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176)
제176화
176. 연락을 넣어주게.
기세 싸움으로 어수선해진 발대식이었지만, 어쨌든 사고 없이 갈등을 봉합하고 행사는 마무리됐다.
통합 공격대는 청진시립대학교에 베이스 캠프를 차렸다. 그랜드호텔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아무래도 손발을 맞춰보려면 훈련장이 필요했다. 호텔은 숙소로 사용하긴 좋았으나 헌터들이 몸을 움직이기에 비좁았다.
대부분 대형 길드는 특수 소재로 건설된 트레이닝룸을 따로 가지고 있었지만, 변방이랄 수 있는 청진시에선 찾을 수 없는 시설이었다.
차선책으로 넓은 공터를 확보할 수 있는 학교가 대상이 되었고,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큰 대학교를 본부로 삼았다.
청진대학교의 대형 강의실.
강무혁은 며칠간 레이드 웜업 과정을 이어가고 있던 헌터들을 불러들여 브리핑을 가졌다. 통합 공격대의 최우선 목표를 설정하려는 것이었다.
통합 공격대의 첫 미션은 한반도 내부에 들어와 있는 마경의 네 마리 네임드 몬스터 레이드였다.
“그중에서도 ‘가루다’를 먼저 노립니다.”
커튼이 처져 어두운 강의실에서 강무혁은 대형 화면에 뜬 몬스터를 가리켰다.
전체적으로 인간형의 모습에 날개 달린 형태. 이족보행이고 새의 머리와 뱀의 몸을 지니고 있었다.
“왜 저놈이 먼저죠?”
헌터가 발언권 없이 물었다. 워낙 제멋대로인 헌터들이라 발언권 없이 입을 열면 한없이 도떼기시장이 될 터라 며칠 전 손을 들고 말하도록 규칙을 정한 참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강무혁도 신경쓰지 않고 대답했다.
“날 수 있다는 것부터 위협적입니다. 가루다는 다른 몬스터와 달리 천천히 남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서울에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서울에 오면 바로 제삿날이지. 요격 포대부터 대형 길드가 얼마나 많은데. 거기 마법 전력이 공중전을 펼치면, 아무리 네임드 라도 별수 있을까? 당장 나만 해도 바닥에 떨굴 자신 있다고.”
나그네 길드의 마법사 공중문이 자신감을 표했다.
강무혁은 동조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죽고 다치는 사람도 많겠죠. 그리고 가루다의 기동력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싸워보지도 않고.”
“가루다를 처음 레이드 하려고 했던 게 타이탄 길드입니다. 제 전 직장이죠. 그리고 그 레이드 전략도 제가 수립했습니다. 색적팀 정보도 최대한 모았었죠. 이걸 보시면 이해되실 겁니다. 다음은 현재까지 밝혀진 가루다의 스펙입니다.”
강무혁이 다음 화면으로 넘겼다.
가루다의 전신사진 대신 좌우 팔과 다리를 벌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도처럼 생긴 깔끔한 그림이 떠올랐다.
“신장 2m 50. 무게는 1.5톤. 날개 길이 접었을 때 2.8m, 폈을 때 6m. 최대 비행 속도 348m/s. 음속입니다. 아직 측정된 적은 없으나 이보다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공격패턴은…….”
강무혁이 가루다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자 헌터들의 감상은 한결같았다.
“이걸 타이탄이 잡으려 했다고?”
헌터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루다는 A급 길드에서 잡을 수 없는 네임드였다.
강무혁이 그들의 의문을 풀어줬다.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처음 발견된 장소가 개마고원 특활지였죠. 거의 2년 가까이 됐습니다. 레이드 직전에 마경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작전이 취소됐다고 합니다. 그 이후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최초 데이터와 몸 크기부터 차이 나는 걸 보면, 몇 단계 더 진화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강무혁의 말에 헌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소감을 뱉었다.
“난 또 타이탄이 언제 이리 컸나 싶었지.”
“날개 달린 거 빼면 별것 아닌데?”
