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singer who returned from the sea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중간점검.
이제는 방송국 대기실에 입장해도 사람들이 많지 않다.
현재 라운드까지 살아남은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도.
총 네 팀,
7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 팀만 인원수가 세 명이고 다른 참가자들의 총합은 세 명이기 때문에 언뜻 3대3의 구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걸 보니
‘정말로 Top 4, 준결승에 진출을 했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늘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무대를 준비해왔지만, 이런 무게감 아래서는 나도 모르게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곤 한다.
Top 4.
이때부터는 달라지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준비 기간이 다른 라운드에 비해 더욱 길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모든 참가 팀들이 모여서 중간점검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라이브 투표. 실시간으로 무대가 중계되는 거야.”
그렇다.
이제부터는 라이브 무대를 해야 한다.
여태껏 세트장이 아닌 공연장에서 무대를 해왔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무대가 TV를 통해 라이브로 송출된다 생각하면 조금 긴장이 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온라인으로도 투표가 가능하다보니, 집계가 될 투표량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많을 것이었다.
박주원 PD님은 대략 30만에서 50만 정도의 시청자가 투표를 하게 될 것 같다고 예측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여태껏 공연장에 찾아온 관람객보다 10배 정도는 더 많은 인구가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즉, 언제든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
한 차례의 실수가 돌이키지 못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 또한 이제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불과 직전 라운드, Top 8 라운드에서 김설에게 밀려 2등을 했기 때문이다.
한 번 떨어진 순위가 또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이젠 정말 누가 결승을 가도 이상하지 않을 참가자들만 남았다.
‘그나마 김빈 정도가 탈락 유력 후보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참가자분들, 이제 중간점검 무대 준비하러 가시겠습니다~!”
보조 PD님의 콜이 떨어지고, 우리는 다 같이 중감점검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요?”
스테판이 친근하게 다가와 말했다.
“늘 그렇죠, 개운해요.”
“개운하다? 특이한 표현이네. 보통은 ‘가볍다’라거나 ‘자신 있다’라고들 하지 않나?”
“아 제가 오늘 아침에 목욕을 하고 나와서요.”
“그럼 그럴 수 있죠. 파이팅해요!”
“네! 스테판씨도요!”
중간점검 공연장에 도착하자 이미 촬영 준비가 모두 끝나 있었고, 우리는 사전에 배부 된 순서대로 중간점검 공연을 준비했다.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1. 김빈.
2. 슈팅 스타.
3. 스테판.
4. 김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네 팀의 스타일이 전부 확연히 달랐다. 김빈이 강렬한 락 사운드를 기반으로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라면, 스테판은 절제미가 있으면서 소리를 섬세하게 잘 다룰 줄 아는 알앤비 기술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김설은 특유의 얼어붙어버릴 듯 차가운 보이스와 가녀린 발성. 그러면서도 속이 꽉 찬 것 같은 울림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표현하자면 ‘이 세상에 없는 젊음’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걸 하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김빈씨 먼저 올라가시겠습니다.”
박주원 PD가 말하자 김빈이 기타를 들쳐 메고 뚜벅뚜벅 무대 위에 올라갔다.
그리곤 기타줄을 몇 번 튕겨보곤 곧바로 준비가 되었다는 사인을 보내자 반주가 깔리기 시작했다.
···♩···
도입부부터 굉장히 거친 드럼 사운드와 허공을 찢어버릴 듯한 일렉 기타 사운드, 그리고 온갖 기계음이 뒤섞인다. 백그라운드에는 언뜻 광활한 서부를 달리는 오프로드 차의 배기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샤우팅.
확실한 기선제압을 위한 샤우팅이었다.
순간 안일한 분위기였던 중간점검 공연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김빈은 Top 4 중 최약체’
‘ 예상 순위 (···) 4위는 김빈’
‘김빈의 울부짖음은 결승 라운드까지 미치지 못할 것.’
위와 같은 반응이 주된 시청자 및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PD들 사이에서도 은연중 ‘슈팅 스타’와 ‘김설’이 결승 라운드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반전이 있다면 ‘스테판’ 정도가 둘 중 하나를 제치고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반응들을 김빈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김빈은 그 어느 때에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Top 4 라운드를 준비했다.
유성 작곡가의 말을 빌리자면···
“빈이는 Top 8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거의 폐관수련에 가깝게 녹음실에서 살았어요. 아무래도···, 자신은 720점 정도에 불과한데 다른 진출자들은 전부 850점이 넘으니까, 턱걸이로 진출을 했다고 생각했던 걸까? 저도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이젠 그저 빈이를 응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저는 가능성을 봤어요.”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
“솔직히, 빈이가 마냥 탈락 후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무대에 한정한다면 말이죠.”
마치 한 마리의 늑대가 울부짖는 것처럼 보이는 비쥬얼과 무대 장악력.
졸지에 무대 아래에서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 우리는,
검은 숲에서 폭우를 맞는 초식동물이 된 것처럼 기가 꺾일 듯했다.
이윽고, 열광적이었던 김빈의 무대가 끝나고.
‘이게 아직 미완성이라고···?’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건 나 뿐만이 아니었고, 승현과 예송이형도 마찬가지였다. 스테판도···.
“잠깐 등 뒤로 ‘본 조비’가 보인 것 같은데?”
“접신이라도 했나?”
“빙의 같은 거···, 웹소설에나 있던 거 아니었냐.”
확실한 건, 이제껏 김빈이 보여준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높은 수준의 무대였다는 것.
그리고,
정말로 결승 진출자를 쉬이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다음은 슈팅 스타분들 올라가시겠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무대를 해야겠지?’
