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흥. 저 놈이 얼마나 강하든 간에 상관없지. 내게는 성좌가 준 단검이 있으니까.’
줄레스는 갖고 있는 무기를 만지작거렸다.
이건 무려 성좌가 직접 권능을 담아 준 단검이었다.
지독한 맹독이 묻어 있는, 한 번 스치기만 하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단검!
그래도 줄레스는 최연승을 가장 먼저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최연승이 가장 강해보여서가 아니라, 능력을 잘 몰라서 찜찜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무공 사용자는 근접전으로 유명하기도 했고…
‘…그런데 저 놈 뭐하는 거야??’
* * *
의 이지도르는 최연승에게 꽤나 친절하게 대했다.
여기 들어온 이상 경쟁자나 마찬가지였지만…
자기 클랜의 헌터를 도와준 것이다.
그런 은인을 냉정하게 대하는 건 이지도르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클랜 헌터들을 만날 때까지 같이 지내는 게 낫지 않겠나? 던전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건 자살행위야.”
아무리 강한 헌터라도 잘 때가 있고 쉴 때가 있었다. 혼자서는 위험한 게 던전이었다.
지금 여기 공터에서도 당장 클랜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있지 않은가.
만약 몬스터가 나타나더라도 이들은 자기 클랜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나서지 않을 것이다.
“혼자여도 괜찮은데?”
하지만 최연승은 어비스에서 만 년 넘게 혼자 돌아다녔던 사람이었다.
자다가도 적이 오면 바로 반응해서 깨어날 정도의 감각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
최연승은 정말 담담하게, 사실만을 말한 것이었지만…
이지도르에게는 다른 의미로 들렸다.
– 클랜의 헌터로서 다른 클랜에 빚을 지고 싶지는 않다!
‘투철하군. 하긴 클랜도 규칙이 엄격하겠지. 그 드래곤 황의 클랜인데.’
드래곤 황은 뉴스나 기사에서는 대중들의 흥미에 맞춰서 인생 즐기면서 사는 유쾌한 플레이보이처럼 다뤄졌지만…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헌터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황경룡만큼 무시무시한 사람도 또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천재가 아니라면 올라올 수 없는 헌터 랭크 B급의 세계.
그리고 그 세계에서도 선택 받은 괴물만이 올라갈 수 있는 A급의 세계.
그 A급 중에서도 탁월한 공을 세우고 세워야 받을 수 있는 S급의 칭호.
그 S급 헌터가 허술할 리 없지 않은가.
…물론 최연승이 들었다면 ‘아닌데? 규칙 허술하던데?’라고 말했을 테지만…
“자신감이 있군. 하지만 내가 걱정되네. 아레나스에게 호의를 베풀었으니, 자네도 내 호의를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네.”
“그렇다면야… 받아들이도록 하지.”
최연승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상대가 보답할 기회를 달라는데 굳이 그걸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이지도르는 최연승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보아하니 이 헌터도 들어오면서 짐을 잃어버린 게 분명했다.
“물자를 다 잃어버렸군.”
“음? 아. 스마트폰이랑… 스마트폰이랑 스마트폰 같은 것들?”
최연승은 아직도 발달된 전자기기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각종 던전 탐사 장비들 중 이름을 아는 건 스마트폰뿐!
이지도르는 살짝 당황했다.
“…그, 그것만 말한 게 아닌데. 어쨌든 목이 마르겠군. 여기 앉게. 커피를 좀 끓여줄 테니.”
이지도르가 말한, ‘물자를 잃어버렸군’의 의미는 식량이었다.
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식량.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알기 힘들었지만, 이렇게 물자를 잃어버리면 그 소중함을 확 알게 됐다.
실제로 지금 여기 자리에 있는 헌터들은 대부분 행색이 꾀죄죄하고 약간 핼쑥해진 상태였다.
다들 물자를 많이 잃어버린 상태라 식량을 아껴 먹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식량을 조금이나마 챙겨 나온 클랜은 다행이지, 식량이 없는 클랜은 그냥 물만 마시면서 버텨야 했다.
“배고플 테니 이것도 좀 들게.”
