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66
사공부에서 나온 승태의 눈에 원상 옆에 서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조운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승태는 마치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찝쩍거리는 금발 놈을 본 것마냥 소스라치게 놀라 빠른 걸음으로 조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마침 원상의 조운에게 건네는 말이 들려왔다.
“조 장군, 고향이 상산이라는데, 수춘후의 곁에만 있으면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겠소? 차라리 나와 같이한다면 순 사공의 도움을 받아 함께 금의환향할 수 있을 것이오.”
조운은 잠시 원상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눈을 감고 말했다.
“단순히 그런 마음을 가졌다면 굳이 서주까지 내려가 주공을 따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한 번 다시 생각해 보시지요. 강동에서 비루하게 드잡이하는 것보다는 하북에서 시원하게 달려 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조운이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아 버리자, 원상은 미련이 남은 듯 뭐라 이야기를 이어 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승태가 예를 표하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제 봉지로 돌아가야 하니, 그만하시지요.”
승태의 개입에 원상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신이 먼저 무례를 범한 셈이니, 조용히 예를 표하고는 물러났다.
승태가 어깨를 한 번 으쓱여 보이자, 조운이 물었다.
“금일 봉지로 돌아가는 것입니까?”
“뭐, 사공께서도 이만 물러가라 하시니 그래야지요. 이 정도면 이미 양주에도 소문이 퍼졌을 테고, 주유도 이를 변명하고자 여러 대책을 세웠을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인수를 떡하니 던져 주면 엄청 좋아할 것입니다.”
조운은 여전히 가벼워 보이는 승태의 태도에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어째서 주공께서는 지위가 올라감에도 바뀌지 않으십니까?”
“제 태도가 뭐 어때서요? 괜히 무게만 잡으며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이들이 도처에 널렸습니다. 그런 이들에 비하면 백배 낫지요.”
조운은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말하는 승태의 모습에 조금은 진지하게 물었다.
“주공께서는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은 욕심은 없으십니까? 이제 주공께서 원하신다면 충분히 나라를 세우고 천하의 패자가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만일 지금의 폐하께서 불의의 사고라고 당하신다면······.”
그 순간, 승태는 우뚝 멈춰 서서 조운의 말을 끊듯 입을 열었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그런다고 해서 한조의 기치가 무너질 것 같습니까?”
조운은 승태의 예리한 지적에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말도 굉장히 민감한 내용이지만, 승태는 거기에 한술 더 뜬 것이기 때문이었다.
“거보십시오. 조 장군도 그리 생각하는 판국에 어찌 뭇 신하와 백성들을 설득하겠습니까?”
조운은 승태의 말에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상 무골호인인 줄만 안 승태가 자신의 포부를 슬쩍 드러낸 탓이었다.
그간 승태는 아무런 욕심이 없는 듯한 모습을 고수해 왔는데, 지금 보니 무엇인가 원하는 열망이 있는 것 같았다.
조운은 잠시 승태의 말을 곱씹으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였다. 만일 승태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다면, 자신은 어떤 것을 갖추어야 할지 말이다.
그때, 마침 승태가 조운의 생각에 답하듯 말했다.
“조 장군은 언제나 지금처럼 제게 형 같은 사람으로 남아 주십시오.”
조운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자, 승태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만인을 제 발아래 무릎을 꿇려 권위를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일을 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주공이 그런 포부를 갖고 계시다니,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나 참 모순적인 것이, 그것을 이루려면 더 높은 자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도 그렇겠군요.”
지금도 물론 자신의 마음대로 내각을 구성하는 승태이지만, 낡은 체계를 타파하고 현대식 정치 구조를 이루고 싶은 승태로서는 영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아직도 고리타분한 질서에 연연하고 있으니, 거기서 뭘 할 수 있겠어? 지금은 어렵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바꾸어야지.’
승태와 조운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관청에서 빠져나가는 그 순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원상이 눈을 빛냈다.
***
손가의 조정은 다시금 커다란 설왕설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구신(舊臣)들은 젊은이들을 비난하고, 젊은 신하들 또한 구신들을 향하여 역당을 비호한다고 지적하였다. 간간이 나이를 먹더니 노망들었다는 소리도 튀어 나오기도 했다.
“어찌 주 도독이 손가에 반기를 들고 독립을 하려 하겠습니까? 부디 혜안을 가지고 작금의 상황을 두루 살피소서!”
“주공, 이는 이전에 주 도독을 불러 심문했으면 이미 끝났을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소환하시어 진실을 밝히소서!”
“진실을 밝히소서!”
젊은 신하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물론 구신들이 직책으로 그런 의견을 눌러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들 중에서도 주유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기에 한소리로 이를 막을 수가 없었다.
기껏 해 봐야 장소나 장굉, 진단, 진송 등과 같은, 손책 휘하에서 중책을 맡은 이들 정도만이 주유의 결백함을 주장하였다.
“허, 이전에 주유를 소환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터인데.”
손권이 나지막하게 한탄을 내뱉자 주변의 구신들은 안타까워하며 고개를 숙였고, 젊은 신하들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주유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이전에 결론이 나온 사항이었다. 당시에는 주유가 승태와 손을 잡았다는 정도의 뜬소문만이 전부였기에.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이야기에 살이 붙으며 구체적인 음모가 제기되었다. 내용도 그럴듯할 뿐만 아니라 이를 말하는 이들이 형주에서 나와 강동으로 들어갔으니, 자연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내용은 단순했다.
