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86
웰컴 투 NBA 186화
#186.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2)
경기가 시작되기 전.
한국에서 온 3인방은 짤막한 너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잘 보이십니까, 여러분? 2만 명 규모의 경기장이 붉은 유니폼으로 가득 찼습니다!”
“아, 정말 감격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관객들이 김시온 선수의 데뷔전을 응원하러 와 주셨다니…….”
너튜브 생방송이 진행되는 채널은 케이블 채널인 스팟티비의 것.
NBA 플레이오프의 독점 방영권은 스팟티비에 있기 때문에, MBS가 제작한 ‘김장호가 간다!’는 촬영 영상을 편집해 나중에 따로 방영될 예정이었다.
저작권 규정상 경기 내용의 송출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하려는 것이 스팟티비 측의 기획 의도였다.
이는 스팟티비가 공중파에 비해 유연한 방송 정책을 바탕으로 한 케이블 TV이기에 가능했던 신선한 시도였으나.
– 렉 걸려 ㅅㅂ
– 화질 다 깨지잖아 ㅋㅋㅋㅋ
– 장호 햄 지금 렉 걸려서 목소리밖에 안 들립니다 ㅡㅡ;;
– 지들만 좋은 거 보고 있어 ㅅㅂ
– 그 와중에 철저한 국뽕 위주 해설 보소 ㅋㅋㅋㅋ 쟤들이 죄다 김시온 데뷔전 보러 갔냐?
└ 놀랍게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님 ㅋㅋㅋ
└ ㄹㅇ 현지에서도 김시온 플옵 데뷔가 오늘 경기의 주목포인트 3위 안에 듬 ㅋㅋㅋ
– 아니 화질 좀 어떻게 해 보라고 ㅅㅂ
급작스런 실험이었던 만큼, 아무래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조연호 해설자가 진땀을 흘리며 수습에 나섰다.
“예. 아무래도 인파가 몰려서 화질이 깨지는 것 같습니다. 부득이하게 열악한 환경에서 방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점,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 김시온이다!”
“시온아아아! 큰아빠 여기 있대이!”
– 옆에 취객 아저씨 좀 조용히 시켜요 ㅡㅡ
– 고막 터지겠네 ㅋㅋㅋㅋ 텐션 봐
– 스팟티비 이 새끼들은 툭하면 위성 문제 터지더니 이젠 너튜브까지 이 모양이네 ㅅㅂ
“조연호 해설자님! 오늘 경기의 흐름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댓글 반응이 영 좋지 않자 재빨리 화제 전환에 나서는 최연서 아나운서.
조연호 역시 재빨리 멘트를 받았다.
“굉장히 치열한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은 블레이저스가 소폭 우세하지만, 상성이 너무 나쁘다는 평가거든요. 하지만 우리 김시온 선수가 멋진 활약을 펼쳐 팀을 승리로 이끌리라 믿습니다.”
“그렇군요! 펠리컨즈에서 주목할 선수로는 누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앤서니 데이비스와 즈루 할러데이겠죠. 펠리컨즈는 NBA 최고의 수비수를 둘이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앤서니 데이비스는 당대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꼽힐 정도로 대단한 선수죠.”
“저 덩치 큰 센터 말입니까?”
슈팅 연습을 하는 AD를 가리키며 묻는 김장호 해설위원.
조연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갈매기라고 불리는 선수죠.”
“으잉? 갈매기요?”
“네. 좌우 눈썹이 V자로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갈매기 같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와하하하! 내 미국 갈매기는 몰라도 부산 갈매기는 좀 아는데! 이거 걸쭉하게 한 곡 빼야겠구만!”
배를 두드리며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김장호.
그 저렴한(?) 멘트에 댓글 창은 야구팬들의 민망함으로 가득 차고 말았다.
– 아재요……
– 미국 땅에서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 장호햄 제발 ㅠㅠㅠㅠㅠㅠ
“하하. 그렇습니다. AD와 즈루. 각각 펠리컨즈의 골밑과 외곽을 책임지는 선수들이죠.”
“그러면 수비에서는 적수가 없겠네요?”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올해 펠리컨즈의 수비 지표는 의외로 14위에 불과했거든요. NBA엔 30개 팀이 있으니 딱 중위권이죠.”
“네? 그건 어째선가요?”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젠트리 감독이 수비 전술이 썩 좋은 감독이 아니고, 주전인 드마커스 커즌스가 부상으로 이탈했으며, 심각한 수비 약점이 있는 포지션이 하나 있거든요.”
“수비 구멍이 있다고요?”
“그게 어딥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는 두 농구 초보자.
조연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예. 그게 어딘지는…… 경기를 보시면 곧 아시게 될 겁니다.”
* * *
◎ 1쿼터 4:55
릴라드에게 속공 3점을 허용한 이후.
펠리컨즈는 재빨리 수비 전술을 재정비했다.
“속공!”
가능하면 하프코트에서 수비가 정돈된 상태로 싸우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수비 리바운드를 잡을 때마다 역습을 전개하며 경기 템포를 높였지만.
