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63)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63화
63화 고민 상담(2)
소원권이라 어쩔 수 없지만, 피터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제인이 내 비서긴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제인의 집에 가 보지 못했다.
오늘 첫 방문을 하는 역사적인 날이었던 것이다.
제인은 음식 준비를 한다며 먼저 갔다.
차량 뒤에 나와 피터가 앉아 있었기에 난 피터에게 말을 꺼냈다.
“피터.”
“네, 사장님.”
“혹시 이상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속으로 일말의 기대감이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찔리는 마음에서 이런 말을 꺼낸 것이다.
나 또한 제인에게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제인에게 말을 못 하는 것은 사장과 비서라는 관계 때문이다.
자칫 제인은 나에 대해 생각이 없는데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 제인뿐만 아니라 피터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태는 방지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좋아한다고 고백할 수는 없었다.
“사장님이라면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하는 피터의 말이 뭔 뜻인지 잘 이해할 수는 없었다.
“······.”
“혹 저 때문에 제인을 멀리 안 하셨으면 합니다.”
난 그 말에 피터의 속을 알 수 있었다.
“혹시 내가 제인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알고 있었어?”
“······.”
내 물음에 아무 말 없는 피터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다.
저 웃음의 의미는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뜻으로 비쳤다.
“솔직히 말하면 나 제인이 좋아.”
제인이 아닌 피터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지만, 한 번은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피터에게 제인이 어떤 존재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을 숨기기 힘이 들었다.
이러다 남들이 알기라도 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아마 회사에서 직원 대부분이 사장님이 제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을 겁니다.”
“······?”
“후후후.”
피터의 웃음에 난 잠시 사고가 정지되었다.
피터의 웃는 모습을 지금에서야 처음 봤다.
매일 무뚝뚝하고 절제된 모습만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다 알고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어진 피터의 웃음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피터 또한 사람이기에 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피터가 방금 했던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그걸 어떡해······.”
“아마 제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무-뭐어-가?”
말도 잘 안 나오다 보니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그만큼 피터의 말은 의외였다.
“후후후.”
“웃지 말고. 지금 동생 이야기하는데······.”
“사장님이라면 제인에게 좋은 분일 것 같습니다. 후후후.”
동문서답을 하는 피터의 말이었다.
“······.”
왠지 지금 피터에게 승낙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뭔가 이상한 느낌.
나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제인의 집에 도착했다.
피터의 말은 뭔가를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피터는 어떻게 보면 내 최후의 보루 같은 인물이었다.
그만큼 피터를 신뢰하고 있고 루비로 체크한 피터의 감정은 신뢰의 일색이었다.
그렇기에 만약 제인과 잘 된다고 하면 나와 피터가 처남 매부 사이가 되는 것이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
저 말이 무슨 뜻인지, 그냥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제인의 집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제인의 집은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였다.
한국식으로 표현한다면 30평 정도의 크기였다.
나는 회사를 출발하기 전 장미꽃과 와인을 준비했다.
제인의 집에 처음 방문하는 날이다.
초인종을 누르자 딩동 하는 소리가 났다.
딩동 소리와 동시에 문이 열리면서 제인이 반갑게 맞이해 줬다.
“오셨어요.”
작은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붉은색의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었다.
들어오면서 문을 막 열어 주면 안 된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 모습에 사고가 정지되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얼굴에는 약간 홍조까지 띠고 있는 제인의 모습.
“으-응.”
“들어오세요.”
나도 남자인 것 같다.
저런 옷을 입은 제인은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경민 님은 오늘 일을 내셔야 할 것 같아요.]갑자기 들려오는 루비의 말······.
“······.”
내가 잠깐 멍을 때리자 제인이 나를 쳐다본다.
“뭐 이상한가요?”
그 소리에 난 정신을 차렸다.
“아-아니.”
루비가 이상한 말을 했기에 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저 주려고 가져오신 건가요?”
꽃과 와인을 가져왔다는 것도 잊은 채 나는 가만히 있었다.
“으응.”
“와, 장미꽃 예쁘네요. 어? 이 와인 내가 좋아하는 건데······.”
“다행이다.”
피터가 골라 준 와인이었다.
난 제인에게 꽃과 와인을 건네주고 소파에 앉았다.
제인은 부엌 쪽으로 가자 난 루비에게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무슨 말이지?”
[경민 님은 미래 일기를 바탕으로 본다면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그건 좋은데 그 어디에도 연애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요.]내가 정말 연애 인자가 없는 건지 모르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예쁜 여자를 보면 힘이 들어간다.
지금도 다리가 저릿저릿한 것이 조금 불편함을 느꼈다.
“그럼 내가······.”
[맞아요. 이 기회에 연애라도 하세요. 제인 양이라면 미래의 기준으로도 상위 0.0001% 이상의 미모예요.]루비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살아있는 고자였다니.
난 그래도 한 손을 들고 파이팅을 했다.
혹시 오늘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음식이 모두 준비되었는지 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피터도 그렇고 루비도 그렇고 오늘따라 이상한 말만 해서 마음이 싱숭생숭한 상황이다.
그런데 오라는 말에 일어나려던 나는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서 있을 때와 다른 불편함을 극도로 느낀 것이다.
제인이 보고 있기에 손을 넣어 정리할 수 없었다.
이것은 순전히 제인 때문이었다.
달라붙는 원피스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문제는 뒷모습, 제인은 등이 훤히 파인 옷을 입고 있었다.
“혹시 다리가 아프신 건가요?”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제인이 오해를 한 것 같다.
