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0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0화
10. 방태규
“이 X발럼들이 뒈질라고.”
아침부터 폐공장에는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퍽-! 퍽-! 퍽-!
방태규가 발길질로 무릎 꿇고 있던 학생 셋을 차례로 넘어뜨렸다.
“내가 20만 원씩 가져오라고 했냐? 안 했냐?”
“으으윽…….”
“어쭈? 대답 안 해?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지?”
“자, 잠깐…… 컥!”
사커킥이 그대로 학생의 인중에 꽂혔다.
퍽- 퍽- 퍽!
다시 시작된 발길질에 학생들이 거북이처럼 웅크리며 신음을 흘렸다.
“막아? 막아? 얼굴 들어.”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방태규의 모습에 뒤에서 담배 피우고 있던 일진들이 킬킬거리며 웃음 지었다.
하지만 겉과 달리 속으로는 한껏 긴장하고 있었다.
방태규의 무자비한 모습이 두려웠다.
‘역시 방태규야. 찐따들한테도 가차 없네.’
‘과연 다른 학교 선배들마저 설설 길만 해.’
‘태규한텐 무슨 일이 있어도 깝치면 안 되겠어.’
방태규의 신장은 185㎝.
중학교 2학년이라기엔 다소 큰 체구다.
당연히 또래 중에선 압도적.
싸움도 잘해서 일진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X발, 오늘 돈 받으면 오토바이 좀 사려고 했더니 아침부터 도움을 안 주네, X새끼들.”
씩씩거리던 방태규가 방관하던 일진들을 돌아봤다.
“야. 너희 중에 돈 좀 있는 새끼 있냐?”
“어? 우, 우리?”
“내가 다음 달에 꼭 갚을게.”
당황하던 일진들이 난처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미, 미안. 집에서 간간이 용돈이나 받는 처지라…….”
“나, 나도. 담배 산다고 모아놓은 돈이 없네. 하하…….”
최대한 기분 상하지 않게 에둘러 거절했지만, 방태규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쓸모없는 새끼들. 다 쥐어 패버릴까 보다.”
“어어?”
“우, 우리한테 한 말이야?”
“그래, X발럼들아. 돈도 못 빌려주면 너희가 여기 있는 셔틀 새끼들이랑 다를 게 뭐야?”
방태규의 분노는 진심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당황한 일진들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도, 도움이 못 돼서 미안…….”
“오토바이 살 수 있게 용돈이라도 모아볼게…….”
“됐어, X발. 쥐꼬리만 한 용돈 모아서 언제 사주겠냐.”
연신 짜증을 내던 방태규가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퍽퍽-!
“이 새끼들 때문이야!”
퍽퍽-!
“이 새끼들이 돈만 제때 가져왔었어도 X발!”
이제는 신음도 흘리지 못할 정도로 학생들이 축 늘어지고 나서야 방태규의 발길질이 멈췄다.
“에이, X같은 것들. 퉷!”
침을 뱉은 방태규가 일진들을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그러자 한 일진이 잽싸게 담배를 꺼내 쥐여줬다.
“후우…….”
연기를 뿜으며 한껏 분위기를 잡고 있던 방태규가 다시 일진들을 돌아봤다.
“야, 어디 돈 구할 데 없냐?”
“어? 돈 구할 데?”
“그래. 무슨 방법이라도 없겠냐?”
“흐음…….”
“글쎄…….”
일진들이 턱을 매만지며 자기 일처럼 고민했다.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또다시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
“편의점 터는 건 어때?”
“너 경찰서 가고 싶냐?”
“아니면 역 근처에서 앵벌이 하는 노숙자들 돈 훔쳐 가는 건?”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노숙자들이 벌어봐야 얼마나 번다고.”
“그럼 길에서 다른 학생들 삥 뜯는 건?”
“그게 그나마 제일 현실적이네.”
“근데 이 시간에 학생들을 어디서 찾아? 다들 방학이라 집에만 처박혀 있을 텐데.”
“피시방이나 코인노래방 같은데 뒤져보면 있겠지.”
“요즘 CCTV 많아서 힘들 텐데.”
