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오베르크 제국의 부활 (1)
불곰을 쫓아다닌 지 벌써 삼 일째.
뒤를 쫓는 자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지, 도시에서만 어슬렁거리던 불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텔레포터로 향하는 불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불곰을 감시하다가, 녀석이 텔레포터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며칠 전, 미리 심어 놓았던 그림자 분신.
그걸 이용해 불곰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자의 눈을 발동시키자 불곰의 모습이 보였다.
다급한 걸음걸이.
주변엔 나무와 풀들로 가득했다.
그림자 분신을 분리시켜서 시야를 넓게 확장시켰다. 불곰과 조금 거리를 벌린 뒤에 그림자 이동을 사용했다.
화아악!
온몸이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시각 외에 막혀 있던 다른 감각들이 열렸다.
풀 냄새와 동물의 울음소리.
“……아직까진 적응이 잘 안 되네.”
숨을 크게 내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별다른 특징은 없는 숲이지만, 어디선가 불이 났는지 탄내가 심하게 났다.
단순한 불이 아닌.
화약이 섞인 듯한 느낌.
시선을 돌려 불곰이 사라진 쪽을 바라봤다. 감시자의 눈으로 위치를 파악하려는데 녀석이 속도를 끌어 올렸다.
빠르게 어디론가 달려가는 걸 보며,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유령걸음을 이용해 기척을 지우고 불곰의 뒤를 쫓은 결과. 절벽 끝에 서 있는 불곰이 보였다.
“카예스 니이이임!”
그대로 뛰어내리는 불곰.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절벽 끝으로 가자, 절벽 밑으로 검게 타오른 평야가 나타났다.
검은 연기가 모락 피어오르고.
곳곳엔 꺼지지 않은 불꽃이 있었다.
불곰이 시체로 뒤덮인 평야를 달리며 중앙으로 달려 나갔다. 평야의 중심에 쓰러져 있는 붉은 머리의 사내.
나도 익히 아는 자였다.
“카예스…….”
불곰이 카예스에게 다가갔다. 뺨을 두드리고 해 보지만, 카예스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카예스가 죽었다고?
머릿속에 떠올렸던 계획을 지우고, 다음 계획을 떠올렸다. 카예스가 죽었다면 그걸 이용하는 것이 베스트.
과거 소장 루켈이 했던 것처럼.
시체라도 확보해서 버닝헬로 옮겨야 했다.
“일단…….”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감시자의 눈을 꺼냈다. 카예스를 확대해서 자세하게 확인했다.
꿈틀.
카예스가 몸이 조금씩 움직였다. 불곰이 놀란 얼굴로 카예스의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죽지 않았다고?”
자연스럽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현 대륙에서 손꼽히는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카예스를 저 상태까지 만들었다면 엄청난 실력자였을 텐데.
뭘까.
왜 실력자는 카예스를 살려 둔 걸까.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거다.
감시자의 눈을 이용해 카예스의 몸 이곳저곳을 확인하다가, 심장에 박혀 있는 붉은 날의 검이 눈에 꽂혔다.
두근!
두근!
검날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곧이어, 붉은 액체를 토해 내더니 카예스의 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알의 형태가 되었다.
“저주…….”
독두꺼비 테리가 마신교의 성물이었던 가면을 사용하면서 저주에 잡아먹혔듯, 카예스도 저주에 잡아먹힌 거다.
붉은 날의 단검.
붉은 형태의 알.
알에 새겨진 문양.
저 세 가지를 종합하면 떠오르는 저주가 하나 있었다.
무한의 저주.
마기가 끊임없이 차오르는 저주로, 꾸준히 마기를 소모하지 않으면 마기로 이루어진 폭발이 주변 일대를 덮치게 될 거다.
마기가 덮친 곳엔 던전이 생기고.
평범한 인간과 동물은 마인과 마수가 되어 버릴 터.
그렇게 되면 근처에 있는 라비노 왕국과 크레인 왕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거다.
“일타이피라…….”
카예스를 저 지경으로 만든이가 누군지 대략 감이 왔다.
여섯 왕국이 무너지길 바라는 자.
카예스에게 얻을 것이 있는 자.
저주를 얻을 정도로 강력한 자.
이 모든 걸 종합하면 딱 한 명밖에 없다. 다크니스 세븐을 이끌고 있는 수장.
“로드웰.”
게임에선 이름 빼고 그 어떠한 정보도 풀리지 않은 캐릭터. 녀석이 카예스에게 저주를 심은 게 분명했다.
