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94
695화
빌라 앞에서 강진은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빌라 한쪽에서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그곳이 이강혜의 집인 모양이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손에 들린 커피 캔을 보았다.
“잘 된 일이겠지?”
충동적으로 이강혜에게 커피를 마시게 한 것이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를 잠시 생각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일이었다.
“내일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오늘 일을 걱정하면 뭐 하겠어. 그리고 오늘은 오늘대로 해피한데.”
최소한 이강혜는 오혁을 보았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집 창가에서 그림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오혁과의 식사를 위해 음식을 하는 모양이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함께 먹는 저녁밥. 비록 하루뿐이라도 이강혜에게는 충분히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
이강혜가 한 음식과 배달로 시킨 돼지껍데기와 닭발로 차려진 밥상을 보던 오혁이 말했다.
“당신하고 이렇게 닭발을 같이 먹게 될 줄 몰랐네.”
오혁은 웃으며 닭발을 들었다.
스르륵!
불투명한 닭발이 그의 손에 잡히는 것에 이강혜가 신기한 듯 그것을 보았다.
“음식을 그렇게 먹는 거야?”
“귀신, 아니 영혼은 진짜 손발이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음식을 직접 들고 먹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겠어.”
오혁이 웃으며 닭발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렇게 닭발만 허공에 두둥실 떠다니는 것처럼 보일 텐데.”
“신기하다. 귀신, 아니 영혼도 진짜 밥을 먹는구나.”
이강혜는 웃으며 그의 앞에 놓인 잔에 소주를 따라 주었다.
쪼르륵! 쪼르륵!
그녀는 자신의 잔에도 소주를 따르고는 잔을 들었다.
“우리 건배해.”
“그래. 건배하자.”
오혁도 소주잔을 들어서는 가볍게 이강혜의 잔에 가져다 댔다. 불투명한 소주잔과 이강혜의 소주잔이 서로 살짝 붙었다가 떨어졌다.
한 잔씩 마신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보았다.
이강혜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던 오혁은 옆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몸을 보았다.
“이놈아, 빨리 건강해져서 눈을 뜨고 진짜 잔으로 짠해야지.”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그놈이 당신이잖아.”
“그러니까 말이야.”
오혁은 다시 이강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안 움직여서…… 너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나는 당신이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이강혜의 말에 잠시 침묵하던 오혁이 물었다.
“내가 이렇게 있어서 힘들지 않아?”
“안 힘들어.”
“내가 이렇게 있어서 외롭지는 않아?”
“외롭지 않아. 당신이 있으니까.”
“나는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이렇게 누워만 있는데…… 그래도 외롭지 않아?”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미소를 지었다.
“그냥 당신은 잠이 든 숲속의 왕자님일 뿐이야. 왕자님이 있으면 공주는 외롭지 않아.”
왕자와 공주라는 말에 오혁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잠에서 빨리 깨어나야겠다.”
“꼭 그렇게 해야 해. 당신이 누워만 있어도 힘들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은데…….”
“않은데?”
“심심하단 말이야.”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웃었다.
“내가 잘못했네. 우리 강혜 심심하게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내가 아주 큰 잘못을 했어!”
개구쟁이처럼 과장 섞어 말을 하던 오혁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 알았어. 오늘부터 건강해지도록 노력! 하겠어!”
웃으며 말한 그는 소주잔을 가리켰다.
“이거 비우고 새로 따라줘야 해.”
“아! 알았어.”
이강혜는 그의 소주잔에 담긴 소주를 자신이 마시고는 새로 따라주었다. 그녀는 잔을 채워주면서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잠깐 궁금했지만, 남편의 부탁이라 그냥 따랐다.
새로 채운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던 이강혜는 문득 오혁을 보았다.
“잠깐.”
“왜?”
“그럼 나 화장실에 있을 때도 내 옆에 있었어?”
“화장실?”
오혁이 무슨 말이냐는 듯 보자 이강혜의 얼굴이 붉어졌다.
“나…… 볼일 볼 때 말이야.”
“나를 뭐로 보고 그런 소리를 해. 강진이한테 물어봐.”
“강진이?”
