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자네.. 혹시 김상필이라는 사람을 모르나?”
“이름은 알고 있습니다. 명동의 제왕!”
“개인적인 친분은?”
“없죠. 저 같은 고학생이 그런 분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
덕팔이 아니라면 누가 김상필을 움직인 것인가? 김상필을 만나보면 이유를 알겠지만 왠지 예상과 다르게 흐르는 이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부탁을 하나 하고 싶은데 들어줄 수 있겠나?”
“뭔데요?”
“우리는 지금 김상필 회장을 만나러 가야 하네. 그가 자네를 원하더군.”
덕팔이 아미가 좁혀졌다.
‘그가 날 찾는다? 이유가 뭘까? 설마 발각이 된 것인가?’
그렇다면 이 평화로운 삶은 물 건너간 것이다.
‘그를 설득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길동이를 움직여야 하나?’
덕팔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 표정이 얼굴로 드러났는지 최진학이 물었다.
“김 회장을 모른다고 하더니 그런 것 치고는 생각이 많은 것 같군?”
“너는 그분을 압니다. 하지만 그분은 저를 모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헌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군요. 이거.. 회장님께서 생각보다 제게 더 큰 빚을 지신 모양입니다.”
“그래? 그런가? 보상을 하겠네. 언제는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하게. 두말없이 들어줄 테니..”
“거절하고 싶지만.. 오늘은 그 말씀을 받아들여야 되겠네요. 아무래도 살얼음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이후, 덕팔의 입이 다물어졌다. 최진학도 조용히 차창 밖을 바라만 보았다. 어느새 차가 김상필의 집에 도착하였다.
**
김상필의 집.
김상필이 10년은 젊은 모습으로 쇼파에 앉아 있었다.
“형님, 저 왔습니다.”
“자네, 운동 좀 해야겠어. 행동이 느려.”
“저야 아직 빠릿빠릿한데 이 친구가 워낙 바빠서 말이죠. 하하. 인사드리게. 김상필 회장님이시네.”
“오덕팔입니다.”
“네가 그 오덕팔이구나. 앉아라. 자네는 그만 가봐도 되네. 약속은 지킴세.”
김상필이 축객령을 내렸음에도 최진학이 덕팔 옆에 엉덩이를 붙였다.
“왜 안 가고 있나?”
“오랜만에 형님을 만났는데 어찌 그냥 갑니까? 김 비서가 안주를 준비해준다고 하니 오랜만에 소주나 한잔하시죠.”
“자네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하하.. 아시면서 뭘 물어보고 그러십니까? 은혜 엄마가 형님이랑 술을 먹었다고 하면 아무 말도 못하는 거 잘 아시면서.. 기횝니다. 기회! 하하하”
누가 있어 천하의 최진학을 저리 만들 수 있을까? 김상필이 가진 힘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에 덕팔이 놀라고 있었다.
“뭐, 좋네. 그럼 잠자코 기다리게.”
김상필이 최진학의 입을 막더니 덕팔을 바라보았다.
“너는 김혁성과 무슨 관계더냐?”
“뭐.. 그냥 잘 아는 사입니다.”
“흐음…”
김상필이 덕팔의 몸을 살폈다. 덕팔은 오늘 신투장갑을 끼고 오지 않았다. 하여 몸에서 신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요괴들로부터 모았던 생기는 은혜를 구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소실되었다. 하여 김상필의 눈으로는 덕팔에게 이상한 점을 찾지 못하리라.
“흐음…”
김상필이 다시금 깊은숨을 내쉬곤 눈매를 좁혔다. 뭔가 꼬이는 일이 있으면 나오는 김상필만의 버릇이다.
“나는 김혁성에게 큰 빚이 있다. 알고 있느냐?”
“모르는데요?”
“그가 나에게 너를 도와주면 그 빚을 청산하겠다고 하였다. 그 빚은 목숨의 빚 쉽게 청산할 것이 아니지. 그런데 그가 너를 위해 그 빚을 청산하였다. 너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채권, 채무 관계는 당사자들 간에 알아서 잘 풀 일이지 제 3자인 저에게 의견을 물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후훗.. 말은 청산유수군. 널 보니 내가 오늘 헛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이 드는군. 돌아가도 좋다.”
