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174)
174. 견제
“조니, 지금까지와 같이 적들의 동정을 살펴라. 그리고 조금이라도 우리 쪽의 사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즉시 발포 명령을 내려라.”
“알겠습니다!”
이어 공사현장을 지휘하던 첫 번째 마을의 촌장, 요르하가 다가왔다.
“대족장님,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전투 상황에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구요.”
이 게임에는 사기나 희망도 같은 파라미터가 존재한다.
평소와 같이 이 수치에 별다른 문제만 없다면, 일꾼들은 장소와 상황이 어떻건 군소리 없이 건물을 지어 올린다.
반면, 일단 관련 파라미터들이 개판이 되고 나면, 일꾼들은 작업할 생각을 하지 않고 패닉 상태에서 손을 놔 버리게 된다.
이는 쥬크의 캠페인이 개 같이 느껴지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 아크한에게는 그러한 파라미터 중 하나를 직접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스킬이 존재했다.
“적들이 두렵나?”
투확-!
오랜만에 사용하는 패시브였다.
시스템적인 상태 이상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스킬.
[패시브, ‘사자의 포효’가 적용 중입니다.]“헛…?!”
“대… 대족장님…!”
첫 번째 마을의 부족민들의 얼굴에서 그림자가 걷히기 시작했다.
이어, 나는 여전히 멀리서 깔짝거리는 적의 메인 병력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외쳤다.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적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으니!”
[패시브, ‘긴급 명령 – 수호의 명령’이 적용 중입니다.]핑! 핑!
건설 중인 성벽에 방패 모양 핑이 찍히며 버프가 적용되었다.
이에 주저앉아있던 부족민들이 각자의 연장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벽돌을 쌓고 성벽을 완성시켜라! 성벽의 높이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마물들은 감히 우리를 올려다보지 못할 테니!”
투확!!
[2스킬, ‘배틀 커맨드’가 사용되었습니다.]일종의 강제 명령의 성격을 동반한 종합 버프.
내 함성이 멈춰 있던 부족민들을 다시금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그런 나를 바라보던 요르하의 표정이 놀랍다는 듯 묘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녀 또한 자신의 메이스를 들어 올리며 내 명령을 재창했다.
“공사를 재개하라!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 움직여라!”
그렇게 나 대신 그녀가 사기를 독려할 무렵.
나는 그 사이를 이용해 현재 캠페인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캠페인 20. 카운트다운]미션 오브젝트 :
뱀머리 데몬을 100마리 이상 제거하라
뱀머리 데몬 메이지를 10마리 이상 제거하라
왕실 정원에 지어진 생산건물을 2개 이상 파괴하라 (완료)
악의 제단에 위치한 지구라트를 2개 이상 파괴하라 (완료)
악의 제단에 있는 데스인섹트를 1,000마리 이상 제거하라 (완료)
악의 제단에 있는 말머리 데몬을 10마리 이상 제거하라
(선택) 헬 게이트를 파괴하라 0 / 3
(선택) 레프티레스 바이퍼를 제거하라 0 / 1
(선택) 최초의 마녀, 키르케를 제거하라 0 / 1
캠페인의 숫자가 30에 근접해갈수록, 미션의 내용은 세분화되었다.
특정한 큰 목표를 처리하라는 게 아닌, 여러 개의 작은 목표를 동시에 처리하라는 내용.
원작과 비교해서 스토리 자체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전반적인 진행 방향과 분위기는 일치했다.
그 때문에 주로 기동성에 특화된 몇몇 부대가 진작에 데스랜드의 여러 지역으로 보내졌다.
븀이 이끄는 브릿지 제1, 2 익룡비행단.
브릿지에서 지원 온 플레어 유격대와 헬파이어 타격대 등.
그들의 활약 덕분에, 현재 메인 미션은 한 개 빼고 전부 완료된 상태.
‘그리고 하나 남은 메인 미션은….’
– 뱀머리 데몬을 100마리 이상 제거하라
– 뱀머리 데몬 메이지를 10마리 이상 제거하라
이것들은 바로 지금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뱀머리 데몬’이라면, 지금도 정면에 대치중인 저 데몬족 병력에도 널려 있었으니까.
이번 캠페인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결국 저기 보이는 놈들을 다 쓸어 내야 했다.
‘물론, 저 덩어리를 섣불리 건드리긴 어렵지만.’
저들이 계속해서 알짱거리는 이유는, 그저 소규모 교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언제든 쳐들어갈 수 있다는 심리적인 피로감을 유도하기 위함도 있겠고, 조급함을 유도하여 농성 중인 병력을 바깥으로 끌어내기 위함도 있겠지.
당연히 가장 좋은 건 꽁꽁 웅크린 채 상대를 하지 않는 것.
하지만 캠페인의 클리어를 위해서라도, 저 개떼들 사이에 섞인 뱀 머리 데몬의 숫자는 줄여놓을 필요가 있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아껴놓고 있던 수단을 풀기로 했다.
“제1기계화비행단!”