[펠리컨즈, 백코트 속도가 엄청나네요.] [예. 패싱 레인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즈루 할러데이와 라존 론도.
두 명의 엘리트 수비수가 속공 억제에 신경을 기울이는 상황에선 그나마도 쉽지 않았다.
“쳇!”
마땅히 패스를 줄 곳이 없는 상황.
결국 나는 역습 시도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은 펠리컨즈의 대처가 좋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킴에게서 전개되는 역습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네요.] [블레이저스의 지공 핸들러는 릴라드지만, 속공 핸들러는 킴이죠. 지난 시즌에 비하면 올해의 블레이저스는 트랜지션 공격 빈도와 성공률 모두 크게 개선되었거든요? 이 속공은 펠리컨즈도 경계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생각보다 훨씬 대응이 빠른데요?”
“플레이오프니까. 전술적 대응을 내어놓는 속도가 차원이 다르지.”
뭐, 그렇겠지.
나는 공을 릴라드에게 건네고 코너로 이동했다.
정규시즌에선 2, 3일에 한 번꼴로 경기를 뛰는 가혹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니, 당연히 매번 맞춤 전략을 준비하는 일 따윈 불가능하다.
동료들끼리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하니까.
따라서 정규 시즌에 준비할 수 있는 전략이란 기껏해야 상대의 에이스를 제어하기 위한 수비 플랜이나, 수비 로테이션 조정 정도에 불과했다.
‘상대나 우리나. 자신이 잘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다는 소리지.’
하지만 플레이오프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상대의 전술을 현미경처럼 낱낱이 분석하고, 경기 단위로 카운터 전략을 꺼내 드는 것이 바로 플레이오프거든.
‘탈락하는 순간 집에 가야 하니까.’
정규 시즌에선 꼭꼭 숨겨 둔 비장의 카드를 모조리 선보이는 무대가 바로 플레이오프였다.
그리고…….
1차전에서 먼저 승부수를 꺼내 든 팀은 펠리컨즈 쪽이었다.
[데미안 릴라드, 스크린을 타고 3점! 이번에도 컨테스트하는 즈루 할러데이! 빗나갑니다!] [이거 엄청나군요. 마치 릴라드가 뭘 할지를 완벽하게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럴 겁니다. 릴라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플레이를 선호하는지. 그 모든 걸 완벽히 분석하고 나왔다는 느낌이에요.]“젠장!”
이를 악물며 백코트하는 릴라드.
지금의 릴라드처럼 슈퍼스타의 문턱에 놓인 선수들은,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주인님…… 아니, 천적이라고 할 만한 상대를 만나게 된다.
‘르브론에겐 카와이. 커리에겐 벤플리트. 듀란트에겐 토니 앨런 같은 선수가 그러했지.’
슈퍼스타의 약점을 공략하는 완벽한 맞춤형 수비 플랜과, 그 수비 플랜을 실현할 능력이 있는 엘리트 수비수의 존재.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아무리 슈퍼스타라고 한들 고전할 수밖에 없다.
‘내가 벤 시몬스 죽이기를 선보였을 때와 마찬가지인 상황이지.’
반대로 오늘은 즈루가 릴라드 죽이기를 시연하고 있는 셈이었다.
내 기억으로 이번 시리즈를 기해서 릴라드 대처법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훗날 OKC, 레이커스도 플레이오프에서 릴라드를 만나게 될 때 오늘 즈루가 선보인 공략법을 참조하게 되거든.
[릴라드, 다시 너키치에게 스크린을 요청합니다.] [공격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선수에게 공을 돌려도 괜찮을 텐데요.] [그게 블레이저스의 고질적인 문제죠. 릴라드 이외엔 주도적으로 게임을 리드할 선수가 없으니 되든 안 되든 릴라드가 해결해야만 하는 거예요. 블레이저스의 공격 전술은 대부분 릴라드의 픽앤롤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이게 막히면 다른 선수들의 선택지도 좁아지고 맙니다.] [결국 에이스가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군요.] [그렇습니다. 오늘 1차전에서 릴라드가 즈루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이 시리즈는 블레이저스 쪽으로 크게 기울 거예요.]“하아…… 하아…….”
너키치의 스크린을 받고 왼쪽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릴라드.
‘릴라드의 버릇은 나도 잘 알지.’
팀 훈련에서 릴라드, 맥컬럼의 1대1 훈련 상대는 항상 내 몫이었거든.
릴라드는 왼쪽 돌파를 굉장히 선호하는 선수다.
오른발보다 왼발의 퍼스트 스탭이 훨씬 뛰어나, 여유롭게 상대를 제치거나 풀업 3점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
그렇기에 즈루는 철저히 릴라드의 왼쪽 돌파를 틀어막는 데 전념하고 있었다.
[릴라드! 왼쪽으로 돌파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다시 스크린을 타고 오른쪽으로! 그리고 너키치에게 바운드 패스!]오른쪽으로 돌파할 경우, 릴라드는 높은 확률로 너키치와의 픽앤롤을 시도한다.
