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77)
77화 케르베로스 (4)
지옥 대전은 끝이 났다.
모든 일정을 마친 루켈은 곧장 버닝헬로 돌아와 집무실로 향했다.
“대박 아니냐? 사람 많은 곳에서 왕족의 얼굴에 주먹을 그렇게 날릴 수 있다니…….”
“벌써 두 번째 특별 진급이잖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겠지.”
“그래도 귀족을 건드리는 게 말이냐?”
“왜. 난 속 시원하던데. 주먹을 팍팍 날리는 걸 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
걸어가는 동안 보이는 교도관들의 표정이 남달랐다. 대화의 주제들도 지옥 대전에 대한 것들이었다.
누군가는 우려를.
누군가는 기대를.
그들의 모습을 보며 루켈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 기대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일은 성공이었다.
버닝헬에 대한 자긍심.
그게 싹을 피웠다는 뜻이니까.
“소장님, 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비서의 말에 걸음 속도를 올렸다.
여섯 왕국의 왕들이 모이는 정기 회의에 늦을 순 없었다. 집무실에 도착해서 의자에 앉아 통신 구슬을 건드렸다.
우웅!
통신 구슬에 붉은빛이 들어왔다.
연결이 된 걸 확인한 뒤, 자세를 고쳐 앉으며 저번 회의를 정리한 내용과 이번에 회의할 내용에 대한 서류를 확인했다.
얼마 있지 않아.
여섯 왕국의 통신 구슬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건 크레인 왕국의 왕이었다.
-이번 지옥 대전은 라비노 왕국의 우승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버닝헬의 우승이라고 해야 하나.
“당연히 라비노 왕국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그런 것치곤 다들 버닝헬 이야기만 하던데.
크레인 왕의 말투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걸 듣고 있던 라비노 왕의 통신 구슬에 불이 들어왔다.
-루켈.
“예.”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간다고 해서 자네의 위치를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여섯 왕국의 꼭두각시.
여섯 왕국에 있어서 버닝헬은 7대 범죄 조직을 감시하는 조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조직의 일개 교도관이 왕족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라비노 왕의 입장에선 라비노 왕국을 무시하는 행동이자 큰 모욕이었겠지만, 그럼에도 그가 참은 건 딱 하나뿐이다.
케르베로스 프로젝트.
그게 아니었다면 당장 레딘을 불러서 죄를 물었을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루켈은 담담하게 내뱉으며, 몇 달 전에 있었던 회의를 떠올렸다.
신탁.
오랜 시간 조용했던 신성제국으로부터 신탁이 내려왔단 이야기와 함께 여섯 왕국의 왕들이 모였다.
‘범죄 조직이 각 왕국의 귀족들과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켜 세상을 지배하려 들 겁니다.’
신성제국을 이끄는 교황의 말에 다섯 왕국의 왕들은 신탁의 내용을 믿지 않았다.
‘조만간 큰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교황의 말대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일어났다. 다크니스 세븐이란 조직이 등장했고, 범죄 조직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연이은 귀족들의 죽음과 성녀 후보생의 죽음.
‘누군가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범죄 조직의 수장들 그리고 조직에 연관된 귀족들을 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많은 사람이 다칠 겁니다.’
생명을 중시하는 신성제국의 파격적인 제안.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여섯 왕국은 오랜 시간 회의를 했다.
‘그냥 싹 다 죽이면 어떻습니까?’
‘수장들을 죽인다면 그 밑에 있는 자들이 유지를 이어받아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겁니다.’
‘동의합니다. 수장들이 산 채로 버닝헬에 수감되어야 그들의 의지도 확실히 꺾이고, 각 왕국에 숨어 있을 귀족들도 불안에 떨 겁니다.’
여섯 왕국이 6대 범죄 조직을 하나씩 맡고, 각자 알아서 내부의 적을 처단하자는 안건이 나왔지만.
‘마그네스, 피에르, 헤칸의 규모는 다른 세 조직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데. 그 피해를 누가 감수할 겁니까?’