이지도르는 포장된 던전식량을 꺼내 내밀었다.
기껏해야 레토르트를 메인으로 크래커나 절인 고기, 거기에 사탕이나 초콜렛 등을 끼워 넣은, 밖에서는 줘도 먹지 않을 식사였지만…
지금 여기서는 천금 같은 가치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다른 클랜 헌터들은 그걸 보고 깜짝 놀라는 중이었다.
저걸 준다고?
호구인가?
“이, 이지도르 님. 식량은…”
“됐다. 이 정도는 내 재량으로 해줄 수 있다.”
“크흑!”
아레나스는 미안함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자기 때문에 귀중한 클랜의 식량을 내준 것이다.
“제가 굶겠습니다!”
“아니다. 회복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먹어야지. 네가 굶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진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지도르의 말에 헌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불만과 아쉬움이 섞인 표정을 짓는 헌터도 있었다. 그만큼 아껴 먹고 있던 식량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이지도르의 지시를 존중했다.
…그리고 동료한테 서슴없이 치유 마법을 써준 최연승한테 살짝 마음의 빚이 있기도 했고.
“아니. 그렇게 아끼는 거면 안 줘도 된다.”
최연승은 거절했다.
“?!”
“최연승 헌터. 잘 생각해봐. 나중에 배가 고파지면 어쩌려고?”
아레나스가 당황해서 최연승을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최연승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소리였다.
애초에 안 먹고 안 마셔도 버틸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보아하니 다들 못 먹고 못 마신 상태 같은데. 맞나?”
“좀 아껴 먹고 있는 상태긴 하지. 다들.”
“덕분에 굶주려서 나뭇가지라도 씹고 돌멩이도 삼킬 기분이고?”
“아, 아니.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먹을 걸 좀 대접해주지.”
“!??”
뿐만 아니라 다른 클랜 헌터들도 고개를 홱 돌렸다.
설마 저 헌터…
물자를 찾았나?!
“식량을 발견한 건가??!”
“응?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여기서 찾은 걸로 대접을 해주겠다는 뜻이었는데.”
“…?”
그제야 헌터들은 최연승이 한 손에 뭔가 이상한 꾸러미를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최연승이 그 꾸러미를 풀자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무리 봐도 방금 막 잡은 것 같은 몬스터 고기였던 것이다.
“그… 그거 몬스터 고기 아닌가…?”
“혼돈쌍두견의 고기지.”
“놈의 이름이 혼돈쌍두견이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걸 먹을 수가 있는 건가?”
굶주린 헌터 중에서 한 번 시도를 해본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고기가 무슨 나무토막처럼 단단한데다가 불로 지져도 익지도 않았던 것이다.
저런 걸 잘못 먹었다가는 중독되어서 죽을 수도 있었다.
“먹을 수 있지.”
“…그걸 요리하려다가 실패한 헌터가 있는데…?”
“그건 제대로 요리를 못 한 거지.”
“……”
이지도르는 최연승을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동료 생명의 은인인데 욕하면 안 되겠지?
벌써 다른 클랜의 헌터들은 수군거리고 있었다.
-어비스에서 귀환한 헌터라더니 미친 거 아니냐?
-1세대 헌터들은 원래 저래?
-아니. 내 할아버지 친구분이 1세대 헌터신데 저런 짓은 처음 들어봐.
“기다려봐라. 맛있게 요리해서 건네주지.”
“아… 아니…”
“그런데 이 고기만으로는 좀 아쉽긴 한데. 이 주변에 다른 몬스터는 없나?”
이렇게 넓은 던전에 혼돈쌍두견만 나올 리가 없었다. 다른 몬스터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저쪽 늪지에서 붉은뿔거북을 보긴 했는데…”
“그걸 왜 말해줘 미친놈아!”
다른 헌터가 동료를 구박했다.
붉은뿔거북.
몬스터 등급은 E급으로 그리 강하지 않은 놈이었다. 혼돈쌍두견보다 훨씬 손쉬운 상대인 것이다.
하지만 놈은 끈질긴 생명력에 독을 품고 있는 가스를 분출하는 스킬을 갖고 있었다. E급 중에는 성가신 축이었다.
