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6
16화 광산은 노예가 필요해요 (2)
파곤산.
엄청난 양의 철광석이 매장된 이 산은 미하일 남작령의 중요 자산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철 때문에 모여든 장인들 그리고 그들이 생산해 내는 장비들이 영지 경제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미하일 남작은 최근 들어 모여들기 시작한 모험가들을 짜증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중앙 광장에서 가판을 펼쳐 놓고 시끄럽게 떠드는 이들은 그의 심기를 매우 거슬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단검 팝니다! 제가 만든 첫 작품이에요!”
“장비 수리 공짜로 해 드립니다!”
“손수 제작, B급 이상 장비들 팝니다!”
이제 막 대장장이의 길에 들어선 모험가들. 이들이 직접 만든 장비들을 팔고 있었지만, 미하일 남작의 눈에는 그저 투박하고 조잡한 쓰레기로 보일 뿐이었다.
“에잉…… 저런 천박한 물건을 만드는 데 그 귀중한 철을 써 버린다니.”
급격히 늘어난 초보 대장장이 때문에 안 그래도 점점 늘어나던 철의 수요가 폭증해 결국 철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 버렸다. 그리고 그로 인해 수많은 공방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영주님, 이번에 철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하면 계약한 상단에 납품 기일을 맞추기가…….”
“이번에 사정이 어려워 공방 문을 닫을지도…….”
“철이 풍부한 다른 영지로의 이주를 고려…….”
안 그래도 빠듯했던 세수. 그게 더 줄어들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 미하일 남작의 스트레스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 문제를 타개할 해법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모험가들에게 채광을 의무로 부여하는 건 불가능한가?”
“대륙법령 제128조 1항에 따르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끄응…… 그러면 생산된 철을 장인들에게 우선 판매하는 건?”
“그것 역시 대륙법령 제128조 2항 때문에 불가합니다.”
“그러면…….”
모든 왕국과 제국을 초월해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에 적용되는 법령. 전 대륙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험가들의 차별을 금지하는 이 법령 때문에 미하일 영주가 직접 개입할 여지가 매우 적은 상황. 이 때문에 법무관과의 대화 속에서 머리만 더 아파졌다.
“으으…… 이 망할 것들.”
전혀 영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 미하일 남작의 눈에 모험가들은 그저 필요 없는 불청객, 난민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제로 내쫓을 수도, 철을 사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저 광부들에게 최대한 철의 생산을 늘리라고 독려하는 게 전부였다.
웅성웅성.
광산에서 채굴한 철광석을 사고파는 거래소. 그곳을 지나치던 미하일 남작은 거래소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수많은 인파를 보고는 호기심에 이끌려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거래소에서는 흥분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이 많은 철광석은 도대체 뭐야?”
“철광석이 문제야, 이 사람아? 여기 금광이랑 은광을 보라고!”
“여기 마정석도 있어! 이건 또 어디서 난 거야?”
거래소 앞에 쌓여 있는 엄청난 양의 광석들. 그 광석의 작은 산을 본 미하일 남작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빼곡하게 쌓여 있는 철광석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철광석의 산 곳곳에서 반짝이는 희귀한 광물들은 그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거, 어디서 난 광물들인가?”
“여, 영주님? 여긴 어쩐 일로……?”
갑작스러운 미하일 남작의 등장에 당황한 기색의 사람들. 그리고 이들은 이내 한 사람을 향해 시선이 몰렸다.
“자네가 이 광물들을 캔 자인가?”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한 사람. 등에 딱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곡괭이를 달고 있는 그를 보며 미하일 남작이 묻자 그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요?”
귀족이자 영지의 주인인 자신에게 보이기에는 너무 당당한 태도. 그 모습에 미하일 남작은 그가 모험가라는 것을 알았고, 이내 남작은 그에 대해서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했다.
애써 캐낸 자원들을 한낱 쓰레기로 변모시키는 다른 모험가들과는 다르게, 직접 나서서 영지에 필요한 광석들을 캐내는 그의 성실함에 호감을 느끼며 말이다.
“자네, 시간 된다면 나랑 차나 한잔하겠는가?”
그렇기에 남작은 그를 영주성에 초대했다. 어쩌면 이자가 영지의 문제를 해결해 줄지 모른다는 묘한 기대를 하며 말이다.
* * *
“자네, 시간 된다면 나랑 차나 한잔하겠는가?”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타나 티타임을 제안하는 수염 난 아저씨. 현실이라면 당연히 질색하며 거절했겠지만, 재영은 눈앞의 메시지 때문에라도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
[미하일 남작이 플레이어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미하일 남작과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미하일 남작이 플레이어를 영주성에 초대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뭐지?’
2일 동안 채굴에만 집중한 재영. 인벤토리가 수용 가능한 한도를 최대까지 채워서 돌아온 그는 엄청난 양의 철광석을 광부들에게 주었다. 당연하게도 이들이 줄 수 있는 보상을 아득히도 초월하여 남은 물량을 팔러 거래소에 온 것이었는데, 단순한 NPC도 아니고 영주가 직접 관심을 가지고 나섰다.
조금은 이질적인 상황에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은 나쁘지 않았기에 재영은 흔쾌히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죠.”
“허허허. 따라오게나.”
그렇게 성채 중앙에 자리한 영주성으로 들어가는데, 그 안에서 탄이 갑자기 기억났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 맞다! 여기가 거기였구나!”
손을 맞부딪치며 소리치는 탄. 다른 사람들에게 인식되지 않는 탄이었기에 재영만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탄은 장난기 가득한 눈빛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게 있어, 그런 게.”