‘그것보다 크레인 왕국에서 피에르를 맡기로 했는데, 피에르와 손을 잡은 귀족이 라비노 왕국에 있다면. 크레인 왕국의 기사들이 국경을 넘어서 그들을 잡는 것도 문제입니다.’
온갖 문제점들이 끊이질 않았다.
대체로 좁혀지지 않았던 회의는 교황의 제시와 함께 하나로 모였다.
‘버닝헬을 이용합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케르베로스 프로젝트였다. 원래는 버닝헬 내부의 핵심 인원들로 꾸리는 것이었지만.
몇몇 왕국에서 반대를 했다.
혹시나 범죄 조직들을 소탕한 뒤, 버닝헬의 힘이 강해지는 것을 껄끄러워 한 이들.
그 때문에 각 왕국에서 실력 좋은 유망주들을 파견시키기로 했다.
-소장님?
교황의 목소리에 루켈이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예. 교황님.”
-케르베로스 조직은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초 훈련을 2주간 진행한 뒤, 본격적인 임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초 훈련?
“예. 그들 개개인의 무력은 뛰어나지만, 그 이외에 범죄 조직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칠 시간이 필요합니다.”
-좋습니다. 케르베로스는 소장님만 믿겠습니다.
“예.”
-그럼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회의의 안건은 다크니스…….
* * *
브롤 항구.
따스한 햇볕과 함께 눅눅한 바람이 불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죽을 듯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다녔다.
그들을 보며 제복을 쓸어내렸다.
옷이 좋긴 하네.
제복에 달려 있는 온도 유지 마법.
그 덕분에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아 기분이 상쾌했다.
“지금쯤이면 올 사람은 다 왔겠지?”
오늘은 케르베로스가 창건하는 날이자, 신입 단원들이 오는 날이다.
데이론이 사전에 접촉한 인원들.
그들에게 시간을 알려 주고, 시간 맞춰 브롤 항구로 모이라는 연락을 보냈다.
“가 볼까.”
걸음을 옮겨 함선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함선에 선박을 적재하는 곳에 쉼터 같은 곳이 있다.
푸른색 벽을 가진 건물.
그 앞에 서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제부터 버닝헬의 간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부단장으로서의 첫 임무.
그 첫걸음.
그건 신입 단원들을 이끌고 특수 훈련장으로 가는 거다.
시간을 확인했다.
정시가 될 때까지 기다린 후, 알람이 울리는 것에 맞춰 쉼터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안에는 데이론이 연락을 보낸 다수의 인원이 모여 있었다. 각양각색의 모습과 다양한 병장기들.
그들이 전부 나를 쳐다보았다.
각 왕국의 유망주들이라 그런지 눈빛에서부터 느껴지는 기세들이 남달랐다. 실력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게 느껴진달까.
어깨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
그중엔 지옥 대전에서 두들겨 맞은 파비안도 있었다. 구석진 자리에서 날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아직 정신 못 차렸지?
피식 웃고는 새로 맞이할 조직원들의 눈빛을 보며 인원수를 셌다. 데이론이 말한 인원이 전부 참석했다.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네.”
드르륵!
가장 앞쪽에 앉아 있던 은발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내 앞으로 다가왔다.
“네가 레딘이야?”
오만한 눈빛.
버닝헬에 있는 시계탑의 기사들이 자주 보여 주던 그 눈빛이다. 그 뒤에 있는 다른 녀석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은발 사내가 기세 싸움을 걸어왔다.
“그러니까 우리가 교도관인 네 말을 들어야 한다는 거지?”
“후우.”
이런 상황에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게 빠르다.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눈을 올려 뜨며 살기를 내뿜었다.
전신에서 피어오른 살기가 은발 사내에게 향했다. 목을 옥죄듯 은발 사내의 숨통을 막았다.
몸을 부르르 떠는 은발 사내.
그대로 한 발짝 다가가며 은발 사내의 무릎을 걷어찼다.
“컥!”
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진 사내.
녀석의 머리 위에 발을 올리고 사뿐히 짓밟아 주었다.
“우으으윽!”
그를 살짝 내려다봤다가 쉼터 안에 있는 신입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또 개길 사람? 있으면 지금 나와.”
