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194
“이거… 한번 헤집어 놓기 딱 좋군그래.”
서방견문록 (4)
본래 역사에서, 아메리카 식민지의 무역 구조는 간략히 ‘삼각 무역’으로 도식화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흑인 노예를 사 와서 아메리카에서 노동시킨다.
그러면 아메리카에서 면화와 설탕, 담배와 과일 등을 수확하여 본토로 옮긴다.
다시 그러한 물자를 가공하여 유럽에서는 면직물과 총기 등 공산품을 아프리카로 실어 나른다. 그 대금으로 노예를 되산다.
이러한 삼각 무역 구조를 유지하면서 유럽은 염가의 노동력과 그 생산물을 쉬이 손에 넣고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카스티야를 보자.
엔리케는 아메리카에 온갖 공산품과 기술과 인력을 삽으로 퍼다 준다.
갑자기 생산력이 복사가 되는 메시카인들은 사방팔방 정복 사업과 선교 사업을 이어 가며 교황청의 권위를 드높이고 바오로 2세를 흡족하게 한다.
그리고 교황청은 다시 엔리케에게 선교왕이니 뭐니 하는 명성을 안겨 준다.
바오로 2세는 교황의 정치적 영향력과 권위를, 엔리케 4세는 명예와 업적 정당성을, 메시카인들은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안정성을 막대하게 얻는다.
즉 교황청은 한 푼도 안 쓰고 권위를 얻고, 메시카인들은 카스티야에 경건공이 와서 무릎 좀 꿇었다고 온갖 지원을 타 간다.
그렇다. 오직 카스티야만 국고를 축내고 사치 자원이나 조금 돌려받는 수준에서 피를 보고 끝난다.
카스티야에서도 오로지 엔리케 4세만이 ‘선교왕’으로서의 드높은 명예를 얻었을 뿐.
신대륙 선교는 국가적 자원을 깎아 먹으며 엔리케 개인의 권위를 확보하는 용도였다.
“빌어먹을 인간….”
하여간에 죽어서도 도움이 되질 않으니. 이사벨은 머리를 싸맨다.
뭐, 결국 엔리케로서는 딸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일이 가장 급했으니 어쩔 수 없는 처사였겠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지위를 물려받고 나니 왕국의 상황은 영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이사벨이 메시카를 지원해서 명성을 얻는 건 이사벨 본인이 아니라 ‘선교왕’이라는 기깔나는 왕호를 얻고 세상 하직한 오라버니다.
메시카는 그저 이사벨에게 돈 나가는 하마에, 정적의 가장 큰 보석이다.
“부인이여, 지금 카스티야의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낭군께서는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소. 여봐라.”
“예, 전하.”
“메시카인들에게서 철괴 대금으로 받는 담배와 카카오의 양을 조금 늘려야겠다. 아, 그리고 사탕수수를 재배해 보는 건 어떤지 고려해 보라 하거라.
아폰시아에서 담배를 키운다고 사탕수수밭을 줄이는 것 같던데, 그로써 대금을 치른다면 어느 정도 혜택을 주겠다고 해 보거라.”
“알겠습니다.”
일단 적자부터 줄이고 봐야겠다.
소소하게 교황 성하께서 “신앙의 형제들을 잘 돌보고 있는가? 서방에서의 소식이 뜸해졌도다.” 따위의 서신을 보내 콕콕 찔러 오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라가 살고 봐야지.
거기에 사르데냐든, 시칠리아든, 아라곤 왕국이 지중해 영토에서 얻는 바가 계속 줄어드니 기를 쓰고 카스티야에 내정 간섭을 하며 뭔가 얻어 내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한때는 정치적 동맹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집안에 기르는 정적이 된 남편, 아라곤의 왕세자 페르난두는 이사벨을 재끼고 카스티야의 왕권을 쥘 기회만 엿본다.
안팎에서 온통 환란뿐이다.
메사카여, 안녕.
당분간 네게 호의를 베풀 여유는 없으니.
* * *
수개월 전만 하더라도, 메시카행 선박은 모두 모험을 위해 떠나던 자원자 귀족들과 이방 선교를 꿈꾸던 성직자들로 차 있었다.
선교와 봉사, 모험과 자금 지원이 이들의 목적이었으니 메시카로서는 반가운 손님들이었다.
그러나 이사벨의 정책 전환은 그 호시절을 끝장냈다.
“이번에도 부랑민들입니까?”
“반이 거지고, 나머지 반은 파산한 상인들인 모양입니다.”
“지난번에는….”
“반이 거지고, 나머지는 이사벨 전하께 찍힌 학자들이었지요. 안타깝게도 신대륙 선교 속행을 지지하시다가들….”
