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36
35화.
처음으로 하는 효도.
성현우는 연회를 체크만 한 후 퇴근했다.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가 놀란 눈을 하며 뛰어나왔다.
“현우야, 지금 웬일이야?”
어머니, 김현주의 손에는 국자가 들려있었다.
“엄마, 된장찌개 끓이시는 거예요?”
“응. 근데 웬일이냐니까?”
“엄마 밥 먹고 싶어서 일찍 왔죠. 일찍 오면 안 돼요?”
성현우는 그 말을 한 후 김현주를 살짝 안아주었다.
“어머머! 얘가 왜 이래?”
김현주는 자기보다 20cm 이상 큰아들을 밀어내면서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 성재진이 나왔다.
“너 지금 웬일이냐?”
“아이참 두 분 다 왜 이러실까? 오랜만에 엄마 밥 좀 먹고 싶어서 일찍 왔다니까요. 엄마, 나 샤워부터 할게요.”
“어? 그…그래.”
김현주는 얼떨결에 대답한 후 바로 주방으로 튀어갔다.
그리고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하더니 가스레인지의 모든 불을 켰다.
“당신 뭐해?”
성재진이 의아한 눈빛으로 보았지만, 김현주는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저녁 식사 식탁에 오랜만에 나타난 아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김현주의 손은 날아다녔다.
고기를 해동시키고 야채를 씻고 양념을 만들어서 웍에 넣었다.
이후 당면을 삶고 야채를 볶기 시작했다.
한쪽 손으로는 부침가루를 찾았다.
“여보! 나 이것 좀 빼줘요.”
이후 김현주는 부침개까지 부쳤다.
옆에서 거들던 성재진이 드디어 한마디 했다.
“오늘 우리 잔치해?”
“현우가 오랜만에 왔잖아요.”
그때 성현우는 이미 식탁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엄마, 아직 멀었어요?”
“야! 조금만 기다려. 근데 넌 휴대폰도 없니? 미리 전화하면 엄마가 이런 고생 안 해도 되잖아! 하여튼 아들들은 엄마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니까.”
김현주는 말만 그럴 뿐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자기가 계획한 요리를 하나도 빼놓지 않았다.
결국 성현우가 들어오고 1시간이 지난 후 식사가 시작되었다.
성현우는 한쪽에 치우쳐진 된장찌개를 아쉬운 마음으로 보았다.
사실은 가운데 놓인 불고기, 잡채, 각종 전보다는 엄마표 된장찌개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티 낼 수는 없는 일.
성현우는 김현주를 기쁘게 하기 위해 공기를 2개나 비웠다.
그런데 김현주는 그런 아들을 안쓰럽게 보았다.
“우리 현우 호텔에서 밥도 못 먹고 근무하니?”
“······네?”
“호텔리어들은 고객들이 먹고 남은 것도 먹는다며? 그래서 식사도 못 하는 것 아니야?”
“엄마, 그런 것 아니에요!”
“현우야, 얼마 전에 TV에 나왔어. 뷔페에서 남은 게 직원식당으로 간다고.”
“그건 호텔 간판만 있는 모텔 같은 데서 그런 거고요.”
“알았어. 미래호텔은 안 그런다는 거잖아. 근데 우리 아들 볼이 왜 이렇게 핼쑥해졌을까?”
급기야 김현주는 아들의 볼까지 쓰다듬었다.
성재진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았다.
김현주의 아들 사랑이 오늘 폭발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성현우도 아버지와 시선을 맞춘 후 김현주에게 얼굴을 내어주었다.
그렇게 달달한 시간을 보낸 후 성현우는 부모님께 직접 커피를 내어드렸다.
“두 분 다 이 시간 이후부터 내일까지 무슨 일없으시죠?”
“내 논문도 끝났고 별일은 없지. 당신은 어때?”
성재진의 질문에 김현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성현우는 두 분을 보며 말했다.
