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46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46화
246. 15라운드 시작
쭈뼛거리며 다가온 사람은 다름 아닌 민주리였다.
고백받아서인지 괜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겉으로는 전혀 티 내지 않았지만.
“일찍 찾아왔군.”
“검은 낫 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나한테?”
뭘 물어보고 싶다는 걸까?
궁금증을 못 참고 민주리의 생각부터 읽어봤다.
‘아, 나한테 고민 상담하러 온 거구나.’
이계에서 고민 상담을 한다?
남들 눈엔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류민은 이해했다.
‘이곳은 법이 통하지 않는 무법지대. 무슨 행동을 해도 이상할 건 없지.’
이계도 현실과 다름없지만, 대부분은 그 사실을 망각하는 행동을 한다.
가령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분노조절장애처럼 화를 내거나, 심하면 살인까지 하는 등.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한다.
‘현실에서 내성적인 사람도 이계만 오면 180도로 돌변하지. 아바타라는 가면을 쓰고 있으니까.’
그러한 특수성 때문에 이계만 오면 변하는 플레이어들이 많다.
당장 류민도 현실과는 180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리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도 이계에선 가능해지지.’
인터넷에서 모르는 상대에게 고민 글을 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영광이군. 이계에서 마음 터놓고 얘기할 상대가 나라는 얘기니.’
류민이 짐짓 모른 체하며 물었다.
“그래서, 뭘 물어보고 싶은 거지?”
“얘기가 길어질 수 있는데 괜찮을까요?”
“괜찮으니 물어봐라.”
“그…… 제 친구가요, 평소에 좋아하던 애한테 고백했는데…….”
민주리는 친구의 사연인 척 자신의 상황을 류민에게 털어놓았다.
그 모습을 보며 든 생각은 후회였다.
끝까지 보류하지 않았다는 후회.
‘이렇게 마음고생 할 줄 알았으면 계속 보류할 걸 그랬어.’
자신 때문에 고민이 많은 걸 보니 괜히 거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수락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인데, 그 친구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서요. 검은 낫 님이라면 어쩌시겠어요?”
“이제 보니 연애 상담이로군.”
“그, 그런 셈이죠.”
“내가 연애를 많이 해봤을 거 같나?”
“그건…….”
“대답이 늦는 걸 보니 긍정하진 않는군.”
“하하…….”
민주리가 머쓱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왜 굳이 나한테 상담하는 거지?”
“그냥 검은 낫 님의 조언이 듣고 싶어서요. 연애 쪽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통찰력이 있으시잖아요. 검은 낫 님이라면 어떻게 하실지 알고 싶어서…….”
“간단한 문제 아닌가?”
류민이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고백했는데 받아주지 않는다면서? 친구로 지내길 원한다면서? 그럼 친구로 지내야지.”
“하지만 전, 아, 아니, 그 친구는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다고…….”
“그럼? 이대로 친구를 잃을 셈인가?”
“…….”
“연인이 될 수 없다면 친구라도 되어야지.”
기대한 대답이 아닌지 민주리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표정 관리 좀 해라. 누가 봐도 네 얘기인 줄 알겠다.’
웃음을 참은 류민이 물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거절한 이유가 뭐지?”
“친구로만 보일 뿐, 이성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네요.”
“그럼 이성으로 보이면 될 일 아닌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골키퍼가 있다고 공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지. 하물며 그 친구는 아직 애인도 없다며? 골키퍼도 없는 골대라면 기회는 충분한 거 아닌가?”
“…….”
민주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아직 기회는 있다.
고백을 거절당했다고 주저앉을 필요는 없다.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지만 포기하면 그걸로 끝이지.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건가? 4년을 짝사랑했다며? 포기하기엔 그동안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아까울 것…… 같아요.”
“그럼 계속 시도해 봐. 한 번 차였다고 세상 무너진 것인 양 굴지 말고. 그쪽에서도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건 아직 기회는 있다는 거니까.”
깨달은 바가 있는지 잠시 골몰하던 민주리가 이내 해사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조언 감사드려요. 검은 낫 님. 덕분에 고민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친구의 일이라며? 마치 네 고민처럼 말하는군.”
“예? 아하하…… 그, 그게 친구 일 때문에 저도 고민이었거든요. 하하…….”
어색한 웃음으로 넘어가려는 민주리를 보니 내심 안심이 됐다.
‘다행이군. 상태를 보니 걱정할 일은 없겠어.’
자신의 조언이 먹혔는지 민주리는 더 이상 이 일로 고민하지 않았다.
우울해하지도 않고 힘없어 보이지도 않는 걸 보니 예전으로 돌아왔다.
‘아니, 전이랑은 조금 다른가?’
새로운 목표가 생긴 사람처럼 눈빛에 의욕이 가득하다.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올라온다.
‘괜찮겠지. 적어도 사이가 소원해지는 것보단 낫잖아?’
시들시들해진 민주리보다야 의욕 넘치는 민주리가 훨씬 낫다.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겠지만.
“검은 낫 님?”
“안녕하십니까, 검은 낫 님.”
연애 상담을 끝내고 나니 사신교 신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크리스틴, 서아린, 허태석, 조용호 같은 핵심 멤버는 물론이고 최근에 들어온 러셀, 빅터, 소피아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이계에 도착하면 자신 쪽으로 집합하라는 지시 때문이었다.
‘그래야 지켜주기 수월하니까.’
