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54
〈 54화 〉 풀 수 있죠?(1)
* * *
왕도의 어느 브런치 카페.
로셀은 팬케이크에 시럽을 뿌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질레온 원로의 제안은 거절했다고?”
“네, 스승님.”
질문에 답하는 제자 녀석의 목소리는 언제나와 같다. 별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는 듯한 말투다.
‘그럴 거라 짐작은 했다만···.’
설마 저렇게까지 담백하게 끊어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로셀은 쓰게 웃으며 팬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라니엘 쪽으로 밀었다.
“일단 먹거라.”
시럽으로 반짝이는 팬케이크를 보며 제자 녀석은 와, 소리를 낸다. 무엇이 그리도 행복한지, 웃음꽃을 피우며 팬케익을 입안에 밀어 넣는다.
“맛은 괜찮느냐?”
“네, 스승님도 드실래요?”
“되었다. 요즘은 그런 단 걸 먹으면 온종일 입안이 텁텁해서 싫더구나.”
그리 말하자, 제자 녀석이 쿡쿡, 웃음을 흘린다.
“스승님도 많이 늙으셨네요.”
“···젊은 나이는 아니지.”
로셀 스스로도 자신이 늙었음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지인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손주를 봤다느니, 뭐라느니···.’
그런 편지가 도착할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로셀은 한평생을 마학(??)의 증진에 바쳤다. 정상적인 삶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육십이 다 되도록 독신이니 말이지.’
물론, 그 삶에 딱히 후회는 없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선택한 삶이었으니.
‘그렇긴 하나···.’
최근 누구네 자식이 결혼하여 손주를 봤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그 이름을 물어보면 로셀과 동기인 경우가 종종 있다.
“···흠.”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묘한 심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식, 자식이라···.’
로셀은 턱을 괸 채 맞은편을 바라봤다.
팬케익을 열심히도 입안에 밀어 넣는 제자가 있다. 친자는 아니지만, 자식처럼 키운 아이다.
‘묘한 기분이로군.’
그렇게 제자를 흘겨보고 있자니.
너무 애지중지 하는 거 아닌가?
뭘 말인가.
자네 제자 말일세. 라니아 양. 뭘 그렇게 감싸고 도냔 말일세. 세간에 내놓는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문득, 아론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로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애지중지하긴 무슨···.’
정말로 감싸고 돌 생각이었다면, 그 능구렁이 같은 노인이 접근하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을 테지.
질레온 원로.
그 노망난 마법사를 떠올리며 로셀은 입을 열었다. 제자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라니아.”
“네?”
“원로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물어도 되겠느냐?”
로셀은 말했다.
“네가 처음 왕도에 올라왔을 때, 내게 말하지 않았느냐. 업적을 쌓아 다시 잿빛 마탑으로 돌아갈 거라고.”
분명 라니엘은 그렇게 말했었다.
새로운 신분으로 업적을 쌓아, 다시 마탑에 돌아갈 거라고. 로셀은 그 생각을 존중했다.
“도덕적으로 옳다, 옳지 않다를 떠나 네가 말한 대로라면 이건 좋은 조건이지 않더냐?”
무려, 그 질레온 원로의 추천장이다.
질레온은 마탑에서 가장 큰 파벌을 이끌고 있는 원로다. 그 노인이 건네는 추천장에는 값어치를 매기기가 불가능하다.
‘···그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라니엘의 목적이 처음과 같이, 잿빛 마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이건 나쁘지 않은 기회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아이는 거절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 사실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음···.”
라니엘은 잠깐의 여지를 두고 입을 열었다.
“그냥 안 내켜서요?”
“···뭐?”
라니엘이 포크를 든다.
손가락 사이에 빙빙 돌리며 말을 이었다.
“질레온 원로야 그나마 낫긴 한데, 제가 원래 원로들을 싫어하잖아요. 게다가, 그 사람 제 업적만 보고 찾아온 게 아니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 잿빛 마법사의 자리니, 뭐니 내게 늘어놓았었으니.”
“그게 마음에 안 들어요.”
푹.
라니엘이 포크를 팬케이크에 박았다.
시럽이 주륵, 하고 흘러나왔다.
