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72)
72화
바람의 동굴 던전.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초보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냥터였으며, 대장장이 지크의 ‘바람의 정수’ 퀘스트 역시 루아나 지역의 필수 퀘스트로 꼽혔다.
동굴에 주요 몬스터로 등장하는 바람의 정령이 동레벨의 다른 몬스터에 비해 경험치를 1.2~1.3배 정도 더 잘 주기도 했고, 드랍템 역시 쏠쏠하게 좋았으니까.
무엇보다 ‘한 방’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사실 인기 사냥터가 되려면 경험치보다는 드랍템이 좋아야 되거든. 막말로 경험치야 시간 좀 더 들여서 몬스터 몇 마리 더 잡으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아이템은 아니다.
특정 템을 얻기 위해서는 특정한 몬스터를 잡거나 퀘스트를 수행해야 했다.
그런데 그 특정한 템이 동레벨 다른 장비보다 성능이 우월하다면?
바람의 동굴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흐음. 그래서 그 특정템이 뭔데요?”
-바람의 정령들이 아주 낮은 확률로 ‘바람 기운이 스민 장비’를 드랍해.
사실 장비 하나하나만 따로 두고 보면 그렇게 특별한 장비는 아니었다.
오히려 동레벨의 다른 레어 등급 장비보다 살짝 떨어지는 성능.
하지만 바람 장비의 진가는 여러 피스가 갖추어질 때 비로소 드러난다.
속칭 ‘바람 세트’.
그 정체는 바로 귀하디 귀한 세트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무기랑 방어구 2세트 맞추면 민첩이 3 오르고 3세트 맞추면 5 상승. 5세트 맞추면 민첩 10 상승에 더불어 공격 속도, 캐스팅 속도도 10%씩 상승해.
“와, 진짜 괜찮은데?”
-그러니까 사람들이 몰리는 거지. 세트만 다 모으면 거의 히어로 등급 이상의 효과를 내니까.
다만, ‘아주 낮은’ 확률로 드랍되다 보니 운이 없으면 졸업 레벨까지 죽도록 사냥해도 한 피스조차 못 얻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바람의 정수’ 퀘스트가 있는 거지.
바람의 정수를 모아서 대장장이 지크에게 가져다주면 바람 세트 중 하나를 선택해서 획득할 수 있었다.
물론, 바람의 정수도 드랍률이 썩 높은 편은 아니었기에 상당한 노가다를 동반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운이 더럽게 없어도 노력만으로 장비를 획득할 수 있는 ‘정가(定價)’의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몹 드랍과 달리 퀘스트로 얻은 바람 셋은 거래 불가이긴 한데…… 그게 어디냐. 5세트는 좀 그렇다 쳐도 적당한 운과 노력만 있으면 2, 3세트는 모을 만하잖아. 한 번 모으면 2차 전직 전까지는 쭉 쓸 텐데.
“그러게요. 라세답지 않게 유저 친화적인 던전이네.”
딱 하나, 오픈형 던전이라는 점만 빼면 말이다.
어느 게임이든 욕심 넘치는 인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인간이 이런 달달한 사냥터를 두고 볼 리 없었다.
꿀단지에는 늘 벌레가 꼬이기 마련이니까.
카르페는 퀘스트를 수락한 후, 대장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라세 입벤에 접속해서 ‘바람 동굴’과 관련된 글을 검색했다.
“어우. 이거 장난 아니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주제였는지, 관련 게시글이 넘쳐나도록 있었다.
글 대부분은 현제 통제 길드인 KD에 대한 욕이었다.
-미친, KD 새끼들 때문에 이게 뭐야? 바람 셋 경매가가 한 달 전이랑 비교해서 10배가 올랐다. 개 같은 놈들.
-그런데 그 놈들은 왜 이렇게 세냐? 다른 길드가 연합해서 밀어 보려고 했다가 역으로 개털렸다던데. 진짜 소문대로 10대 길드가 뒤를 봐주나?
-그 새끼들 장비 보니까 대부분 히어로 등급이더만. 그런 놈들이 왜 레어 등급 장비를 통제하냐고!
-아오, 더러워서 진짜. 있는 것들이 더 한다니까. 뺏어 먹을 게 없어서 저렙 서민들 걸 뺏어 가냐?
