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91
웰컴 투 NBA 91화
#091. Breakout Moment (4)
“어이구. 피곤해 죽겠네.”
직장에서 돌아온 30대 초반의 뉴요커, 피터 파커는 죽는소리를 내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
뉴욕 퀸즈 출신.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피터는 사실 엄청난 스포츠 팬까진 아니었다.
4대 스포츠 중에선 미식축구를 가장 좋아하고, 야구는 꼰대들(Boomer)이나 보는 스포츠라는 인식을 가진 평범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미국인이랄까.
농구는 꽤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그가 응원하는 팀인 뉴욕 닉스의 경기를 제외하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나마 슈퍼스타들이 뛰는 몇몇 유명 팀의 소식만 팔로우하는 정도.
르브론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커리&듀란트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코비가 있던 LA 레이커스, 뉴욕에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브루클린 네츠 정도가 그가 아는 NBA의 전부였다.
“오늘은 좀 볼 경기가 있나?”
오늘 밤은 오랜만에 스포츠 경기를 감상하며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미 동부의 뉴욕과 서부 캘리포니아의 시차는 3시간.
덕분에 툭하면 야근에 시달리는 그도 서부에서 열리는 경기는 밤늦게 집에서 생중계로 감상할 수 있었다.
피터는 맥주 한 병과 포테이토칩을 소파에 던져 놓은 뒤, 스마트폰으로 평소에 즐겨 찾는 농구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오늘은 닉스 경기가 없네.’
아쉽게도 오늘 열리는 경기는 두 경기뿐.
워리어스 대 스퍼스의 경기는 이미 끝날 시간이었고, 레이커스 대 트레일블레이저스의 경기가 한창 중계되고 있었다.
– 지금 옴. 스퍼스 vs 워리어스 결과 어케 됨?
빅매치라고 할 수 있는 스퍼스 대 워리어스의 경기 결과를 먼저 알아보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커뮤니티에서는 날 선 반응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 멍청아. 지금까지 뭐하다 왔음???
└ LOL. 또 한 명 인생의 낙을 놓친 녀석이 왔네
└ ?? 먼소리임?
– 그럴 시간 있으면 지금 당장 TV 앞에 앉아서 TNT를 켜!!!
– ???
– 나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될 테니까 빨리 TV 켜라고!!!
– 알았어;;; 왜 이렇게 신경질임??
‘레이커스 vs 블레이저스?’
[Lakers (3승 4패)] [Trail Blazers (6승 1패)]– 6승 1패라고? 요즘 블레이저스가 진짜 잘하긴 하네.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님;;;
└ ??
└ 몬가…… 몬가 일어나고 있음……!
└ ???
“뭐라는 거야?”
피터는 어리벙벙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리모컨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 역시 레이커스의 선수들은 잘 알고 있었다.
제2의 듀란트로 성장하리라 기대받는 브랜든 잉그램.
제2의 매직 존슨…… 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 가장 주목받은 유망주였던 건 분명한 론조 볼 등.
꼭 레이커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주목할 만한 유망주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지금이 레이커스의 팬이 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
원래 스포츠에 처음 입문하는 뉴비에겐 지금 당장 잘나가는 팀보다는 젊은 재능들로 가득한 팀을 추천하는 게 정석이니까.
올해보단 내년. 내년보단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팀.
그런 의미에서 레이커스와 블레이저스는 둘 다 미래가 밝은 팀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블레이저스는 ‘어떤 신인’ 때문에 이번 시즌에 들어서야 그런 평가를 받게 된 팀이지만.’
근 10년간 나온 재능 중 최고라는 벤 시몬스.
그 시몬스와 최근 첨예한 라이벌 구도를 세우고 있다는 한 선수.
피터 역시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하이라이트 영상 정도는 본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아시안은 포워드라고 했던가?’
NBA에서 뛰는 동양인 선수는 다들 야오밍 같은 빅맨인 줄 알았는데.
딸깍!
TV를 틀자마자 문제의 동양인이 3점 슛을 성공시키는 장면이 화면에 비췄다.
[Kim! For Three!!!] [또 들어갑니다! 오늘은 완전히 그의 날이군요!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모다 센터! 이곳은 마치 축제의 현장 한가운데 같습니다!]“Seven! Seven! Seven! Seven!”
“Kim! Kim! Kim! Kim!”
마치 프로레슬링 경기라도 열린 것처럼 광란에 휩싸인 관중들.
블레이저스의 경기를 오랜만에 보는 피터는 그 열광적인 분위기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야. 왜들 이렇게 난리야?”