데몬족에 초반 코아틀 짤짤이가 있다면, 중후반의 휴먼족에는 글라이더 짤짤이라는 게 있었다.
‘에로우헤드’, ‘워헤드’.
거기에 글라이더 타입 다음 테크트리로 생산 가능한 자이로콥터 타입의 기체 ‘스트라이크 봄버’까지.
“출격 대기중.”
“좌표를 갱신합니다.”
“알았다, 본부.”
글라이더 타입 위주로 구성된, 휴먼족의 갉아먹기 전략.
저런 뭉텅이 병력으로 벌이는 시위에는, 마땅히 글짤을 통한 매운 회초리가 필요했다.
“너희가 나설 차례다. 실력을 보여주고 와라!”
각각의 기체들이 주 날개와 보조날개를 펼쳤고, 멈춰 있던 프로펠러가 맹렬히 회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일제히 날아오른 제1기계화비행단의 파일럿들은 순식간에 적의 대형까지 접근했다.
“벡터 계산 완료.”
“공격대형으로.”
“라저.”
***
글짤을 통한 견제가 시작된 후.
공중을 향해 데몬족의 대공사격이 이어졌다.
뱀머리 데몬 메이지들의 뇌창이 데스랜드의 캄캄한 안개를 찢어발기며 거칠게 솟구쳤다.
결국 제1기계화비행단의 기체 몇 기가 놈들의 공격에 피격되어 스파크를 튀겼다.
그러나.
“메이데이! 메이데이!”
피해는 거기까지.
이어 기체들의 스러스트에서 푸른 빛이 발산했다.
“터빈 출력 최대로!”
“몸 좀 풀어볼까?”
마력코어 추진기 업그레이드가 끝난 휴먼족 기체들의 속도는 현시점 의 모든 유닛 중 가장 빨랐다.
동시에, 그들이 장착하고 있던 최신 무기들이 지상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속전속결, 한바탕 쓸어보자고!”
“지옥으로 보내주마!”
에로우헤드들은 펼쳐진 날개를 통해 압축된 화살을 일제히 사출하는 ‘에로우 레인’을.
워헤드들은 푸른 화염주머니가 결합된 폭발 화살을 퍼붓는 신규 기술, ‘천사의 부름’을.
그리고 편대의 중심에 있던 자이로콥터 타입, ‘스트라이크 봄버’들은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된 마력공학 고폭탄, ‘포실 메이커(Fossil Maker)’를 투하했다.
쿠콰콰콰콰쾅-!!
캠페인 돌판의 킬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뱀머리 데몬을 100마리 이상 제거하라 (완료)
제거한 뱀머리 데몬의 수 : 100/100
뱀머리 데몬 메이지를 10마리 이상 제거하라 (완료)
제거한 뱀머리 데몬 메이지의 수 : 10/10
이로써 심플하게 캠페인 20도 클리어.
나는 연이어 떠오르는 보상을 빠르게 훑은 뒤, 적진의 상공에 있던 파일럿들에게 외쳤다.
“그쯤하고 돌아와라! 퇴각이다!”
핑!
적진에 퇴각을 의미하는 노란 빛기둥이 꽂히며 내 지시가 하달되었다.
이어 적들에게 ‘샤우트 오브 둠’과 ‘썬더러스 워크라이’에 의한 공포와 넉백이 연이어 꽂혔다.
투확-!
굳이 내 명령이 아니더라도, 각자 보유하고 있던 무기를 모조리 쏟아부은 제1기계화비행단은 길게 U자를 그리며 귀환 중이었다.
“탈출!”
“복귀! 복귀!”
밑에서 쏜 벼락에 스친 기체들이 시커먼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그들의 뒤쪽으로는, 수백 마리의 데스아이와 코아틀 리퍼들이.
게다가 날아다니는 석상, 가고일과 그 상위 테크 유닛인 ‘옵시디언 가고일’까지 합세하여 이들을 뒤쫓아왔다.
옵시디언 가고일의 눈에서 쏘아져 나온 구불구불한 붉은 빔이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제1기계화비행단의 노련한 파일럿들은 이에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산개 대형으로!”
데몬족의 공중 유닛들은 어느새 첫 번째 마을에 포진 중인 병력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상태였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니 이 사단이 나는 것이지.
하지만 타이밍이 나온 이상,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전원! 비행단을 엄호하라!”
푸슛- 푸슈슛! 투칵!
지상에서부터의 대공사격이 이어지자, 추격하던 데몬족의 공중 유닛들은 결국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아군의 피해는 0.
제1기계화비행단의 파일럿들이 주어진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돌아오자, 마을 경계의 공사현장에 모여있던 모든 주민들이 길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헬멧을 벗으며 땀방울을 털어냈고, 나는 그들을 격려했다.
그때, 피네가 다가왔다.
그녀는 마치 긴장이 풀렸다는 듯,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넣으며 물었다.
“싸울 듯 안 싸울 듯, 이런 대치전을 저런 마물들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계속 얘기했잖아. 적들은 지능적이야. 고도의 심리전에 익숙한, 전략의 달인들이지.”
