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83
483화 승자 독식 (9)
또 하나의 세계이자 막대한 자금이 오가는 거대한 시장이 되어 버린 아르카디아.
골드가 하나의 공식적인 법정화폐이자, 달러와 동등한 수준으로 전 세계인이 애용하는 국제통화가 되어 버리면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기축통화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아르카디아는 그저 단순한 하나의 게임으로 규정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 버렸다.
가상의 세계 속 캐릭터가 가진 명성이 유명 연예인을 능가하는 대중의 사랑을 받게 만들고.
가상에서 얻은 골드와 아이템으로 현실에서 남부럽지 않은 부를 쌓을 수 있게 하며.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든 조직이 힘을 얻고, 그 영향력이 게임을 넘어 현실에까지 끼치는 상황.
그렇기에 거대한 길드를 만들고 또 순조롭게 운영하는 길드의 마스터들은 대기업 부럽지 않은 막대한 자금력과 사회적 지위를 얻으며 하나의 특권 계층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자금을 굴리게 되는 대형 길드의 수뇌부들. 그저 게임 속에서 얻은 하나의 완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권과 혜택이 따라왔기에, 이들은 그 누구도 자신들이 손에 쥔 권력을 놓을 생각은 꿈에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게임에 질렸다는 이유 하나로 던지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걸려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다른 길드장들과 다르게 덱팬무를 이끄는 수장, 아더는 너무나도 미련 없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신이 앉아 있던 그 권좌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덱팬무 길드의 진정한 주인이시여.”
너무나도 극진한 예를 표하며 자신을 맞이하는 아더의 과장된 행동을 보고 재영은 떨떠름한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꼭 그렇게 이상한 짓 해야겠어요? 그냥 일반인처럼 반기면 누가 죽이기라도 해요?”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잔뜩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덱스. 하지만, 그런 그의 진심 어린 멸시와 혐오를 받는 아더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오히려 능글맞은 태도로 재영의 말을 맞받아쳤다.
“어떻게 감히 그러겠습니까? 이보다 더 성대하게 모시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죠.”
마음 같아서는 가능한 모든 인원을 동원해서 성대한 축제를 삼 일 밤낮으로 벌이고 싶은 아더. 하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긴박한 전쟁 상황인지라 그 강렬한 염원을 마음속에 담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그는 연신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 시나리오가 끝나면 제가 깜짝 놀랄 파티를 준비해서 만회하도록 하겠습니다.”
“……도대체 그 머릿속에서 뭘 계획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하지 마세요.”
딱 봐도 무언가 괴상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 아더. 그런 그의 음흉한 표정을 바라보며 재영이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지만, 아더는 딱히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은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말씀하신 대로……”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손바닥을 내미는 아더. 그런 그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챈 재영이 한숨을 내쉬며 그 손을 맞잡자 붉은색으로 쓰인 메시지 하나가 눈앞에 떠올랐다.
[길드, ‘덱스의 팬티는 무슨 색?’의 마스터 권한의 이전을 수락하시겠습니까?] [한번 이전된 마스터의 권한은 1년 동안 이전이 불가능합니다.]일단 한번 받으면 좋으나 싫으나 이런 변태 스토커 집단의 수장 자리를 자그마치 1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맡아야 하는 상황. 그렇기에 빨리 결정하라는 듯이 반짝거리며 재촉하는 Y와 N이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재영은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하아……. X발…….”
이 믿을 수 없는 참담한 현실에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두 눈을 딱 감고 Y를 누른 재영. 그리고 그 순간 지금껏 본 적 없는 복잡하고 거대한 창이 그의 눈앞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길드, ‘덱스의 팬티는 무슨 색?’의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길드 관리창이 생성되었습니다.] [길드 운영이 어려우시다고요? 초보자 가이드, 길드 운영 편을 참고하세요!] [길드원에 한정해서 실시간 메시지를 보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다양한 부가 기능과 혜택을 확인하세요!]처음으로 활성화된 길드 시스템. 그렇기에 마치 초보자한테 설명하듯 온갖 설명과 안내 메시지들이 가득 떠올랐지만, 그 관리창에 빼곡하게 가득한 길드원의 목록은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이, 이게 도대체 뭐예요? 3, 3억……?”
