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계획 (1)
어느덧 데이포보스의 결혼식도 끝났고, 세번째에 이은 네번째 축제는 없나 슬며시 눈치를 보던 트로이아 시민들은 더 이상의 행운이 없다는 사실만 깨달은 채 실망하여 일터로 돌아갔다.
그렇게 수 개월 동안 이어진 세 번의 결혼식 동안 흥분과 광란에 빠져 있던 트로이아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나, 프리아모스, 데이포보스, 그리고 트라키아에서 결혼 축하용으로 왔다가 내가 제안을 수락하자 부리나케 눌러앉은 히포콘까지.
그렇게 네 사람이 에게 해와 흑해 일대의 모습이 그려진 지도를 둘러싸고 서 있었다.
나는 헬레스폰토스 해협, 그러니까 오늘날의 다르다넬스 해협 건너편에서 트로이아를 마주보는 한 반도를 가리키며 물었다.
“히포콘, 이 땅에 이름이 있습니까?”
“흠··· 있기는 합니다.”
“있기는 하다니, 무슨 뜻입니까?”
“아카이아인들은 저곳을 트라키아 반도라 부르고, 우리는 그냥 반도라 부릅니다. 그런데··· 트라키아 안에 반도가 저기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즉, 딱히 따로 부르는 말이 없다는 뜻이다.
“이곳에 대해 여쭤 보신 이유는 역시···”
히포콘은 질문을 던진 나를 향해 떠보듯 되물으며, 말끝을 흐린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생각이 맞음을 확인해주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트로이아에서 트라키아로 곧장 건너가기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데이포보스가 거점지를 건설한 뒤에, 그 거점지를 교두보로 하여 우리가 레소스 왕을 본격적으로 지원해드린다면 알맞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히포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난감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렇지만 그곳은 너무 위험한 곳입니다.”
“어째서죠?”
“해당 지역에는 10여 개의 부족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 말하며 노련한 트라키아인은 지도의 한 곳, 한 곳을 찬찬히 짚어나간다.
“보시다시피 흑해와 지중해를 오가는 가장 중요한 길목이다 보니 다들 해적질로든 장삿일로든 크게 한 몫씩 잡고 있는 이들이지요.
그렇게 독자적인 부와 입지를 구축했다면 무엇을 생각하겠습니까?”
히포콘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기에 저들 중 반수 이상이 레소스 왕께 반기를 들고 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그곳을 트로이아가 장악하고 뻗어들어오려 한다면 모두의 부담이 커지겠지요.”
나는 그의 대답에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히포콘은 레소스 왕의 신임받는 수하답게 내 제스처를 부드럽게 못 본 척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나는 마음을 굳히고, 프리아모스와 시선을 교환했다.
“흠··· 트라키아의 히포콘, 잠시만 자리를 비켜주겠소? 내 아들들과 함께 상의할 것이 있을 듯하여서 말이오.”
“물론입니다, 프리아모스 님.”
적당히 눈치를 챈 프리아모스가 히포콘을 정중히 물리자, 히포콘 역시 우리가 뭐 때문에 이렇게 반응하는지 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한 뒤에 나는 데이포보스 쪽을 돌아보았다.
“눈치 챘니?”
“···뭘요?”
역시나.
이 미숙한 왕자는 아직 정치에 뛰어들기에는 한참 모자란 듯하다.
프리아모스는 곧 데이포보스를 향해 자상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한다.
“아들아, 이상하지 않느냐. 우리의 바로 앞에 적대적인 세력이 있는데 ‘위험하다’라는 이유로 청산하지 않고 넘어감은 사리에 맞지 않다.
언제 후방을 위협당할지도 모르고, 더 나아가 저들이 트로이아까지 넘어와 무력 시위를 하게 될지도 모르지 않느냐?”
“그, 그렇군요.”
너무도 상식적인 사실이기에, 남성 지도자라면 누구나 전사로 활약하는 이 시대에는 모를 수가 없다.
특히 저자가 훗날 레소스 왕과 함께 트로이 전쟁에 참전할 참모라면 더더욱.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 만한 사람이 우리에게 저리 천연덕스레 대꾸했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꿍꿍이속이 있다는 것이겠지.”
