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물질만능주의
히든 클래스, 자연의 의지(Will of Nature)로 전직한 초코파이조아.
재영의 새로운 조력자이자 따끈따끈한 개연성 채굴기가 된 그는 자신의 변화된 능력치를 확인하느라 바쁜지, 계속해서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주인, 그런데 나 궁금한 게 있어.”
그런 초코파이조아를 빤히 바라보던 탄. 그는 자신의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오묘한 표정으로 재영에게 물었다.
“도대체 저 인간은 갑자기 왜 도와준 거야?”
갑자기 기만자의 가면을 쓰고 위장한 신분으로 수많은 사람 앞에서 깽판을 친 그. 아무 이유 없이 허투루 개연성을 낭비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구두쇠 같은 주인이었기에, 탄은 평상시에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하는 재영을 보며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세계수한테 뜯어낸 가지도 그냥 이렇게 막 써 버리고, 저 자식이 그렇게 쓸 만한 놈이야?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는데…….”
82레벨의 하찮은 수준의 초코파이조아. 냉정히 말해서 그가 지금까지 게임을 하면서 쌓아 온 업은 그야말로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세계수가 마지막 순간까지 거부하려고 했던 것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닌 듯, 이 아르카디아 안에서 그 어떤 존재감과 영향력을 가져 본 적 없는 초코파이조아. 하지만 그런 사실들은 재영에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기대하는 건 유능함이 아니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탄. 하지만 재영은 정말 만족스럽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나한테는 동료가 아니라 충실하게 내 어그로를 막아 줄 방패막이가 필요했던 거거든. 지금까지는 나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써먹었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허락받고 써먹어야지.”
사칭을 당하고 억울함에 아르팬디아에 계속해서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하던 그. 피를 토하며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했지만, 아직은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초코파이조아가 사칭범이라는 주장을 그가 내뱉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재영은 이번 기회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캐릭터는 좀 어떤 것 같아?”
“대, 대단해.”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평생을 증오하며 삼 대를 저주할 철천지원수였던 사칭범. 하지만 그가 선사해 준 당근이 너무나도 달콤했기에, 초코파이조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하는 듯, 조금은 어중간한 태도로 답했다.
“그냥 히든 클래스는 아닐 테니까 잘 키워 봐. 세계수가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라고 해도 이 세상에서는 나름 최강자 중 하나인 신격이니까.”
히든 클래스의 등급이 존재한다면 아마 가장 높은 신화 등급으로 취급받을 그의 직업. 본인도 자신이 얻은 직업의 가치를 아는지, 꽤 상기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아! 안 그래도 지금 퀘스트도 하나 받았는데, 뭔가 다음번 메인 시나리오와 관련된 퀘스트 같아. 이게 과거의 성마…….”
“그만.”
세계수의 사명과 계획에 대해서 언급하려는 듯한 초코파이조아. 그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눈치챈 재영은 다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
“주인, 쟤 뭐래?”
“성마……? 성마대전……?”
귀를 쫑긋하며 초코파이조아의 말을 듣고 있던 천상과 마계의 군주 둘.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이 둘 앞에서 세계수가 준비하는 엿을 공개하려던 그에게 재영은 에둘러 화제를 돌렸다.
“나를 믿는 건 좋지만, 직업 퀘스트와 관련된 사항을 그렇게 아무한테나 공개하는 건 안 될 것 같은데. 특히 메인 시나리오가 연관되어 있다면 더더욱.”
정보가 그 어느 게임보다 가치 있는 아르카디아.
여느 게임과 다르게 대륙 곳곳에 숨겨진 콘텐츠들이 산재한 이 게임에서는 최초 발견자 한 명이 모조리 독식하는 구조를 띠고 있었기에, 자신만 아는 정보를 다른 사람 앞에서 함부로 떠드는 행동은 대가리에 총 맞은 짓이나 다름없었다.
“아…….”
그것을 아는지, 살짝 멍한 얼굴로 입을 벌리는 초코파이조아. 그런 그에게 재영은 조언하듯이 말했다.
“괜히 다른 사람한테 떠벌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성장해서 직접 도전해 봐. 메인 시나리오라면 어마어마하게 어렵겠지만, 그만큼 보상 역시 장난이 아닐 테니까.”