베라크루스의 두 관리자인 토르케마다와 데 라 쿠에바는 한숨을 내리 쉰다.
“전하께옵서 메시카를 정녕 저버리시려는지요….”
이사벨이 국내의 사회 불안 요소들을 대거 메시카로 이주시키고 있다. 무슨 메시카가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이라도 되는 마냥.
특히 아라곤 또한 그 지분을 상당히 차지하였는데, 이는 아라곤이 보유한 시칠리아나 속국 나폴리 역시 경제적 낭떠러지 아래로 가파르게 추락했기 때문이었다.
몰락한 수공업자, 이탈리아에서 채무를 피해 도망친 상인, 포르투갈에서 맨몸으로 망명해 온 귀족 등등… 하나같이 제대로 된 작자들이 없다.
언어도, 종족도, 완전히 다른 별천지를 향해 반강제로 (때로는 그냥 강제로) 끌려온 이들은 어떻게 봐도 처치 곤란.
그나마 아샤야카틀 대공 전하께서 새로이 정복하신 동북면에 사탕수수와 담배 플랜테이션을 펴셨으니 그곳에 잉여 인력들을 내보내 일꾼으로 쓸 수 있었다.
온 사방의 습지를 개간하고 동서남북 모든 곳으로의 정복 사업을 펼치는 멕시카에서 물론, 인력이 귀중하기는 하다. 그러나….
“주교 각하! 공작 각하! 큰일입니다!”
“뭔가?”
“건선거(乾船渠)에서 인부들이 건조되던 배들을 들고 도망쳤습니다!”
“하아… 또? 이번이 몇 번째인가?”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않은가?
“주교님, 이래서 제가 유럽인한테 조선소 일은 맡기지 말라 하지 않았습니까?”
“조선소 일같이 고된 노역을 유럽인들 아니면 누가 맡으려고 하겠습니까!”
“…그거야 그렇군.”
물론 개중 절반은 이렇게 튀려고 맡는 거지만.
사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낯선 땅으로 내몰리듯 이주해 보니, 느껴지는 분위기가 강제 노역장의 그것이라면 도망치고픈 마음이 굴뚝 같을 수밖에. 특히 파산한 상인이나 장인들이라면 더더욱.
볼품없는 어선을 훔치든, 어딘가 내륙으로 도망쳐 밀림을 헤매든 탈주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건 당연했다.
개중에 아예 배를 건조하여 통째로 들고 나른다는 대범한 발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일단은 해안 순찰을 강화하라.”
“저들을 포르투갈 선박에서 잡아 줬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토르케마다와 데 라 쿠에바가 골머리를 썩든 말든, 도난된 선박은 이제 베라크루스와 크리스티야노틀란의 근해를 벗어나 드넓은 카리브해를 향하여 차츰 움직이고 있었다.
“잘 한번 보게… 추적은 없나?”
“따돌린 것 같은데? 애초에 신대륙에는 선박이랑 뱃사람이 귀해서 제대로 쫓아올 엄두도 못 내는 것 같네!”
“좋아! 자 다들! 한번 모여서 악수라도 합시다!”
도망에 성공한 수십의 무리는 환호성 속에서 자신들의 위업을 자축하며 마찬가지로 훔쳐 둔 술동이를 까며 잔치를 즐겼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니 무리의 우두머리 격 되는 자가 계단을 올라 위층 갑판에서 외친다.
“우리가 해냈소, 벗들이여! 아주들 장하오!”
“그런데… 이제 어디로 가지? 그걸 모르잖나?”
“듣기로는 이미 저기 남쪽 적도 부근에 섬들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마을을 세웠다던데?”
“북쪽으로 가면 있다는 파스쿠아 플로리다(Pascua Florida, 오늘날의 미국 플로리다 주)는 어떻소?”
“그쪽에는 우리 같은 막장 인생들이 먼저 많이들 도망갔다고 들었네. 땅이 남아 있긴 하겠나?”
“자, 자, 우리 도망자 여러분! 다들 조용히 하고 내 말을 들으시오!”
무작정 도망쳐 나온 이들이 태반이고, 또 도망칠 생각조차 없다가 막판에 배가 뜨는 것을 보고 허겁지겁 올라탄 이들이 태반이다.
성공한 전례들의 소문만 믿고 얼렁뚱땅 이뤄 버린 탈주 계획이니 이들에게 ‘일단 바다로 도망친다’ 이상의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우리에게는 세 가지 길이 있소!”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 나간 전례들이 있다.
