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09
309화
크아아아!
눈에 초점이 없는 바바리안들이 지크를 향해 전투 함성을 질렀다.
지크는 바바리안들마저 세뇌를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친 제국 놈들. 바바리안들까지 건드렸을 줄이야.’
지크는 어인들의 세뇌를 풀었을 때처럼 롤랑을 꺼내 리커버리 스킬을 썼다.
우우우웅!
리커버리의 빛이 광역 버프로 넓게 퍼져 나갔다.
하지만 어인들과 달리 바바리안들은 리커버리 스킬에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크어어어어!
마법에 저항력이 강한 바바리안의 육체가 지크의 리커버리마저 튕겨 내는 듯했다.
‘어쩔 수 없군. 일단 잡아 놔야겠다.’
지크는 인벤토리에 검을 집어넣고 거신 사냥꾼을 꺼내 들었다.
바바리안처럼 몸집이 큰 상대를 제압할 때는 거신 사냥꾼 같은 둔기류가 제격이었다.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바바리안을 향해 지크는 금력을 실은 거신 사냥꾼을 휘둘렀다.
후우웅!
대기를 뚫고 거신 사냥꾼이 바바리안의 몸에 꽂혔다.
콰아앙!
맨몸으로 거신 사냥꾼을 막아선 바바리안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바바리안이 공중으로 힘껏 뛰어올라 두 주먹으로 지크를 내리치려 했다.
콰콰쾅!
하지만 지크는 환영보법으로 바바리안의 공격을 피해 냈다. 내리친 땅이 푹 꺼질 정도로 강력한 힘이 주먹에 실려 있었다.
지크는 그 어마어마한 힘에 혀를 내두르며, 거신 사냥꾼을 치켜올려 그대로 내리찍었다.
콰쾅!
거신 사냥꾼으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바바리안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목이 부러진 듯 꿈틀거렸지만, 지크로서는 숨이 붙어 있기만 하면 됐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남은 바바리안 한 명은 세뇌되어 광폭화 상태임에도 거신 사냥꾼을 들고 있는 지크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는 듯했다.
선뜻 덤비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바바리안을 향해 지크가 다가갔다.
“어딜 내빼려고, 너도 공평하게 한 대 맞아라.”
지크가 거신 사냥꾼을 들고 도망치는 바바리안을 향해 달려갔다.
묵직한 거신 사냥꾼이 바바리안의 하단을 노렸다.
후우우웅!
바바리안은 특유의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지크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횡으로 휘둘러지던 거신 사냥꾼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더니 아래에서 위로 치켜올려졌다.
지크를 향해 달려들던 바바리안의 턱에 거신 사냥꾼이 제대로 작렬했다.
쾅!
목이 통째로 뽑힐 듯한 강력한 일격이었다.
거신 사냥꾼을 맞고 쓰러진 바바리안들이 모두 바닥에 축 늘어졌다.
지크는 쓰러진 바바리안들을 질질 끌고 데려온 뒤 다시 정화와 리커버리, 힐링을 함께 걸었다.
황금빛 오오라와 하얀빛이 바바리안들의 몸에 스며들었다.
곧 기절했던 바바리안들이 깨어났다.
아까와는 달리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와 있었다.
“으…… 턱 아픔.”
“나는 목 아픔.”
“나는 온몸이 아픔.”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던 바바리안들이 이내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지크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인간?”
“왜 인간이 여깄음?”
지크는 바바리안들을 보며 말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임.”
바바리안들은 자신들의 말을 할 줄 아는 인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말 할 줄 앎?”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줄 앎. 바위 부족한테 배웠음.”
바위 부족 얘기가 나오자 바바리안들이 반색하며 좋아했다.
“바위 부족 어떻게 앎?”
지크가 고민하다가 말했다.
“왕주먹이 내 동생임. 저번에 마을에 가서 구두룡 잡음.”
히드라를 잡았다는 말을 듣고 바바리안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크를 바라봤다.
“구두룡? 설마 싹둑싹둑 지크 형?”
지크는 이미 바바리안들 사이에서 유명인이었다.
이상한 이름이기는 했지만, 지크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맞음. 내가 싹둑싹둑 지크 형임.”
바바리안들이 감탄하며 일어나서 지크와 악수했다.
“오오, 싹둑싹둑 지크 형. 반가움.”
“바위 부족한테 얘기 많이 들음.”
“겁나 신기함. 우린 모하킨 부족임. 나중에 마을 가서 지크 형 만난 거 자랑할 거임.”
지크는 이들이 전생에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모하킨 부족임을 알게 되었다.
그가 바바리안들에게 물었다.
“반갑 반갑. 근데 왜 여깄음?”