“마법사가 씨발, 마법만 잘 쓰면 되지. 언제부터 정통성이니 뭐니, 그런 걸 따졌데요? 듣다가 어이가 없더라고요. 염병, 정통성 같은 소리 하네.”
“···그렇더냐?”
“게다가, 뭐. 지금 있는 차기 마탑주도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요.”
“·····.”
레스티, 그 아이의 이야기를 하는 거겠지.
“스승님도 보셨죠? 그 애 눈에 담긴 그거.”
“봤지.”
“제가 그거 가지겠다고, 백날 별한테 거래 걸고 징징댔는데 안 준거잖아요, 그거.”
라니엘이 툭툭, 자신의 눈꼬리를 건드렸다.
“그걸 가지고 있다는 건, 어느 방면으론 저보다 더 뛰어나단 소리 아닐까요?”
“재능 있는 아이긴 하지.”
“스승님이 안 가르치세요? 스승님이 마탑에서 가르치면 좀 더 빨리 개화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던데.”
“그건 힘들겠구나.”
“네? 왜요?”
로셀은 쓰게 웃었다.
“라니아, 만약 네 몸이 정상적이었다면 잿빛 마탑에 돌아갔을 것이냐?”
“어···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있어 봐야 혼란만 더 커질 거 같은데. 가끔 구경은 좀 갈 것 같긴 하지만···.”
“내가 잿빛 마탑에 자주 들리지 않는 이유도 그와 같다. 내가 있어 봐야 그 아이에게 방해만 될 뿐이니까.”
차기 마탑주 취임식.
그날, 모두의 앞에서 원로들을 대표하여 레스티에게 차기 마탑주의 휘장을 넘긴 것은 로셀이었다.
‘원로들의 대표.’
가장 큰 파벌을 가진 질레온 원로를 내버려 두고, 로셀이 그 자리를 가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제자 녀석이 너무 잘난 까닭이지.’
취임식에서 로셀은 보았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그 시선에 담긴 은근한 기대를.
그리고.
자격증을 넘겨 받는 레스티에게 꽂히는 악의 어린 시선을 보았다. 그 시선과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 간에 온도 차이를 체감했다.
그날 로셀은 직감했다.
자신이 마탑에 더 남아있음은 안된다는 것을.
자신이 마탑에 남아있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런 게 있다.”
로셀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라니엘도 그 이상 무언갈 물어보진 않았다.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달그락 달그락.
한동안 식기가 흔들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열심히도 빵을 먹는 제자를 뒤로하고, 로셀은 창밖을 바라본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이다.
그러고 보면, 벌써 5월이 다 돼간다.
소란스러웠던 학기 초도 가시고, 이제는 슬슬 학기 중반에 접어들 시점이란 것이다.
5월에는 할 일이 많다.
중간고사도, 마수 토벌 실전 수업도, 조별 과제도··· 아마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바빠질 게 분명하다.
‘지난 한두 달간 일이 많이도 있었지.’
지나치리만치 요란스러운 한 달이었다. 그래도 그 과정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썩 나쁘지도 않다.
어찌 됐든, 큰 탈 없이 사건들은 마무리됐다.
지나간 사건들을 돌아볼 여유는 없다. 앞으로의 일을 챙기기도 바쁠 터이니.
‘중간고사 범위는 안내했고, 다음 수업에선 수업 내용을 한번 정리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5월의 커리큘럼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니, 하나같이 중요한 일들뿐이다. 단기간 안에 몰려있는 학사 일정을 미루어 볼 때, 이 이상 차질이 있었다간 슬슬 위험하다.
‘아론이 비명을 지를 만도 하군.’
머리숱이 나날이 적어져 가는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로셀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설마 무슨 일이야 또 있겠는가.”
딸꾹.
“···?”
로셀은 창밖을 보던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은 팬케익을 깨작이던 제자의 얼굴이다.
“딸꾹.”
때아닌 딸꾹질이다.
무언갈 잘못 삼키기라도 한듯한 모습이다.
휙.
제자 녀석이 제 가슴팍을 꾹,꾸욱 누르며 고개를 돌린다. 누가 봐도 시선을 피하는듯한 모습이다.
“·····.”