“저거 파티 하나면 끝나겠는데? 끝나고 뭐할까?”
헌터들이 자신만만해 하며 키득거리자 성선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강무혁이 있던 연단에 올라와 양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건들거리며 말했다.
“공대원들 말처럼. 땅에만 박혀 있으면 어려운 녀석은 아니지. 문제는 날아다니는 거야. 몬스터라는 게 그냥 파리처럼 날아다니기만 해도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잖아? 그런데 저렇게 빠르게 비행하면서 스킬을 쓰면, 아차 하는 순간 골로 갈 텐데…….”
성선제는 오른손을 주머니에서 빼 화면을 두드렸다.
“잘 들어. 괜히 나대다가 뒈지지 말고 모두 정신 바짝 차려. 티어 길드 정예들이니 실력에 자신만만한 건 좋은데, 지금 다들 긴장감이 하나도 없어. 지금 부업 뛰러 온 거야? 당신들 길드에서 게이트 들어갈 때도 이렇게 나사 하나 빠진 듯 구나? 똑바로 해. 이놈 놓치면 수백 수천 명이 한순간에 죽어. 대공 진지 없는 작은 도시에 떨어지면 어쩔 건데? 거기 있는 헌터들도 다 죽을걸? 우리가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잡아야 해. 알아들었으면 자세 똑바로 잡아!”
성선제의 호통에 헌터들은 움찔하며 흐느적거렸던 자세를 고쳐 앉았다.
개중엔 여전히 삐딱한 자세를 유지하는 자들도 있었다. 백호 길드와 성선제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고참들이었다.
성선제는 그들까지 다그치진 않았다. 혈기왕성해 정신적으로 불안한 젊은 헌터들과 달리 자기 조절이 가능한 베테랑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마저 흐트러졌으면 제아무리 고참급이라 하더라도 성선제가 나섰을 터였다.
강무혁은 적절한 시점에 나서준 성선제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성선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강무혁 작전관님, 레이드는 언제입니까?”
“아직 가루다의 정확한 위치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마천령 어딘가에 들어앉은 건 확실한데, 현재 탐색 중이니 조만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발견하는 대로 바로 레이드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죠.”
“예. 장비 점검과 포션 보급도 최상급으로 마련해두겠습니다.”
“오늘 브리핑은 이만합시다. 오늘 8시에 야간 파티플 점검이 있으니 멀리 나가지 마시고 대기하세요.”
헌터들은 보강 강의가 잡힌 학생들처럼 앓는 소릴 하며 제각기 흩어졌다.
이때 전예성이 강무혁에게 다가왔다.
“작전관.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말입니다.”
“예. 어떤 게 궁금하십니까?”
“그쪽 길마. 주세아는 왜 공대에 없는 겁니까? 그녀만 한 탱커가 없을 텐데.”
여전히 강의실에 남아 있는 백호 길드의 음영진이 넌지시 강무혁 쪽을 쳐다봤다. 청력 밝은 헌터가 못 들을 거리가 아니었다. 강무혁은 잠시 망설이는 척하며 시간을 끌다가 말했다.
“비밀 작전 중입니다.”
“그 비밀 작전. 나도 좀 알고 싶은데.”
갑자기 성선제가 끼어들었다. 음영진에게 신경 쓰고 있던 찰나 그가 끼어들자 강무혁은 허를 찔린 듯 긴장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강무혁이 성선제에게 따지는 눈길을 보냈다.
‘이 부분은 이미 합의된 거 아니었습니까?’
‘합의라기보다 모르는 척해준 거죠. 그런데 너무 궁금하네요. 어디에 있는지.’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의중을 읽어낸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었다.
전예성은 성선제가 주세아의 행방을 모른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슬레이어와 주세아 사이가 예전만 못하다곤 해도 이건 좀 이상하군. 어쨌든 현재 두 길드가 연수하고 있는 건 분명한데 말이야. 통합 공대 결성 중에도 주세아가 어딨는지 언급도 안 한 사람이 내가 강무혁에게 묻자마자 끼어든다고? 누굴 바보로 아나?’