그 전례들은 전범이 되고, 다시 성공의 공식이 되어 이들의 귀로도 흘러들어 왔다.
그 성공 공식 중 첫 번째.
“첫 번째는 북쪽으로 가는 것이오. 인구도 적고 땅도 많으니 일단 우리들끼리 경작해서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것은 분명하오.
허나 메시카 대공국이 북쪽으로 정복과 개척을 이어 가니 언제까지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소.”
“그러면 두 번째는 뭡니까?”
도망에 합류한 전직 뱃사람의 말에 우두머리는 말을 잇는다.
“두 번째는 아폰시아의 섬들로 숨는 것이오. 아직 탐사되거나 기독교인들이 정착하지 않은 섬들도 많으니 충북히 이 배를 가지고도 숨겨 들어갈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그러면 우리가 스스로 먹고살 수가 없잖나? 이미 사람이 살 만한 땅은 포르투갈인들이 대부분 개척하였던데….”
“그래서 세 번째 안이 있는 것이오.”
그는 마침 남중하여 드높이 뜬 태양을 가리켜 외친다.
“우리는 남쪽으로 갈 수 있소! 아직 포르투갈인들이 미처 탐사하지 못한 밀림 깊은 곳으로 가서 숨어들 수도 있고, 기착지를 건설하여 눈치도 보지 않고 오랫동안 이 배를 ‘활용’할 수도 있을 터!”
“밀림도 식량을 구하기는 어렵잖습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배를 활용한다니 대체 무슨 소립니까?”
“이 중에 나처럼 상인 출신이신 분들이 많을 게요.
이집트행 상선에 투자했다가 곡물 가격이 폭락해서들 모두 곤욕을 겪었을 테고. 돈도 잘못 빌려서 처음에는 빌어 처먹을 유대인들이 채무 상환을 독촉하더니 나중 가서는 기독교인 이웃들까지 그러하였을 경험들 다들 없소?”
“그거야….”
“망할 맘몬의 자식들. 돈벌이에 눈이 벌게져서는….”
쌉싸래한 과거를 되새기는 일행들에게 사내가 다시 외친다.
“여기, 낭떠러지 인생으로 떨어진 당신들에게 줄 새로운 사업안이오.
이 중에 상인과 선원도 많으니 여기서 메시카인들의 재산을 조금 ‘빌립시다’! 포르투갈인들의 것도 마찬가지고! 이 해역을 오가는 돈도 점점 늘어날 텐데, 우리도 아예 남쪽에 기착지를 건설해서 무역 사업에 한몫 끼어들어 봅시다!”
아주 빙빙 돌려 말했지만, 반 정도 되는 이들은 이제 요지를 빠르게 파악했다.
돈도 없고, 신분도 없고, 이제는 법과 조국조차 없게 된 이들이 ‘무역에 한몫 끼어든다’면 그 의미는 분명하다.
결국 누군가가 외치니,
“이미 도망친 몸, 해적질이 뭐가 대수겠소!”
“하, 하, 하지만 해적은 교수형이 아닙니까?”
“배를 도적질하고 도망치는 건 형벌이 뭐 다르겠소? 이미 저들이 보기에 우리는 해적 아니오? 당신이 지금이라도 천국에 갈 수 있을 것 같소? 여기 그쪽 고해성사 들어 줄 신부는 있나?”
그때까지 알아듣지 못하던 이들도 우두머리의 말이 이어지자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쩌랴? 그들은 이미 바다 한가운데 있고, 돌아갈 곳은 없으며, 떠나려면 저 바다 깊은 속으로 빠지는 수밖에 없는데.
곧 새로 해적선의 선장으로 선출된 우두머리가 갑판 아래에 있던 싸구려 포도주를 통째로 꺼내 온다. 그리고 거기서 한 컵 크게 떠서 들이켠 뒤 잔을 돌린다.
한 사람이 한 모금씩 들이켜니 이는 공모자의 술이고, 최후의 만찬에서 주님이 그 제자들에게 돌리던 것과 완전히 정반대인 타락의 술이라.
겁에 질려 있던 이들조차도 점차 하나둘씩 될대로 되란 식으로 그 잔을 받아 들어 포도주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함성 소리가 커지니 이내 배 위에는 취하지 않은 이가 없다.
“우리는 간다! 남쪽으로!”
“우와아아아아아! 해적 만세다!”
물론 이런 도망자들 중 많은 이들은 끝내 교수형을 당하고, 더 많은 이들은 바다에서 아사하거나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의 밀림 어딘가에서 풍토병으로 앓다 쓰러진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살아남는다.
그리고 신대륙의 무역을 움켜쥐게 된다.