“아, 알겠어!”
그렇게 일순간 할 말이 끊긴 둘. 어색한 침묵 속에서 가만히 서로를 쳐다보던 중, 초코파이조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지……?”
“응? 뭐가?”
무슨 말이냐는 듯 재영이 되묻자 초코파이조아는 잘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이제부터 내가 정확히 뭘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가짜 초코파이조아.
그가 사칭했던 자신의 모습은 찬희 스스로 생각해 봐도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정신 나간 플레이였다.
“일단…… 내가 전직은 했어도 레벨 자체가 너무 낮아서 능력치가 너무 비루해. 스킬 숙련도도 형편없고. 이 정도로는 아마 예전의 초코파이조아 같은 모습은 보여 주지 못할 것 같은데…….”
아무리 세계수로 인해 능력치 보정이 들어갔다고 해도 다른 랭커들과 비교해서는 허약한 수준에 불과한 찬희. 화려한 주인공으로 살아가라는 말과 다르게 또 궁색맞은 모습만을 보여 주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먼저 앞섰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재영은 진심으로 황당하다는 듯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개소리야?”
“뭐……?”
“길바닥에 똥을 싸든, 농부로 전직하고 잠적하거나 대륙 전체를 불태우고 다니든. 나는 네가 뭘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애초에 나는 너한테 원하는 게 딱 하나거든.”
“그게 무슨……?”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하고 다녀도 좋다는 재영의 말에 얼빠진 얼굴을 하는 초코파이조아.
그런 그에게 재영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했다.
“내가 네 모습으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든 다시는 그게 네가 아니라는 말은 그 누구에게도 하고 다니지 말 것.”
재영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제야 이해한 초코파이조아. 그는 경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자, 잠깐. 이제부터 나 사칭 안 하는 거 아니었어?”
“아닌데?”
“그러면…… 앞으로도 내 모습으로 이상한 짓들 하고 다니려고?”
“이상한 짓이라니? 나는 그냥 정상적으로 플레이 하는 것뿐인데.”
그 말에 초코파이조아는 황당하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
“하……. 그렇게 전 세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쓰레기로 만들어 놓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또 무슨 짓을 벌이겠다는 건데? 이게 지금 게임을 하라는 거야, 아니면 접으라는 거야?”
혼자서는 절대 정상적인 플레이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게임을 하라는 재영. 그런 그의 모순적인 말에 찬희는 황당하다는 듯이 따져 물었지만, 재영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그 누구도 너를 무시하지 못하게 키워 줄 테니까. 그보다…… 혹시 네가 쓰던 물건 중 뭐 오래 쓴 거 없어?”
“뭐……?”
“아무거나. 그냥 네가 착용한 장비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쓴 거.”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떨떠름한 얼굴로 초코파이조아는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아마 이 가죽 모자가 가장 오래 쓴 물건일걸?”
“완벽해. 줘 봐.”
“뭐……?”
“안 훔쳐 가니까 일단 줘 보라고.”
그 말에 의아해하며 최근에까지 장착했던 자신의 장비를 건네주는 초코파이조아. 도무지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의 그에게 재영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수많은 업(業)이 잠재된 아이템입니다.]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필요 개연성: 6,000,000] [개연성을 부여하시겠습니까? Y/N]일전의 불카누스보다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의 개연성을 요구하는 상황. 하지만 그 이유가 대충은 짐작이 가기에, 재영은 얼굴에 미소를 띤 상태로 물었다.
“그거 알아?”
“뭘……?”
“이 아르카디아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들에겐 말이야……. 각자의 신격을 대표하는 물건들이 있다는 사실 말이야.”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만 뻐끔거리는 초코파이조아. 재영은 그런 그의 반응을 진심으로 즐기며 개연성을 끌어 올렸다.
우우웅.
재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양의 개연성.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탄과 엘이 무엇을 하려는 지 눈치챈 듯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재영이 빨랐다.
“개연성 부여.”
콰아아아.
재영의 말과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개연성을 흡수하는 초코파이조아의 가죽 모자. 그리고 재영과 초코파이조아의 앞에 익숙한 형태의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아……. 이 망할 놈이…….]“이럴 수가……. 다, 당신은?!”