다행히도 귀찮은 설명은 프리아모스가 대신 진행해주었기에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른 꿍꿍이속이 뭔지는 지도만 봐도 알 수 있어.
데이포보스? 아까 내가 히포콘에게 지명을 물어본 반도와 트로이아를 한번 봐봐.”
“예, 보고 있습니다.”
“뭐가 보이지?”
“반도요?”
“그 반도는 어딨지?”
“트로이아 건너편에 있습니다.”
“···무엇을 사이에 두고서?”
“어··· 그게···
아.”
‘아.’ 그 깨달음의 소리에 나는 웃으며 지도를 톡톡 두드렸다.
헬레스폰토스 해협.
‘반도’와 트로이아 왕국 사이의 좁고 가느다란 바다의 물길을.
“그래. 여기를 우리가 장악하면 어떻게 될지 잘 알겠지.”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숨줄을 우리 왕국이 온전히 쥐게 된다.
특히 흑해 연안에서 약탈과 무역으로 연명하는 이들에게는 우리가 생살여탈권을 쥐게 된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다.
“이건··· 일개 사절이 결정할 수 있는 바가 아니야. 이건 에게 해와 흑해 연안 모든 국가들의 운명이 달린 문제니까. 트라키아는 당연히 그 안에 포함되어 있고.”
“파리스, 너도 그 사실에 대한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에는 프리아모스가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째서 그런 제안을 던진 건지 모르겠구나. 그런 무리한 부탁을 레소스 왕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아버지, 아닙니다. 지혜로우신 아버지께서도 찬찬히 생각해보시면 이게 무리한 부탁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지금부터 찬찬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레소스 왕의 사절도 다시 방으로 들이도록 하죠. 함께 설명드리는 게 낫겠군요.”
나는 시종에게 손짓으로 방문을 열라 명한 뒤 아버지에게 꾸벅 절하며 말했다.
“트라키아와 트로이아 모두가 이번 사업··· 아니, 정벌을 통해 어떤 건설적인 미래를 창출해 나갈 수 있을지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버지, 파리스 형님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면 뭔가 방도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전히 미심쩍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프리아모스, 그리고 내가 말한 마지막 문장을 슬며시 들었는지 반신반의하는 표정의 히포콘.
나는 그들을 앞에다 붙들어 놓고 장장 3시간 동안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고.
곧 세 사람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회의실을 나섰다.
마치 40돌을 넘긴 한국 프로야구 리그에 아직도 제대로 된 돔구장 하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것인지 깨닫게 된 높으신 분들의 얼굴과도 같았다.
즉, 내가 설득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 한 사람이 더 남았다.
내가 ‘설득’해야 할 사람이.
“데이포보스, 잠시 네 부인을 만나보아도 되겠니?”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데이포보스의 얼굴이 경계심으로 딱딱하게 굳는다.
···왜 저러지? 나에 대한 이미지가 대체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 거지?
“중요한 문제야. 너와 함께 이피게네이아를 만나러 가야 해.”
“어···”
“너를 돕기 위한 거니까, 안심하거라.”
“아, 안심하고 자시고 할 게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껏 제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해 이끌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방금 전까지 불안감으로 가득하던 데이포보스의 얼굴이 잔뜩 펴진 건, 모른 척 해주기로 했다.
우리는 즉시 두 사람의 신혼집으로, 아니 신혼방으로 향했다.
아직 데이포보스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나나 헥토르처럼 새 살림 차려서 나오기에는 저택이 완공되지 않았다.
잠깐.
그럼 내가 저택을 지어달라 청할 때 이미 프리아모스는 내가 결혼할 걸 짐작하고 있으니 허락해준···
-벌컥.
“이피게네이아, 손님이 왔어요.”
“아! 파리스 님?”
···아무튼, 나는 이피게네이아와 데이포보스의 신혼방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들였다. 물론 방이라고 하지만 서울의 웬만한 펜트하우스보다 넓다.
그렇지만 넓다고 해서 휑뎅그레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오히려 이것저것 차있어서 다니기 불편했다.
향로, 화로, 침상, 탁자, 장의자, 안락의자, 거울, 화장대 등등의 물건들이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벌여져 있었기 때문인데, 모두 솜씨 좋은 목수에게 맡긴 게 분명한 훌륭한 물건들이었다.