* * *
허나, 역시나 대다수의 운이 나쁜 이들은 죽는다.
개중에서도 가장 팔자가 사납던 이들은….
“푀(Feu)!”
“뭐, 뭐야, 저게!”
“제발! 주님 자비를…!”
―콰직.
소련의 철선을 노렸던 뜨내기들이었다.
거인의 뼈가 부러지는 듯한 굉음을 내며 흘수선 위아래의 목재가 부서뜨려지기 시작한다.
배가 도망칠 틈도 없이 산산조각 날 참이 되니 겁에 질린 이들은 그나마 남은 잔해의 가장 높은 곳으로 아득바득 기어 올라가거나 매어 두었던 작은 보트를 타고 도망친다.
뭐, 이들이 도적질에 대단히 도가 튼 것도 아니고. 태반이 바다로 나온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신출들이니 큰 배는 큰 노략물이라는 생각에 악착같이 달려드는 이들도 드물게 있던 것.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이징옥으로서는 저리 한심한 목선으로 덤벼드는 바보들도 있냐며 혀를 내둘렀다.
“해구(海寇)들이 구조를 요청합니다.”
“하늘이 사람을 낳을 때 어찌 도적이 되라며 낳았겠는가? 저들 역시 어느 나라의 선민(善民)이 될 수 있던 이들이다. 거둬라.”
그래도 이들은 중 상당수는 구명보트로 구조되어 한쪽에 구금될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어떤 이들은 포르투갈 해군에 패전해 즉결 처분 당하기도 하니만큼 이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일 수 있겠다.
“해적이 벌써 들끓는다고…? 카리브해 무역이 아직 그리 활성화되지도 않았는데?”
“아마 포르투갈 식민지를 주로 털어먹는 듯합니다. 그것도 해적들의 무장 수준을 보면 기껏해야 해안의 작은 오두막들을 털거나 어선 몇 척 훔치는 수준이겠지만 말입니다.”
15세기에 카리브 해적이 등장한 꼴을 보며 트로츠키가 혀를 내두르자 지난번에 근방을 오가며 사정을 알아 두었던 로밀리가 자신의 추측을 전한다. 트로츠키는 그를 돌아보며 답한다.
“벌써부터 근방이 이렇게 어지러울 수가 없네.
포르투갈의 식민지는 착실히 수익을 뽑아내는 좋은 플랜테이션 농장이 되었고, 교황의 눈치를 보느라 원주민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나?
분명히 이 근방을 포르투갈이 관리하지 않을 리 없는데 이런 혼란이라면….”
메시카가 원인일 수밖에 없다.
트로츠키는 서서히 가까워지는 거대한 육지를 내다본다.
북극부터 남극까지 광활하게 뻗은 대륙에 인구는 1억도 넘지 않는다. 중국과 인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커다란 땅에.
이제 이곳에도 해적이 들끓고, 거대한 봉건 제국이 건설되어 사방팔방을 뻗어 나가지만….
“그래도 소련이 발 디딜 곳이 있기야 하겠지.”
KCS 광제호가 다시금 베라크루스에 가까워진다.
이번에는 소련의 국가 원수를 싣고.
서방견문록 (5)
문명이 처음 나타난 이래, 이 땅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투석과 흑요석 조각을 날카롭게 박아넣은 곤봉이었다.
머리로 날아드는 돌조각은 간단히 두개골과 그 속의 뇌를 부숴뜨리며, 깨뜨려놓은 흑요석은 적들의 피부를 찢고 살점을 으깨기에 좋았다.
이에 대한 방비로서는 역시 천과 솜을 누벼 넣은 누비갑옷이 최선이었다. 흑요석의 예리함을 막고 곤봉과 돌멩이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는 두꺼운 천이 가장 훌륭한 방비책이니.
공격과 수비의 공진화에 기술적 한계가 도래하면서 지난 천 년동안 병장기의 발전은 정체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석궁병, 일제 발사!”
“일제 발사!!”
구령이 외쳐짐과 함께 쉿쉿거리는 소리를 내며 화살들이 날아간다.
마치 바다 깊은 속의 정어리처럼 떼지어서 포물선으로 유영하다가…
“크악!! 팔, 팔에…”
“산개하라! 다들 산개해서 싸워라!!”
신앙의 적들에게 내리꽂힌다.
석궁의 사거리와 관통력은, 적들에게 응사할 기회를 주지 않고도 그들을 몰아붙일 수 있게끔 만들었다.
강철로 만든 화살촉이 견고한 직물로 층층이 짜인 갑옷들을 순식간에 파고들고, 그 속의 근육과 혈관들을 헤집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