세계수의 등장에 경악하는 초코파이조아.
이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오자마자 살벌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그녀는 재영을 향해 한바탕 그 분노를 쏟아 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 지금 온 힘을 다해서 도와주고 있는 상황인데.”
[도와준다는 인간이 선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그것도 감히 나를 상대로?]초코파이조아를 계속해서 보낸 게 어지간히도 마음에 안 들었는지, 탄과 엘을 보는 듯한 표독스러운 얼굴로 재영을 노려보는 그녀. 하지만 재영은 여유만만한 태도로 답했다.
“그게 맞는 선택이었다는 걸 앞으로 느끼게 될 거예요. 제가 볼 때는 저 친구, 보기에는 어수룩해 보여도 기회만 주면 그래도 알아서 잘할 거예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논쟁은 나중에 직접 만나면 하기로 하고……. 그보다 지금은 이거부터 먼저 처리해 주면 좋겠는데요.”
가죽 모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웃고 있는 재영. 그러자 세계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듯, 일순간 침묵했다.
그리고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너…… 진짜 정체가 뭐야?]진심으로 경악한 세계수. 그녀는 아까까지 화내고 있었다는 것조차 까먹은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나의 신성을 이 물건에 부여하라고? 불가능해……. 도대체 어떻게? 아버지께서 단 한 번도 허락한 적이 없던 일인데……. 그게 가능하다고……? 어째서……?]본인조차도 이게 가능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의 세계수.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은 것 같은 그녀의 중얼거림에 재영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왜 가능하냐고요?”
개연성만 담보된다면 그 어떤 인과와 법칙도 완전히 뒤틀어 버리고 무시할 수 있는 난세의 방랑가(Bard of Anarchy). 이 직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재영은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 세계수에게 이게 가능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제가 그걸 허락했으니까요.”
* * *
[가죽 모자에 쌓여 온 업과 노력이 개연성에 반응합니다.] [가이아(Gaia)가 권능을 사용할 최소한의 개연성을 획득하였습니다.] [가이아(Gaia)의 신성이 아이템에 온전히 깃듭니다.] [아이템, ‘민첩한 사냥꾼의 가죽 모자’의 능력이 완전히 재조정됩니다.]성공적으로 아이템에 깃든 세계수의 신성.
회색빛의 헤진 가죽 모자가 나뭇가지가 꼬여서 만들어진 면류관(冕旒冠)의 그 모습으로 뒤바뀌자 재영은 즉시 그 아이템의 성능을 확인했다.
[생명의 관 – 신화]태초의 생명이 태어날 때 만들어진 관이다. 모든 만물의 어머니의 신성이 온전히 녹아들어 있다.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이 그 힘을 자유롭게 다스릴 수 있다.
-착용 제한: 자연의 의지(Will of Nature)로 전직한 자
-방어력: 480~550
-내구도: 무한
-정령 친화력 상승 속도 200% 증가.
-정령 소환 효율성 300% 증가.
-정령 소환 최대 등급 +1
-정령 친화력 페널티 100% 감소.
-정령 최대 소환 수 100% 증가.
-하루 1회, ‘절대 회복’ 사용 가능.
정령 소환과 관련해서 어마어마한 능력치 상승을 부여하는 아이템. 딱 보기만 해도 사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밸런스 따위는 갖다 버린 아이템이었지만, 오롯이 세계수의 사도인 초코파이조아만을 위한 아이템이었기에 재영은 주저 없이 그에게 넘겨주었다.
“미리 말하지만, 어디 가서 팔 생각 하지 마라. 떠벌리고 다니는 건 더욱 안 되고.”
재영에게 건네받은 신화급 아이템 생명의 관.
그것을 본 초코파이조아의 표정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스펙터클 하게 변화했다.
충격. 경악. 환희. 두려움. 의혹. 불안함.
무슨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지, 조울증 말기 환자와 같은 표정 변화를 시시각각으로 보여 주던 그. 그리고 이내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비장한 표정으로 재영을 향해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이제부터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마음껏 사칭하고 다니십시오.”
그 순간 재영은 인생의 진리를 다시금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그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불구대천의 원수조차도 무릎 꿇고 형님 형님을 외치게 할 수 있는 물질&황금만능주의의 세상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