눈을 가늘게 뜨자, 제자의 이마에 송글 송글 맺힌 땀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무어냐?”
“네, 네에?”
“뭐 말할 거라도 있느냐?”
“아, 아뇨?”
여전히 눈을 마주치질 못한다.
굉장히 수상쩍은 모습이었다.
2.
짧지만은 않았던 단기 방학이 끝났다.
학기 중에 갑작스레 찾아온 휴일.
그 휴일을 충분히 즐긴 덕에, 한창 정신없을 5월 초임에도 학생들의 표정은 밝다.
하늘구름 디저트 가게가···.
거기, 아플리아 학생들 한정으로 타르트 하나 더 주는데 아니야? 나도 가봤어 거기.
···카페 밀크티가 맛있더라.
웃고 떠드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 죽어가는 조교수들과 대비된다.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학생들은 강의실에 들어선다.
그들의 표정에는 걱정도, 근심도 없다.
그렇게 첫 번째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지.”
첫 번째 수업은 쿠르테 교수의 회로 분석학이다. 회로 분석학이 어렵고 복잡한 과목이긴 하나, 쿠르테 교수의 수업만큼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처음부터 오늘 나갈 진도를 언급한다.
그리곤 언급한 분량만을 수업하고, 종이 치기도 전에 수업을 마무리한다. 과제 또한 없다.
그 깔끔하고 담백함에 쿠르테 교수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다. 과제도 없는 데다가, 빨리 끝내주기까지 하니 싫어할 이유가 없다.
“오늘 나갈 분량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그리고 지금부터 나눠줄 회로도가 다음 수업까지 풀어와야 하는 과제다. 참고하도록.”
오늘은 무언가 이상하다.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시간표를 다 확인해봤다. 전투 마법학 전공을 제외하곤, 이 뒤에 시간표가 비어있더군. 그리고 내가 알기로 맥하트 교수는 오늘도 휴강이다.”
그러니, 라고 쿠르테 교수가 말한다.
“오늘은 한 시간만 연장해서 수업하도록 하지.”
그리고 시작된다.
“진도 나가겠다.”
지옥과도 같은 연강이.
한 시간이 흘렀다.
학생들의 눈이 조금씩 불투명해진다.
두 시간이 흘렀다.
학생들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세 시간이 흘렀다.
예고한 시간이 되었으나, 수업이 끝나질 않는다.
삼십 분이 더 흘렀다.
학생들의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그렇게.
정확하게 세 시간하고도,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수업이 끝났다. 학생들은 몽롱한 눈동자로 칠판을 가득 메운 회로를 바라본다.
이어서, 과제라며 받은 회로도를 본다.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회로가 한가득하다.
시계를 본다.
점심시간이나, 뒤에 이어질 강의들을 생각하면 한시가 급급하다. 누군가는 뛴다. 누군가는 아예 식사를 거른다. 여유로이 카페에 들릴 시간 따위 없다.
수업이 이어진다.
수업이 이어질수록, 학생들은 위화감을 느낀다.
‘이 교수님이 원래 이랬나?’
교수들이 다 이상하다.
뭔가 평소와는 다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 모두가 휴강을 마치고 돌아온 교수들이란 점이다.
‘도대체 휴강하는 동안 뭘 했길래···?’
그 교수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수업의 양상이 이전과는 꽤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 차이를 학생들은 뼈저리게 체감한다.
수업의 난이도가 몇 단계는 건너뛴 느낌이다.
로셀 교수의 것과 닮은, 악랄한 과제가 학생들을 덮친다.
하루가 저물어간다. 생기를 잃은 학생들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교수들이 미쳤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왜?
뭔가 잘못됐다.
교수들이 단체로 돌아버렸다.
그런 소문만이 나돌 뿐이다.
그 변화가, 한 교수의 ‘참관’으로부터 이어진 흐름이란 걸 학생들로선 알 턱이 없었다.
으어어어.
으어···.
학사 내를 좀비가 된 조교수들이 기어 다닌다.
그 뒤로 좀비가 되어가는 학생들이 따른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그 결정타를 꽂은 교수가 있다.
“아, 조금 적나요? 여기까지로 하는 게 좋겠군요.”
잿빛 머리칼이 찰랑인다.