3억 명.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덱팬무의 규모.
다른 길드는 마치 보란 듯이 자신들의 길드가 얼마나 많은 길드원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자랑하고 다니기 바빴지만, 언제나 조용하고 묵묵하게 활동하던 덱팬무의 진정한 실체를 알고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놀라셨죠? 지금까지 전체 길드원의 현황이나 명단은 철저하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서 아무도 모르고 있었거든요. 아마 저랑 이그니스 말고는 이 길드의 전체 규모를 알게 된 사람은 덱스 님이 처음일 거예요.”
다른 이들에게 당당하게 자신이 속한 길드의 이름을 공개하기를 부끄러워하는 샤이 덱팬무들. 그들의 강력한 요구 속에서 5천만 명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완전히 비공개로 돌린 정보였기에 그 실체를 모르고 있었지만, 재영이 상상했던 그 모든 것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규모에 할 말을 잃고 얼어붙은 재영. 그런 그에게 아더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 그렇다고 이들 모두가 열렬하게 활동하는 길드원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하도 자유분방하게 풀어 주는 분위기이다 보니 다들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아서, 아무리 모이라고 해도 더럽게 말을 안 들어서 저희가 속수무책으로 세계 연합 길드에 당하고 있는 거거든요. 뭐, 지휘 체계 부실이라고 하셔도 할 말은 딱히 없네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덱팬무들.
한국에서 특히 그 명성이 자자했지만, 재영이 이 아르카디아에서 보여 주었던 말도 안 되는 수많은 업적을 하나하나 쌓아 가는 만큼, 그 위명은 한반도라는 작은 영역을 넘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지 오래였다.
한국, 미국, 유럽, 오세아니아, 중동…….
저 멀리 이름 모를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까지 퍼져 나가 있는 길드원들. 그야말로 하나의 세계적인 밈(Meme)으로 전락해 버린 자신의 처지에, 그리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비대하진 이 변태 이상성욕자들의 소굴에 재영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길드장이 변경되었다는 공지 메시지에 이미 미친 듯이 터져 나가고 있는 길드 통합 채팅창. 각 지역에 따라서 수천, 수만 개의 채널로 분화되어 있고 또 하나로 통합된 전체 창도 있었기에 엄청나게 복잡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었지만, 그 모든 곳에 올라오는 수많은 메시지는 모두 같았다.
-검은색! 검은색!
-Black! Black!
-لون أسود لون أسود
-Черный цвет! Черный цвет!
수십 개의 온갖 언어로 가득한 채팅들.
하지만 실시간으로 모든 언어가 통·번역되는 아르카디아의 시스템 속에서 재영은 알고 싶지 않은 그 모든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검은색을 외치며 진정한 자신들의 군주가 권좌에 올랐다는 사실에 열광하고 있는 이들.
그들의 그 강렬한 열망과 환호가 가득 담겨 있는 채팅창을 보며, 도무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진짜 광기가 무엇인지를 몸소 체감한 재영은 그 어떠한 반응도 보일 수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을 해탈한 얼굴로 부처의 마음을 되새기며 이 정신 나간 세상을 원망할 뿐.
“저……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뭐가요?”
“아니…… 덱스 님이 그 누구보다 강하신 건 알지만, 이제 덱팬무의 길드 마스터가 된 이상, 24시간 간격으로 덱스 님의 위치가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될 거거든요. 세계 길드 연합 그 녀석들…… 생각보다 집요한 데다가 꽤 치밀하기까지 하거든요.”
3억이 넘는 규모가 어마어마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십억의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길드 연합. 대부분의 길드를 장악하고 또 규합한 이들을 상대로 덱팬무의 모든 전력이 총집결한다 하더라도 사실 승리를 장담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게다가…… 제가 마스터라서 잘 아는데요. 그 녀석들 생각보다 말 더럽게 안 듣거든요. 반골 성향이 강한 것도 있고…… 또 워낙 제멋대로인 녀석들이라…….”
