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나는야똥손 (1)
드워프 공방에 맡겨 두고 간 나는야똥손, 이중식.
재영을 만나자마자 울음부터 터트린 그가 말해 준 이곳 공방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고난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니까…… 자꾸 다른 드워프들과 비교하면서 그들과 비슷한 수준이 될 때까지 굴리고 굴렸다 이 말이지?”
“예……. 훌쩍…… 너무 무서워요, 여기…….”
다른 나이 어린 견습 드워프와 경쟁해야 하는 살벌한 야생과도 같은 공방. 이곳에서 인간인 중식은 수습 불가능한 부진아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다른 드워프들은 이미 단검 만들기를 통과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는데, 너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라 이거지……?”
“네…… 그런데 언제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드워프와 같은 천부적인 손재주를 가지지 않은 중식으로서는 너무 소화하기 힘든 하드코어 한 교육과정. 그의 자괴감 넘치는 우울한 말에 재영은 방금 중식이 완성한 단검을 집어 들고는 성능을 확인했다.
[초보자용 단검 – 희귀]흠잡을 수 없는 숙련된 대장장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걸작. 초보자들이 사양하기 아까울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단검이다.
-공격력: 80~100
-내구도: 500/500
-비슷한 수준의 몬스터의 약점을 표시해 준다.
“이건……?”
본래는 노멀 수준의 아이템인 초보자용 단검. 하지만 중식이 만들어 낸 것은 매직을 뛰어넘어 희귀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본래의 성능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뛰어난 능력치의 아이템. 그것을 보고 재영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중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레벨 제한도 없는 초보자용 아이템인데 이 정도 성능이라고……?”
“와…… 이거 뭐야, 재영아? 장난 아닌데?”
호기심 가득한 얼굴의 재균도 아이템의 성능을 확인하고는 경악한 얼굴로 연신 호들갑을 떨었다.
“이 정도면 거의 20레벨대의 매직 아이템은 되어야 비벼 볼 수 있는 수준 아니야? 아니, 그보다 약점을 표시해 준다니, 이건 궁수들 직업 전용 스킬인 ‘샤프 아이’의 능력이잖아!”
궁수들의 전용 스킬, 샤프 아이와 같은 효과를 보여 주는 부가 능력까지 추가되어 있는 중식의 작품. 그것을 보며 재영과 재균이 놀라고 있었지만, 중식은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아니에요. 드워프는 이 정도로는 만족 못 한대요. 최소 레어 수준은 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고 했단 말이에요.”
“뭐……? 레어……?”
희귀 다음 등급의 수준을 요구하는 드워프들의 평가 기준. 그것을 뛰어넘지 못해 벽에 부딪힌 중식이 이런 엄청난 아이템을 만들어 놓고도 아직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재영은 드워프들이 가진 손재주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만들어도 희귀 이상은 나오지 않아요. 드워프들한테 물어봐도 그냥 감이라는 이상한 이야기나 하고 있고. 이제는 아무도 저를 도와주지 않는다고요!”
같이 공방에 들어온 동기 드워프들도 벽을 넘지 못한 채 뒤에서 낙오한 그를 모르는 척 무시하기 시작한 지 오래. 거기에 평가와 감독을 책임지는 선임 드워프들 역시 중식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저버린 눈치였다.
“끄응…… 역시 인간은 가르쳐 봐야 그게 그거라니까…….”
“어휴, 부족장님 부탁 때문에 데리고는 있지만, 하여간 여간 골칫거리라니까. 아니, 그게 왜 안 돼?”
드워프들의 공방에서 유일하게 가르침을 받는 인간인 중식. 이것 자체가 엄청난 특혜이자 기회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가는 동기들과 다르게 혼자서 기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일같이 그를 괴롭히고 있는지, 그의 얼굴에는 절망감과 무력감이 어려 있었다.
“이제는 모르겠어요……. 제가 대장장이를 꿈꾸는 것부터가 잘못된 생각인 것 같아요.”