푸른 눈동자가 무심히 학생들을 바라본다.
“다 해오시면 됩니다.”
그 목소리는 담백하다.
아주 담백한 목소리로 사형 선고를 내린다.
“·····.”
학생들은 말없이 테이블을 바라본다.
그곳에 놓인 학습지의 양이 심상치가 않다. 옆으로 퍼져있는 학습지를 하나로 모으면 능히 종이의 탑을 쌓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학생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다.
그 그늘이 눈 밑으로 옮겨갈 미래가 훤히 그려진다.
“질문 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그 끔찍한 미래를 막기 위해.
한 학생이 용감히도 손을 든다.
“그, 라니아 교수님?”
“네, 무슨 일이십니까?”
“과제의 양이, 조금 이상···.”
라니아 반 트리아스.
그 유명한 교수가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아··· 그러시군요···.”
그리곤 무척이나 슬픈듯한 표정으로 답한다.
“그래도, 저는 여러분이 제 수업에서 하나라도 더 배워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어, 어어···.”
“과제는 많을수록 여러분께 도움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힘내서 풀어보면 좋을 것 같군요.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문제들이니까요.”
그리곤 말한다.
“힘들다면 다 풀어오진 않아도 됩니다.”
그 모습에 몇몇 학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
라니아 교수가 떠나기 직전 한마디를 덧붙인다.
“중간고사는 지금 나눠준 학습지를 바탕으로 출제하겠습니다. 꼼꼼히 확인하는 걸 추천 드립니다.”
절망이 학생들을 덮친다.
3.
마나의 거래학 담당 교수실.
스승님은 수업하러 떠나셨고, 나는 내 자리에 놓인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마나의 거래학 기초 (중간고사).
출제 교수 : 라니아 반 트리아스.
중간고사 문제지다.
감이 잘 안 잡혀서 미루고 또 미뤄두긴 했지만···.
‘슬슬 완성해야겠지.’
“으음···.”
나는 턱을 괸 채 수업했던 내용을 떠올려봤다.
‘대충 회로의 제약, 천칭의 기본 개념···이었지?’
학생들에게도 학습지를 바탕으로 낸다고 했으니, 그곳에 그려둔 회로를 몇 개만 변형해서 내면 될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어려우면 또 안될 테니까··· 적당히 난이도는 조절해야 될 것 같고.’
사실 이게 제일 고민이었다.
내가 정확하게 수준을 아는 학생은 레스티 뿐이다. 그렇다고, 레스티의 수준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냈다간···.
‘스승님한테 또 한 소리 듣겠지.’
나는 내 책상에 붙어있는 메모지를 확인했다.
1. 마탑의 마법사 수준을 떠올리지 말거라.
2. 적당히, 풀 수 있을 만한 문제로 내거라.
3. 변별을 위한 문제는 한두 문제면 충분하다.
세 개의 명심할 것과···.
Tip. 다른 교수들의 문제를 참고해라.
하나의 조언.
“그래서, 일단 빌려오긴 했는데.”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교수님들에게 찾아가니 나눠준 시험지들이 쌓여있다.
‘참고할 거라고 말하니, 아마 별표까지 쳐서 나눠주셨지?’
꽤나 친절한 교수님들이셨다.
이 문제! 이 문제 어떻습니까! 제가 라니아 교수의 조언을 듣고…!
이 문제를 만들기 위해 내 휴강을 냈지. 마학회에 내도 부끄럽지 않은 문제야. 라니아 교수, 자네의 조언이 큰 영감이 되었어.
내 일생의 역작이네. 참고해 준다면 나야 고마운 일이지. 얼마든지 참고하게나.
열정 넘치는 교수님들이기도 했고.
“음.”
나는 그들이 내민 문제를 쓱 훑어봤다.
그리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맞나?’
내가 생각했던 수준을 훨씬 웃도는 문제들이다. 그 사실에 의문이 좀 들긴 했지만, 어찌 됐든 나보다 오래 아플리아에 머무르신 교수분들이다.
‘나보다는 학생들 수준을 잘 알겠지.’
그럼 이 수준으로 내는 게 맞겠지.
나는 내심 감탄했다.
“역시 아플리아야.”
애들 수준이 높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