“그러니까 얼굴 잘 가리고 작업 쳐야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공모하던 와중.
“아, 그러고 보니 태규야.”
일진 중 한 명이 방태규에게 물었다.
“그놈은 왜 안 불렀어?”
“누구?”
“걔 있잖아. 너희 반에 있는 셔틀.”
“아, 류원 그 새끼?”
방태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안 그래도 오늘 부를 거야. 새해 기념으로 좀 처맞아야지.”
“불렀는데 안 나오면?”
“걱정 마. 그 새끼 집은 알고 있으니까.”
“걔한테서 삥 좀 뜯으면 되겠네.”
“맞아. 그러면 되겠네.”
일진들이 동조했지만 방태규는 고개를 저었다.
“그 새끼 거지야. 돈 없어서 집에 가면 라면만 처먹는다더라.”
“엥? 진짜?”
“그럼 내가 쓸데없이 거짓말이나 하고 있겠냐?”
“아…… 미안.”
“근데 뭐 얼마나 못 살길래 라면만 먹어?”
“그러게. 서울에서 살 정도면 그만큼 재력은 있다는 소리일 텐데?”
친구들이 의문을 표하자 방태규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몰라. 근데 나한테 존나 처맞고도 땡전 한 푼 안 가져오는 걸 보면 진짜 없는 거겠지. 집도 무슨 낡아빠진 다가구주택에서 살더만.”
“아, 그래?”
“그래도 좀 이상하네? 그렇게 못 살면서 학교는 서울로 다닌다? 걔네 부모도 제정신 아닌 듯?”
“그 새끼 애미, 애비 없어. 교통사고로 사망해서 형이랑 둘이서 산다더라.”
측은한 마음이 들 법도 했건만 일진들은 피식거리며 비웃음을 지었다.
“X나 불쌍한 인생이네. 부모도 없고. 큭큭큭큭.”
“거지인 이유가 있었네, X발. 킥킥킥킥.”
비웃음에 이어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태규야. 내가 봤을 때 그 새끼 거지 아닌 거 같다.”
“내 생각도 그래. 분명 유산도 받았을 텐데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돼?”
“요즘은 기초 생활 수급비가 빠방하게 나와서 부모 없는 애들이 오히려 더 잘산다더라.”
“맞아. 내 생각엔 삥 안 뜯기려고 처음부터 수작 부린 거 같다.”
“아마 학교 끝나면 밖에서 호화롭게 스테이크 썰고 있을걸?”
일진들의 주장이 그럴싸했는지 방태규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X이발 새끼가 감히 날 농락해? 당장 불러서 반 죽여 버려야지 X발 새…….”
당장 핸드폰을 꺼내 전화하려던 방태규가 무슨 일인지 행동을 멈췄다.
“왜 그래? 태규야?”
“잠깐. 무슨 소리 안 들리냐?”
방태규의 말에 일진들이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저벅저벅-
조용한 폐공장에 걸음 소리가 들렸다.
하나도 아니고 둘 이상으로 짐작되는 소리가.
잠시 후 웬 남자 둘이 일진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한 명은 방태규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어? 너……?”
조금 전까지 대화의 주체였던 류원이었다.
방태규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맥이 빠졌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아니, 호랑이가 아니라 개새끼인가? 류원, 이 개새끼야.”
보자마자 욕설을 들은 류원이 즉시 겁먹은 얼굴이 되었다.
그 모습에 내심 흡족함을 느꼈지만 아주 만족스럽다곤 볼 수 없었다.
옆에 있는 남자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으니까.
‘저 새낀 누구지? 조그만 게 표정 X나 거슬리네.’
방태규가 띠꺼운 표정으로 고갯짓을 했다.
“옆에 있는 새낀 누구냐? 나 심심할까 봐 데려온 새로운 셔틀이냐?”
“여, 여긴…….”
류원이 말하기도 전에 류민이 앞으로 나섰다.
“나 원이 형이다.”
“형?”
방태규의 입 밖으로 피식 실소가 새어 나왔다.