바바리안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기억 안 남.”
“난 남. 숲에서 사냥하는데 까만 놈이 우리한테 뭔가 했음.”
지크가 기억이 난다는 바바리안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까만 놈이 마법사 말하는 거임?”
“마법사 맞음. 지팡이 들고 있었음.”
나락의 마법사가 바바리안들을 잡아 실험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바바리안들은 오러는 물론 마법까지 튕겨 내는 종족인데. 어떻게 잡은 거지.’
웬만한 마법으로는 바바리안들을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크는 잠깐 생각하다가, 그것에 관해서는 우선 이곳을 빠져나간 뒤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그가 바바리안들에게 힐링 버프를 걸어 줬다.
“오오, 힘이 남.”
“역시 지크 형 짱짱.”
“대단대단.”
지크로부터 힘이 온 것을 느낀 바바리안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지크가 그런 바바리안들에게 말했다.
“나랑 같이 가면 집으로 돌려보내 줌.”
바바리안들은 지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그들은 지크를 도와서 몬스터들을 해치우기로 했다.
“크어어어!”
바바리안들이 전투 함성을 내지르며 몬스터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고위험군 몬스터라도 바바리안들 손에 걸리면 한 끼 식사 거리일 뿐이었다.
지크는 바바리안들의 합류로 좀 더 편하게 몬스터를 막아 낼 수 있었다.
그가 바바리안들에게 외쳤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안 됨! 나를 따라옴!”
지크의 말에 바바리안들이 목을 비틀어 버리던 몬스터들을 내던지고 그의 뒤를 따랐다.
* * *
정면에서는 웅크린 불꽃의 노래와 헬렌이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며 길을 뚫고 있었다.
“차하아아앗!”
헬렌이 드래곤 버스터를 휘두르자 몬스터가 검격을 맞고 그대로 몸이 쪼개진 채 바닥을 뒹굴었다.
그런 헬렌의 검격을 보고 그녀에게 덤비려 했던 호랑이 수인 돌격대장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개기지 말아야지.’
움찔하는 그때, 헬렌이 드래곤 버스터를 들고 외쳤다.
“저쪽! 오우거들이 온다!”
그녀의 말에 돌격대장이 수인들을 데리고 오우거들을 막아섰다.
“차핫! 죽어라!”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대로 오우거들을 그어 버리는 돌격대장이었다.
강자에게는 철저하게 복종하는 수인이었기에 그는 어느새 헬렌의 말을 얌전히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웅크린 불꽃의 노래 역시 헬렌에 뒤지지 않게, 강철 곤봉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날려 대는 중이었다.
헬렌과 웅크린 불꽃의 노래의 활약으로 부대는 몬스터들을 뚫고 황무지 쪽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바바리안들과 함께 측면의 몬스터들을 막던 지크는 부대가 앞서가는 것을 보고 성검 롤랑을 꺼내 리커버리 스킬을 광역 버프로 펼쳤다.
리커버리 스킬이 몬스터들을 향해 퍼져 나갔다.
바바리안들과 달리 광폭화 상태로 달려들던 몬스터들은 바로 세뇌가 풀렸다.
지크의 리커버리로 각성 상태가 풀린 몬스터들은 본래의 본능대로 몸을 감출 곳을 찾아 흩어지기 시작했다.
무리를 짓지 않는 몬스터들은 게토 지역 조인족의 힘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바바리안들이 흩어지는 몬스터들을 보며 지크에게 말했다.
“지크 형, 쟤들 안 잡음?”
지크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안 잡아도 됨. 그보다 물어볼 게 있음.”
“뭐가 궁금함?”
“너희 말고도 잡힌 동료들 있음?”
지크의 질문에 바바리안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모르겠음.”
잠시 후 나온 답변에, 그가 고민하다가 바바리안들에게 말했다.
“혹시 내가 너희들 기억 좀 봐도 됨?”
그러자 바바리안들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곧장 용의 감각 스킬을 써서 바바리안들의 기억을 살폈다.
‘기억들이 온전치가 않아. 약물에 취했어서 그런가.’
용의 감각으로 파편화된 기억을 살펴보니 이들 말고도 잡힌 바바리안들이 몇 명 더 있는 것 같았다.
기사들이 제대로 투입되면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바바리안들은 다르다.
오러 블레이드 정도는 되어야 그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반 검으로는 이들의 단단한 육체에 생채기조차 내기 어렵다.
‘대기사용 병기로 준비해 둔 것인가. 바바리안까지 붙잡아 놓다니 제국 놈들 단단히 돌았군.’
지크는 이 사실을 바위 부족에게 알린 뒤, 설득하여 바바리안들의 힘을 빌리는 계획을 세웠다.