다른 대장장이가 봤으면 경악할 걸작을 만들어 낸 중식. 비록 초보자 단검이지만 이걸 희귀 등급의 아이템으로 만들어 낸 것 자체가 재능이었지만, 드워프라는 천부적인 손재주를 가진 천재들 사이에서는 그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호…… 인간이 만든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네.”
이리저리 단검을 살펴보던 탄. 그가 의외라는 듯이 탄성을 내지르며 중얼거렸다.
“봐, 내가 말했잖아. 잘 키우면 쓸 만할 녀석이라니까?”
“그러게……. 단검에 집념이 잘 녹아들어 있네. 그 양은 한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아마 제작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런 것 같은데? 집념을 온전히 녹아들게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
“쩝…… 하긴……. 그래도 불카누스 그 녀석의 신기를 사용해서 만든 것치고는 조잡하네.”
중식이 만든 단검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탄과 엘. 둘의 말을 유심히 듣고 있던 재영은 묘한 표정으로 중식에게 말했다.
“중식아, 너 그 망치 다시 나한테 보여 줄래?”
“이거요……?”
“응, 잠깐이면 돼.”
재영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정보 공유를 통해 아이템의 성능을 띄워 준 중식. 재영은 다시 한번 그의 망치의 능력치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불카누스의 망치 – 신화]화염과 철 그리고 대장장이의 신위를 가진 불카누스의 망치이다. 힘을 대부분 상실하고 극히 일부분의 신성만이 남아 있다.
-착용 제한: 불카누스의 인정을 받은 자
-공격력: 10~15
-내구도: 무한
-장비 제작 스킬 사용 시 필요
-화염 속성에 대한 완전 면역
-장비 제작 시 체력 소진율 –99%
-제작품에 기울이는 노력과 정성이 온전히 담깁니다.
-숙련도 필요량 2배 증가
-거래, 교환, 파기 불가
신화 등급의 아이템. 전에 봤던 것과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재영은 탄과 엘의 이야기를 통해서 비로소 망치에 붙은 부가 효과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제작품에 기울이는 노력과 정성이 온전히 담깁니다.
“그래…… 이게 그 의미였구나.”
과거 엘이 중식을 보며 했던 이야기. 그것을 대입해 봤을 때 재영은 중식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중식아, 너 이 단검 만들면서 무슨 생각을 했어?”
“예……? 무슨 생각을 했느냐고요?”
재영의 질문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 중식. 하지만 재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얼굴로 물었다.
“한번 잘 생각해 봐, 네가 이 단검을 만들면서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그 말에 기억을 되짚어 보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린 중식. 그리고 그는 낑낑거리며 그때의 감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단검은 진짜 열심히 만들자. 정성껏 만들면 이번에는 통과하겠지? 그런데 이번에도 레어 등급 못 만들면 어떻게 하지? 선임 드워프들 너무 무서운데…… 대충 이런 생각이요……?”
온갖 잡념이 묻어 있는 제작 과정. 그 이야기를 들은 재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중식에게 주문했다.
“다시 만들어 봐. 단, 이번에는 그 어떠한 잡념도 섞지 말고, 오로지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만을 담아서, 너의 영혼을 단검 안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하루가 되었든 일주일이 되었든 한 달이 되었든, 네가 만족할 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말이야.”
“예……?”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묻는 중식. 그리고 이내 난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그치만, 너무 느리게 만들면 선임 드워프들한테 혼나요……. 속도도 실력이라고…….”
“아니, 그건 내가 따로 말해 둘게. 아무도 너를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어떤 부담감도 가지지 말고 오롯이 제작에만 집중해.”
“…….”
재영이 처리하겠다는 말에 굳게 입을 다무는 중식. 침울해 보이는 표정을 보아하니 뭐가 다르겠냐는 듯한 회의감을 느끼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런 중식을 바라보던 재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그러더라, 좋은 대장장이는 실력과 재능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담아 낼 수 있는 예술적인 영감을 가진 자가 아니라고.”
“……?”
“그것보다도 중요한 건 뜨거운 불과 숨까지 막혀 오는 지독한 더위를 참아 내며 무거운 망치로 쇠를 두드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근성. 그 불굴의 의지와 신념 속에서 수백만…… 아니, 수천만 번의 망치질을 통해서 자신의 영혼을 불태우며 결국에는 원하는 무구를 만들어 내는 자가 진정한 대장장이라고 말이야.”
