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654)
화 이벤트 (3)
폭발이 터져 나온 순간.
“꺄아아아아악!”
관중들의 함성이 비명으로 전환된다.
“저쪽! 저쪽에서 마법이 날아왔다!”
“아무도 나가지 못하도록 통제해!”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주변에서 대기 중이던 병사들이 마법이 시작된 지점을 향해 달려들고.
“비, 비켜어어……!”
테러에 말려들까 싶어 자리를 벗어나는 군중들이 섞이며 혼돈이 찾아온다.
“……후작 각하! 다친 곳은 없으신지요!”
테러다.
이런 커다란 이벤트 속에서 대범하게도 한 나라의 재상을 목표로 한.
“……이런 상황은 몹시도 오랜만이군.”
의외로 이런 쪽의 경험이 많았을까?
잠시 넋이 나간 듯했던 후작은 금방 정신을 차리더니 옷소매를 털며 멀쩡히 일어섰다.
그리고…….
“나는 괜찮으니, 그보다 이 친구를 먼저 봐주게.”
왠지 평소보다는 훨씬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바라본다.
그 말에 행사에 참석 중이던 신관이 나에게 달라붙어 치료를 시작했고…….
“어서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잠시만 기다리게.”
기사들의 다급한 애원에도 후작은 내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내게 다가와 말을 남겼다.
그리 길게 감사 인사를 남긴 건 아니었지만.
“오늘 일은 고맙네.”
뭔가 굉장히 낯설다.
생각해 보면, 후작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가?
‘…없던 거 같네.’
잘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애초에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들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기도 하고.
“이번 일이 정리되면 내 따로 부르지.”
그 말을 끝으로 후작은 기사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떠났고, 나는 덩그라니 남아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복기했다.
감사 인사까지 받고 나서 할 생각은 아니긴 하지만.
‘……내가 왜 그랬지?’
솔직히 말해, 조금 후회가 된다.
그도 그럴 게, 후작이 뭐 예쁘다고 몸까지 던져서 구해줘?
심지어 드래곤 모드 상태인 나에게 피해를 입힐 정도의 마법이었지 않은가.
그냥 내버려뒀으면 후작이 죽는 거—.
‘아, 그건 아니었으려나?’
지난 날, 후작을 죽여 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이백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 그건 좀······. 그 새끼는 죽여도 왕궁에서 부활해요.] [···부활? 그건 뭔 소리냐?] [아, 그건 모르시는구나. 게임엔 없던 물건이라 그런가? 아무튼, 그런 왕가의 보물이 있는데 그게 지금 후작 손에 있어요.]내가 몸을 날리든, 뒤에서 구경만 하든 어차피 후작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음, 그렇게 생각하면 그리 나쁘진 않을지도?’
이번 일로 호감도를 쌓고, 나중에 뒤통수를 확 때려 버리는 거지.
원래 똑같이 뒤통수를 맞아도 믿고 있던 놈이 때리면 더 아픈 법이잖아?
‘……아무튼, 일단 달려들어서 막는 버릇은 좀 고치든가 해야겠네.’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과 별개로, 나는 이번 사건에서 있었던 내 나쁜 습관을 똑바로 인지했다.
미궁에서 하는 일이 대신 처맞는 거라서 그럴까?
뭘 하든 내가 먼저 처맞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몸 깊숙이 배어 있는 듯한데…….
“고, 고맙소이다.”
“…응?”
뭐야 이건 또.
갑자기 누가 말을 걸어와서 보니까 이번 경연에서 1등을 한 랭글스턴 백작이다.
“제때 나를 밀쳐준 게 아니었다면, 나도 그 폭발에 휘말렸을 터. 얀델 남작이 내 목숨을 구했소.”
아… 그게 그렇게 해석도 될 수 있구나.
하긴, 내가 안 밀었으면 진짜 크게 다치긴 했을 거 같긴 하다. 마법이 날아들었을 때 이 아저씨는 후작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
“무사해서 다행이다.”
대충 답해주자 랭글스턴 백작이 조심스레 한 가지를 물어왔다.
“한데… 외람된 말이오만, 어째서 나를 구해준 것이오?”
공교롭게도 후작이 물었던 것과 똑같은 질문.
나는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왜 구하면 안 되는 거냐?”
“그야…….”
말꼬리를 흐리던 랭글스턴 백작이 허심탄회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경쟁자이지 않소. 내가 없으면 얀델 남작이 1등이 될 수도 있었소.”
좀 어이가 없었다.
얘는 이번 경연을 무슨 배틀 서바이벌 같은 거라 생각하고 있나?
‘아니면… 그냥 귀족적인 사고 방식이 배어 있는 걸지도.’
“게다가 그게 아니어도… 남작이 나를 좋게 봐줄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소?”