바바리안들이 진영에 합류한다면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크는 대충 계획을 정리하며 바바리안들과 함께 부대 뒤를 쫓았다.
* * *
자치 지구로 가는 길목의 협곡까지는 아무리 빠른 걸음으로 가더라도 삼 일은 가야 했다.
게다가 해가 지면 야행성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무작정 길을 가는 것은 오히려 위험했다.
웅크린 불꽃의 노래는 야영을 할 만한 곳을 찾았다.
바위와 절벽으로 가려진 곳에 진지를 마련한 일행들은 몬스터 육포를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처음에 지크가 바바리안들을 데려왔을 때 조인족과 수인들이 놀라며 작은 소동이 벌어졌지만, 곧 같은 편이라는 것을 알고 겨우 안심했다.
더불어 지크가 바바리안조차 같은 편으로 끌어들인 것을 보며 그에 대한 신뢰도가 더 올라갔다.
신수인 봉황은 물론 결코 타 종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바바리안까지 한편으로 만들었으니, 이를 보고 결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바바리안들은 아까 잡은 몬스터 몇 마리를 손질해서 통째로 먹는 기염을 토했다.
그들의 강인한 육체는 몬스터들의 질기고 독성 있는 고기를 먹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지크가 정화한 고기도 한 덩어리 꺼내서 줬는데, 그들은 오히려 싱겁다며 별로 안 좋아했다.
식사를 마친 뒤, 그들은 주변에 몬스터가 오지 않도록 번갈아 가면서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지크는 헬렌과 기사들을 위해 바위틈에 따로 자리를 잡아, 야영 장비를 꺼내 캠프를 만들어 줬다.
헬렌은 지크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지크와 헬렌은 같은 텐트를 사용하기로 했고, 텐트에 들어선 헬렌은 피곤한 얼굴로 곧장 갑옷을 해체했다. 그 즉시 드래곤 버스터에 철갑들이 조각조각 붙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본 지크가 신기한 듯 물었다.
“그 갑옷도 헤르시온으로 봐야 합니까?”
그러자 헬렌이 고개를 저었다.
“헤르시온은 따로 구동식이 필요하지만 이건 나와 같이 ‘자력’을 혈계능력으로 가진 이들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 다르다고 봐야 한다.”
헬렌의 모계 가문인 밀라리스 가문은 테베아의 유서 깊은 기사 가문이었다.
솔마 가문과 함께 테베아 왕국을 지켜 온 곳으로, 자력을 이용한 비전 검술이 유명했다.
자력으로 금속을 움직여서 검을 날리기도 하고, 방패가 공중을 떠서 저절로 검을 막기도 하는 등, 기묘한 검술을 구사한다고 들었는데 지크 역시 한 번도 본 적은 없었다.
헬렌은 드레이커의 순혈 직계였기에 밀라리스 가문의 비전을 전수받지는 못했지만, 혈계 능력은 가지고 있었기에 용살법에 이 능력을 적용시켜 응용식인 ‘강철기’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만약 헬렌이 적색 기사가 된다면 그녀의 강철기 역시 드레이커의 특전기가 될 터였다.
하지만 강철기는 자력을 가진 혈계 능력자가 아니면 익힐 수 없기에 그녀의 특성을 물려받은 아이에게 전수될 가능성이 높았다.
헬렌은 야전 침상에 앉아 지크를 보며 말했다.
“너와 처음으로 여유롭게 얘기를 하는 곳이 전장이라니 참 얄궂구나.”
“기사로서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헬린이 쓰게 웃는 그때 지크의 어깨에서 봉황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날개를 파다닥거리며 헬렌의 품으로 날아갔다.
지크는 유독 헬렌을 따르는 봉황을 보며 혀를 찼다.
“녀석아. 누님 쉬셔야 하니까 이쪽으로 와.”
봉황은 싫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헬렌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헬렌이 그런 봉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예쁜 아이가 신수라니 정말 신기하구나. 이름은 지어 줬느냐?”
지크가 고개를 내저었다.
“몇 개 이름을 줘 봤는데 다 마음에 안 드는지 부리로 제 머리를 엄청나게 쪼더군요. 새 주제에 정말 까다롭기 그지없습니다.”
봉황은 자신을 일반적인 새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듯 날개를 펼치며 아름다운 꼬리와 깃털을 흔들었다.
지크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헬렌이 봉황의 깃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귀한 신수이니 멋진 이름으로 잘 지어 주면 좋겠구나.”
“이 녀석 하는 거 봐서 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크르르르―
밖에서 괴성이 울려 퍼졌다.
지크에게는 익숙한 소리였다.
‘이건 마수의 울음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