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39)
539화
“휴우…….”
다음 날 저녁.
김강한은 오랜만에 식사 후 바로 야간 게임을 켜지 않았다.
“오랜만이군, 이건.”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의 상태창 퀘스트가 떴기 때문이다.
[돌발 퀘스트]-일주일 동안 기존의 운동 외에 하루 2시간 동안 운동 활동을 추가로 하십시오.
-성공 시 : 체력 스테이터스+2, 운동신경+1
-실패 시 : 1주일 동안 노로바이러스 중독 증상 발현
‘시X…….’
노로바이러스!
바이러스 균이 있는 생굴을 먹으면 걸리는 바이러스로, 걸렸다 하면 어떤 음식도 먹지 못하고 화장실과 침대를 옮겨 다녀야 하는 끔찍한 병이다.
굴을 목숨보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한 번 걸리고 나면 절대로 생굴을 입에 대지 않을 정도.
게임을 못 하는 건 물론이고, 오진환의 체력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게 분명했다.
‘동물 반란군을 처리한 다음 일정들을 세워 놓았는데……. 어쩔 수 없지.’
노로바이러스에 걸리는 것보다는 시키는 대로 산책을 해 주는 게 어느 쪽으로 보나 나은 선택이다.
김강한은 더위 먹은 개처럼 추리닝을 입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가만히 내버려 두다 갑자기 이런 퀘스트를 주다니.’
운동의 내용이 나오지 않은 걸 봐서는, 산책이나 단순한 걷기라도 성공 조건에 들어간다.
중요한 건 현실에서 무조건 2시간 이상을 보내야 한다는 것.
이런 현실 퀘스트가 뜬 이유는 간단했다.
‘작가가 견제를 시작했군.’
김강한은 입맛을 다셨다.
지금까지 아무 개입 없이 지켜보았지만, 파프닐의 성장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전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그럴 만했다.
현재 파프닐은 원작 소설에 나온 히든 피스들은 물론, 원작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히든 피스들까지 연달아 획득한 지 오래다.
금속 해골병들만 해도 사기적인 스킬인데, 다이야마토를 비롯해 엄청난 세력까지 손에 넣었으니 사실상 한국 서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파워를 지니고 있었다.
개미가 움직이는 한 걸음과 코끼리가 움직이는 한 걸음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원작의 오진환과 지금의 파프닐 간엔 그 이상의 격차가 있었다.
이 상태로 계속 최대한의 시간을 게임에 투자한다면, 조만간 다른 랭커들도 추월할 수 있을 터.
작가가 준 퀘스트는 그런 불상사를 견제하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하긴, 그 신이란 녀석은 의외로 생각보다 쪼잔하니까.’
애초에 그러지 않았다면 김강한을 여기로 끌어들이지 않았을 거다.
김강한은 하늘을 향해 중지를 세운 뒤 복돌이를 불렀다.
“가자.”
“멍!”
‘뭐, 산책 정도야 얼마든지 해 주지.’
김강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복돌이에게 마스크와 목줄을 채웠다.
“멍. 머멍머므머머으.”
복돌이는 연신 코 주변을 긁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김강한을 바라보는 것은 덤.
“안 돼.”
물론 소설 속 세계에 입마개를 해야 한단 법은 없다.
그러나 김강한은 현실 세계에서 살던 사나이.
개 입마개는 그에게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자, 가자.”
“믕믕멍.”
결국 입마개를 한 복돌이와 함께 김강한은 거리로 나섰다.
초저녁의 공원엔 꽤 많은 사람과 개 들이 보였다.
“헥헥……. 멍멍!”
“멍멍!”
지나가던 개 중 여러 마리는, 서로 가까워지면 가볍게 짖거나 꼬리를 흔들고, 혀로 핥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넌 친구 없냐?”
“끄으응…….”
“크흠, 미안하다.”
어릴 적에는 투견장에 있었고.
그 후로는 파프닐과 함께 게임 속 세상을 다녔으니.
현실의 강아지 친구가 있을 리 없긴 했다.
‘저 녀석도 나만 따라오느라 고생했을 텐데……. 좀 더 잘 챙겨 줘야겠군.’
집에 도착하면 상추라도 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산책을 하던 김강한이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
“후우…….”
벌써 시간이 꽤 지났고, 많이 움직여서 그런가 땀이 꽤 난다.
저 멀리에서는 저물어 가는 해가 보였다.
퇴근하는 사람들, 차량, 그리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가득 찬 한강 변.