시선을 돌리니 얌띠, 제프리, 주성탁 같은 노예들도 보인다.
다만 존 델가도는 자리에 없었다.
차마 부를 수 없었다.
‘크리스틴이 보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테니.’
둘 사이는 원수지간이었기에 되도록 만나지 않아야 좋다.
“다들 버프 받으세요.”
“무기 강화해 드리겠습니다.”
“사신교시죠? 여기, 포션 받아 가세요.”
서포터인 민주리, 러셀, 빅터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하늘에서 빛이 번쩍였다.
[안녕하세요? 인간 여러분? 15라운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럼 바로 퀘스트를 확인해 볼까요?]웃으며 나타난 천사가 길게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날개를 펄럭였다.
◀ ROUND 15 ▶
└세 가지 미션 통과하기
└참가자 : 2,304
└달성자 : 0/576
“세 가지 미션?”
“무슨 미션이지?”
“그나저나 달성자 수 좀 봐.”
“반의반 토막이잖아?”
플레이어들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천사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전에 다른 천사가 말하지 않았나요? 5의 배수의 라운드마다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이번 라운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304명 중에서 576명만 살아남을 수 있지요.]“600명도 안 되네…….”
“내가 576위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겉으론 걱정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속으론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못해도 500명 안에는 들어갈 수 있겠지…….
내가 들어갈 자리 정도는 있겠지……라는.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이번 라운드는 미달이 난다.
그것도 엄청나게.
‘500명은커녕 50명도 살아남지 못하지. 어디까지나 지난 회차의 경우지만.’
이번 회차는 지난번과는 많이 다를 거다.
사람들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던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이번엔 576명을 꽉 채워간다.’
20라운드를 생각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는 게 좋으니까.
“이거 순위권 안에 들려면 경쟁이 빡세겠는데?”
“경쟁을 왜 해? 우리 모두 한 팀 아니야?”
“천사님! 이번 라운드는 개인전인가요, 팀전인가요?”
한 플레이어의 질문에 천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말해줄 수 없습니다.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러분은 파티가 아니라는 거죠.]“파티가 아니다?”
“그럼 개인전이라는 소리 아닌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지만 류민은 답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개인전은 아니지. 협동하지 않으면 다 같이 몰살당할 테니까.’
당장이라도 미션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지만 천사가 보고 있기에 잠자코 있었다.
아직은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다.
“천사님! 그럼 세 가지 미션에 대해서는요?”
“어떤 미션들이 나오나요?”
[그것 또한 말해 드릴 수 없습니다. 미션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직접 확인하도록 하세요.]“서브 퀘스트는요?”
“랭킹 순위의 기준은요?”
[서브 퀘스트도, 순위 기준도 비밀입니다. 이것만큼은 미리 알려주면 재미가 없죠, 킥킥.]혼자서 재수 없게 웃던 천사가 이내 정색하더니 날개를 펄럭였다.
[그럼 이제 미션 장소로 보내드릴까요?]천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둠이 2천 명의 플레이어를 덮쳤다.
* * *
“여, 여긴 어디야?”
“거기 누구 있어요?”
“아무것도 안 보여.”
무채색의 공간이 한순간에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당황하는 것도 잠시, 어둠이 눈에 익자 서로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문제는 이동한 장소에 어떠한 지형지물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지만.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평평한 공간이야.”
“우주는 아닌가 봐? 바닥이 느껴지는 걸 보면.”
“그나저나 천사님은 어디 있지? 안 보이네?”
“지금부터 우리끼리 해결하라는 거겠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무슨 미션을 시키려는 걸까?
궁금증은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서야 풀렸다.
[15라운드 미션 장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한 시간 내에 세 가지 미션을 모두 통과하면 라운드에서 생존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첫 번째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30분간 다크 일루젼으로부터 생존하기
“다크 일루젼이 뭐지?”
“몬스터 이름인가?”
“어쨌거나 생존하면 그만이잖아?”
“도망 다니는 건 내 전문이지.”
몇몇 플레이어들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쉽진 않을 거다.
‘어둠은 다크 일루젼에게 최적의 환경이거든.’
그때 일부 플레이어가 의문을 표했다.
“꼭 도망치리라는 법은 없잖아?”
“맞아. 몬스터인지 뭔지 몰라도 죽여 버리면 그만 아니야?”
“죽이면 도망 다닐 필요도 없지.”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떠오른 메시지에 플레이어들은 뻘쭘해질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다크 일루젼의 상태는 무적입니다.]제아무리 강한 류민이라도 무적을 깨부술 순 없다.
결국 류민도 다크 일루젼을 피해 다닐 수밖에 없다는 소리.
‘하지만 도망 다니지 않고 쉽게 공략하는 방법이 하나 있지.’
다름 아닌 투명화다.
다크 일루젼은 투명화를 쓴 플레이어를 감지하지 못한다.
사용한 뒤 제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소리.
류민이 핵심 멤버들에게 투명화 포션을 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용해라. 지금.’
미션 시작 즉시 먹으라는 말을 잊지 않았는지, 크리스틴, 존, 민주리, 얌띠, 서아린이 포션을 먹고 스르륵 사라졌다.
류민도 따라서 몸을 숨길 순 있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이번 라운드는 혼자서만 살아남아선 안 돼. 다 함께 살아남는다.’
투명화가 없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이끌어줘야 하니까.
그때였다.
우으으으으-
괴상한 울음소리와 함께 다크 일루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