“아···. 맞아. 다리가 좀 저려서.”
피가 쏠린다는 말을 못 하니 다리 핑계를 댔다.
“어디 봐요.”
그 말에 내 쪽으로 뛰어온 제인은 내 다리로 손을 뻗었다.
다리를 주물러 주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게 더 문제였다.
뛰어오는 모습에······.
이거 차마 말을 못 하겠다.
멜론······ 아니, 수ㅂ······.
“아니, 됐어. 괜찮아.”
그러나 다음 상황은 나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다리를 만지려는 제인을 내가 괜찮다고 잡아 일으키려는데.
그만······.
제인의 손이······.
제길, 이었다.
창피했다.
제인도 그걸 느꼈는지 잠깐 얼어 버렸다.
서로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된 것이다.
“······.”
“그냥 내가 갈게.”
“네······.”
나와 제인은 둘 다 얼굴이 빨개졌다.
그 모습을 쳐다보자 나는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웃긴 것이다.
나는 다시 제인의 양 팔뚝을 잡았다.
상황이 이상해져서 회사에서 제인을 보기 껄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피터의 말과 루비의 말을 믿고 고백했다.
“나, 제인이 좋아.”
말을 하고 난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 말도 없는 제인이었다.
뭔가 이상해 고개를 들어 보니 제인이 울고 있었다.
“어어, 왜······.”
“그 말하기를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흑.”
그러면서 제인이 내 품에 안긴다.
안도의 한숨도 나왔지만, 다시 제인의 말이 생각이 났다.
승낙한다는 말······.
그 후 우리는 저녁을 먹어야 하지만 먹을 수 없었다.
***
경민을 초대하기 며칠 전 제인의 집.
제인은 오랜만에 친구인 제니퍼를 만났다.
둘이 웃고 떠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인은 제니퍼가 연애 경험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 상담을 받기로 했다.
“제니퍼, 나 고민이 있어.”
“뭔데?”
연애 경험이 많은 제니퍼였다.
“혹시 남자가 한 번에 넘어올 방법 없을까?”
제니퍼는 제인의 말에 황당해했다.
그냥 한 번 웃어 줘도 남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텐데 제인이 저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너, 바보지?”
“내가 왜?”
제인 또한 제니퍼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밖에 나가서 원하는 남자한테 웃어 줘.”
“······.”
“너 지금까지 연애 한 번도 안 해 봐서 남자를 잘 모르지?”
“나도 알 건 다 알아.”
사실이었지만 이상하게 제니퍼의 말에 기분이 약간 상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제니퍼의 상담이 더 중요했다.
“그럼 넌 너에 대한 자각도 없구나?”
“내, 내가 왜?”
“아니다. 말해 뭐하냐? 남자를 한 방에 넘어오게 하고 싶다고 했지?”
“응.”
혀를 끌끌 차던 제니퍼는 곧바로 설명을 해 준다.
“집에서 밥 먹자고 해. 그리고 몸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고 조그만 앞치마를 입어. 그런 다음 물을 그 남자 바지에 쏟아.”
그러면서 다음 이야기를 해 주는 제니퍼였다.
그걸 들으면서 상황이 그렇게 될까란 의문이 드는 제인이었다.
“옷은 꼭 그걸 입어야 하는 거야?”
“물론.”
달라붙는 빨간색 원피스를 직접 가지고 온 제니퍼였다.
“정말 그렇게 하면 한 번에 남자가 넘어오는 것 맞지?”
“맞기는 해.”
“대답이 뭐 그래?”
“넌 그게 필요 없지만 네가 원하니 그렇게 해 보라고.”
“······.”
제인은 남자라고는 아빠와 오빠밖에는 모른다.
학교 다닐 때 공부 때문도 있지만, 제인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없었다.
가끔 자신을 보면 길을 비켜 주고 화장실로 뛰어가는 남자들만 많았을 뿐이다.
제니퍼의 말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제니퍼의 말대로 한번 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누구야?”
“있어, 그런 분.”
“그런 분? 나이가 많아?”
“그건 아니고.”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제인이었다.
회사의 사장님을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제인에게는 뭔가 금지된 사랑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사장과 비서의 관계는 그만큼 사무적이어야 한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직장 상사? 너 팀장 됐다면서, 혹시 임원 아니야?”
“마, 맞아.”
“그럼, 회사 사장? 맞네, 맞아!”
까르르 웃으며 말하는 제니퍼의 말에 얼굴이 다시 붉어지는 제인이었다.
친한 친구지만 속마음을 들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너희 사장 어리다고 했지? 잘됐네. 누가 너를 차지할까 말들이 많았는데.”
“······.”
제니퍼의 말에 말수가 없어지는 제인이었다.
“꽉 잡아. 그 정도면 능력도 좋은 것 같으니까.”
“······.”
“그런데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천하의 제인을 이렇게 애태우게 한대?”
제니퍼의 말에 제인은 사장인 경민이 어디가 좋은지 생각을 해 본다.
처음 자신을 구해 줄 수 있게 해 준 것?
회사를 키우는 뛰어난 능력?
현재의 재력?
이런 것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아빠나 오빠와 같이 평생 자신을 지켜 줄 것 같은 믿음.
이게 가장 크게 작용을 했다.
그렇게 제인은 친구인 제니퍼 앞에서 얼굴만 붉힌 채 말을 잘 못 하고 제니퍼만 떠들었다.
그렇게 고민을 상담한 제인은 그 기회가 며칠 내에 온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