저녁노을을 보던 김강한이 숨을 내쉬었다.
“경치 좋구만.”
그때였다.
김강한의 발치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다가왔다.
“음?”
고개를 내린 김강한의 눈에 삼색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흰색 털에 약간은 꼬질꼬질한 때가 묻어 있는 평범한 고양이다.
“고양이…….”
다음 순간 김강한은 저도 모르게 펄쩍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뭐야?”
“어? 고양이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헉, 고양이!”
동물 반란군의 정예 고양이에게 이 정도 거리를 허용하다니.
그대로 수 미터를 뛰어넘다 바닥에 엎어진 김강한이 재빨리 고갤 들었다.
“이야아아옹.”
“믕, 멍멍.”
여전히 고양이와 복돌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견제하고 있다.
“아닌가?”
생각해 보니 여긴 게임 속이 아니라 현실.
고양이 암살자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내가 과민 반응을 했군.”
운동이나 산책을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모여 있었다.
김강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돌아, 가만히 있어.”
“멍멍.”
‘그러고 보니 이 녀석 꽤 귀여운데?’
동물 반란군에 대한 생각을 더니까 고양이를 순수하게 고양이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고양이에게 가까이 다가간 김강한은 씩 웃으며 손을 뻗었다.
그 순간이었다.
다가오는 손을 쳐 낸 고양이가 그대로 뛰어오르더니 앞발을 파프닐의 얼굴에 마구 휘둘렀다.
냥냥 펀치.
“악!”
“캬아옹!”
“멍멍!”
김강한은 다시 한번 뒤로 넘어져야 했다.
“저놈의 고양이 자식이……!”
뒤늦게 이를 갈았지만, 이미 고양이는 멀리 도망친 지 오래.
“푸하핫!”
“뭐야, 고양이한테 맞은 거야?”
“킥톡에 올려야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그런 김강한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이런……. 가자, 복돌아.”
“멍!”
화제의 인물이 되는 건 사양이다.
얼굴이 유명해지면 호라이즌 활동에서도 문제가 생길 테니까.
김강한은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 복돌이와 함께 돌아왔다.
“오셨어요?”
“그래, 미즈호.”
집 안에 같이 있던 미즈호가 고개를 기웃 내밀었다.
“빨래랑 청소는 다 해 놨어요.”
“잘했다.”
“아 참, 물어볼 게 있는데…….”
“물어볼 거?”
세이멍의 주술이나 저주라도 온 건가?
고갤 돌린 김강한에게 미즈호가 방 안쪽의 컴퓨터 화면을 가리켰다.
“이거 혹시 강한 님?”
컴퓨터 화면엔 고양이의 냥냥 펀치에 얻어맞는 김강한의 모습이 나와 있었다.
“킥톡……인가? 거기서 올라온 글에 나와 있었어요.”
“…….”
“인기가 꽤 많은? 것 같더라고요.”
“…….”
말을 잇지 못하는 김강한의 뒤.
복돌이는 주인 몰래 주섬주섬 연장을 챙기기 시작했다.
***
호라이즌에 접속한 파프닐은 가장 먼저 홍길동과 약속을 잡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갓급 장비의 감정 때문이다.
동물 반란군과 세이멍을 공략하기 전.
최대한 스펙을 끌어올려 두는 것은 인지상정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 원래 만사가 불여튼튼이라고 했지.”
연못 위에 세워진 한국식 다방.
그곳의 한 자리에서 홍길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 준비는 아무리 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뜻일세.”
“흠, 그렇군요.”
홍길동은 대학교수답게 가끔 저런 어려운 말들을 쓰곤 했다.
그렇긴 하지만 저 말에는 파프닐도 동의하는 바였다.
드래곤 헌터의 수많은 드래곤들을 퍼스트 클리어 한 데는, 실력 외에도 많은 준비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어떻습니까?”
“뭐……. 맡겨 두게나!”
홍길동은 씩 웃었다.
“정말 믿을 만한 분이 해 주기로 하셨거든.”
“그렇습니까?”
“다만 문제가 하나 있네.”
“……?”
“갓급 아이템이다 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네.”
노말, 매직급 미감정 아이템은 곧바로 해제가 가능하지만, 등급이 높아질수록 드는 자원과 시간이 많아진다.
레전더리 이상쯤 되면 그 시간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기 십상.
“얼마나 걸리죠?”
“음……. 아마 2~3주 정도 되겠군.”
보통 레전더리급이 1개월 가까이 감정에 쓰는데, 이건 갓급인데도 그보다 빠르다.