혹시나 주변에 있을까 싶어서 감시자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 일대엔 카예스, 불곰이 전부였다.
“아쉽지만…….”
일단, 카예스의 폭주를 막는 게 우선이다. 무한의 저주인 만큼, 알에서 부화하는 시간도 짧다.
지면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절벽 밑으로 내려가면서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긴급 통신 구슬을 꺼냈다.
마나를 담으며 구슬을 부쉈다.
우웅!
깨진 구슬 조각이 마나에 반응하며 거대한 빛의 기둥을 만들었다. 구름을 꿰뚫을 정도로 높은 기둥.
저 기둥에서 퍼지는 신호가 케르베로스에게 전달될 거다.
신호를 받고 이곳에 오기까지 걸릴 시간은 대략 10분에서 15분. 그 동안만 버티면 검후가 카예스를 정리해 줄 터.
착!
바닥에 착지한 다음 평야를 달려 불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불곰, 죽고 싶지 않으면 거기서 떨어지는 게 좋을걸?”
“레딘? 여길 쫓아오다니…….”
불곰이 눈을 부릅뜨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대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쩌저적!
그때 붉은 알이 깨지면서 두꺼운 손이 튀어나왔다. 그 손은 옆에 있는 불곰의 머리를 잡았다.
“카예스 님?”
퍼억!
카예스의 손이 불곰의 머리를 터트렸다. 불곰의 몸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붉은 알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붉은 피부.
성인 남성의 두 배는 되는 덩치.
붉은 눈과 함께 이마에 피어난 두 개의 뿔. 카예스가 숨을 내쉬자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마치 악마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 오고, 전신에 있는 솜털들이 쭈뼛 솟아올랐다.
침을 삼키며 검을 뽑아 들었다.
오러 블레이드의 발출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카예스. 거기에 끊임없이 차오르는 마기까지.
이번 전투의 핵심은 승리가 아니라 버티는 거다.
그것을 머릿속에 다시 새기며,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녀석은 마기를 먹고 성장할 테니까.
“흐압!”
기합과 함께 질풍베기를 사용했다.
단숨에 카예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오러 블레이드와 정화의 힘이 담긴 일격을 날렸다.
카예스가 손을 들어 검을 잡았다.
내가 힘을 줘도 검이 꼼짝하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카예스가 다른 손을 뻗었다. 빠르고 강한 일격. 고개를 피하며 공격을 피했다.
파앙!
주먹이 멈춘 곳에서 마기가 터졌다. 다급하게 마나를 끌어 올려 귀를 보호했지만 약간의 이명이 생겼다.
그 틈을 타 카예스가 발을 뻗었다.
그림자의 분신을 이용해 녀석의 뒤로 이동하며 공격을 피했다. 문라이트를 뽑으며 마나를 전부 담았다.
촤악!
카예스의 등을 베었지만.
마기로 인해 빠르게 복구되었다.
“크르륵…….”
분노로 번뜩이는 카예스의 눈빛. 나를 잡기 위해 손을 뻗는 것을 보고 몸을 움직였다. 녀석의 손에 검은 구체가 나타났다.
우우웅!
파바바밧!
검은 구체가 복사되며 총알처럼 쏟아졌다. 빠르고 집요하게 쫒아오는 공격을 피해 냈다.
콰아앙!
콰과과과강!
엄청난 폭발들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녀석이 양손을 뻗어 두 개의 구체를 만들어 냈다.
파바바밧!
콰아아아아앙!
무수하게 쏟아지는 구슬과 폭발.
잠시라도 멈칫했다간 폭발에 휘말리게 될 터.
대마법사의 욕망과 함께 문라이트로 가슴을 찔러 타오르는 영혼을 발동시켰다.
몸 전신에 퍼지는 충만한 힘.
몸놀림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간간이 구슬도 쳐 낼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서걱!
콰아아앙!
그림자의 분신을 이용해 카예스의 뒤로 이동해 원래 검을 챙기고 다시 거리를 벌렸다.
“젠장…….”
단순한 폭주와 함께 마기를 소모하나 했더니. 카예스가 검은 구슬 수십 개를 허공에 만들어 냈다.
피해야 할 구슬이 수십 배가 되었다.
빠르게 내 쪽으로 날아오는 구슬들을 피하며 두 개의 검을 휘둘렀다.
폭풍베기.