“어? 이거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말인데……?”
“저번에 네가 했던 말이잖아, 망할 닭 날개야. 치매 걸렸냐?”
엘이 말했던 것을 그대로 중식에게 말해 주는 재영. 그의 말에 중식은 무언가를 곰곰이 되씹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언가 깨달음을 얻어 가는 것 같은 그. 그런 그에게 재영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광산에서 네가 노예로 붙잡혀 있던 시절을 생각해 봐. 지금보다 훨씬 더 참혹하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겨 내 왔잖아? 난 네가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난 너를 믿어.
그 말이 중식의 마음에 강렬한 자극을 준 것일까?
재영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을 짓던 중식은, 아까의 침울한 표정은 어디 갔는지 지금껏 보여 준 적 없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덱스 형…… 정말 고마워요.”
지금껏 게임 속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게임 인생의 매콤한 맛만을 보던 중식. 그는 자신에게 아낌없이 도움을 주는 재영에게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저, 다시 한번 해 볼게요.”
그러고는 다시 한번 망치를 든 중식. 그의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화르르르르륵.
뜨겁게 타오르는 고로. 그 안에서 새빨갛게 달궈진 철광석을 꺼내 중식은 다시 한번 망치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까앙. 까앙.
수천 도가 넘는 고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숨이 막혀 올 정도로 뜨거운 열기였지만, 중식의 망치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수백, 수천, 수만 번. 같은 철을 내리칠 뿐이었다. 그의 모든 것을 담아서 말이다.
* * *
“흐아아암…… 주인, 여기서 도대체 얼마나 있을 셈이야?”
드워프 마을에 들어온 지도 한 달째. 지루한 듯 하품을 하며 탄이 물었지만, 재영은 덤덤하게 말했다.
“저 망치질 소리가 끝날 때까지.”
까앙 까앙.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단검 하나 만드는 데 온 시간을 매진하며 망치질을 하고 있는 중식. 지루해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지만, 그는 정말 접속을 종료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게임 속 플레이 시간 내내 망치를 내려치는 데에만 온 정신을 집중했다.
“어휴…… 저 녀석은 도대체 뭘 만들겠다고 저렇게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건지 원…….”
그 말에 툴툴거리는 탄. 하지만 재영은 엘이 이전에 했던 말을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끈기와 집념을 가진 독종.
분명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집중력은 물론 흥미까지 오래전에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지루한 작업.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중식은 단 한 번의 흐트러짐 없이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저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정신이 바로 재능인 건가…….”
채광 스킬을 2랭크까지 올리고 불카누스의 관심과 호감을 샀던 중식. 그 과정에 재영이 개입하거나 도와준 것은 단 하나도 없이, 스스로 쌓았던 위업. 물론 재영의 도움으로 지금의 순간에까지 올 수 있었지만, 중식에게도 그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할 수 있었다.
“그렇죠? 물론 지금은 저 재능 말고는 이렇다 할 만한 실력도, 기교도, 예술적 감각도 전혀 없는 하잘것없는 견습 대장장이에 불과하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재영의 말에 화답하는 엘. 그녀의 얼굴은 오랜만에 주시할 만한 인간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묘한 기대감과 흥미가 가득해 보였다.
“혹시 모르죠. 인간과 드워프 사이에서 장인이라고 인정받을 수준으로까지 성장하게 된다면, 저 엄청난 재능에 부합하는 실력과 경험을 겸비하게 된다면 또다시 탄생할지도 모르죠…….”
아득히도 먼 과거에서부터 아주 가끔씩 나타나는 전설 속의 대장장이, 인간이면서 감히 초월적인 신의 신성을 담은 무구를 이 땅에 만들어 내는 신의 대장장이의 탄생을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공방 안에서 울려 퍼지던 망치질 소리가 멈추었다.
“해냈다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기쁨과 환의에 찬 중식의 괴성과 함께, 한 달 동안 이어졌던 단검 제작은 그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