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3
3화 연재 시작(2)
***
당장 적대적인 입장에 놓인 것과는 별개로, 나는 현 상황에 꽤나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특유의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얼굴.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듯 씰룩거리는 입.
만화책에서 보던 것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레오는 레오였다. 꿈속에서나 만나던 녀석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당장이라도 달려가 인사를 건네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주 오랫동안 네 팬이었다고.
그러나,
“흐흐, 꼬마 녀석. 기다렸다고!”
“오늘 떠난다지?”
“누구 맘대로! 가려면 다리 한쪽은 내놓고 가야 할 거다!”
때마침 터져 나온 음성들에 나는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옆을 돌아보니, 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악당들이 죽어라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몸은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바락바락 고함만 치는데, 내가 다 우스꽝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는 당연하게도, 레오의 저 태평한 얼굴에 실금하나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래, 차라리 잘됐어.’
이 난관을 넘기기만 한다면 레오와 친분을 다질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일 것이고.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일단은 현 상황을 타개하는데 집중해야 했다.
때마침 레오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뭐야, 또 너희들이야?”
놀랍게도 익숙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어찌된 일인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당시 성우의 목소리와 제법 닮아 있었던 것이다.
기묘한 우연이었다.
이어,
“흐흐, 꼬마야. 오늘은 다를 거다. 대도시에서 활동 중인 내 친동생까지 불러왔거든. 아주 포악한 녀석이지.”
두목이 내 어깨를 슬쩍 떠밀며 말했다.
나는 이때 ‘본래의 악당3’이 취했을 행동에 대하여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손가락 관절을 야무지게 꺾어대며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 ‘흐흐······’ 하고 멍청해 보이는 웃음을 한껏 곁들인 채 말이다.
이 같은 ‘역할’을 숙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내겐 대단한 행운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이보다 중요한 지침은 없었으니.
나를 포함한 이 악당들은 첫 화 이후로 다시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주인공에게 맞고 날아가는 게 주어진 역할의 전부라는 것.
즉, 이를 그대로 따라했다간 나 또한 단숨에 삭제되고 말 거라는 뜻이었다.
무조건 그와 다르게 행동해야 했다.
나는 앞으로 나가는 대신, 못들은 척 제자리에 가만 서 있었다. 일단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의 돌발행동에 당황했는지, 두목이 또 한 번 슬그머니 나를 밀었다.
“흐흐, 내가 말했던 꼬맹이가 바로 저 녀석이야. 손 좀 봐주라고.”
“그래, 보여주라고!”
“어서!”
생각보다 푸시가 심했다. 두목 뿐 아니라 주위 모두가 나를 떠밀고 있었다.
심지어 레오조차도 이를 의식한 듯,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쩐다······.’
만만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레오는 결코 대적할 수 없는 괴물이다. 대드는 건 의미가 없다.
어차피 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라야 두 개 뿐이었다.
싸우기 싫다는 입장을 어필하거나, 그대로 도망치는 것.
그러나 그대로 도망치는 것 또한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주인공과 엮이지 못한 엑스트라에게 다음은 없을 테니.
전자가 맞다. 잘하면 동료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하여, 곧장 레오에게 다가가 대화를 제안하려 할 때였다.
“저기, 할 말이 있······.”
삐-.
난데없이 홀로그램이 적색으로 물들더니, 웬 경고메시지가 떠올랐다.
[경고!]
[개연성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포착되었습니다]
[선행 플롯에 의해 행위가 금지됩니다]
[페널티로 10초간 침묵이 강제됩니다]
‘이, 이게 뭐야?’
나는 심히 당황하고 말았다.
경고 메시지에 적힌 그대로였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마치 불가사의한 힘에 몸이 속박된 느낌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몸에 가해진 미증유의 압박 따위가 아니었다.
‘선행 플롯? 짜인 플롯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럼 원작과 똑같이 행동하고, 그냥 그대로 삭제되란 말이야?
이는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었다.