처음 일격을 시작으로 점점 속도를 끌어 올리며 연격을 쏟아부었다.
날아오는 구슬을 전부 쳐 냈다.
콰아아아아아앙!
폭발에서 입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엘릭서를 마시고, 다시 검은 구슬을 쳐 내며 시간을 끌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사방에 퍼져 있던 검은 구슬에 선이 나타나면서 서로 이어지더니, 거대한 감옥을 만들어 냈다.
틈과 틈 사이가 매워졌다.
하도 도망치니 도망 못 가게 막아 버린 건가. 조금씩 머리를 쓰기 시작하는 걸 보면, 무한의 저주가 카예스의 의식 일부를 빼앗은 모양이다.
“아슬아슬하네.”
이번 공격만 버텨 내면 될 것 같은데.
타오르는 영혼의 시간도 그만큼 다 돼 가고 있었다.
“죽…… 어…… 라.”
기계음처럼 뚝뚝 끊기는 목소리.
카예스가 양손을 모아 거대한 구체를 만들어 냈다. 보는 것만으로도 직감이 왔다, 저걸 맞으면 죽을 거라는.
“후우…….”
불사조가 있는 이상 한번 부활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 여분의 목숨을 사용하는 건 아까웠다.
해볼 때까지 해보자.
대마법사의 욕망으로 채워진 마나를 문라이트에 전부 담고 자세를 잡았다.
우우우웅!
이전에 한번 사용한 적이 있던.
하룬겔의 검술 중반부 1초식.
반월참(半月斬).
모든 힘을 끌어모은 문라이트를 휘둘렀다.
“하아아아아압!”
* * *
애드리온 왕국.
검후 진소월의 집무실.
의자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검후는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똑똑!
노크 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부님, 아델라입니다.”
“연락이 온 모양이지?”
“예.”
진소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있는 검집을 챙겨 허리에 찼다. 그대로 문을 열고 나오자 교도관 제복을 입은 아델라가 보였다.
“가자.”
“예.”
진소월은 아델라를 데리고 왕국 내부에 있는 텔레포터로 향했다. 대기 중이던 마법사에게 아델라가 좌표를 불렀다.
마법사가 좌표를 설정한 뒤.
“이용하시면 됩니다.”
진소월이 텔레포터로 이동했다.
우웅!
눈을 감았다가 뜨자 절벽이 보였다. 바람과 함께 맡아지는 탄내. 정면에는 검은 면으로 막혀 있는 사각형.
거리가 멀리 있음에도 사이한 기운에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저 안에 있는 건가.”
사각형 안에서 느껴지는 두 명의 기척.
그중 한 명이 카예스고, 다른 한 명이 레딘인 것 같았다.
진소월은 검을 뽑아 들었다.
일단 저 요상한 사각형부터 부수는 게 먼저라 생각하며 검을 들어 올렸다.
고오오오오!
머리를 쭈뼛하게 만드는 감각.
그와 함께 검은 사각형 안에서 강렬한 힘의 파동이 퍼졌다.
쩌저적!
푸른 반월이 뿜어져 나와 검은 사각형을 반으로 갈랐다. 산산조각 나며 사라지는 검은 사각형.
그와 함께 두 명의 인영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진소월은 공간을 뛰어넘어 레딘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떨어지는 레딘을 잡아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레딘?”
숨은 쉬는 걸 보니 잠시 기절한 모양이었다. 진소월은 레딘의 얼굴을 바라보며, 방금 전의 반월을 떠올렸다.
오러 블레이드의 발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검 하나 제대로 못 다루던 놈이었다. 그런 녀석이 몇 달 만에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고.
심지어 발출까지 날렸다니.
“이거…… 완전 난놈일세?”
레베카가 왜 질투를 했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이대로 성장해서 1년만 지난다면…… 지금의 내 경지도 뛰어넘으려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진소월은 헛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천하의 검후가 질투라니.”
이 찜찜한 기분을 덜어 낼 필요가 있었다. 진소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예스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붉은 피부를 가진 악마.
푸른 반월로 인해 몸이 반쯤 날라갔음에도, 어느새 복구했는지 이전보다 더욱 강렬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잡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네.”
그러나 지금은 벽을 넘었다.
‘그러고 보니 벽을 넘게 해 준 것도 이 녀석이었네.’
진소월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가까이 두고 있다 보면, 우연찮게 깨달음을 또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검을 들어 올렸다.
“죽어라, 마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