-라세 시스템을 욕해야 함. 다른 게임들이면 고렙들이 와서 조져 줄 텐데, 이 게임은 고렙이 저렙존에 들어가면 페널티를 존나 먹이니까 이런 거임.
└ 뭔 소리야? 고렙들이 올 수 있었으면 걔네들이 통제했겠지. 훨씬 더 깝깝했을걸.
-아, 정의구현 마렵다. 백마 탄 초인은 아직이냐? KD 새끼들 멕이는 사람한테 10만 원 쏠 의향 있다.
└ 나도 222222
└└ 나도 10만
└└└ 전 가난해서 1만 원만…….
게시글을 눈팅한 카르페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최초로 통제가 일어난 건 3개월 전.
한 중소 길드가 돌연 바람 동굴을 점거하면서 근처에 돌아다니는 모든 유저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통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약 일주일 뒤, 그들에게 원한을 가진 유저들이 합심해서 새로운 길드를 만든 후에 그들을 몰아낸 것이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악의 무리에게 정의의 철퇴가 내려졌으니 환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통제를 풀려고 만들어진 연합이 이번에는 역으로 통제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도 아주 가관이었다.
‘우리가 노력해서 열심히 통제를 풀었는데 너희는 구경만 하지 않았느냐.’
‘먼저 노력한 사람들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게 옳은 이치다.’
꿀단지를 독점하려는 자들의 궤변에 사람들이 항의했지만 그들은 무차별적으로 플레이어를 죽였다.
통제 길드를 몰아내니 더 강력한 통제 길드가 들어서고 말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그렇게 통제 길드를 밀어낸 길드가 또 통제를 하고, 또 밀려나면 또 통제하고…….
이런 무한의 연쇄를 끊어낸 것이 바로 다름 아닌 KD 길드였다.
한 달 전, 통제 길드를 밀어내고 들어선 이 길드는 정말이지 너무나 강력했다.
KD 길드를 밀어내기 위해 수많은 길드가 달려들었고, 심지어는 여러 길드가 연합해서 도전하기도 했지만 KD 길드는 철옹성이었다.
도전하는 모든 길드를 깨부수며 자신들의 통제를 확고히 했다.
심지어 이 미친 길드는 한 길드원이 레벨이 많이 올라서 바람 동굴을 떠나게 되면, 신규 길드원에게 장비를 넘겨서 무력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이렇다 보니 현시점에서 KD 길드는 뚫을 수 없는 벽이었고, 바람 셋의 가격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국민 교복 셋이라 불리던 바람 셋이 이제는 부자들이나 낄 수 있는 사치 템이 돼 버린 것이다.
불과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여간 이런 집단들은 어느 게임에나 꼭 있네. 게임은 그저 게임으로서 즐겨야지. 쯧쯧.”
-그놈들은 그렇게 통제하는 게 게임을 즐기는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마음에 안 드네요.”
마치 현실과 같았다.
어떻게든 등 처먹어서 배 불리려는 족속들이 있고, 약자는 늘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런 현실이 싫어서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게임마저도 현실과 똑같다니.
즐겜러인 카르페가 보기에는 심히 거슬리는 행태였다.
“즐겜러 특. 남의 잔치에 똥 뿌리는 거 좋아함.”
특히 그 잔치가 나쁜 놈들이 벌이는 거라면 더할 나위 없었다.
-정의의 사도 납셨구만. 뭐, 솔직히 보고 있으면 화딱지 나긴 하지. 이번에 나도 응원하마.
“역시 형도 뜨거운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군요.”
“과연, 주군이십니다. 위신의 주구, 그것도 약자를 짓밟는 반(反)기사도적인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 됩니다!”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사실 카르페가 이렇게까지 정의 구현에 목메는 성격은 아니었다.
자신이 무슨 정의의 사도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귀찮은 일은 되도록이면 피하려는 성격이다.
그가 굳이 바람의 동굴로 가려는 이유는 단 하나.
“경험치를 많이 준다잖아, 경험치를. 바람의 동굴이 현 레벨에서 경험치 제일 많이 주는 곳이죠?”
-그래. 확실하다. 비슷한 곳도 있긴 한데, 거기가 제일 몹이 밀집되어 있고 숫자도 많아.
“그럼 가야지. 니들이 뭔데 내 렙업을 막아!”
카르페의 목적은 오로지 렙업뿐!
자신의 렙업을 방해하는 집단을 조금 혼내 줄 뿐인 일이었다.