앞으로 지어질 두 사람의 저택에 저 정도는 갖춰야 한다면 보낸 선물들이다.
아가멤논이.
“···이피게네이아, 다시 한번 내 동생과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당신과 데이포보스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니 두 사람이 다스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훌륭한 군주들을 만나 행복할 것입니다.”
나를 바라보는 이피게네이아의 얼굴에는 더 이상 지저분한 미련이 엿보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대신, 뭔가 끈적끈적한 시선이 이피게네이아와 데이포보스 사이를 오가고 있는 걸 보아하니··· 정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기는 한 모양이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분명 데이포보스에게 아름다운 해안을 선물해주려 하신다고요? 그 일 때문에 오셨나요?”
“아, 맞습니다. 역시 총명하시군요.”
내 말마따나 활달한 성격의 이피게네이아는 정치에는 익숙하지 못해도, 타고난 눈치는 빠른지 뿌듯하게 웃으며 말한다.
“정말 멋진 일이에요. 항상 저는 어떤 왕자님과 결혼하게 될지 궁금했었는데, 벌써 제 남편과 제가 한 도시의 군주가 된다니!”
“그렇죠. 멋진 일입니다.”
나는 웃으며 옆에 있던 금박이 입혀진 청동제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그러니까, 의자가 통째로 청동이다.
아가멤논이 딸을 정말로 아끼거나, 트로이아와의 혼맥에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거나겠지.
나는 후자로 본다. 결국 제 딸을 제물로 바친 인간이 자식을 아껴봐야 얼마나 아꼈겠나.
어쨌건 그가 이 혼인동맹에 형식적으로나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 이야기는 빠르겠다.
“이피게네이아 님, 말씀하셨다시피 이는 우리 트로이아만의 일이 아닙니다. 아트레우스의 자손과 트로스의 자손이 함께 도시를 건설하는 일이지요.”
나는 환하게 웃는 이피게네이아를 향해 무게를 잡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며 아카이아의 왕중왕이신 분께서도··· 이 일에 도움을 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건, 내가 아가멤논에게 던지는 시험이고 함정이다.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네가 얼마나 교활한지 한번 확인해보겠다.
***
아가멤논은 손에 들린 서신을 한 줄 한 줄 빠르게 읽어나갔다.
꼼꼼하고 작지만 또렷하게 읽히는 글씨체는 운송 중 뭉개진 점토판 위에서도 읽히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역시, 총명한 내 딸.
“···재밌군.”
“무슨 일이십니까, 형님?”
“트로이아로부터의 전언이다. 너도 한번 읽어보려무나.”
이번에 점토판을 받아든 것은 메넬라오스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형님이 건넨 점토판을 훑고는 그 내용에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이건.”
메넬라오스는 침을 삼키고 나서 말했다.
“정말, 거대한 거래로군요.”
“그래. 거대하지.”
아가멤논은 미간을 찌푸리며 점토판 위에 새겨진 구절구절을 두드려댔다. 그의 한쪽 입꼬리가 갈고리처럼 말려올라가 있었다.
“내 딸을 해협의 여왕으로 만들어줄 테니, 상응하는 몫을 건네달라는 제안이지. 군사와 자금을 말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자원을 요구하지 않습니까? 이런 돈을 마련하려면 미케네 내부에서 아무리 쥐어짜더라도 모자랄 겁니다.
한도 이상으로 장로들이나 상인들을 압박한다면 가능하겠지만, 형님의 정치적 부담이 클 테고요.”
점토판을 내려놓은 메넬라오스는 아가멤논을 쳐다보며 말했다.
“당연히 거절하시겠지요?”
거절, 거절이라···.
아가멤논은 가볍게, 지도 위에 그려진 트라키아 반도를 흘겨보았다.
저곳에 도시를 건설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저 곶에다 항만을 건설한다면.
우리 군세가 트로이아 앞에 상륙할 지점은 어디가 남지? 어디에 상륙해야 안전하게 있을 수 있을까?
···이전보다 트로이아를 공략하는 일의 난이도가 훨씬 높아진다. 혹시 저 파리스란 왕자가 그것까지 고려한 건가?