물을 구하러 갔다가 몬스터를 본 헌터들도 늪지의 물을 마실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자 굳이 잡으러 가지 않았다.
지금 체력, 마력 낭비해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붉은뿔거북? 오. 잘 됐군.”
“…뭐, 뭐가 잘 됐다는 거지? 설마 놈의 고기를 먹으려고??”
그 악취 심한 놈을 먹는다니 생각만 해도 싫었다.
“아니. 놈의 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뒷맛이 별로거든.”
“그래. 다행… 뭐?”
말투가 먹어본 거 같은 말투인데?
“하지만 놈의 알은 쓸만한 재료지.”
“알, 알이 쓸만한 재료라고??”
헌터들의 당혹스러운 반응에 최연승은 오히려 어이없어했다.
“아니. 붉은뿔거북의 알이 쓸만한 재료라는 걸 모르다니. 대체 이제까지 헌터 생활을 어떻게 한 거냐?”
갑자기 최연승한테 구박을 받자 다른 헌터들은 당황했다.
우… 우리가 잘못한 건가?
딱히 우리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몇몇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나 식물들이 미식가에게 진미로 취급 받고 있긴 했지만, 아직 그 폭은 매우 좁았다.
보통 몬스터를 잡으면 그 시체를 분해해서 연구를 하지, 어떻게 맛있게 먹을 수 없나 고민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니 대부분 먹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최연승은 만 년 넘게 어비스에서 어비스 요리법을 익힌 사람.
어지간한 건 다 요리해 본 경험이 있었다.
“기다려봐라. 구해올 테니까.”
“잠깐만…!”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
최연승은 한아름 큼지막한 알들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갖고 나왔다.
클랜 헌터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 이지도르 님. 저거 저희가 먹어야 합니까?”
“……”
경험 많고 노련한 이지도르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아연실색한 표정만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연승은 바로 요리 준비에 들어갔다.
불을 피우고, 오리하르콘 식칼로 고기를 척척척 잘라내고, 아공간 목걸이 안에서 양념을 꺼내 주무르며 고기 안에 잘 스며들도록 했다.
지금 최연승의 목걸이 창고 안에는 어비스의 진귀한 고기들+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양념들과 간단한 식재료들이 들어 있었다.
전자는 아낄 생각이지만 후자는 팍팍 써도 됐다. 어차피 밖에 나가서 사면 되니까.
“…?! 잠깐만…?”
이지도르는 경악한 표정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설마 아공간 아티팩트인가??”
아공간 창고를 제공해주는 아티팩트.
희귀했지만 그것 때문에 놀란 건 아니었다.
실제로 이지도르도 큰 배낭 정도 공간을 제공해주는 를 갖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지도르는 거기에 포션들을 꽉 채워 넣었다.
만약의 사태를 위한 대비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최연승은 거기서 소금, 후추, 설탕 등 각종 양념들을 꺼내고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뭐야. 아공간 아티팩트를 처음 보나?”
“아… 아니. 처음 보는 게 아니라. 거기서 지금 양념을 꺼낸 거 같은데,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제대로 본 거 맞는데? 식재료야 여기서 구하더라도 양념은 못 구하잖아.”
“……”
맞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지도르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최연승이 하는 일을 쳐다보았다.
최연승은 소금과 설탕, 후추 등 각종 양념이 섞인 향신료 조합을 아낌없이 고기 위에 퍼부었다.
‘살짝 매콤한 맛이 들어가면 좋을 테니 청양고추도 좀 넣어야지. 설마 이거 갖고 못 먹는다고 하진 않겠지?’
단순히 양념에 고기를 재우는 것이 아니었다. 최연승은 손끝으로 내공을 뿜어내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었다.
어비스의 몬스터들은 이런 식의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먹지 못할 정도로 단단하거나 거친 게 많은 것이다.
최연승은 이걸 ‘내공 숙성’이라고 불렀다.
‘…설, 설마 스킬을 요리에 쓰고 있는 건가??’
최연승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강한 마력에, 이지도르는 전율했다.
이 인간…
대체 요리에 얼마만큼 진심인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