너키치가 골밑까지 진입한 상황이면 랍 패스.
그렇지 못한 상황이면 바운드 패스.
나조차도 이 버릇을 알고 있는데, 오늘 경기를 위해 수십 수백 번 리플레이를 돌려 봤을 즈루 할러데이가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탁!
[즈루 할러데이! 디플렉션!]즈루의 스틸 시도에 의해 굴절된 공은 맥컬럼의 손으로 들어갔다.
“남은 샷클락 5초! 쏴야 해!”
“젠장…….”
“안 돼! 함정이야! 밖으로 빼요!”
나는 다급히 소리쳤지만.
론도의 강한 압박에 맥컬럼은 패스 대신 돌파를 선택하고 말았다.
그렇게 론조가 열어 준 진로.
그 끝엔 펠리컨즈의 수문장, 앤서니 데이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흐읍!”
투쾅!!!
[Block by Anthony Davis!]맥컬럼의 레이업을 무자비하게 찍어 버리는 데이비스.
그리고 곧바로 전개되는 역습.
그 끝에는 무주공산이 된 코너에서 3점을 시도하는 니콜라 미로티치가 있었다.
[니콜라 미로티치! For Triple! It’s good!]이 3점이 보기좋게 들어가며며.
눈 깜짝할 사이에 7점 차이로 벌어지는 게임.
“타임아웃! 타임아웃!”
스토츠 감독님은 흐름을 끊기 위해 타임아웃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
1쿼터에 벌써 이런 몰골이 되었다는 건, 체력보다는 정신적인 충격이 컸기 때문일 거다.
‘……그야 그럴 수밖에.’
릴라드-너키치의 투맨 게임이 실패하고, 그 직후 맥컬럼이 보기 좋게 블락을 찍혔다.
블레이저스의 가장 위력적인 두 공격 루트가 완벽하게 봉쇄당했으니.
심리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지금껏 릴라드는 이렇게까지 자신을 완벽하게 락다운하는 상대를 만난 경험이 없었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계기로 약점을 보완. 초장거리 3점 슛을 장착하며 진짜배기 슈퍼스타로 거듭나게 되지만.’
그건 내년의 이야기고.
당장 이번 시리즈에서 릴라드가 즈루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아미누, 너키치! 자네들이 스크린으로 즈루, 론도를 뿌리쳐 줘야 해. 빅맨들이 안쪽을 흔들어야 가드진에게 찬스가 난다. 알겠나!?”
“허억…… 허억…… 옙!”
어떻게든 대답은 하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동료들.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
당황은 분노가 되고, 분노는 승부욕이 되지만.
계속해서 저항이 실패하면 이는 너무도 쉽게 무력감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기 전에 상황을 바꿔 놓아야 했다.
“감독님.”
나는 스토츠 감독님에게 조용히 눈짓을 보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나는 감독님에게 긴밀히 따로 요청을 드렸다.
– 만약 경기 초반의 흐름이 제 예상대로 흘러가면, 제 제안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 ……뭐라고?
이는 동료들 앞에선 감히 꺼낼 수 없는 말이었다.
아무리 블레이저스의 팀 문화가 수평적이라도, 에이스가 당하면 내가 대신 나서겠단 건방진 말을 루키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짓이지.’
감독님 역시 당시에는 떨떠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지금은 내게 설마 이 전개를 전부 예상하고 있었냐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좋아. 계획을 바꾼다. 이렇게 해 보지.”
감독님은 재빨리 화이트보드를 집어 들고 새로운 작전을 설명했다.
삐이이익!
타임아웃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가 울리고.
“아직 1쿼터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좋아! 가자!”
우리는 전의를 다잡으며 코트로 걸어 나갔다.
[펠리컨즈에 이어 블레이저스의 선수단이 코트로 복귀합니다. 릴라드와 맥컬럼은 1쿼터부터 펠리컨즈의 강력한 앞선 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과연 타임아웃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점수는 7점 차. 공격권은 블레이저스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하프라인을 넘는 건…….] [킴이군요? 킴이 탑에서 공을 쥐고 있습니다!]내가 감독님에게 부탁드린 것.
그건 릴라드의 공격이 신통치 않을 경우, 날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 가 달라는 요청이었다.
‘내가 갑자기 영웅이 되고 싶어져서 그러는 건 아니고.’
그게 반전의 열쇠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
퉁! 퉁!
나는 가볍게 공을 퉁기며 관중석을 돌아보았다.
“Let’s go Kim!”
“부탁이야! 흐름을 바꿔 줘!”
2만여 명의 시선이 내게로 쏠리는 게 느껴진다.
두 손을 간절히 모은 사람도 있고.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흐름을 바꿔 놓으라, 이 말이지?’
나야 좋지.
그건 언제나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펠리컨스의 수비 약점.
이는 팀을 지탱하는 척추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포워드 뎁스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