“대단한 감정사를 구했군요. 혹시 누군지…….”
“그건 비밀일세. 약속했거든.”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파프닐이 생각했다.
‘빠른 건 좋지만……. 이번 전투에서는 쓸 수 없겠군.’
별동대 전력이 증발한 지금이 동물 반란군을 공격할 절호의 기회다.
시간이 지나면 새 동물들이 유입될 테고, 성장한 동물들이 기존 캥황, 샤이니의 빈자리를 채울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동물 반란군과의 전투 때문인가?”
“그걸 어떻게?”
“어떻게고 자시고 그것밖에 없지. 일본 녀석들도 정비에 한창이고, 우리 한국 유저 연합군도 반격 준비에 한창이던걸.”
“아하.”
동물 반란군의 기세가 약해지니, 대규모로 몰아치려는 것.
“우리 활빈당도 동물 반란군 녀석들과의 전투를 치를 예정이니, 혹시 치다가 만나면 도와주겠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일본 녀석들……. 이참에 적절한 조치를 하는 건 어떤가?”
“네?”
“위험한 전선에 배치한다든가, 동물 반란군 최고 간부 등을 유인한다든가 해서 말일세.”
일본 서버가 강해진 채 풀리면 한국 서버는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어째선가!”
“일본 녀석들에게 맛있는 경험치를 내줄 수는 없으니까요.”
“……!”
“게다가 그런 짓은 쫄보들이나 하는 거고요.”
중국 서버를 견제하기 위해선 일본 서버를 아군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양쪽에서 적과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알겠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이번엔 우리도 일본 녀석들과 공조하도록 하지.”
“공조?”
“야규가 쪽에서 연락이 왔네. 이번만 임시 동맹을 하자고.”
“흠……. 그쪽은 조금 위험하긴 한데. 맡기겠습니다.”
현재 야규가를 통제하는 건 오다 노부나가.
그런 그는 파프닐이 보여 준 예언에 깊은 감명을 받고, 어느 정도는 두려워하고 있다.
최소한 그 상태에서 뒤통수를 치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회담이 끝나 갈 무렵.
“아, 참. 자네 그러고 보니 어제 고양이랑 싸웠나?”
“네?”
파프닐은 고개를 양옆으로 내저었다.
“제가 왜 고양이랑 싸웁니까?”
“아니, 잘못 본 것 같군.”
“예?”
“아들 녀석이 보여 줬는데, 어제 킥톡에 뜬 고양이 냥냥 펀치 동영상에 나와 있던 개가 복돌이 같아서 말일세.”
“…….”
이야기가 끝난 후.
밖으로 나온 파프닐은 곧바로 메시지창을 열었다.
-파프닐 : 킨도르한.
-킨도르한 : 예, 형님.
-파프닐 : 아니, 하지 말라고.
-킨도르한 : 쩝……. 우린 부하도 아니다 이거냐. 에휴~~
-파프닐 : 농담도 좋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지금은 삼가지.
-킨도르한 : 알겠어.
-킨도르한 : 출발하면 되지?
-파프닐 : 그래.
-파프닐 : 나도 움직이지.
메시지를 보낸 파프닐은 인게임 웹사이트의 화면을 켰다.
와이드 오브 호라이즌 채널.
그곳에서 보여 주는 화면엔, 지평선을 가득 메운 바란 왕국군과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왕국의 신민들이여!”]화면 속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연설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볼 때는 망국의 왕녀 신세였지만, 지금은 어엿한 한국 서버 NPC 왕국의 여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 이 싸움은 단순한 세력전이 아니다. 우리 인간들이 쌓은 번영과 문명을 침탈하려는 야수에 맞서,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만약 여기서 진다면, 우리는 동물 놈들의 이빨에 뜯어 먹힐 것이고, 우리의 가족들은 놈들의 시중을 들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 거다!”] [“……!”] [“그런 것을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검을, 창을, 활을, 지팡이를 들어라. 저 야수들에게 인류의 힘을 보여 주자!”] [“오오오오!”] [“가자!”] [“와아아아!”]여왕의 지시에 따라 수많은 NPC와 유저 들이 움직이면서,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동물 반란군 대결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인류 연합군의 수 : 706,832명(유저 435,131명)
-현재 동물 반란군의 수 : 30,813,51마리.
“……시작됐군.”
아마 지금쯤 일본 유저들도 공세를 시작했을 거다.
파프닐은 궁드닐을 꺼내 들었다.
“그럼 나도 움직여야겠어.”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