“내가 전에 말했지? 뒤지기 싫으면 입단속 잘하라고. 근데 결국 형한테 고자질한 거야? 아지트 위치까지 알려주면서?”
“아, 아니야! 난 아무 말도…….”
“X까 이 새끼야. 넌 오늘 뒤졌어. 너도, 네 형도.”
방태규의 부리부리한 눈이 류민에게 꽂혔다.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방태규는 보았다.
잠깐이지만 겁먹은 듯 움찔거리는 녀석의 시선을.
‘흐흐, 병신. 이까짓 후까시에 쫄다니.’
조금 전에 표정 변화가 없길래 깡다구 좀 있나 싶었는데 아닌가 보다.
‘아니야,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
방태규가 형제의 뒤쪽을 쳐다봤다.
다른 사람은 부르지 않았는지 더 이상 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분명 나에 대해서 들었을 텐데도 고작 둘이서 찾아왔다고? 좀 치는 놈인가?’
그동안 일진 생활을 하며 수많은 상대와 싸워본 방태규다.
그중에는 형이라는 사람처럼 키가 작은 상대도 있었다.
‘키가 작다고 방심하는 건 하수나 하는 짓거리지.’
우선은 실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방태규가 슬쩍 친구들에게 눈길을 줬다.
신호를 받은 일진들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으로 나섰다.
“이야, 세상 많이 좋아졌네. 감히 태규한테 대드는 셔틀도 있고.”
“너희 형이 그렇게 잘 싸워? X발, 자신 있으면 우리랑 한 따까리 할까?”
일진 셋이 불량한 표정으로 다가왔지만 류민은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
‘깡다구는 어느 정도 있네. 그러니까 여기까지 왔겠지. 그럼 실력은…….’
잠시 후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일진들과 형이라는 작자의 거리가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졌으니까.
‘싸움 구경은 X밥들 싸움이 제일 재밌지.’
일촉즉발의 상황.
방태규가 팔짱을 끼며 편안하게 지켜보려던 때였다.
빠악-!
선공은 예상외로 형 측이 가져갔다.
“크윽, 이 새끼가!”
코를 부여잡은 일진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휙휙-
위빙으로 날렵하게 피한 류민이 도리어 턱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덜컥-
한 명이 맥없이 쓰러지자 다른 일진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개새끼가!”
하지만 애당초 그들은 류민의 상대가 아니었다.
뻑- 뻑-!
광대와 배를 맞은 일진들이 차례로 쓰러졌고 연이은 류민의 발차기가 앞니를 부러뜨렸다.
“커으흑…….”
“아으으으…….”
셋이 쓰러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방태규의 눈썹이 활처럼 휘었다.
‘저 새끼…….’
키도 고만고만한 게 얼마나 잘 싸울까 싶었는데 이제야 견적이 나온다.
‘그냥 X밥이었네.’
어디서 복싱을 배웠는지 자세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그것뿐.
‘그딴 어쭙잖은 실력으로 나한테 덤비려고 했단 말이야?’
복싱을 베이스로 하는 방태규에겐 초보자의 그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어이, 원이 형. 어디서 복싱 좀 배웠다고 이렇게 깝치나 본데…….”
방태규가 쓰러진 일진들을 지나쳐 앞으로 나섰다.
“복싱에 있어서 체급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배우지 못했나 봐?”
“…….”
방태규가 앞에 서자 류민이 고개를 들었다.
신장 185㎝에 다부진 체격의 방태규.
신장 165㎝에 약골 같은 왜소한 체격의 류민.
누가 봐도 확연한 체급 차이는 굳이 싸워보지 않고도 쉽게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상대는 전혀 위축된 기색이 아니었다.
“그러는 넌 뉴스도 보지 못했나 봐?”
“뭔 뉴스?”
“쯧.”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류민의 모습에, 방태규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뭔 뉴스, X발롬아!”
열받은 방태규가 기습적으로 주먹을 뻗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대처할 틈도 없이 얼굴을 맞고 휘청거렸을 테지만.
휙-
류민은 고개를 까닥이는 것만으로도 공격을 피해냈다.
