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64
EP.364
#2-34 마법소녀는 조사한다고 합니다(4)
“맛있게 먹었어~ 인연이 있다면, 다음에 또 만난다면 좋겠네~.”
그 뒤로 별 다른 이슈도 해프닝도 없이, 식사를 마친 화란은 그렇게 손을 붕붕 흔들며 우리와 헤어졌다.
이런 식의 만남과 이별에 익숙한 것 같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왠지 모르게 신선하단 말이야….
“여러모로 폭풍 같은 사람이었네.”
“그러게.”
단애의 말에 짧게 끄덕이고, 우리는 다시 시장으로 나왔다.
시장은 여전히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까 싶어 조금 더 돌아다녀 봤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없어 적당히 관광 기분만 내고 끝마쳤다.
수확이라고 해봐야 양 손에 가득 들린 먹거리들, 신기한 기구들, 그리고 확 줄어버린 통장 잔고 뿐이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애초에 조사란 것이 바로바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조급해 해봐야 소용도 없다.
‘하지만 여비를 벌 방법은 생각해봐야겠는걸… 여기에 얼마나 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그렇게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 * *
그리고 그렇게 숙소로 돌아가는 두 마법소녀의 뒤쪽, 어두운 그늘 속에서, 둘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역시, 저 두 사람.”
척 보기에는 나이가 찬 건지 의심이 되는, 작은 체구의 풋풋한 느낌이 나는 소녀.
얇은 후드 집업 아래에 마찬가지로 새카만 얇은 티를 입고, 후드를 깊게 눌러 쓰고 있다.
안 그래도 작은 얼굴에는 입가와 코를 가리고도 남는 큼직한 까만 마스크. 머리카락은 은발에 가깝게 색소가 옅어, 온통 새카말 뿐인 복장과 확연하게 대비되어 보였다.
약간 앳되어 보이는 그녀는, 새카만 의상과 함께 어둠 속에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우, 우와아아아아… 맞나…? 아닌가…? 맞겠지…? 맞을지도…? 맞을 거야… 후우… 긴장하지 말자… 아니, 적당한 긴장은 필요해… 후우, 후우, 후우우우우… 진정해… 냉정하고 쿨하게… 어디까지나 지적이고 똑똑하고 똘똘하며 이성적이게… 괜찮아… 후우우우….”
나름 지나치게 비싸지도, 또 너무 허접하지도 않은 적당한 숙소에 들어가는 두 사람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보던 그녀는, 그 자리에서 여러모로 끙끙대더니 자그마한 몸을 돌려 골목길로 들어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듯.
쓸쓸한 그늘 아래엔, 검은 후드의 수수께끼의 소녀가 남긴 희미한 온기만이 남았다.
* * *
――‘히,’
――‘히히,’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크크크크크카카카카카캌카카카카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
벌떡!
이불을 반쯤 걷어내며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후우….”
밤. 홀로 있는 방 안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골랐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기분 나쁘다. 이미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데도, 뇌리에 질척한 진흙 마냥 달라붙은 것처럼 떨어지질 않고 안에서 메아리쳤다.
온 몸이 자면서 흘린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찝찝해서 기분 나쁘다.
‘또, 꿨네… 악몽….’
아침에도 꿨던 꿈.
기차에서 살육에 미친 나찰(羅刹) 고양이가 되어 괴인들을 썰어죽였던 그 때의 광경이, 그때의 감촉이, 그때의 흥분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여러모로 괴롭다.
“욱….”
속이 조금 불편해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헛구역질과 함께 투명한 위액을 약간 토해냈지만, 그뿐이었다.
쿵쿵 뛰던 심장도, 머리를 어지럽히던 혼란도 슬슬 가라앉아갔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있었지.’
과거에도 몇 번인가 있었던 것 같다.
나 나름대로의 태평한 성격까지 더해져서 웬만한 일들은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이따금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릴 때면 이런 식으로 알아서 정신을 지켜주었다.
란 시스템의 기본 기능인 걸까.