* * *
“저긴가?”
루아나의 북문으로 나와 북쪽으로 걸어가기를 약 30분, 황야가 끝남과 동시에 커다란 동굴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동굴 앞을 지키고 있는 10여 명의 무리.
그들의 앞에는 이제 막 죽은 것인지 회색빛으로 물들어 사라지는 시체가 있었다.
“제대로 왔구나.”
놈들은 시체가 사라진 자리를 뒤지면서 킬킬거리고 있었다.
“아, 이놈도 거지네. 뭔 오는 놈들마다 빈털터리야.”
“거지니까 여기 오는 거지. 돈 많으면 경매장에서 템 사서 맞추지 여길 왜 오겠냐?”
“하긴, 그것도 그런가? 아무튼 득템이 없으니 영 재미가 없네. 얼른 이 짓거리 끝내고 상위 지역…… 응? 넌 뭐야?”
카르페가 접근하자 무리의 선두에 있던 남자가 반응했다.
대검을 장착한 스킨헤드의 남자였다.
“어이, 여긴 출입 금지 구역이니까 피 보기 싫으면 사라져.”
“출입 금지? 어째서?”
“하이고. 아직도 이런 놈이 있네. 라세가 갓겜이긴 한가 봐.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르는 뉴비들이 대거 유입되는 거 보니.”
스릉.
스킨헤드 남자는 등에서 대검을 뽑아 들고는 카르페에게 겨누었다.
“다시 한번 말한다. 꺼져.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봐주마.”
“이야, 라칸 네가 웬 일이냐? 다짜고짜 검부터 휘두르는 놈이.”
“오늘 여친 생일이걸랑. 굳이 좋은 날에 피 볼 필요 없잖아?”
“크크크. 미친 새끼. 방금 한 명 죽여 놓고 헛소리는.”
“아, 그랬나? 크크크.”
놈들은 단체로 낄낄거리기 시작했고 카르페 역시 그들을 따라서 미소 지었다.
“꼭 들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여기 렙업이 잘 된다고 들어서.”
“아, 렙업? 크크. 이거 완전 미친놈이구만. 그래. 꼭 들어가고 싶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소정의 입장료만 내면 돼.”
“입장료?”
“그래. 어디 보자…… 한 1만 골드쯤? 1만 골드만 내면 제대로 에스코트해 주마! 크크.”
1만 골드면 경매장에서 바람 셋 다섯 부위를 다 사고도 남는 돈이었다.
사실상 들여보내 주지 않겠다는 말과 같았다.
“1만 골드가 없어서 안 되겠네. 어쩔 수 없지.”
“그래. 특별히 살려 줄 테니까 얼른 꺼…… 야, 너 지금 뭐 하냐?”
“그냥 걸어가는데? 안내비로 1만 골드는 좀 비싼 거 같아서. 그건 다음 기회에 이용하고 이번에는 나 혼자서 둘러볼게.”
“……하. 이 새끼가 뒤질려고.”
라칸은 그제서야 눈앞의 남자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얼굴이 벌개졌다.
“네가 자초한 거다. 죽어라!”
휘잉!
라칸이 카르페의 머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대검을 내리쳤다.
히어로 등급의 대검. 거기다 무려 8강화까지 진행된 명품이었다.
라칸은 스텟 대부분을 근력에 투자한 힘 전사였다. 그렇기에 자신의 검이 이 쥐새끼를 단숨에 갈라 놓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턱!
“……어?”
라칸이 내려치는 대검은 카르페의 손에 너무나도 쉽게 잡혔다.
[다른 플레이어로부터 선공을 받으셨습니다.] [지금부터 KD 길드원과 전투에 돌입합니다.] [선공으로 인한 정당방위 시스템이 성립 중입니다. KD 길드원을 쓰러뜨릴 시 PK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네가 자초한 거다.”
“이 새끼가 감…….”
퍼걱!
라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카르페가 휘두른 주먹 한 방. 그 한 방이 정확하게 라칸의 머리를 날려 버렸으니까.
“…….”
단체로 얼이 빠진 KD 길드원들에게 카르페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살고 싶은 놈은 1만 골드 내면 돼. 그럼 살려 줄게.”
“미친, 이 새끼 죽여!”
“내부에 있는 길드원에게 연락해! 랭커 2회차다!”
KD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