해석하자면, 내가 아까 전에 너한테 못되게 굴지 않았냐는 뜻인데…….
솔직히 말해 이번 건 얻어걸린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얘가 감사 인사를 하러 오기 전까지 얘의 존재도 잊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굳이 곧대로 말할 필요는 없을 터.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구할 수 있으니까 구했을 뿐.”
그리 말하며 호탕하게 어깨를 툭툭 쳐주자 백작이 묘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얀델 남작은… 정말 소문 그대로의 사람이구려. 이전의 내 무례를 진심으로 사과하겠소이다.”
날 싫어하던 사람한테 이런 말을 듣는 거.
……이거 의외로 뿌듯하네.
***
「캐릭터의 명성 수치가 +10 상승했습니다.」
「캐릭터의 명성 수치가 +10 상승했습니다.」
「캐릭터의 명성 수치가 +10 상승······.」
「······.」
「······.」
***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건축 경연.
그리고 그곳에서 발생한 테러.
당연한 말이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라프도니아에 존재하는 모든 언론사에서 대서특필 되었다.
후작을 향한 암살 시도와 이를 막아낸 영웅, 거인 얀델의 아들 비요른.
헤드라인은 제각각 달랐지만 결국 정리해보자면 이 내용이 주였으며, 그 외에는 굉장히 조용했다.
노아르크에서 보낸 암살자라든가.
정치적인 이유의 테러일 거라든가.
어쩌면 아들이 작위를 탐내 그런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등.
길바닥에서 수많은 루머가 양산된 것과 달리, 언론사에서는 그 어떠한 억측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그로를 끌어 먹고 사는 3류 일간지조차 이 부분에서는 조용했을 정도였는데…….
‘후작 파워가 엄청나긴 하네.’
내 이야기가 등장할 때면 항상 공들인 개소리를 휘갈기던 언론사마저 저러고 있으니 좀 신기하다.
하긴 나라의 2인자가 얽힌 일이니 몸을 사리는 게 당연한가?
아무튼.
그 일이 있은 후로 사흘째 되는 날.
“우와… 이거 범인 아직도 안 잡혔구나…….”
오늘도 신문부터 열어서 소식을 확인하고 있는데 뒤에서 미샤가 얼굴을 들이민다.
“비요른, 너는 어디일 거 같은데? 노아르크? 정적? 아니면 그 짜증나는 아들내미?”
“글쎄, 일단은 노아르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보다 좀 떨어지는 게 어떠냐?”
“왜? 동료라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라서?”
“…….”
최근 느끼는 건데, 요즘 들어 미샤의 텐션이 부쩍 올라간 듯하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오랜만에 둘이 있는 김에 근황에 대해서 물었더니 금방 표정이 좋아진 이유를 들을 수 있다.
“응? 글쎄? 딱히 뭐 대단한 건 안 하는데……. 그냥 낮엔 아이나르랑 같이 운동하고……. 저녁 준비가 끝난 뒤에는 그림이나 좀 그리고…….”
“그림?”
“아, 얼마 전부터 취미로 한번 해보고 있다. 저번에 레인즈 씨랑 미술관에 갔다가 조금 흥미가 생겨서……. 아! 아직 절대 안 보여줄 거니까 보여달라 하지도 말고!”
아멜리아랑 미술관까지 같이 갈 정도면, 겉돌던 시기는 완전히 끝난 듯 보인다.
그러다 보니 옛날 성격이 돌아오는 거 같고.
‘쭈그리처럼 있는 것도 나름 귀엽긴 했는데 말이지…….’
이후 좀 더 대화를 나눠보니 아이나르나 아멜리아, 이 둘이 아니더라도 관계 개선이 나름 잘 된 듯하다.
“고울랜드 씨는 아직 친하진 않은데 그리 나쁜 사람 같지는 않고……. 에르웬은… 잘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더 잘못한 게 많은 거 같아서 얼마 전에 사과를 하긴 했는데, 자리를 피하더라고…….”
“그렇군.”
“그래도 에무어 씨랑은 엄청 친해졌당. 로트밀러에 대해 궁금한 게 엄청 많던데? 맞다, 이틀 전에는 히쿠로드랑 로트밀러까지 해서 다 같이 봤었당.”
“뭐? 근데 왜 나랑 같이 안 간 거냐?”
“음, 넌 그날도 바쁘다고 나갔으니까?”
이틀 전이면, 테러 관련으로 질문 몇 가지 할 게 있다고 해서 왕실 정보부에 다녀왔던 때다.
하… 저런 약속이 있을 줄 알았으면 뒤로 미룰 걸.
“그래서… 오늘은 뭐 하는데?”
“오늘?”
“응. 할 거 없으면 나랑 이따가 컴멜비에나 잠깐 다녀올래? 어제 보니 칼자루가 너무 헤져서 교체를 좀 하려는데…….”