하긴, 이런 것도 없다면 아무리 당찬 마법소녀들이라해도 금방 리타이어 되고 말았으리라.
자칫하면 그 흉악한 괴인들에게 추잡하게 범해져 버리는 건 둘째치고, 가짜 몸이라곤 해도 어쨌든 괴인들을 피와 살을 흩뿌리며 조져버리는 걸 평범하게 21세기 현대에 살아가던 젊은이들이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무리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골라서 뽑았다곤 해도 말이다.
종이에 손가락이 베여서 피가 나는 것으로 난리법석을 피우는 게 요즘 사람들인걸.
‘…그나저나 참 신기해.’
이 마법소녀란 것의 매커니즘이 어떻게 되는 건지, 역시 알쏭달쏭하다.
이런 힘을 빌려준 요정들도 【마법나라】도 솔직히 그 진의를 알 수가 없고, 마법소녀의 힘이라면서 게임처럼 이런저런 특성이 쌓이는 시스템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거의 야한 쪽으로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고맙네.’
조금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반쯤 주먹 쥔 손에는 괴인들의 갈비뼈를 부수고 끄집어내었던 심장의 감촉이 여전히 남아있다.
떠올려보려 하면, 심장을 터뜨리고 맛있다는 듯 입안에 쑤셔 넣었던 피와 내장의 맛이 생생하게 혀끝과 코점막에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조금 전에 들렸던 대로, 무언가의 보조가 있는 덕분인지 조금 전처럼 막 구역질이 날 것 같고 그렇지는 않았다.
마음은 편안하다.
그러나 피크를 찍듯이 튀어올랐던 감정이 억지로 가라앉혀져서일까, 이제는 반대로 뭔가가 무척이나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물질…이라고 했던가… 조금 나른해진 기분은 들지만….’
이대로 자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고민하던 나는, 세면대에서 입을 헹구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단애가 또 뭔 짓을 할까 싶어서 다른 방을 새로 잡았었는데, 이렇게 보니 다행이었다.
같은 방에 있었으면 내 이상을 모를 리 없었을 테니까.
‘낮에는 그래도 잘 숨겼다고 생각하는데… 그 녀석이라면 알아챘을지도 모르겠고….’
그 녀석이 걱정해주는 것도, 혹은 내 약점을 잡았다며 기뻐하는 꼴도 어쨌든 보기 싫었다.
…근본적으로 나쁜 년은 아니니까, 걱정해줄 것 같기는 한데.
“쯧… 바람이나 쐬자….”
현대인은 쓸데없는 배려도 귀찮고 싫은 법이다.
나는 혹여나 단애에게 들킬까 봐 조심하면서, 쥐죽은 듯 조용한 복도를 걸어 나왔다.
* * *
지금껏 수도 없는 괴인들을 죽여왔고, 물리쳐왔다. 그래서 여러모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
‘아… X발… 제발 닥쳐주라, 내 뇌야….’
밖으로 나와서도 이따금 환청처럼 뇌리에 재생되는 웃음소리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이마를 짚었다.
딱히,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이 손으로 움켜쥐었기에 이러는 건 아니다.
피와 살점이 튀는 전장의 광경이 떠올라서 힘든 게 아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그 피에 취하며 쾌락 살인마가 되어버렸던 내 자신을 견딜 수가 없다.
그 비릿한 혈액에 취해 즐겁고 흥분을 느꼈던 내 자신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건전한 걸까. 방어본능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만약 피에 취해 좋아라 웃어대던 자신의 그 모습을 긍정해버린다면, 거기에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다면 사람으로서 뭔가가 망가졌다는 뜻이리라.
아직까지 그런 자신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니.
아직 내 감각은 정상이라는 생각에 조금 안도했다.
“……………어라?”
지나치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었던 탓일까.
밤바람을 쐬면서 가볍게 산책을 즐기던 나는, 어느샌가 주변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차분한 산책로가 아니라, 여러모로 화려하게, 네온사인이며 코를 자극하는 향냄새가 가득한 거리에 들어서 있었다.
‘어… 여기, 시장이 있었던 곳 아닌가?’