덕팔이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곤 나가려고 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다시 앉았다.
“저기.. 어르신께 한 가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습니다.”
“응? 나보고 물건을 팔라고?”
“네.”
“내가 왜 너에게 물건을 팔아야 하느냐?”
“제가 꼭 가지고 싶은 물건이기 때문이지요.”
덕팔이 웃자 김상필이 ‘이것 봐라’하는 눈빛이 되었다.
“뭘 가지고 싶은 게냐?”
“어르신이 매일 같이 물을 주면서도 귀찮아 하는 분잽니다.”
김혁성의 눈이 반짝였다.
“그게 뭔지는 알고?”
“주인이 관리를 잘못하여 말라 비틀어져 가는 분재죠.”
“내가 그걸 가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
“그건.. 비밀입니다. 거래를 하는데 제 패를 다 깔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최진학인 덕팔의 옆구리를 찔렀다. 말이 너무 막 나가고 있는 것이다.
“허허.. 좋다. 얼마에 사겠느냐?”
“흐음.. 20?”
“그 물건의 가치를 알고 있는 모양이군.”
“분재가 심겨진 화분은 필요 없으니 그건 어르신이 가지십시오.”
“고려청자를? 허허 배포도 크고.. 좋다. 20억에 팔도록 하마. 그런데 돈은 있느냐?”
“뭐요? 20억요? 무슨 말씀이세요. 다 죽어가는 분재를 누가 20억이나 주고 삽니까?”
덕팔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김상필이 어인이 벙벙한 얼굴이 되어 물었다.
“그럼 20은? 설마…”
“당연히 20만 원이죠. 10만 원만 할까 하다가 분재가 기분 나빠 할까 봐. 20만 원 드린다고 한 건데.”
“허허.. 허허허..허허허허.”
김상필이 끝도 없이 웃어댔다. 김혁성이 보호하려고 기를 쓰는 청년이라고 하여 호기심에 불러 봤건만 미친놈이 아닌가?
“싫으시면 30? 그 이상은 안 됩니다. 오늘 출연료로 받은 게 40만 원인데 저도 남는 게 있어야 택시라도 타고 가죠.”
“되었으니 그만 가거라.”
김상필이 나가라고 손짓을 하자 덕팔이 최진학을 바라보았다.
“소원권! 여기서 쓰겠습니다.”
“…. 허얼!”
진퇴양란에 빠진 최진학이었다.
**
덕팔이 엉덩이를 뭉개고 있는 사이 김 비서가 김치찌개가 든 냄비를 들고 나타났다. 탁자 위에 냄비가 올려지고 숟가락 몇 개가 나란히 놓여졌다. 덕팔이 얼른 개인 접시에 찌개를 담아 각자에게 놔주고 소주병을 들어 김상필의 잔에 채워주었다.
“자네 한잔 받게.”
김상필이 최진학의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덕팔도 빈 잔을 들고 있었지만 본체만체 하였다. 최진학이 웃으며 덕팔의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김상필이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 고기 한 점을 씹었다. 맛이 별로였는지 인상을 썼다. 덕팔도 잔을 비우고 찌개 국물을 떠먹어 보곤 접시에 담긴 찌개를 냄비에 다시 담았다.
“제가.. 리모델링을 해오죠.”
덕팔이 방긋 웃었다.
김상필은 집에서 아무것도 해 먹지 않는 모양이다. 기본적인 조미료 조차 없었다. 덕팔이 귀밑머리를 긁으며 김 비서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김상필과 최진학은 안주도 없이 소주를 들이켰다.
“일은 잘 해결되었나?”
“저 아이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형님이 말씀하신대로 제가 일만 벌여놓고 너무 수수방관을 하였습니다.”
“기분이 상한 얼굴이 아니더군.”
“좋은 아입니다. 은혜 엄마의 허물도 덮어주었습니다. 대신 은혜의 오해만 깊어져 저 친구가 다른 곤란을 겪게 되었죠.”
“그런가?”
김상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최진학은 김상필의 생각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는지 말없이 혼자 술을 마셨다.
