 웃었다.
일행들은 이런 박 남매의 모습을 보고 재밌다는 듯이 웃었지만, 건우만큼은 여전히 웃지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온통 하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그때, 하와가 건우의 손을 슬쩍 잡았다.
“하와!”
방긋 웃으면서 박 남매 좀 보라는 하와.
그 모습을 본 건우는 걱정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이렇게 예쁘게 웃는데……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한 건우는 하와를 마주 보고 환하게 웃었다.
* * *
점심을 먹은 건우 일행은 레버랜드를 벗어나서 장소를 옮겼다.
옮긴 장소는 바로 레버랜드 옆에 붙어 있는 ‘캐리비안 밸리’.
각종 물놀이 기구는 물론이고, 실내 수영장도 잘 마련되어 있어서 4계절 내내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워터파크였다.
하지만 건우 일행은 그곳에서 채 1시간도 있지 못했다.
‘라일라 씨 때문에 물놀이를 못하게 될 줄이야.’
바로 무녀 라일라가 지닌 파괴력이 문제였던 것이다.
라일라는 캐리비안 밸리에서 무난한 원피스 수영복 위에 래쉬가드를 입고 등장했다. 그것도 다소 칙칙한 군청색에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라일라의 미모를 감출 수는 없었다.
라일라의 수영복 차림을 본 거의 모든 남성들이,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말이다.
‘여자들도 엄청나게 쳐다보던데…… 그럴 만도 하긴 했지.’
스스로 반짝이는 듯한 완벽한 피부, 모든 걸 안아주고 받아줄 것 같은 자애로운 눈빛, 시원하게 쭉쭉 뻗은 라인…….
건우 일행은 그런 라일라가 함께 하는 이상, 제대로 놀 수 없다고 판단하고 캐리비안 밸리 일정은 취소하기로 했다.
그렇게 리무진 버스로 돌아온 일행은 새로운 행선지가 정해지기 전에 잠시 쉬기로 했다.
‘이제 어디로 놀러 가지? 이 근처에 놀 만한 곳이 있던가?’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버스 의자에 몸을 맡겼다.
바로 그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무척 아쉬워하는 소아의 표정이 보였다.
‘생각해 보니까, 소아가 많이 기대했었지.’
소아는 놀러 오기 전부터, 유독 물놀이를 하고 싶어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케일이 큰 물놀이를 기대한 것이다.
그것을 떠올린 건우가 슬쩍 소아의 옆에 앉았다.
“소아야, 많이 아쉽지?”
그가 그렇게 묻자, 소아가 한차례 움찔거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안 아쉬워.”
“어? 정말?”
“응. 정말. 하나도 안 아쉬워.”
소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건우는, 소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혹시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건가?’
건우가 아는 소아는 하와와 엘, 소아 중에서 가장 어린아이 같은 아이였다.
질투를 곧잘 하기도 하고, 떼를 쓰기도 하고…… 셋 중에서는 키가 가장 컸지만, 가장 막내 같았다.
건우는 그런 소아가 어른스럽게 행동하려는 모습을 보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벌써 그럴 필요는 없지.’
그는 그러면서 은근히 물었다.
“진짜로? 정말로? 하나도 안 아쉬워?”
“으응. 하나도 안 아쉬워. 정말로, 진짜로!”
아쉬워하는 티를 팍팍 내면서 아쉽지 않다고 하는 소아.
건우는 슬쩍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흐음. 그래? 그러면 다른 곳에서 하려던 물놀이는 취소하자고 해야겠다.”
“뭐, 뭣!?”“
그에 소아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물, 물놀이? 다른 곳에서 할 거야?”
“응. 그러려고 했는데…… 아쉽지 않다고 했으니까, 취소하려고.”
“안, 안 돼!”
소아는 건우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다.
그에 건우가 슬쩍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 혹시 아쉬워?”
그 물음에 소아가 우물쭈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아쉬워.”
비록 기어들어 가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건우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좋아. 그러면 더 재밌는 곳으로 놀러 가자.”
그 말에 소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 * *
건우는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횡성의 한 계곡으로 향했다.
병지방리에 있는 계곡이었다.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은 투명할 정도로 맑아서, 안이 훤히 다 들여다보였다.
“하왓!”
“시원하답니다!”
“물고기다!”
투명한 계곡물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뛰어드는 하와와 아이들.
그 뒤로 다른 무리가 따라붙었다.
갸웅!
“뀽!”
뺙!
냐앙!
가온과 뀨뀽이, 빙닭, 돌쇠였다.
녀석들은 하와와 아이들에게 합류해서 물을 튕기며 즐겁게 놀았다.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해서 다행이다. 놀이기구가 없어서 아쉬워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신비술사 조윤아가 슬쩍 말을 걸어왔다.
“이런 곳도 알고 계셨네요?”
“응. 어렸을 때, 몇 번 와 봤거든.”
“그랬군요. 사실, 저는 이런 계곡은 처음 와 봐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건우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랬어?”
“네. 사실, 워터파크도 이번에 처음 가 보는 거였어요.”
“정말? 어째서?”
“딱히 가자는 사람도 없었지만,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 편이었거든요.”
조윤아는 대수롭지 않게, 그리 대답했다.
그런 모습이, 건우에게는 조금 안쓰럽게 다가왔다.
‘생각해 보니까, 윤아는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지 못했겠구나.’
신화그룹의 무남독녀라는 것만 해도 평범하지 않은데, 그녀는 성장도 할 수 없는 몸이었다.
분명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을 터였다.
건우가 그것을 새삼스레 느끼면서 물었다.
“그러면 오늘은 좀 아쉬웠겠네?”
그 물음에 조윤아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조금 아쉬웠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이건우 님이 이렇게 좋은 곳으로 데리고 와 주셨으니까요.”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 맑은 미소를 지었다.
건우는 그 미소가 참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아이들과 더불어 조윤아와도 많은 것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좀 더 여러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 예고도 없이 땅이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지!? 지진인가?”
건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리 외치면서 중심을 잡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잠시 후.
흔들림이 멈춘 순간, 조윤아가 뭔가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건우 님. 저건 좀 위험해 보이지 않나요?”
“응? 뭐가?”
그리 물으면서 돌아보는 건우.
그런 그가 본 것은, 암석을 깎아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워터 슬라이드였다.
“뭐, 뭐야? 이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건우는 갑자기 나타난 워터 슬라이드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 그의 눈에 묘한 장면이 포착되었다.
-워터 슬라이드는 이 정도 높이쯤 되더군. 물. 준비됐나?
-물론이다.
-아이들 내려가요!
-잠깐! 땅, 물, 바람! 이래도 되는 거 맞지?
하루 종일 정신없이 놀다 보니, 잊고 있던 네 찐빵들이 기어코 사고를 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