자존심 상한 방태규가 후속타를 날렸지만, 그마저도 피해낸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주먹마저 헛방으로 돌아갔다.
선빵을 가져가서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갈 의도였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이 날다람쥐 새끼!”
약이 오른 방태규가 주먹과 발차기를 번갈아 써가며 류민을 맞히려고 노력했다.
한 대는 때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명백한 오산이었다.
“뉴스를 봤다면 플레이어인 내게 이렇게 덤비진 못하지.”
여유롭게 피하기만 하던 류민이 주먹을 뻗었다.
빡-!
“큭!”
방태규의 안면에 정확히 적중한다.
하지만 맷집이 어느 정도 있던 방태규를 쓰러트리기엔 무리였다.
“X신 새끼! 어디서 모기가 물었나? 이 정도는 간지럽기만 하…….”
빠악-!
말하고 있는 와중 다시금 주먹이 꽂힌다.
콧대가 얼얼하다.
“죽여 버린다!”
정말 죽일 기세로 주먹을 휘둘렀지만, 여지없이 빗나갔다.
빠악-! 빠악-!
한 대, 두 대, 얼굴로 대미지가 누적되자 이제는 말을 할 기분도 안 들었다.
“크아아악!”
오직 분노만이 앞을 가렸다.
빠악-! 빠악-!
그러거나 말거나 류민은 계속해서 방태규의 얼굴만 공략했다.
아무리 힘이 약해도 주먹으로 얼굴을 치는데 대미지가 없을 리가 없다.
그 증거로 방태규의 코뼈가 주저앉았고 입술은 터져서 피가 흐른다.
일방적인 공격만 해대니 체급 차이고 뭐고 필요가 없다.
‘X발, 한 대만. 딱 한 대만 맞추면……!’
처맞는 와중에도 방태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저런 X밥한테 진다는 걸 자존심상 인정할 수 없었다.
“자존심 부릴 때가 아닐 텐데.”
류민의 주먹이 다시금 방태규의 안면을 쳤다.
‘또 맞았어, 젠장!’
몇 번을 맞았는지 모른다.
이제는 얼굴에서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
앞서 보여준 실력은 페이크라고 생각될 만큼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방태규가 인상을 쓰며 크게 훅을 휘둘렀다.
빗나감과 동시에 파고든 류민이 턱으로 주먹을 꽂는다.
“아…….”
순간 어지러워진 방태규의 눈에 다시금 날아오는 주먹이 보인다.
인정하기 싫지만, 공격만 해선 답이 없다.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막아섰지만.
턱-
‘응?’
상대는 가드를 때리기보다 자신의 펼친 손가락을 붙잡았다.
뿌드득!
“끄아아악!”
기괴하게 꺾인 손가락에 방태규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상체를 숙이자마자 류민의 무릎이 안면을 찍었다.
“커헉!”
“야.”
어느새 류민이 방태규의 반대쪽 손가락을 붙잡았다.
뿌드득-!
“으아아악! 아, 아파! 아프다고!”
뿌득- 뿌득-!
“그, 그만! 제바아아알! 아아악!”
그만하라는 애원에도 류민은 가차 없이 손가락 열 개를 닭 모가지를 꺾듯 꺾어버렸다.
“야.”
류민이 다시금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내 동생 건드리면 알지?”
“크흐흡…… 크흡…….”
“대답 안 해?”
“아, 알았어. 안 거, 건드릴게.”
이제는 눈물 콧물로 범벅된 방태규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턱-
류민은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는지 방태규의 한쪽 팔을 붙잡았다.
“뭐, 뭐 하려는…….”
“나중에 딴마음 품을지도 모르니까 확실하게 해야지.”
“하, 하지 마. 하지 마……!”
방태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뽀각-!
“아아아아아악!”
류민은 기어코 방태규의 팔을 기괴한 방향으로 꺾어버렸다.
“복수하려 들거나 경찰에 신고하기만 해봐. 지구 끝까지라도 널 찾아가서 반대쪽 팔마저 꺾어버릴 테니까.”
“크흐흐흐흐흡…… 아, 아뢌……어.”
방태규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공포가 각인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