하나같이 죄다 어디서 약 한 사발 거하게 빨고 온 것 같은 이들. 그렇기에 무질서 속에서 덱팬무만의 특유의 질서를 찾기 위해서 온갖 고충 속에서 최선을 다했던 아더와 이그니스는 마치 조언이라도 하듯이 최선을 다해 아낌없이 이 변태 스토커들을 다루는 데에 필요한 자질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확실한 보상이었어요. 맨입으로는 절대 안 움직이고 보통은 뭐든 괜찮은 당근 하나씩 손에 쥐고 흔들어 줘야 좀 움직이는 시늉이라도 해요. 아, 마지막에 엘빈 클라인 검은색 남성용 팬티와 여성용 팬티 세트를 걸고 이벤트 한번 했었는데 그때는 분위기 진짜 장난 아니었죠.”
“…….”
이걸 지금 조언이라고 하는 건가 아니면 대놓고 멕이는 건가 헷갈리는 표정으로 아더의 이야기를 잠자고 듣고 있던 재영. 하지만 그는 잠자코 아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거의 그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기억이 다시금 머릿속에 재현되기 시작했다.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과거, 덱팬무의 힘을 빌려 드래곤 본을 훔쳐 갔던 하르멜 제국과 지엠 상단의 그 사악한 흉계를 막아 냈던 재영. 그때 그 대가로 자신의 팬티 색깔을 만천하에 공개하며 진정한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그 치욕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아더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일단, 전체 공지를 통해서 입장문을 발표…….”
“그러니까…… 이 망할 변태 자식들을 전부 결집하게 만들려면 뭐든 그럴 만한 계기가 필요하다는 거죠?”
묵묵히 듣고만 있다 갑자기 자신의 말을 끊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어 오자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아더.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재영의 물음에 답했다.
“네, 뭐 그런 셈이죠.”
“그러면 됐네요. 입장문이고 뭐고 간에 그냥 모두 앞에서 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아닌가요?”
“그, 그러실래요?”
“네. 그 뭐냐…… 만날 하는 그 엿 같은 단어 있잖아요.”
“엿 같은 단어요……?”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 어벙한 표정을 짓던 아더. 하지만 이내 재영이 말하는 그 단어가 무엇인지를 눈치채고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아~ 업계 포상 말하는 거구나? 그럼요. 덱스 님이 직접 나서 주시면 다들 환장하죠.”
다른 일에는 도통 관심도 보이지 않으면서, 덱스랑 조금만 연관이 있으면 발작 스위치가 눌리기라도 한 듯이 무서울 정도의 몰입도를 보이는 이들. 그렇기에 아더는 확신에 찬 얼굴로 재영을 바라보며 장담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한 절반 이상은 움직여 주지 않을까요?”
50%만 집결해도 1억 5천만이나 되는 전력. 물론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열세지만, 지금과 같이 도망만 다니는 상황에도 어떻게든 저항이라도 해 볼 수 있는 수준은 되기에 아더는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답했다.
“……그냥 이 상태로 하기에는 임팩트가 없으니까…….”
포기하면 편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이제는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로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찾는 듯한 재영은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후…….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그, 그건……?”
“묻지 마세요. 저도 이딴 개 같은 칭호가 왜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으니까.”
공개로 설정을 전환하고, 재영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닉네임. 그리고 그 앞에 붙어 있는 칭호는 현재 상황에 너무나도 절묘할 정도로 알맞은 수식언이었다.
과거, 기억하기도 싫은 그 치욕스러운 서사 속에서 인공지능 엘리스가 부여했던 칭호. 죽을 때까지 장착할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그 칭호를 자기 손으로 장착한 덱스는 무언가 크나큰 감명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더를 뒤로한 채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야, 이 빌어먹을 변태 스토커 새끼들아.”
검은 팬티의 황제라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칭호를 이름 앞에 단 채로…….
시작부터 진심을 담아, 경멸스러운 눈빛을 하고 혐오 가득한 감정을 가득 실은 욕부터 박으며, 지금껏 그 누구도 받아 본 적 없는 업계 포상을 선사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