스마트폰으로 커뮤니티를 보니, 경기가 실시간으로 문자 중계되고 있었다.
[4Q 4:44 Sion Kim 28ft 3PT made – 77:91] [Sion Kim : 31pt]– 7777777777777777777
– 세세세세세븐!!!!!!
– 돌았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엄마! 엄마! 전 나중에 커서 김시온이 될래요!
“????”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내려가는 스크롤.
그보다 피터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김시온의 개인 성적 창이었다.
– 아니 근데 잠깐만. 31득점이라고? 잘 해봐야 20득점인 선수라고 하지 않았어?
└ 뭐긴 뭐야 ㅋㅋㅋ 미치는 날이지 ㅋㅋㅋㅋ
└ 지금 미쳤음 ㅋㅋㅋㅋㅋ 9번 던져서 7번 넣음 ㅋㅋㅋㅋㅋ
– 얘들아…… 안 된다…… 전국 방송에서 신기록의 제물이 되는 것만은 안 돼…….
[4Q 4:55 Spencer Dinwiddie, Steal] [4Q 4:58 Sion Kim, 30ft 3PT made – 77:94] [Sion Kim : 34pt]– 미친놈 또 넣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냥 쏘면 다 들어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
– 888888888888
– Eight! Eight! Eight! Eight! Eight!
– 스탯뮤즈 찾아보니까 킴의 기록은 이걸로 공동 2위임. 하나만 더 넣으면 공동 1위.
-Oh my god……. 내가 대체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 You Motherfxxxer, X XXX아 거기서 XXX XX하면 어쩌자는 XXX XX아!!
– 랄퀴 정신 나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레이커스가 처맞는 건 왜 이렇게 타격감이 좋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왜냐면 레이커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거 명답이네 ㅋㅋㅋㅋㅋㅋ
– Beat LA! Beat LA! Beat LA! Beat LA!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킴의 8번째 3점이 들어가고 나서부터였을까?
피터는 TV 앞에 앉아 맥주병 나발을 불며 열광적으로 BEAT LA를 외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Beat LA! Beat LA! Beat LA! Beat LA!”
NBA의 기나긴 역사에 새로운 기록이 쓰이는 현장.
모다 센터의 분위기만큼이나, 온라인 세계 역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 * *
◎ 4쿼터 5:28
[Lakers 80 : 98 Trail Blazers]4쿼터 중반.
승패는 이미 거의 결착이 난 상황이었다.
브랜든 잉그램은 슛을 13번 시도해 4번 성공.
자유투를 더해 간신히 10점을 채우는 데 성공하고 이미 벤치로 내려가 있었고.
론조 볼은 놀랍게도 끝까지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헤이.”
탑에 서서 딘위디에게 패스를 넘겨받자, 주변이 다시 고요해졌다.
이거 신기한 기분이네.
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닌데.
내게 필요한 정보와 무의미한 소음이 자연스럽게 구분이 된다고 해야 하나.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면 정신병자 소리를 듣겠지.’
이전 생에는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경험이었다.
뭐. 영문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지.
지금처럼 슛이 계속 들어가 주기만 한다면야.
[오늘 킴의 퍼포먼스는 정말 놀라울 정도네요.] [예. 이 폭발력은…… 마치 ‘그날’이 온 클레이 탐슨을 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시온 킴이 커리와 탐슨에 비견될 슈터인지 묻는다면, 제 생각에는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성공률 41.8%. 경기당 평균 5.5개의 3점 슛을 시도해 2.3개를 성공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히 특급 슈터의 지표입니다만, 경기당 3.8개를 넣는 커리나 3.1개를 넣는 탐슨에 비하면 볼륨이 부족하죠. 하지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커리와 탐슨조차도 루키 시즌에는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겁니다. 커리는 루키 시즌 경기당 4.8개의 3점 슛을 시도해 2.1개 성공. 성공률은 43.7%였고. 탐슨은 평균 4.1개를 시도해 1.7개 성공, 성공률은 41.4%였거든요.] [물론 커리와 탐슨은 루키 시즌에 킴만큼 전술적인 배려를 받지 못했다는 걸 감안해야 하지만 말이죠. 그걸 감안해도 여전히 놀라운 성적이네요.] [그렇습니다. 일단 커리와 탐슨은 대학에서 3년을 보낸 선수들이거든요. 시온 킴이 앞으로 NBA에서 2시즌을 더 보내야만 데뷔 시즌의 두 선수와 동갑이 된다는 소립니다.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에요!]골밑으로 돌파해 들어가 바깥으로 킥아웃 패스.