바로 그 근처였던 것 같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굉장히 이상하다.
사람들이 활발한 것도, 여전히 먹거리가 나들어선 것도 모양만 보자면 낮과 비슷하지만.
현란한 빛과 소리 덕분인지, 훨씬 화려하고 흥겨워 보였다.
사람들의 복장도 굉장히 가볍다. 지나치는 사람의 속옷바람과 다름 없는 노출에 깜짝 놀라 길 옆으로 저도 모르게 비켜서고 말았다.
‘어… 잠깐만, 이 분위기, 이거, 뭔지, 여러모로….’
여기 설마…
유흥가?!
‘어, 어, 진짜?! 맙소사. 말도 안 돼! 나 지구에 있을 때도 가본적이 없긴 한데… 원래 이런 느낌이야? 너무 노골적인데? 우와아….’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유흥가라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광경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릴 것 같았다.
왠지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만 될 것 같다. 안 그러면 큰일날 거라고, 본능에 가까운 무언가가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떠올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이봐용, 아가씨.”
“흐엣?!”
갑자기 등 뒤에서 어깨를 붙잡으며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돌아보니, 정장을 입은 우락부락해보이는 파마머리 괴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장은 사이즈가 작은지, 터질 것 같은 근육을 꽉 조이는 모습이 솔직히 생리적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용♡ 잠깐 시간 되시나용♡”
첫 번째는 그 헬창 같은 외형 때문에 거부감이 들고.
두 번째는 그 말투 때문에 욕이 나올 뻔했다.
뭐냐고, 용은. 혀가 꼬부라져서 그래? 손을 입안으로 집어넣고 쭈욱 펴주고 싶다.
그러나 그런 내 생각은 아랑곳 않고, 근육덩어리 용용 아저씨가 즐겁게 제안했다.
“혹시 시간이 괜찮을깡~♡? 내가 보기에, 그대는 스톼~가 될 것만 같은 반짝임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쥐잉~♡?”
“아… 어… 죄송하지만 시간이 없――”
“아앙~♡ 좋아좋아. 이 매끄러운 머리카락, 반질반질한 피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순진무구한 눈빛, 그러면서도 백전연마의 숙련된 창부에게서 풍길 듯한 요염함~♡ 가슴 형태도 예뻐보이고오~ 크하~ 냄새도 최고야. 풋풋한 소녀의 냄새와도 같으면서도 달콤~한 것이… 거기도 조개처럼 꼬옥 닫혀서 남자를 기다릴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응아아아아아아아아앗~~~♡ 좋아, 아~~~주 좋아아아아~~~♡”
“……..”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거기다 위험하다.
근육질의 마초 아저씨가, 자기 몸을 껴안고 몸을 떠는 모습은 조금 전 꿈에서 봤던 광경보다 훨씬 끔찍하고 역겨웠다.
‘왠지 내일부터 이 사람 꿈을 꿀 것 같아서 무서워…!’
머릿속에 끊임없이 경보가 울린다.
일단은 어서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지체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아, 저기, 죄송하지만, 길을 잃고 온 거라서 저는 이만.”
“그대~~~~~~!”
“잠, 잡지 마! 놔줘! 꺼져!”
“아앙~ 앙탈부리는 것까지 완전 내 스톼~~~일의 아이야! 역시 넌 스톼가 될 자격이 있어!”
그런 자격 필요 없어!
“하지만 너무 떼 쓰는 아이는 기회를 못 잡는 법이니까~ …살짝, 도와줘야겠지?”
“뭐….”
어떻게든 내 팔을 붙잡은 우락부락한 손을 뿌리치려 한 그 순간.
눈 앞에 무언가가 불쑥 내밀어지더니 칙칙,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뿌려졌다.
“읏…?!”
‘이, 이건…?!’
달콤한 향기에, 머리가 순간 어지러워졌다.
“너 같은 아이도 솔직하게 만들어 주는 약이야. 자, 따라오렴. 오늘 밤의 스타가 되어보는 거야♡”
‘다,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