“아… 같이는 못 돌아오는데 괜찮나?”
“응? 왜?”
“저녁에는 후작을 만나기로 해서. 아마 컴멜비에 갔다가 바로 카르논으로 넘어가야 할 거다. 음, 이럴 거면 그냥 나중에—.”
“아니, 그래도 상관없으니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칼만 맡기고 오는 건데! 지금 바로 준비하고 오겠당!”
그리 말하고 사라진 미샤는 정말 번개처럼 외출 준비를 끝내고 돌아왔고, 이후로는 바로 성지를 벗어나 컴멜비로 향했다.
그리고 대장간에 검을 먼저 맡긴 다음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 이후에는 이왕 컴멜비까지 온 김에 거래소에 들러 매물들 시세 파악이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으아! 다 왜 이렇게 싸진 거냐? 내가 돈만 많이 있었어도 다 사버리는 건데!”
“아무래도 미궁이 폐쇄됐다 보니 당장 구매하는 사람이 없지 않겠나. 너도 좀 더 기다려라. 탐험가들 장비 같은 건 계속 값이 내릴 테니까.”
“으응… 그래도 재밌었다.”
“나도 오랜만에 즐거웠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더 있고 싶은데…….”
“가야 하지?”
“아무래도 후작과 잡은 약속이다 보니까.”
“으응, 잘 다녀와…….”
이후 미샤와 헤어진 후로는 바로 카르논으로 직행.
약속을 잡고 온 것이기에 이번에는 입구에서부터 실랑이를 할 것도 없이 프리패스였다.
“얀델 남작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후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내 방문 예상 시간에 맞춰 집사장이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것부터 시작해, 정원을 따라 들어서니 사용인들이 오와 열을 맞춰 나를 환영해 준다.
‘……진짜 귀족 가문은 다르긴 하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저런 사용인들조차 자연스레 기품 있는 인사를 할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하는 걸까?
아직 가택조차 없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스으윽.
이내 집사장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방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굉장히 화려하면서도 중후한 분위기를 풍기는 접객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체 후작가에는 접객실이 몇 개야?’
그러고 보면 항상 올 때마다 접객실이 다르다.
왠지 손님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접객실도 여러 개를 만들어 둔 것 같은데…….
‘왔던 곳 중에 여기가 제일 좋아보이네.’
슬쩍 봐도 내가 너를 엄청나게 대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물신 피어나는 방.
“왔는가.”
심지어 내가 방에 들어서자 후작이 직접 몸까지 일으키며 맞이해 준다.
참 감회가 새로웠다.
거, 예전에는 이 저택에 찾아오고서도 수정구 너머로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는데.
“…앉아라, 다리 아플 텐데.”
“하하, 자네가 먼저 앉게. 손님이지 않나.”
“그렇다면야…….”
내가 먼저 자리에 앉고 나서야 후작도 나를 마주보며 착석했고,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요즘 온통 그 얘기밖에 없던데,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는 알아냈나?”
“아직일세.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단단히 준비를 했다는 게 느껴지더군. 만약 자네가 아니었으면 크게 곤욕을 치렀을 걸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곤욕이라…….
역시 나한테 부활 관련 아이템까지 밝힐 생각은 없다는 건가?
알 수 없지만, 나에 대한 칭찬은 계속 이어졌다.
“누구라도 할 수 있었다라… 글쎄, 그날 그 많은 귀족들이 있고 그 많은 기사들이 있었지만, 일이 터졌을 때 나를 위해 몸을 날린 건 자네뿐이었네.”
“그냥 후작 너의 운이 좋았을 뿐이다.”
“신문을 통해 랭글스턴 백작과 나눴던 대화에 대해서도 들었네. 구할 수 있으니까 구했을 뿐이라 답했다지? 그게 사실인가?”
“뭐… 사실이긴 한데…….”
이렇게 대놓고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 건 취향이 아니라, 빠르게 주제를 돌렸다.
“근데 그래서 오늘은 왜 부른 거냐?”
“일단 이번 사건에 대한 경과를 자네에게도 들려주는 게 도리라 생각했네. 아, 7구역 재건 공사를 얀델 남작가 맡게 되었음도 알려줄 생각이었고. 아마 곧 연락이 갈 걸세.”
오, 그렇게 됐다니 한시름 덜었—.
“하지만 이건 본론이 아니니 빠르게 넘아가도록 하겠네.”
“…응?”
이게 본론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본론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하던 때.
“자네의 성격을 아는 만큼, 내 솔직하게 말하지.”
후작이 방금까지 얼굴에 얹고 있던 부드러운 미소를 싹 지워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얀델의 아들 비요른.”
“……?”
“나는 자네가 악령이라고 생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