그럴 리가.
그러나 저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건설 계획은 트로이아의 뒤통수에 눈과 팔을 하나씩 더 달아주는 꼴이나 다름 없었다.
아가멤논은 결론을 내렸다.
“아니. 거절하지 않겠다.”
그깟 게 대수인가.
지금 내 딸이 바로 트로이아 바로 앞에 자리잡은 도시의 여왕이 되는데.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유일한 혈관을 틀어쥘 힘을 얻는데.
대체 뭐가 대수롭겠느냐는 말인가?
이피게네이아의 혼인 상대를 데이포보스로 바꿀 때, 여간 입이 썼던 것이 아니다.
바닥에서부터 일어난 위대한 창업의 군주 파리스를 놓치고 얻는 것이 고작 계승권도 뭣도 없고 소문도 많이 들려오지 않는 셋째 왕자라니.
이피게네이아의 역할 역시 트로이아 내부의 정보책이나, 단순한 결혼 동맹의 상징 정도로 남을 수밖에 없으리라 체념하고 있었던 참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위치에 그의 영역을 건설해준다니···.
생각보다 데이포보스라는 왕자가 왕실 내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던 왕자였음에 틀림 없다.
그렇다면.
“···예?”
“말했지만, 거절하지 않겠다. 트로이아의 제안은 기쁘게 받아들이는 편이 좋겠구나.”
그런 중요한 왕자와, 그런 중요한 지역을 가문의 손에 넣었는데 무얼 위해 트로이아와 싸워야 하는가?
고작 망해가는 하투샤를 위해서? 그들이 준 푼돈에 대한 은혜를 갚으려고? 미친 짓이다.
“하지만 비용은···”
“괜찮다.”
“괜찮다 말씀하셨습니까?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동생아.”
아가멤논은 동생의 어깨를 붙잡고, 강제로 그의 앞에 내리앉혔다.
“질문이 너무 많구나.”
“···죄송합니다.”
“다 방법이 있다. 그렇지만 네가 조금 수고를 해줘야 하겠구나.”
아가멤논은 언제 정색했었냐는 듯 얼굴에 떠오른 즐거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스파르타에는 아직 우리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왕족들이 남아있지 않으냐?”
“···사실상 전부 다라고 할 수 있지요.”
그 또한 이상한 일은 아니다. 메넬라오스가 스파르타의 왕이 된 이후, 스파르타는 속국으로 전락한 것마냥 제 살을 깎아 미케네를 배불리는 일이 잦아졌으니.
제 몫을 잃게 되면 작은 벌레부터 위대한 신들까지도 분노하는 게 자연의 섭리라면, 저들 역시 신들이 정한 섭리를 따르고 있는 것뿐이리라.
그러나 이상하지 않다고 하여, 짜증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가멤논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들을 숙청하는 일을 조금 서두르면 되겠구나. 네 부인의 상태는 어떻느냐?”
“돌아가신 장인어른을 애도하는 데 열중하던 것도 마무리되어 갑니다. 이제 곧 국정에 복귀할 듯합니다.”
“그 전에 미뤄둔 숙제를 해치워야지.”
아가멤논은 앞에 놓인 금쟁반에 담긴 물로 손을 씻더니 석류알을 하나 집어 입 안에 넣으며 말했다.
“그들을 죽이고 추방하거라. 미케네의 군사들이 너와 함께할 게다.”
“그렇지만··· 그러면 안 그래도 스파르타 안에서 좁은 제 입지가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겨우 벌어들인 신망도···”
“동생아?”
아가멤논이 다시 메넬라오스의 어깨를 쥐고는,
근육을 찢어버릴 듯 움켜쥔다.
“가문이, 잘 되어야지.”
“···.”
“그렇지 않느냐?”
“···예.”
그제야 손에 들였던 힘을 풀어낸 아가멤논은 메넬라오스를 향해 정답게 웃어보인다.
“나는 네 능력을 믿는다. 우리 가문이 저 트라키아에 한 발 걸치게 되는 데는 네 노력이 크게 한 몫 해줄 게다.
···그렇지?”
메넬라오스는 익숙한 대답을 꺼냈다.
“예, 형님.”
그리고 머지않아,
스파르타의 궁정에 피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