“당신 일하러 가거나 밖에 나갈 때에는 절대 당신 안 따라다녔어.”
“안 따라다녔어?”
“그럼 당연하지. 당신도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내가 당신 따라다니면 안 되잖아. 그래서 당신 화장실 갈 때도 절대 안 따라 들어갔어.”
“진짜야?”
눈을 찡그리며 묻는 이강혜를 보며 오혁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살며시 말했다.
“당신 혼자 들어갈 때는 안 들어갔는데…… 나 데리고 들어갈 때는 들어갔어.”
“무슨…….”
말을 하던 이강혜의 얼굴이 아까보다도 더 붉어졌다.
“당신 목욕시킬 때 따라 들어온 거야?”
“그건 어쩔 수 없지. 나 목욕시키는데 나도 봐야지.”
오혁의 말에 이강혜는 손부채질로 얼굴의 열을 식혔다. 알몸으로 남편 목욕시키던 자신의 모습을 오혁이 봤다고 하니 부끄러운 것이다.
부끄러워하는 이강혜를 보며 오혁이 웃었다.
“부부인데 뭐 어때. 그리고 우리 같이 씻기도 했잖아.”
“그건 같이 씻는 거고. 이건…….”
이강혜는 차마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있어 같이 씻는 것과 목욕을 시켜 주는 건 다른 것이다.
“다음부터는 절대 그렇게 하지 마.”
“부끄러워?”
“몰라.”
대답을 회피한 이강혜가 소주를 마시자 오혁도 웃으며 소주를 마셨다. 그러고는 자신의 몸을 보았다.
‘이제는 죽으나 사나 한 몸으로 있어야겠다. 절대 안 나갈 거니까. 나 내보내지 마라. 이놈의 몸뚱이야.’
이강혜와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살고 싶었다. 어떻게든 살아서 이강혜와 이런 좋은 시간을 더 많이, 가능하다면 평생 보내고 싶었다.
***
새벽 1시, 저승식당 영업이 끝나자 귀신들이 하나둘씩 가게를 나섰다.
“또 올게요.”
“잘 먹고 갑니다.”
웃으며 가게를 떠나는 귀신들을 배웅하던 강진은 데이비드를 보았다.
“음식 어떠셨어요?”
강진의 말에 데이비드가 웃으며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소스만 남아 있는 빈 접시가 여럿 놓여 있었다.
“이거면 답이 될 것 같습니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데이비드가 배용수를 보았다.
“음식이 정말 좋네요.”
“손님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입니다.”
“특히 햄버거…… 와…… 정말 먹는 순간 제 혈관이 꽉 막힐 정도로 맛이 좋았습니다.”
혈관이 꽉 막힐 것 같다는 표현에 강진이 웃었다.
‘하긴, 엄청나기는 했지.’
소금과 허브로 양념을 해 베이컨처럼 만든 대패 삼겹살을 잔뜩 넣고 만든 햄버거는 고칼로리에 고지방이었다. 거기에 치즈도 여럿 들어갔으니…….
강진에게 먹으라고 하면 반절도 못 먹고 김치를 꺼내 먹을 만큼 기름진 햄버거였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그것을 두 개나 먹고는 맛있다고 엄지를 추켜세운 것이다.
“미국 음식이 고기만 잘 만들면 반은 성공이죠.”
원래라면 ‘미국 음식 뭐 어렵습니까? 그냥 굽고 튀기면 끝이지.’라고 할 배용수지만 손님이 좋아하는 음식을 그렇게 말할 수 없기에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두 귀신과 강진이 이야기를 나눌 때, 2층에서 허연욱이 슬며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갔다. 그러고는 최임수와 함께 밑으로 내려왔다.
“이야기 잘 하셨어요?”
최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어깨를 이리저리 비틀었다.
“요즘 어깨가 안 좋았는데 허연욱 교수님에게 침을 맞았더니 아주 좋습니다.”
“침을 맞으셨어요?”
“직접 맞아 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으니까요. 여기저기 오늘 침 많이 맞았습니다.”
최임수의 말에 허연욱이 웃으며 말했다.