전예성은 티어 길드의 길마였다. 강무혁과 성선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정도로 순진하지 않았다. 자연히 그들이 연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거참, 적당히 합시다. 사람 부공대장 앉혀놓고 지금 장난치는 겁니까? 말하기 싫다면 싫다고 할 일이지. 됐습니다. 그렇게 나오시겠다면, 저도 뭐든 보고하고 일을 처리할 필요가 없단 뜻이겠죠?”
“아니. 연기 아닌데.”
“무슨 소릴 하시는지…….”
강무혁과 성선제가 정색하자 전예성은 이조차 의뭉을 떠는 짓거리로 보였다.
“원참, 통합 공대에서 왕따를 당할 줄이야. 공대장하고 작전관하고 어디 잘 해보십쇼.”
전예성이 팩 토라져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뒤늦게 남아 있던 음영진마저 자릴 떠났다.
강의실에 둘만 남게 되자 성선제가 입을 열었다.
“그냥 시늉만 한 건데 저렇게 잘 넘어가면 내가 오히려 민망하잖아?”
“굿 타이밍. 말 돌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변명도 이젠 궁색합니다. 잘 나서주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나한테도 안 말해줄 겁니까?”
“아직 일이 성사되지 않은 계획이라 함부로 입에 올리기 어렵습니다.”
성선제는 강무혁의 성격까진 몰라도 일하는 스타일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되지 않을 일을 언급하지 않고, 될 일은 확실하게 밀고 나가는 타입이었다. 물론 그 기준이 일반적인 사람과는 약간 다른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성선제는 강무혁의 기준이 어디에 잡혀 있는지 단숨에 눈치챘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주세아와 닮았어.’
몬스터 타도를 향한 직진 일변도.
주세아를 겪었기에 강무혁이란 인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뭐가 됐든 네임드나 게이트 보스 레이드보다 더 중요한 일이겠죠?”
“예. 그보다 더 위험한 일입니다.”
S랭크가 된 헌터가 위험할 일이라…….
‘마경이겠군.’
그것도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계된 일.
S랭크를 위협할 건 S랭크뿐이었다. 당연히 나머지 두 국가가 연관되었다고 예상할 수밖에.
성선제는 저도 모르게 대한민국 헌터계의 무게추가 아이언윌로 옮겨지는 걸 떠올렸다. 통합 공대장 이전에 슬레이어 길드의 전략팀장으로서 다음 수를 생각해야만 했다. 계산을 마친 그가 강무혁에게 윙크를 보내며 말했다.
“이번 일 다 끝내면, 언제 한번 주세아 길마 모시고 식사 한번 하시죠, 강 단장님.”
성선제의 의도를 눈치챈 강무혁은 팔짱을 끼며 고심하는 척했다.
“벌써 움직이시면 곤란한데요. 여기저기 제안도 들어봐야 할 텐데. 그렇다고 길드장님이 전 직장을 좋아하시는 것도 아니고.”
“전 직장 뒷담화는 회사원이든 헌터든 마찬가지죠. 더럽고 치사해도 슬레이어만 한 파트너 구하긴 힘들 겁니다.”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좋은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 * *
음영진은 운동장으로 나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주세아는 보이질 않습니다. 강무혁이 얼버무리는 걸 보면, 관 선생 말대로 다친 걸 숨기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역시 그래서 신의주에 티어 길드들을 모아둔 건가 봅니다.
“주세아 대신 티어 길드 원정대가? 그건 좀 과한 생각입니다?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 헌터라도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우리 쪽에서 전력을 단둥에 모으니 대응하려는 차원에서 움직인 거겠죠.
관홍이 어물쩍 대꾸했지만, 음영진은 속지 않았다. 신의주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의 전후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티어 길드 원정대가 모인 다음에야 황룡 길드 원정대가 단둥에 투입됐어. 이 자식들,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군.’