“제가 내일 휴가인데 오늘부터 내일까지 저와 시간을 보내시는 건 어때요?”
사실 성현우는 입사해서 처음으로 휴가를 얻었다.
분양이 끝난 것도 있지만 전 삶, 가장 후회되는 것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삶은 부모님의 아들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더구나 어머니는 전 삶, 서른이 되는 해에 사고를 당하셨다.
이번 삶은 그 사고 자체를 막을 예정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운명이 거기까지라면 사람의 힘으로 안 될 수도 있는 거다.
성현우는 그 생각에 심장이 쓰라렸지만, 그 전에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시간 이후 그것을 실천할 예정이다.
* * *
잠시 후, 성현우는 부모님을 태우고 미래호텔로 향했다.
어머니는 이 시간에 호텔에 왜 오는 거냐며 살짝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그런데 객실에 들어선 후의 표정은 완전히 달랐다.
곤지암 프리미엄 리조트 중 최고가 샘플 객실이었기 때문이다.
“어머!”
“호오!”
부모님은 객실 규모에서부터 압도되는 눈빛을 하셨다.
이어서 보이는 것에는 아예 입을 쩌억 벌리셨다.
객실은 총 4개 공간으로 분리되었다.
현관 바로 앞은 거실과 공용욕실, 왼쪽은 메인룸, 맞은편은 게스트룸, 안쪽에 별도 접견실까지.
각 룸에는 유럽산 자쿠지가 달린 욕실이 설치되었고 거실에는 거대한 그림과 최고급 소파 세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각 공간을 빛내고 있는 가구 위에는 고급스러운 소품들이 시선을 끌고 있었고 통창 너머에는 강남 야경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정점에는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샹들리에가 있었다.
김현주는 슈퍼킹사이즈 침대를 덮고 있는 새하얗고 푹신한 구스침구를 만져보며 말했다.
“현우야 이런 건 얼마나 하는 거니?”
그런데 그녀의 시선은 바로 다른 곳에 꽂혔다.
메인객실 한쪽에 자리한 장식장이었다.
그곳에는 잔 하나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잔과 영국에서 건너온 찻잔, 애프터눈티 세트가 비치되어 있었다.
바로 옆에는 커피머신과 와인셀러도 놓여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공주 화장대를 연상시키는 화장대에는 메이드인 프랑스 화장품이 각종 화장 소품과 함께 놓여있었다.
김현주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현우야, 호텔은 샘플 같은 작은 것을 놓아두는 것 아니니?”
“엄마 여긴 하루 숙박비가 3백만 원인 곳이에요. 그건 투숙객 선물로 놓아둔 거랍니다.”
“그럼 숙박할 때마다 이 비싼 걸 준다는 거야? 대박!”
이후 김현주는 정말 좋다를 연발하며 슬리퍼와 타월, 욕실 가운까지 보았다.
그 모습을 보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현우야, 객실에서 나는 이 향은 뭐냐?”
“아버지 피곤 좀 풀리시라고 라벤더 향을 비치한 거예요.”
“근데 강남 공기가 이렇게 좋았나? 아니면 여기만 다른가?”
“잠 솔솔 오시라고 공기와 습도까지 다 맞춰뒀어요. 그러니까 두 분 다 샤워하시고 와인도 한잔하세요. 저는 옆방 가서 잘게요. 바이!”
성현우는 정말로 손까지 흔들며 옆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성재진은 다 큰 놈이 징그럽게 왜 이래?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흐뭇함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재벌가의 자제로 태어나 좋은 먹거리와 즐길 거리 등 좋은 것은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김현주는 평범한 가정에서 학비 걱정하며 유학까지 마친 케이스다.
유학 때도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코피 터지는 게 예사였다.
그래서 이런 호사스러운 것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기회가 되지 않았다.
성재진은 지난 시간을 견뎌준 김현주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다가갔다.
“여보!”
그런데 성재진은 다음 말을 할 수 없었다.