“수술을 시작하면 끝나기 전까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의사들만큼 몸이 안 좋은 사람들도 없지요. 스트레칭 자주 하시고 가끔 침을 좀 맞으십시오.”
허연욱은 끼고 있던 비닐장갑을 벗어 강진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허연욱이 내미는 비닐장갑을 받은 강진은 그것을 배용수에게 주고는 최임수를 보았다.
“아직도 귀신이 보이세요?”
“지금은 보이기는 하는데 목소리가 살짝 희미하게 들리는 것이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혹여 JS 음식을 먹은 게 문제가 생길까 걱정하던 강진은 안심한 얼굴로 작은 비닐을 내밀었다.
“선생님은 이미 귀신을 알고 있고, 귀신을 봐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안쓰러워하시니 이걸 드리겠습니다.”
“이건?”
강진이 건넨 것은 묶여 있는 비닐장갑이었다. 손가락 부분마다 사탕 같은 것이 들어 있었고, 그 사탕들이 빠져나오지 않게끔 손바닥 부분을 하나로 모아 묶은 것이었다.
“일하시다 보면 귀신이나 영혼을 봐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아…….”
“그리고 이 비닐은 JS 비닐이 아니라 일반 비닐장갑이니 뜯어서 쓰시고 버리시면 됩니다.”
최임수가 비닐장갑을 받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사람이 귀신에 대해 아는 건 좋지 않습니다. 모르는 편이 가장 좋은 세상이니까요.”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말라는 말씀이군요.”
“네.”
강진의 말에 최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사람이 귀신에 대해 알면 안 좋다 생각하는 쪽입니다.”
자신이야 귀신보다도 더 무섭고 끔찍한 모습으로 실려 온 환자들을 많이 봤기에 별 상관이 없지만, 일반인들은 버티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뉴욕 소재의 병원에서 근무할 때 봤던 귀신 중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있는 자신마저도 오금을 저리게 만든 귀신들도 있었고 말이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최임수가 가게를 나가자 데이비드가 강진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 뒤를 따라 나갔다.
***
다음 날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 이강혜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매형과 좋은 시간을 보냈나 보구나.’
물론 오혁의 상태가 상태인 만큼 일반적인 남녀 간의 좋은 시간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했으니 좋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은 이강혜의 뒤에 서 있는 오혁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같이 오시지?’
이강혜가 일을 할 때에는 따라다니지 않던 그가 낮 시간에 곁에 있으니 의아한 것이다.
‘어제 봐서 그런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이강혜가 가게를 보며 말했다.
“지금이면 점심시간 끝난 거지?”
“네.”
“그럼 우리 이야기 좀 하자.”
이강혜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밖에 놓아둔 아크릴판을 챙기러 문을 열었다. 그러다가 가게 앞에 도원규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왜 안 들어 오시…….”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귀신에 대해 물어보려 오셨을 텐데 실장님이 들어오시면 곤란하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도원규가 말했다.
“긴한 이야기를 할 게 있다고 자리를 피해 달라 하셔서요.”
“그럼 시원한 음료라도 하나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들어가 보세요.”
도원규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크릴판을 챙겨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뒤이어 가게 문을 잠근 강진이 이강혜 옆에 앉았다.
“어제 좋은 시간 보내셨어요?”
“좋은 시간이었어. 정말 오랜만에.”
이강혜는 웃으며 옆을 보았다. 정확하게 오혁이 있는 곳을 보는 것에 강진이 걱정스러운 듯 그녀를 보았다.
“설마 지금도 매형이 보이는 거예요?”
강진의 물음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보여.”
“그런데 어떻게 혁이 형 있는 곳을 정확하게 보세요?”
“내가 내 왼쪽에 있으라고 했거든.”
“아…….”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강혜의 물음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정말 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두 분 이야기만 하셨나 보네요.”
“당연하지.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이 이야기하고 싶었으니까.”
미소를 짓는 이강혜의 모습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잘 하셨어요. 즐거운 시간은 금방 지나가니 최대한 즐겁게 보내야죠.”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강진은 이강혜에게 저승식당에 대한 것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물론 저승에 관한 것은 최대한 짧고 모호하게 설명했다.
그녀는 귀신을 본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걸 알게 된 상황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