뭔가 의미심장한 말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볼 수 없었던 재영은 이내 영주성 안에 한껏 꾸며진 정원에 앉아 미하일 남작을 마주할 수 있었다.
“들게. 파곤산에서 채취한 허브로 만든 차네.”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차.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 재영을 바라보며 미하일 남작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좋은 차네요.”
“그럼, 우리 영지 특산품 중 하나니까.”
잠깐의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던 미하일 남작. 그는 은근한 눈빛으로 재영에게 물었다.
“자네, 아까 보니까 그 많은 광물을 팔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전부 직접 캔 건가?”
“예.”
“허어…… 대단하군. 그 정도 양을 캐려면 숙련된 광부도 열흘은 족히 걸릴 텐데. 도대체 얼마 동안 캔 양인가?”
“한 2일 정도요?”
“허어…… 그게 가능한가?”
2일 동안 캔 양이라는 말에 말을 잇지 못하는 미하일 남작. 그의 눈에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절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 하지만 재영은 태연하게 그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저도 느렸는데, 어느 정도 숙달되다 보니까 캘 수 있는 양도 많아지고 점점 빨라지더라고요.”
“그런가…… 그럼 다른 모험가들도 자네처럼 광물을 캘 수 있는가?”
미하일 남작의 물음. 그 물음에 재영은 잠깐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저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마 가능할걸요?”
미하일 남작은 그 말에 눈을 빛내며 재영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들을 어떻게 하면 광물을 캐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예?”
뜬금없는 물음. 그 물음에 재영은 황당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미하일 남작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자네는 모르겠지만, 지금 모험가들이 모여들면서 영지의 상황이 말이 아니야. 정교하게 흘러가는 영지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단 말이네.”
남작의 이야기에 대충 영지의 상황을 이해한 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초보자, 아니 모험가들이 모여들면서 철이 부족해졌고, 그 때문에 기존 장인들이 물건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단 말이죠?”
“그렇네. 이 영지에는 자네 같은 이들이 많이 필요하네. 쓰레기를 만드는 어설픈 풋내기들이 아니라 직접 땀 흘려 가며 우리 영지의 근본인 철을 생산할 역군들이 말이야!”
광장에 가판을 열어 물건을 팔고 다니는 같잖은 모험가들을 떠올리며 흥분한 미하일 남작. 그와 다르게 성실함이 가득해 보이는 재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호감이 가득했다.
“자네가 나를 도와줄 순 없겠는가?”
그 물음에 재영의 눈앞에는 하나의 퀘스트가 떠올랐다.
[퀘스트, ‘영주의 고민’을 수락하시겠습니까?] [퀘스트, 영주의 고민]철광석 수급에 문제가 생긴 영지. 광부의 수를 늘려 광산의 채굴량을 늘려라.
[해결 조건]-일일 철광석 채굴량 100,000 달성(32,140/100,000).
갑자기 발생한 퀘스트. 하지만 재영은 그 내용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애매한데…….’
채굴량을 자그마치 3배나 높이라는 퀘스트. 하지만 그 방법이 딱히 정해지지 않았기에 일반적인 유저라면 클리어가 거의 불가능한, 까다로운 퀘스트의 유형이었다.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긴 재영을 바라보던 미하일 남작. 그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어 오는데, 옆에서 탄이 갑자기 속삭였다.
“일단 제안을 받아들여.”
“……?”
뜬금없이 제안을 수락하라고 종용하는 탄.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탄의 속삭임에 재영이 무슨 속셈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탄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데…… 어쩌면 이번 기회에 망할 닭 날개 자식들 엿 먹일 수도 있겠는데?”
상상만 해도 좋다는 듯 킥킥거리며 날개를 파닥거리는 탄. 무슨 소리인지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빨리 제안을 수락하라며 성화를 부리는 그를 뒤로하고 재영은 진지한 얼굴로 미하일 남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면, 어디까지 맡기실 수 있는 거죠?”
“그게 무슨 의미인가?”
재영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미하일 남작. 하지만 그런 그에게 재영은 정곡을 찔렀다.
“영지의 경제 상황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저를 따라 줄 수 있냐는 거예요.”
“뭐…… 그거야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그리고 추가로 발생할 이익의 10%를 저에게 주세요.”
“뭐라고……?”
재영의 제안에 미하일 남작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네…… 너무 나를 우습게 봤나 보군. 그런 얼토당토않은 제안을 내가 수락할 것이라…….”
“제가 정확히 이 영지의 세수를 알 수는 없지만,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더군요. 산지가 대부분이고 척박한 환경이라 식량 생산은 어렵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니 말이죠.”
재영의 말에 미하일 남작은 입을 다물었다. 대충 찍어 맞힌 사실이지만, 실제로 많은 영지의 수입이 식량을 사들이는 데 소모되고 있는 점은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필요한 지출은 어쩔 수 없죠. 뭐 상단이 가격을 후려치든 바가지를 씌우든 그 문제는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영지의 광산에서 뽑아낼 수 있는 수입을 극대화하면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이지 않을까요?”
“광산의 수입을 극대화한다고?”
‘어떻게?’라는 표정이 다 드러나는 얼굴로 중얼거리는 미하일 남작. 재영은 그런 그에게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제가 이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알려 드리죠.”
그렇게 재영을 통해 가르침을 받은 미하일 남작은 이후 커다란 명성을 끼쳤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세금, 끝까지 찾아내서 끝까지 털어 낸다.’
‘최고의 세금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뜯어내는 것이다.’
숨 쉬는 것 빼고 모든 것에 세금을 물리는 희대의 악덕 영주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