“그러면… 이런 대치 상태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까요?”
피네의 말대로, 이 한타 대치는 무한히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최대 인구수까지 모은 뒤, 양측 병력의 거대 한타는 불가피할 것이다.
물론 여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최대 인구수에는 제한이 없긴 하겠지만…
나는 그 충돌 시점을 대충 몇 가지로 예상하고 있었다.
‘특히 ‘그 유일보스’가 출현할 시점이, 놈들이 병력을 진출할 가장 확실한 타이밍이다.’
그러니 그전까지 최대한 서둘러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짧으면 몇 주에서 길면 몇 달 정도까지 이어질지도 몰라. 그동안 끊임없이 견제를 받을 테고. 우리 또한 계속해서 견제 활동을 이어가야 하겠지.”
그러면서도 첫 번째 마을의 방어 라인과 데스랜드의 봉쇄라인은 더욱 굳혀 나가야 했다.
최종 테크트리를 향해 기술 발전과 연구를 이어가야 할 테고.
언젠가 맞붙을 최종급 한타에서의 완벽한 대승을 위해, 지금은 그저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힘을 축적하며 몸집을 뒤룩뒤룩 키워야 할 때였다.
그런데 문득, 곁에 있던 루리가 얘기에 끼어들었다.
“주군, 이미 적지 않은 데몬족이 이곳을 우회해서 후방으로 향한 모양입니다. 그대로 놔둬도 괜찮을런지요?”
“이런 상황을 위해 지금껏 타워를 지으며 전진해온 거 아니겠나?”
“그렇다면….”
“육로는 전초기지와 데몬즈리프트 만리장성이. 해로는 토비아스가 막아줄 거야. 공중으로 빙 돌아오는 건 놈들에게도 꽤 먼 길일 거고, 이동 가능한 병력의 수에도 한계가 있을 테지.”
“하지만 저번 세크메트 산에서의 데몬족처럼, 드림이터를 타고 워프해오는 적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면 됩니까?”
루리의 말대로였다.
현재 적들이 펼치는 전술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바로 키르케의 ‘드림이터’ 워프.
리그에서도, 그놈의 드림이터 워프 때문에 승기가 기운 게임이 역전되거나 양측간 본진이 뒤바뀌는 케이스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데몬족만이 가지고 있는 그 더러운 워프 스킬은, 한쪽의 건물이 완전히 파괴되어 게임이 끝나는 엘리미네이션 싸움.
소위 ‘엘리전’까지 이어지는 초장기전을 수두룩하게 만들어내는 주범이기도 했다.
‘게임에서야 GG를 받아내든 엘리로 이기든, 그냥 똑같은 승리였지만.’
하지만 그 점이 현실에서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엘리전’으로 승리한들, 그것은 결국 상처뿐인 승리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세계는 게임이다.
뭐가 어찌 되었든, 마지막에 이기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어느새부턴가 이 현실 난이도의 캠페인 모드는 나에게 있어 결코 질 수 없는 ‘경기’와도 같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하지 않나?’
또다시 옛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팬들을 위한 일종의 쇼맨쉽을 즐기던 프로게이머였다.
매 경기마다, 게임의 승패보다는 눈이 즐거운 경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 쇼맨쉽 플레이.
즉, 사도(私道)를 택한 건 단순히 그런 게 좋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정도(正道)의 끝을 걸어 나가기에는 결국 나의 선천적인 피지컬에 한계가 있었을 뿐.
우연히도, 그렇게 연마하던 사도의 길은 쥬크 판에 꽤 잘 먹혀들었다.
내 팬들은 그것을 좋아하고 인정해 주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즐거움이자 삶의 기쁨이었다.
하지만.
사도는 결국 정도를 이길 수 없었다.
언젠가, 개인리그 결승전에서 패배한 것만 두 손으로 헤아려야 했던 그 날.
깊은 자기혐오와 절망을 숨기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게 그녀가 말했었다.
– 2등도 잘한 거예요.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
나는 다시 부족민을 떠올렸다.
사실 이 게임에 들어온 순간부터, 나는 언제든 정도를 택하며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었다.
유닛을 적진 깊숙히 던져가며 정찰을 이어가고, 결코 돌아오지 못하는 죽음의 게릴라를 보내 데몬족에게 타격을 입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녀의 웃는 얼굴을 떠올렸다.
‘혹시, 이것도 쇼맨쉽일까?’
뻘짓? 혹은 괜한 오지랖?
사실, 부족민들이라고 해봐야 나랑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게임 속 NPC들이다.
그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플레이해도 모자랄 판에, 나는 왜 또다시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때, 루리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주군? 안색이…?”
어차피 그 게임이 현실이 된 세상이다.
깔끔하게 GG를 받아내든, 결국 더러운 엘리전 양상으로 이어지든.
이곳이 인 이상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야 한다.
‘최선의 일이라.’
루리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해야 할 일을 해야 되는 시간이었다.
“미안, 하던 얘기를 계속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