2차 돌파를 시도한 딘위디의 미들 점퍼가 실패로 돌아가자, 공격 리바운드를 따낸 재럿 앨런이 코너로 빠져나온 내게 패스를 보냈다.
“킴!”
쐐애액!
패스가 부정확하게 날아온 탓에 자세를 조금 수정해야 했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리듬.’
리듬이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나머지는 몸에 새겨진 기억을 따라가게 되어 있으니까.
무릎의 탄력을 살려 지체 없이 점퍼를 올라갔다.
철썩!
[시온 킴, 올라갑니다! BANG! 9개! 9개의 3점을 기록하며 루키 시즌 최다 3점 슛 공동 1위에 등극합니다! What a night for him!] [그리고 40득점까진 단 1점만이 남아 있군요. 앞으로 1점만 더 기록하면 킴은 제프 패트리에 이어 프랜차이즈 역사상 두 번째로 루키 시즌에 40+득점을 기록하는 선수가 됩니다.] [데미안 릴라드의 루키 시즌 최고 기록은 38점이었죠. 2013년 4월 10일. 공교롭게도 38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한 그날의 희생양도 LA 레이커스였습니다.]“Kim! Kim! Kim! Kim!”
“Nine! Nine! Nine! Nine!”
40득점이라.
사실 40+득점 경기는 예전에도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수비가 빡빡하고 경기 흐름이 느린 유럽에서는 엄두도 못 냈지만…….’
KBL에선 말도 안 되는 몰아주기식 경기가 가끔 나오거든.
유소년 시절이나, 수준이 낮은 국제 대회에서도 나 혼자서 코비 브라이언트 놀이를 한 적이 몇 번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40득점을 넘기지 못한다고 딱히 아쉬울 건 없었다.
루키 3점 슛 기록도 마찬가지.
대단하다면 대단한 기록이지만, 요기 페럴이나 로드리게 보부아가 NBA에서 보여 준 모습을 생각하면 ‘그날 하루 컨디션이 미쳤다.’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 40득점을 기록하는 건 이야기가 좀 다르지.’
마찬가지로 10번의 3점을 성공시킨 루키가 되는 것도 의미가 다르다.
여긴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갈구했던 무대.
40득점이 아니라 4득점만 넣을 수 있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던, 그런 곳이니까.
그런데 사람 욕심이란 게 참 끝이 없단 말이지.
‘하나를 이루면 둘이 욕심나고, 둘을 이루면 셋, 넷, 다섯을 원하는 게 사람 심리더라고.’
한번 이 위치까지 올라오고
그동안 꿈만 꾸던 것들이 현실이 되고 나니, 자연스레 그다음을 바라보게 되더라고.
루키 3점 슛 기록도 마찬가지다.
‘내가 온 세계선에서 최연소 기록을 달성한 주인공은 20세의 앤서니 애드워즈였지.’
워낙 화제가 되었던 일이라서 나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2020년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되는 선수.
이 세계선에서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지만, 그 선수가 신기록을 달성하는 일은 없을 거다.
이번에 그 하얀 눈밭을 최초로 밟는 주인공은 내가 될 테니까.
‘앤서니 애드워즈의 기록을 미리 깬다라……. 거참.’
많이 컸다, 김시온.
NBA에서 40득점을 기록하는 것도.
기록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여기며 엄두도 내지 않았을 도전.
그러나 이번 생의 나는 그 불가능의 영역을 하나하나 가능의 영역으로 바꿔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영역 또한.
내년의 나, 내후년의 나에겐 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
“킴!”
손아귀로 날아드는 농구공.
레이커스의 선수들 역시 적극적으로 수비하지 않고, 묘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한번 진짜 넣을 수 있는지 보자.
네가 신기록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는 선수인지 보자.
그런 생각이겠지.
“하핫.”
나는 어째서인지 아까부터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누르며.
그동안 도달할 수 없다고 여겼던 지평선.
그 너머로 향하기 위한 마지막 점퍼를 올라갔다.
철썩!
[들어갑니다! 들어갔어요!]깔끔하게 그물을 가르는 농구공.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왼손을 내밀고 검지와 중지로 손목을 툭툭 두드렸다.
블레이저스의 상징과도 같은 Dame Time 세레머니.
“Kim! Kim! Kim! Kim!”
“Ten! Ten! Ten! Ten! Ten!”
그래.
내 시간은 이제 시작이었다.
[Sion Kim – 38min]42PT 5AST 11REB 4STL 2BLK
FG 14/19 (76.7%) 3PT 10/13 (76.9%) FT 4/4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