몸을 압박하던 힘은 금방 사라졌다.
하지만 불편한 상황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다들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냥 도망칠까?’
아냐.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간 아마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다. 연속된 경고로 더욱 심한 페널티가 붙을지도 모르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일단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옆에 있던 녀석을 불렀다. 여기 이 엑스트라들 중에서도 가장 엑스트라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너 먼저.”
“나······ 나?”
“그래, 잔말 말고.”
그러곤 있는 힘껏 인상을 썼다. 악당 뒤에 붙은 ‘3’이라는 숫자는 여기서의 서열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아마 통하지 않을까.
곧이어 난감해하던 녀석이 별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양 손에 나무 몽둥이를 꼭 쥔 채였다.
나는 잠시간 긴장한 채 기다렸으나 경고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원작과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다행히 이 정도는 괜찮은 듯했다.
그즈음 두목이 다가와 내게 물었다.
“너 왜 그래?”
“잠시.”
나는 그러고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괜히 심각한 척 인상을 쓰는 건 덤이었다.
서둘러 생각해야 했다.
이 ‘개연성’이 허락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싸움을 관두려 대화를 거는 행위는 제지당했다. 하지만 당장의 차례를 미루는 건 허용이 됐다.
핵심은 작가의 의도를 거스르지 않는 것일 것이다.
‘의도라······.’
어느 이야기든 첫 부분에 담긴 작가의 의도야 명확하다. 등장인물로 하여금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
그리고 나는 이를 위해 ‘모험왕’에 준비된 장치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바로 레오의 저 무지막지한 힘.
나를 포함한 마을의 악당들은 이를 표출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내 덩치가 이리 큰 것 또한 실은 그 힘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였으니.
싸움을 피할 순 없다. 레오의 강함을 드러내기 위해선 이를 위한 희생양이 필요한 법이니까. 제아무리 차례를 미뤄봤자 결국 박살나는 건 똑같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되지, 어떻게······.’
그즈음,
“크아악!”
먼저 나섰던 녀석이 저 멀리 날아갔다.
만화책으로 볼 땐 호쾌하기만 했던 장면이 더 이상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외려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원망하기 없기다? 다음은 누구야?”
레오가 씩 웃으며 팔을 빙빙 휘두르자, 다들 주춤거리며 한 발자국씩 물러났다.
이어 다시금 내게로 시선이 모였다.
두목 또한 무안함을 감추려는 듯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저 녀석 실력 봤지? 애송이긴 해도, 네가 직접 손봐줄만한 놈이야. 그러니 얼른······.”
그러나 나는 못들은 척 또 다른 녀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게 지목받은 녀석의 얼굴이 새파래졌으나, 애써 무시했다.
“그, 그래! 네가 먼저 건방진 꼬맹이 녀석 교육 좀 시켜 놓으라고!”
두목이 내 행동에 힘을 실어주긴 했지만 이것도 얼마 가지 않을 것이다. 이젠 그 또한 나를 미심쩍은 듯 보고 있었으니.
시간이 없었다.
일단 중요한 건, 나의 캐릭터성이 다른 엑스트라들과는 뚜렷이 구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한 우스꽝스럽게 엎어져 볼까? 아니면 희한한 소리를 지른다거나.’
그러나,
“히에에엑!”
때마침 맞고 날아간 두 번째 녀석을 보자 그 생각이 쏙 들어갔다. 마치 풍차가 돌 듯 휘리릭 굴러가는데, 딱 봐도 저건 못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엑스트라가 어떤 식으로 뻗던지 간에, 애당초 독자로서 내가 그것을 의식 했던 기억이 없었다. 어차피 주의가 집중되는 것은 레오의 힘 쪽이었으니. 맞고 눕는 리액션에 대한 평가야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이 필요했다.
그 무렵,
“너 설마······ 아니지?”
두목이 슬쩍 다가와 물었다.
차마 ‘쫄았냐’는 말까진 하지 못한 듯했다.
나는 그에 대답하는 대신, 대충 또 다른 녀석을 가리켰다.