침대에서 야경을 보는 줄만 알았던 김현주가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 * *
다음날, 성현우는 부모님을 조식 뷔페가 열리는 레스토랑으로 모셨다.
정순정은 세 사람을 창가 예약석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부모님께는 취향을 확인하며 요리를 선택해주기도 했다.
김현주는 싹싹한 정순정을 유심히 본 후 입을 열었다.
“현우야, 저 아가씨 결혼했니?”
“엄마, 정 팀장 저보다 10살 이상 많아요.”
“그…그래?”
그런데 성재진도 비슷한 말을 했다.
“현우야, 저기 저 여직원 나이가 어떻게 되니? 싱그러운 미소가 정말 이쁘구나.”
“아버지, 호텔 직원들 미소는 다 비슷하거든요! 근데 두 분은 식사 안 하시고 직원들 얼굴만 보실 거예요!”
성현우는 그 말을 한 후 두 분을 뷔페 테이블로 안내했다.
그리고 직접 토스트와 베이컨, 소시지를 구워서 접시에 놓아드렸다.
이후 커피와 주스, 어머니가 좋아하는 식혜와 수정과까지 챙기는데 아버지의 시선이 맞은편 테이블로 향해있었다.
“아버지, 뭘 보시는 거예요?”
“저기 저 아이가 먹는 것 말이다.”
“이유식은 미리 신청만 하면 조리실에서 준비해줘요.”
“호텔에서 그런 것도 해주니?”
“분유 먹는 아기는 분유와 분유병만 가져오면 직접 타주고 나중에 소독도 해주는걸요?”
그때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저기 저분은 한약도 데워다 주네? 직원들이 정말 별걸 다 해주는구나! 어머! 저 직원은 휠체어 탄 어르신 수발까지 드네. 정말 대단하다 얘.”
이후 부모님은 다른 고객과 직원들을 구경하느라 정말 천천히 식사했다.
그래서 다음 코스에는 조금의 휴식도 없이 바로 이동했다.
성현우는 어머니를 스파팀장에게 부탁한 후 아버지와 함께 이동했다.
아버지는 다음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을 터트렸다.
“현우야!”
“클라이밍 오랜만이시죠? 오늘 학창 시절 추억 좀 꺼내 보세요.”
“너는 함께 안 하니? 너 어렸을 때 아빠 따라서 몇 번 해봤잖니?”
“아버지, 저 여기 직원이에요. 아무리 쉬는 날이어도 다른 직원들한테 눈치 보여요.”
“그런가?”
“그러니까 클라이밍하고 1:1 PT, 수영, 골프, 양궁, 사격 중에서 아버지 원하시는 대로 즐기세요.”
그런데 아버지의 표정이 순간 묘해졌다.
“현우야, 혹시 그거 다 계산된 거니?”
“네.”
“그럼 다 즐겨도 되는 거지? 스케줄은 내가 짠다.”
이후 아버지는 바로 탈의실로 향했다.
물론 아버지의 옆에는 오늘 하루 아버지를 전담할 트레이너가 동행하고 있었다.
성현우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본 후 스파로 향했다.
그곳은 일반 고객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접견실뿐이었다.
다른 공간은 고객이 온몸을 드러내는 곳이기 때문에 철저히 프라이빗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성현우는 스파 직원에게 물었다.
“김현주 고객 어디에 계시죠?”
“팀장님 어머님 지금 족욕 중이세요.”
“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성현우는 그길로 자리를 벗어났다.
* * *
그때 김현주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테라피스트가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묻고 있었다.
“요즘 어깨도 안 좋으시고 신경도 예민해지셨다고요? 혹시 숙면을 취하신 게 언제세요?”
“어제는 잘 잤는데 집에서는 두세 시간마다 깨곤 해요. 식은땀도 나는 것 같고······.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닐까요?”
김현주의 말을 들은 테라피스트는 김현주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며 말했다.