음영진은 주세아가 S랭크가 됐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보단 황룡 길드의 술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음흉하기로는 업계 최강이랄 수 있는 성선제와 강무혁을 상대하니 다른 가능성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주세아가 랭크업한 건 아직 모르는가 보군. 하긴 알아서 좋을 게 없지. 백호 길드는 기회주의자들 천지이니 언제든 배를 갈아탈 놈들이야. 주세아가 S랭크라는 게 밝혀지면, 손 털고 나갈 놈들이니 잡아두려면 정보를 감추는 게 좋겠지.’
백호 길드와 같은 배를 탔지만, 티켓은 따로 끊은 관홍은 주세아에 대해서 철저히 감췄다.
물론 강무혁이 어째서 주세아의 정보를 은폐하려는지는 짐작하고 있었다.
일본.
중국은 대국이라 힘으로 밟아버리면 된다고 여기지만, 일본은 섬나라 좀생이 마인드답게 한국 헌터들이 성장하는 걸 사사건건 방해해왔다.
일본의 길드 단체인 길단련은 중국에서조차 귀찮게 여기는 자들이었다. 강무혁이 피하려는 것도 당연하다 여겨졌다.
‘일본에 알려 방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나 백호 길드를 놓치는 것보다 득이 없다. 어쨌든 일본은 우리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관홍의 머릿속에 절묘한 계략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버려두긴 아까운 패지. 일본이라… 어떻게든 써먹을 건 써먹어야겠어.’
그는 급히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럼, 새로운 소식 있으면 연락 주시오.
대꾸하기도 전에 통화를 끝내자 음여인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말을 피하는군. 분명 뭔가 있어. 강무혁은 주세아를 통해 뭔가를 꾸미고 있고. 어느 쪽이든 대비할 필요는 있겠어.”
* * *
일본.
길단련의 번주 중 손에 꼽히는 유력자인 키신 타케루는 한국에 파견했던 자객 집단인 이가조가 전멸한 이후 절치부심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의 북부가 시끄러워지자 쾌재를 부르며 이전에 심어둔 조직의 활동을 재개하도록 했다.
또 다른 조직이 한국에 침투해 명령을 기다리던 와중에 키신의 귀에 미심쩍은 정보 한줄기가 흘러 들어갔다.
“주세아가 사라져?”
“정보에 의하면 폐관수련 중이라고 합니다.”
“수련?”
키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흔히 폐관수련은 시크릿 트레이닝이라고도 불렸다. 훈련이 비밀인 것은 그 훈련의 결과가 극비이기 때문이었다.
보통 헌터가 완전히 은둔하는 경우는 은퇴하거나 랭크업의 실마리를 잡았을 때였다.
그런데 한반도 북부가 난리가 나 대전쟁 때의 통합 공격대까지 부활한 마당에 주세아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다.
하지마 키신은 일본 최강의 헌터답게 신중히 접근했다.
“정보 출처는?”
“세 군데입니다.”
“한군데는 김명준이겠고.”
“나머지는 블랙마켓. 그리고 중국 쪽입니다.”
“중국?”
키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블랙마켓이야 이해가 갔다.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어둠의 정보상들은 온갖 정보를 긁어모으니까.
그런데 중국은……?
“중국 쪽에도 저희 정보 라인이 있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겉핥기고. 주세아에 대한 정보가 그리 허술할 리가…….”
“중국에선 저희만큼 한국 헌터계를 경계하진 않습니다. 주세아라고 해도 대국인 자신들을 넘을 리 없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정보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키신은 고심했다. 이 정보가 거짓이면 상관없지만, 사실이라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하지만 고민하는 시간이 길진 않았다. 그는 빠르게 주세아 쪽에 접근할 방법을 찾아냈다.
“한국 정부 기관 중에 길드협력처라는 곳이 있다지? 그곳에 연락을 넣어주게.”
“무슨 말을 전할까요?”
“이웃 국가의 어려움을 그냥 넘길 순 없으니. 우리 일본이 도와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