녀석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지만, 그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이라.’
레오의 강함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내가 두드려 맞는 것 외엔 없을까.
나는 저 녀석이 비단 힘만 센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힘은 그저 레오가 가진 여러 능력 중 하나일 뿐이다. 레오의 또 다른 능력들은 굳이 나를 희생양 삼지 않더라도 충분히 녀석의 가치를 입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지금 내가 레오의 또 다른 능력을 이끌어내려는 행위가 내 역할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작해야 첫 화의 엑스트라다. 주인공의 숨겨진 능력을 드러낼 만한 상대로 적합하지 않다. 아마 이 또한 ‘개연성’에 의해 제지당하지 않을까.
슬슬 조급함이 일기 시작했다.
뭐 없을까. 녀석의 강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나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
‘무슨 힌트라도 있으면······.’
그때였다.
잠깐, 힌트?
“······!”
순간 머릿속에 벼락이 쳤다.
그러고 보니 힌트가 있었다.
바로 작가의 허용.
“이런 씨······.”
생각하고 나니 너무나도 간단했다.
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거부되었다. 헌데 차례를 미루는 건 허용이 됐다. 달리 해석하면, 그것이 작가의 의도를 거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강한 외형을 지닌 내가, 모두의 기대를 받고 있는 내가, 은근슬쩍 차례를 미루고 있다는 것. 이 또한 주인공의 강함을 드러내주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즉, 나는 이미 나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작가의 의도를 실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이거 잘하면?’
물론, 단순히 다른 이들과 차별화 되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뭔가가 더 필요했다.
이를 테면, 캐릭터 고유의 매력 같은 것.
때마침,
“끄에에엑!”
세 번째 녀석마저 나가 떨어졌다.
“너희들 그냥 한꺼번에 덤비는 게 어때? 다 같이 날려줄 테니까!”
레오는 사람을 때리는 게 마냥 즐겁다는 듯,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흉악한 녀석 같으니라고.
두목 또한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다그쳐왔다.
“뭐하는 거야! 이대로 가다간 저 녀석에게 모두 당하고 말겠어!”
어느새 그의 얼굴엔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이 그득했다.
하지만 나는 외려 자신이 있었다. 마침 퍼뜩 떠오른 전략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일회성 엑스트라가 후에 조명을 받고 재등장하는 케이스는 대개 하나뿐이다. 해당 캐릭터가 독자들의 웃음을 유발했을 경우.
즉, 나는 여기서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의 ‘개그 캐릭터’가 되어야 했다.
‘유머엔 조금 약한데.’
그렇다한들 별 수 있나. 그 외엔 선택지가 없으니.
그래도 다행인 건, 만화광인 나는 이 같은 ‘개그 클리셰’에도 꽤나 익숙하다는 점이었다.
나는 두목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니! 너 언제까지 그러고 뒤에 선 채로······.”
“다 같이 공격하라고 해.”
“뭐?”
“어서!”
두목은 당황했는지, 자기도 모르게 따라 명령을 내렸다.
“이······ 이익, 한꺼번에 공격해!”
물론,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두목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넌 왜 가만히 있냐고.
나는 팔짱을 낀 채 담담히 일렀다.
“내게 얘기했던 것과는 다른데.”
“뭐? 아, 그게······.”
“강하군, 저 녀석.”
내 말에 두목이 눈에 띄게 당황해 했다.
“아, 아니······ 네가 지금 그렇게 말하면······.”
“하지만 그렇다한들 내 상대는 아냐. 근소하지만 나의 우위야.”
물론 개소리였다.
하지만 나의 담담한 표정과 진지한 말투 때문인지, 두목의 안색이 다시금 환해졌다.
“여, 역시! 확실히 이기기 위해 힘을 빼놓는 전략인 거였구나!”
나는 가만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기보다는······ 실은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어서.”
“문제? 뭔데?”
“배가 아파.”
잠시간 침묵이 내려앉았다.