“…….”
“없어?”
안에 있는 자들이 숨을 죽였다.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야. 나를 비롯해 단장님과 앞으로 만날 교관들에게 그딴 눈으로 보는 새끼 있으면 각오해.”
“…….”
“대답 안 해?”
“알겠…… 다.”
“얼버무리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 너희들 가문이나 학교에서 훈련받을 때도 그따위로 대답했어?”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내뱉는 목소리를 들으며, 은발 사내의 머리를 밟고 있던 발을 치웠다.
가지런히 서서 옷깃을 털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혹시라도 교도관 출신들에게 상관 대우를 해 주고 싶지 않은 놈들이 있다면 지금 나가. 10초 준다.”
안에 있는 각 왕국에서 파견된 이들이 복잡한 표정들을 지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 흐를 동안.
쉼터의 내부에서 나간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저들은 각 왕국에서 손꼽는 유망주들이 아니다. 진짜 유망주들은 각 왕국에서 이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파비안과 같은 몇몇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은 각 왕국에서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놈들뿐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파격적인 기회.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저들은 각 왕국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살게 될 거다.
왕실의 핵심 기사단 입단과 함께 자작의 작위 등등, 파격적인 대우를 주기로 여섯 왕국이 약속했다고 들었다.
“10초. 끝. 이제부터 행동 똑바로 해. 마음에 안 들면 그 즉시 퇴출과 함께 너희에게 주어진 기회도 박탈될 테니까.”
주위를 다시 한번 훑고는.
“따라 나와.”
쉼터 밖으로 걸어 나왔다.
맨 마지막에 나온 이들에게 은발 사내를 챙기라고 한 뒤, 무리를 이끌고 따로 준비되어 있는 작은 쾌속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항구 옆에 떠 있는 배.
그 배 위로 20명가량의 탑승했다. 질질 끌려오는 은발 사내까지 태운 뒤에, 배가 출발했다.
부우우우웅!
뱃머리에 앉아 신입들을 쳐다봤다.
“지금이라도 마음이 바뀐 놈들이 있으면 바다에 뛰어들어서 헤엄쳐. 더 깊이 들어갔다간 맘대로 돌아오지도 못하니까.”
익숙한 얼굴의 여인이 손을 들어 올렸다. 검후의 제자이자, 레베카의 선배인 월녀문의 차기문주.
아델라.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가는 곳이 어딘지 알 수 있나요?”
“훈련장.”
“훈련장이요? 저흰…….”
“나도 알아. 너희들 개개인의 실력은 최정예는 아니더라도, 각 왕국에서 손꼽히는 수준이겠지.”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사람 죽여 본 적 있어?”
“아뇨.”
“그럼 범죄 조직들의 간부들을 만나 본 적은?”
“없어요.”
“그런 훈련을 하러 갈 거야.”
마그네스와 전쟁이 시작되면, 범죄자들은 거리낌 없이 죽이려 들 거다. 그런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이쪽도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한다는 건가요?”
“어.”
“살인은 신성제국에서 금지한 일이에요. 버닝헬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 아닌가요?”
맞는 말이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케르베로스라는 특수 조직엔 특별한 권한이 주어졌어. 모든 법 위에서 활동할 수 있는 특권.”
처음 듣는 소리에 주변에 있는 신입들이 나를 쳐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을 보며 웃었다.
“그런데 왜 이런 조건이 주어졌는지 알아?”
“…….”
“우리의 목표인 마그네스의 수장인 카예스 바디올라. 그 녀석을 잡기가 그만큼 빡세서야.”
오러 블레이드를 자유롭게 다루는 실력자.
그런 그의 밑에는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오른 두 명의 대장급 부하가 있고, 그 밑엔 수천, 수만의 세력이 있다.
살인, 인신매매, 사창가, 마약 등등.
온갖 것들을 가리지 않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잡기 위해선, 그에 준하는 미친놈이 되어야 한다.
“너희에게 주어진 기간은 2주야.”
“…….”
“성과를 쌓고 왕국으로 금의환양하고 싶으면…….”
씨익.
“이번 훈련에서 끝까지 살아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