주유가 손권을 쓰러트리고 손가를 차지하기 위해 승태와 손을 잡았다는 것. 그와 함께 예장의 태수 지위를 얻어 독립할 것이라는 이야기 따위가 점점 퍼지며 삽시간에 강동의 저자를 장악한 것이다.
물론 주유가 그럴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구신과 손가 종친들의 변호에 주유는 어떠한 문책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승태의 계략으로 진짜 인장이 내려오자, 상황이 이상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손권은 무심한 표정으로 장소와 장굉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후의 자리만 받으면 한조에서 나와 같은 열이 되는 셈이오. 그런데 저잣거리의 말을 그저 거짓으로만 취급할 요량인가?”
“주공, 그것은 순욱과 조제가 우리를 이간하려는 계책에 불과하옵니다. 이를 헤아려 부디 올바른 판단을 하소서.”
“하, 헤아리라? 그렇게 말한 분들이 어머니를 찾아뵈어 나의 할 일을 가로막았는가? 그리고 그대들이 잘못 생각한 것이 있네. 손가의 사람이라면 수춘에도 있지 않은가. 만일 주유가 그들을 쫓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장소와 장굉은 손권의 눈에 이미 의심이라는 커다란 가림막이 씌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주유와 손권의 갈등은 단순히 군신 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손가의 피를 이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손권은 손책의 적장자도 아니었다.
그에 반해 주유는 손견을 따르고 손책의 뜻을 오랫동안 받들며 그 누구보다 손가의 기틀을 잡는 데 공을 세운 인물.
그런 주유에게 손권이 칼을 들이민다면, 이는 과거의 손책 암살에 가담한 호족들을 때려잡는 것와는 규모가 다른 여파가 생겨날 것이었다.
‘만일 주 도독이 참지 못하고 손가의 인물 한 명을 앞세워서 군을 일으키기라도 한다면, 정말 절단이 날 것이다. 수춘후가 잠잠한 게 도리어 이런 일을 만들어 내다니, 참 뭐라 할 말이 없구나.’
장소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승태가 어느 순간에 더는 강동에 이빨을 보이지 않고 이러한 이상한 일들을 만들어 내자 더욱 골치가 아팠다.
눈앞에 보이는 칼보다 보이지 않는 암수가 더욱 위협적인 것처럼, 승태의 수가 강동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를 과연 어찌 해결해야 하는가.’
잠깐 오 부인을 이용할까 고민해 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한번 이용한 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
장소가 장고를 거듭하는 사이, 손권은 결단을 내렸다.
“주유를 소환하라. 내 직접 시시비비를 가를 것이다!”
그에 젊은 신하들은 손권을 향하여 칭찬 일색의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구신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
주유가 주둔 중인 남창현에서는 그야말로 욕지거리가 난무하는 중이었다. 특히 주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해 온 여몽은 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소환을 알리는 서신을 읽다가 그만 내던져 버릴 뻔하였는데, 주유의 호통으로 인해 겨우 끝까지 글을 읽어 내었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우리가 그 빌어먹을 조제와 손을 잡았다니요? 딱 봐도 이간책 아닙니까?”
주유는 유식한 척 문자를 쓰는 여몽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호, 이제는 네가 문자도 쓰는구나?”
“도독, 지금 이게 웃을 상황입니까? 오정후가 감히 도독을 오라 가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껏 한 게 뭐가 있다고······.”
주유는 순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만해라. 백부가 자신을 대신할 인물로 선택한 아이다. 그리 말할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도독, 지금 그가 도독을 의심하여 천금 같은 기회를 날리려 하지 않습니까! 이제 겨우 수춘후의 그림자를 강남에서 치워 버리고 황조를 쓰러트릴 순간인데!”
주유는 역정을 드러내는 여몽을 빤히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중원과 하북 간 일진일퇴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싸움이 오래될수록 우리는 더욱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황제가 허도를 벗어났으니, 순욱도 이제 정당성을 내세워 강동을 간섭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니 우리는 계속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끙,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럼 도독께서 오에 가 있는 동안 어찌해야겠습니까?”
“감녕은 본시 포악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으니, 분명 무언가 일을 치를 인물이다. 만일 분쟁을 일으킨다면 수춘후에게 정당히 권리를 요구하여라. 예장 태수의 지위를 얻은 것이 차라리 잘되었구나. 이런 상황에서 수춘후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또한 구신들 중에 한 분을 이곳으로 보내 나를 대신하도록 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몽을 비롯한 신하들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숙이자, 주유는 한숨을 내쉬며 막사를 나섰다.
그렇게 소환에 따라 오로 향하는 주유의 머릿속으로 과거 손견이 원술을 찿아가 무릎 꿇으며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믿을 수 없는 충신을 진정 충신이라 할 수 있겠는가?] [없습니다.] [그럼 그대는 내가 그대를 온전히 믿게 해 줄 수 있겠는가?]그날, 손견은 자신의 모든 것을 원술에게 내보였고, 원술은 손견을 자신의 모신들과 같이 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