“역시 아까 배탈이 난 게 맞나봐.”
“······그, 그럼?”
“난 안되겠는데?”
그러곤 슬쩍 뒤로 물러났다.
“······.”
이어 앞을 보니, 이미 서 있는 이가 없었다.
때마침 레오가 씩 웃으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제 너희들뿐이네?”
그러고 팔을 빙빙 돌리며 다가오는데,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솔직히 움찔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무리 만화 속이라지만 이토록 생생하니 고통 또한 존재할 것이다. 저 녀석의 주먹에 맞으면 분명 무지하게 아프겠지.
“히, 히익!”
겁에 질린 두목이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나는 애써 자리를 지켰다. 여기서 후퇴하면 그저 그런 엑스트라가 되고 마는 것이다. 컨셉을 유지해야 했다.
나는 목에다 힘을 주고 외쳤다.
“운 좋은 줄 알라고, 이 꼬맹이 녀석아. 하필 배가 아픈 바람에 손봐줄 수가 없게 됐군.”
“배가 아프다고? 괜찮은 것 같은데?”
“아프다. 사실 주저앉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는 중이지. 지금 다리 후들거리는 거 안 보여? 원래 배 아프면 다리 힘부터 풀리는 거라고.”
“어, 그러네?”
실제로 이건 연기가 아니었다. 이즈음 나는 더없이 긴장한 상태였다.
물론 레오의 주먹이 무서웠기 때문은 아니다. 어차피 저 녀석은 먼저 덤비지 않는 상대에겐 손을 쓰지 않으니.
내가 염려하고 있던 것. 그건 바로 ‘개연성’이 내 행동을 어떻게 판단할까에 대한 것이었다.
잠시 후,
“그럼 안 싸운다는 거지?”
레오가 씩 웃으며 등을 돌렸다.
“고마워해라. 그냥 보내주겠다는 거니까.”
“그래, 그럼. 난 간다.”
이어 레오가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다행히 열을 세도록 ‘개연성’의 제지는 없었다.
‘됐다!’
나는 속으로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까먹지 않고, 이 ‘개그 클리셰’의 마침표를 찍었다.
“꼬맹이 녀석, 두고 보자! 다음엔 봐주지 않을 테다!”
*
레오가 떠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홀로그램 창에 새로운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나는 긴장한 채 이를 열람했다.
[챕터1 – ‘모험의 서막’이 종료되었습니다]
[악당3의 캐릭터 평가가 갱신되었습니다]
[특징에 ‘허세’가 추가되었습니다]
[소수의 독자에게 성원을 받았습니다]
[인지도가 1 올랐습니다]
[상태]
-이름 : 악당3
-특징 : 힘이 약간 세다, 허세가 있다.
-인지도 : 1
-작가 호감도 : 0
-재등장 가능성 : 0%
‘어? 잠깐만······.’
큰일이었다. 결과가 형편없었다.
인지도가 1 올랐다고는 하나, 가장 중요한 재등장 가능성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
‘서, 설마 이대로 끝나나?’
그때였다.
띠링-.
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작가에 의해 캐릭터 최종평가가 산출되었습니다]
[악당3은 ‘삭제 유예’ 대상입니다]
[주어진 유예 기간은 ‘챕터 2회분’입니다]
[인지도 상승에 따라 캐릭터 포인트가 3p 지급됩니다]
내용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캐릭터 포인트? 알 수 없는 내용이 껴 있긴 했지만, 대충은 이해가 됐다.
‘삭제 유예라면······ 일단은 살아남긴 한 건가?’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해냈다.
물론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2개의 챕터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캐릭터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으니. 분명 어설픈 개그 따위를 반복하는 정도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스토리에 엮여 들든, 새로운 능력을 익히든······ 뭐라도 해야겠지.
그즈음 주위를 돌아본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캐릭터들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두목도, 다른 악당들도······ 모두 삭제되고 있었다.
“······잔인하네.”
레오가 떠난 자리.
살아남은 캐릭터는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