“사모님만 그러시는 게 아니라 중년 부인들이 많이 그러세요. 그동안 애쓰시고 사셔서 피곤이 쌓이신 거예요.”
“그래요?”
“그래서 오늘은 하이드로 테라피와 비쉬 샤워를 거친 후 헤드 스파와 전신 아로마 케어를 진행할 거예요. 사모님, 혹시 차를 한 잔 더 드릴까요? 시장하지는 않으세요?”
테라피스트는 그 말을 한 후 자스민차를 한 잔 더 만들어주었다.
이후 김현주는 간단하게 샤워를 마쳤다.
그리고 테라피스트를 따라 하이드로 테라피룸으로 이동했다.
룸을 보는 김현주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이런 욕조도 있나요?”
“174개 물줄기와 공기 분출기를 가진 특수한 욕조에요. 사모님 몸 근육 완화와 피로회복, 혈액순환을 촉진 시켜서 피곤함을 녹여드릴 겁니다.”
테라피스트는 그 말을 한 후 김현주의 가운을 벗겼다.
그리고 발끝부터 조심스럽게 담그게 한 후 김현주의 몸을 감싸고 있는 타월까지 벗겼다.
김현주는 테라피스트 앞에 온몸을 드러낸다는 것에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욕조에 몸을 기대는 순간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리듬에 맞춰서 나오는 가느다란 물줄기와 공기 분출기가 마치 온몸의 세포를 자극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하이드로 욕조에는 다양한 컬러와 음악이 더 해졌고 김현주의 몸은 아주 조금씩 무중력 상태가 되어갔다.
그렇게 20여 분 후, 김현주는 테라피스트가 감싸주는 가운을 걸친 후 옆방으로 이동했다.
그때 다른 테라피스트가 아이스티를 주었다.
김현주는 아이스티를 한 모금 한 후 입을 열었다.
“어머! 이건 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거예요?”
“네, 노곤했던 몸에 약간의 긴장과 마사지 효과를 더해주는 거예요.”
김현주의 테라피스트의 손에 이끌려 침대처럼 생긴 곳에 누웠다.
잠시 후, 테라피스트는 김현주의 온몸에 스크럽 마사지를 진행했다.
이후 그 위에 8개의 물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에 시원함이 감돌며 활력이 돋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연한 수증기가 온몸에 퍼졌다.
“사모님, 이건 그냥 물이 아니라 비타민과 미네랄, 아로마 에센셜 오일로 만들어진 거예요”
김현주는 테라피스트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10여 분 후, 김현주는 헤드마사지에 이어 전신 마사지를 받기 시작했다.
“사모님께는 라벤더와 로즈, 일랑일랑 오일을 사용해서 마사지가 진행될 거예요. 어깨와 등, 다리, 발에 이어서 얼굴 순으로 진행할 거니까요. 졸리시면 주무셔도 됩니다.”
김현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김현주의 등에 테라피스트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테라피스트는 강약을 조절하며 김현주의 등을 세심하게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때 로즈와 아로마 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말 좋다!”
김현주는 이 말을 남기고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중간에 몸을 앞으로 하기 위해 잠깐 깨긴 했지만 테라피스트의 부드러운 손길은 다시 잠들게 하는 마법이 있는 듯, 김현주를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게 했다.
3시간 후.
김현주는 테라피스트가 건네는 실론티를 마시고 있었다.
“정말 너무 좋네요. 꿈속을 다녀온 것 같다니까요.”
그리고는 앞에 놓인 애프터눈티 세트 중 녹차 파운드 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었다.
김현주는 그중 예쁜 색을 띤 쿠키를 향해 물었다.
“이건 뭔가요?”
“감귤 쿠키에요. 실론티와 드시면 더 맛있게 드실 수 있으세요.”
김현주는 그 말을 들으며 몸을 뒤로 기댔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통창 너머로 초저녁 강남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김현주가 천상의 휴식을 즐기고 있을 때 성재진은 클라이밍 정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성재진은 1:1 PT를 받은 후 다시 클라이밍을 하는 중이었다.