나는 어깨를 쫙 펴고 기지개를 켠 뒤 승현과 예송이형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쳤고,
픽 웃었다.
‘그래, 말하지 않아도 같은 마음이겠지.’
“가자!”
내가 말하자 승현과 예송이형이 곧장 뒤따랐다.
*
“잊지 않았지? 2번째 편곡 버전으로 한다는 거 말이야.”
“당연하죠. 형.”
“난 깜빡 잊어먹었잖어.”
“승현아···”
“거짓말이에요. 형. 저 이런 건 안 까먹어요.”
“그래, 잘하자.”
무대 위에 놓인 악기들이 새로 정돈되고, 이제 중간점검 공연이 다시 시작 될 준비를 마쳤다.
물론, 우리는 항상 준비되어 있고 말이다.
“자 이제 슈팅 스타 시작할게요.”
““넵!!!””
우렁찬 대답과 함께 승현이 무대 뒤로 퇴장하고, 예송이형이 피아노 건반을 누른다.
나는 한 번 숨을 고른 뒤.
곧 이 노래를 라이브로 보게 될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했다.
세상에 나오지 못한 어머니의 노래.
이제 내가 그걸 어머니에게 들려드릴 차례다.
···♩···
모두가 가장 긴장하고, 동시에 기대하는.
Top 4까지 진출한 세 팀의 참가자들과, 를 기획하고 지금까지 방송을 연출한 PD 및 작가들과, 프로듀서 심사위원들, 그리고 스태프들 모두가 슈팅 스타의 중간점검 무대를 지켜보았다.
그들이 이번에 내보인 경연곡은, 어딘가 철 지난 가요의 느낌이 나면서도 그것이 세련되게 현대적으로 재조립된, 클래식과 트렌디함의 적절한 조화를 보는 듯했다.
마치 그것이 하나의 몸처럼.
아니, 하나의 핏줄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김빈은 조금 전 무대를 마친 뒤 숨을 헉헉대며 간신히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슈팅 스타의 중간점검 무대가 한창이었고, 김빈은 신율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 그래도 난···, 모든 걸 바쳤어.’
같은 순간, 김설 또한 슈팅 스타의 무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도 강한 빛이 무대 위에서 퍼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정오에도 느낄 수 없는 빛의 세기였다.
그것은 눈보라 사건 이후 김설의 마음 한 구석을 얼렸던 얼음의 결정을 녹여버릴 듯한 온도도 가지고 있었다.
······, 모두가 음악의 힘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사연 하나 없는 사람 없는 이 세상에서,
누군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보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슈팅 스타의 노래는
‘자신이 가져본 적 없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혹은 ‘자신이 잊고 있던 것’이나
‘자신이 빼앗긴 것’
젊음, 열기, 회복, 낙관, 긍정, 행복···, 그 어떤 것으로 표현을 해도 좋으리라.
슈팅 스타는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듣는 이들의 깊은 기억을 날카로운 빛의 궤적으로 관통하고 있었다.
그렇게 빛나고 있었다.
*
– 마이클! 그때 보러 간다 했던 친구는 어땠어?
“신율 말이지?”
– 그래, 그 ‘슈팅 스타’의 보컬이라던 친구 말이야.
“웨인, 너희 회사에 눈독 들이려는 건 아니지?”
– 왜 그래 마이클, 우리한텐 너만 있으면 되는 거 알잖아. 네가 만든 곡이 벌써 3개나 빌보드 차트인에 성공했는데, 보컬이야 우리가 알아서 구할 수 있어.
“3개밖에 안 됐나?”
– 마이클···, 얼굴 없는 작곡가가 1년 만에 3곡을 빌보드 핫200에 차트인 시키는 건 기념비적인 거야. 우리 가 뉴욕에서 가장 알아주는 기획사지만, 너 같은 놈은 거의 없었다고.
“그래도 내가 거기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야. 지금은 그냥 도와주는 거지. 어차피 난 프리(free)잖아?”
– 기대도 안 해, 마이클. 여기 있는 모두가 네가 내일 당장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한다고.
“그럼 됐어. 나는 이 친구를 좀 더 보다 갈 거야. 그때까지 내 고양이 밥이나 잘 주고 있어.”
– 성가시기는···, ‘보이스’ 말이지? 네가 한국에서 키웠다던 개 이름이랑 같다고 했던가? 참···, 고양이도 널 닮아서인지 까칠하고 성가셔.
“이만 끊을게. 나중에 또 연락하자고.”
뚝-
– 정말 지밖에 모르는 놈이라니까. 그래서 재밌지만.
*
슈팅 스타의 Top 4 라운드 중간점검 무대 이후.
스테판이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했다.
“이거···, 긴장되잖아!”
스테판이 얼굴에 미소를 한껏 지은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나는 다시금 무대 아래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양옆에는 김빈과 김설이 함께 앉아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중간에 있고, 양쪽으로는 승현과 예송이형, 그리고 승현 옆에 김설, 예송이형 옆에 김빈이 있던 것이었다.
김설은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김빈은 사람이 없는 쪽으로 다리를 꼰 채 고개도 돌리고 있었다.
‘여기 분위기 왜 이래···.’
양쪽 끝과 끝에 앉은 김빈과 김설 사이의 공기는 차갑고 무거웠다. 마치 한쪽에서는 시베리아의 냉기가, 한쪽에서는 목성의 중력이 우리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자, 이제 스테판님 준비 되시면 무대 시작하시겠습니다.”
그렇게 갑갑한 분위기 속에서 스테판의 중간점검 무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