“이해를 할 수 없는 조합이군. 저 친구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을 해보게.”
“아비가 중병에 걸려 어릴 때부터 고생하며 살았습니다. 최근에야 후원자를 두어 대학에 다니게 되었구요. 인물도 좋고 머리도 좋습니다. 이번에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니 경영을 해도 아주 잘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사위라도 삼을 생각인가?”
“저는 그럴 마음이 있는데 저 아이가 거부를 하더군요. 제 딸아이가 못난 얼굴이 아닌데 저 아이의 마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허허.. 그래?”
“덕분에 이렇게 20년 만에 형님하고 술도 마시게 되니 좋습니다. 하하하”
“오래되었군. 막 회장이 되어서 돈을 꾸러 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저야 천방지축이었습니다만, 형님이 대단하셨죠.”
“얼굴에 금칠할 생각이면 돌아가게.”
“진혁이는 아직입니까?”
“마음이 많이 상한 모양이야. 미국에서 행적을 지워버렸더군.”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 내 죄지. 원치 않은 결혼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김상필이 마음이 답답했는지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형님, 벌써 20년인데…”
“며늘 아이에게 미안하지. 분가를 시켰더니 몰래 찾아와 청소며 빨래를 해 놓고 가더군.”
“제가 찾아봐 드릴까요?”
“자네가?”
“대한에 미국 지사가 여러 곳 있지 않습니까? 나름 정보망이 갖춰져 있어서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흐음….”
김상필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피식 웃었다.
“그래도 분재는 안 되네.”
“하하하.. 이거 속이 들키고 말았네요. 그럼 분재는 말씀드리지 않을 테니 허락만 해 주세요.”
“… 염치없는 부탁을 해야겠군.”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덕팔이 장을 봐왔는지 한 보따리를 들고 나타났다. 김상필은 더 이상 덕팔에게 관심이 없었는지 술잔만 기울였다.
덕팔의 지휘하에 김 비서까지 나서자 금세 안주 하나가 나왔다. 먹음직한 김치전이었다. 덤으로 막걸리도 나왔다.
“집에 김치 밖에 없네요.”
먹음직했다. 전을 뜯어 한입 넣어보니 새콤한 것이 맛이 좋았다.
“요리를 잘해서 가까워진 건가?”
김상필의 말에 최진학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젊은 남자가 요리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나?
하지만 최직학의 그런 생각은 덕팔표 돼지두루치기가 나왔을 때 전면적으로 수정을 해야 했다.
“그분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요리를 잘해서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돼지고기에 누린 맛이 없고 고기가 야들거리면서도 쫄깃함이 살아 있었다. 매콤한 양념도 기가 막혔다. 돼지고기에 더해진 김치도 감칠맛을 더해 주었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안주가 나오니 술이 술술술 들어갔다. 덕팔의 마지막 안주도 김치가 들어간, 아니 김치가 메인인 찜이었다.
그냥 김치만 들어간 찜이었는데 고기가 들어간 김치찜 보다 더 맛이 좋았다. 이쯤 되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김치찜에는 뭘 넣은 것이냐?”
“김치요.”
“누가 그걸 묻는 것이냐? 이 찜의 뒷맛을 잡는 그 양념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느냐?”
“아.. 그거요.”
덕팔이 멸치를 흔들었다.
“단지 멸치만 넣었다고?”
“멸치로 진한 육수를 내서 그 안에 김치를 넣고 푸욱 고았죠. 물론 육수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저만의 특제 양념이 따로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하하하”
덕팔이 김상필 옆에 앉았다. 김 비서도 슬쩍 최진학 곁에 앉았다. 그들도 지금껏 요리를 하느라 고생을 했으니 먹을 때인 것이다.
네 사람이 술을 마셨다. 김상필을 막걸리가 좋다며 막걸리만 네 통을 비웠다. 최진학은 소주파였고, 김 비서는 소맥파였다. 어쩐지 장을 보면서 한잔 하는 말에 맥주를 집어 들더니..
덕팔은 구경파였다. 간간히 김 비서가 만들어준 소맥을 마시기는 했지만, 술을 좋아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