그를 지켜보고 있는 강사는 성현우를 향해 작게 말했다.
“박사님 나이대는 근력이 떨어질 때인데 젊으셨을 때 운동했던 것이 있어서 금방 회복하실 것 같습니다.”
“아직은 하체에 힘주는 것을 잘 못 하시죠?”
“PT를 계속해서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강사는 그 말을 하고 다시 성재진 쪽으로 갔다.
원래는 “아니요! 아니요! 다 틀렸어요. 다 틀렸어!”를 외치던 분인데 성현우의 아버지여서 그런지 오늘은 아주 순한맛이었다.
이후 성재진은 사우나까지 하고 오늘 일정을 끝냈다.
성현우는 두 분을 뷔페 레스토랑으로 모셨다.
김현주는 쉐프들의 즉석요리를 다 맛볼 정도로 제대로 뷔페를 즐겼다.
그런데 성재진은 그러지 못했다.
“아버지, 근육통이 시작되신 거예요?”
“글쎄 그런가 보네. 이거 어떡하지?”
성현우는 그런 성재진에게 봉투를 하나 꺼냈다.
“위에건 아버지 거, 밑에건 어머니 거예요.”
성재진은 기대를 잔뜩 품은 채 봉투를 열었다.
성재진은 휘트니스 연간 회원권과 30회 PT권, 김현주는 30회 이용할 수 있는 스파&에스테틱 이용권이었다.
성현우는 감격하는 표정을 짓는 아버지께 슬쩍 말했다.
“아버지께 좀 더 비싼데 엄마께는 스파권이 더 비싸다고 할게요.”
부모님께 드리는 첫 번째 선물은 일단 여기까지다.
성현우는 다음 선물을 기대하시라는 말을 꾹 참았다.
* * *
며칠 후, 성현우는 외국계 금융사 한국 지사 모임이 있는 연회장으로 향했다.
이 연회는 최규현이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규현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무슨 일 있어?”
성현우의 물음에 최규현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모임이라고 해서 친목도모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안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난리여서 식사 내는 타이밍을 보고 있습니다.”
이후 성현우는 식사를 서비스를 도우며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
각 나라의 주식과 펀드, 환율, 채권, 선물 등이 영어와 불어로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일행과 결이 다른 대화가 들렸다.
“공매도를 준비해야 한다니까. 세계정세가 저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금융이 제대로 돌아갈 거라고 보는 건 무슨 배짱인데?”
남자는 그 말을 하며 포크를 던져버렸다.
성현우는 전 삶처럼 까칠하기 짝이 없는 남자를 보았다.
대니 리.
한국계 미국인이며 미국 금융계의 이단아로 통했다. 단, 세계를 뒤흔든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성현우는 최규현과 함께 서비스를 마치고 자리를 비켰다.
이후 복도에 있는데 대니 리가 나왔다.
그는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
불만이 잔뜩 섞인 모습이었다.
성현우는 그에게 음료를 권했다.
“목이 탈 땐 탄산수가 제격입니다.”
대니 리는 성현우가 건넨 음료를 단숨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하소연하듯 말했다.
“세계 금융권 중심에 있다는 사람들이 저렇게 꽉 막혀서야. 지금 각 나라 정보기관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고 저러는 거야?”
“장밋빛이 계속될 거라는 최면을 거는 거겠죠. 그래야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 놓았으면 그것을 밀어붙일 수 있을 테니까요.”
성현우의 말에 대니 리는 눈을 크게 떴다.
이제야 말이 통하는 사람을 봤다는 눈빛이었다.
성현우는 대니 리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요? 추천해 주시면 바로 백만 달러를 입금하죠.”
그 말을 들은 대니 리의 눈빛은 수많은 적군 사이에서 단 한 명의 우군을 만난 것처럼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