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18
518화
삐이이이익―
그는 퇴각 신호를 보낸 후 다른 대원들과 함께 옹벽을 막고 있는 얼음 조각을 깨뜨린 후 밖으로 나왔다.
놀랍게도 기온이 내려간 것을 넘어서 주변에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클레어가 깜짝 놀랐다.
“갑자기 날씨가……? 어떻게?”
아드난이 미간을 찡그렸다.
매섭게 부는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북부 대륙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기온이 점점 더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간을 끌수록 몸이 얼어서 움직일 수 없을 겁니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야…….”
아드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쪽에서 뭔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쿵! 쿵! 쿵!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소리가 소름 끼쳤다.
긴장하며 뒤를 보자 매서운 바람 사이로 새로운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르―
흉포한 야수의 울음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다.
아드난은 그 소리를 듣고 어떤 몬스터인지 곧장 눈치챘다.
“아이스 트롤이라. 골치 아픈 놈들이 나타났군.”
북부 대륙에서도 인적이 드문 고지대에서나 나타나는 고대종 몬스터였다.
추운 지역에 사는 몬스터인 만큼 일반적인 트롤과 달리 털이 나 있었고, 지방층도 두꺼워 검으로 베도 잘 베어지지 않는 녀석들이었다.
쿵! 쿵! 쿵!
땅을 울리던 아이스 트롤들이 바람을 뚫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을 본 아드난의 얼굴이 더욱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가 알고 있는 북부 대륙의 아이스 트롤보다 몸집이 두 배는 더 컸기 때문이다.
‘마계의 몬스터라는 건가.’
아드난이 쌍검을 뽑아 들고 클레어에게 말했다.
“나와 보드미르가 놈들을 막는 동안 클레어 단장은 부대를 이끌고 외벽에서 원거리 공격을 지속하십시오.”
그 말에 클레어가 석궁을 뽑아 들며 말했다.
“두 분이서 저놈들을 어떻게 상대하시려고요? 나도 같이 엄호하겠습니다!”
클레어가 기운차게 말하며 석궁을 들고 아이스 트롤을 향해 다연발 화살을 쐈다.
투두두두두―
순식간에 몇십 발의 화살이 아이스트롤의 몸에 꽂혔다.
파바바박!
하지만 워낙 피부층이 두꺼운 아이스 트롤에게 화살은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가 없었다.
크아아아아!
몸 여기저기에 박한 화살을 튕겨 내며 아이스 트롤이 분노한 듯 굉음을 내질렀다.
아드난이 그런 아이스 트롤을 견제하며 고개를 내젓고는 말했다.
“놈에게는 화살이 소용없습니다. 차라리 빨리 들어가서 기사들의 원군을 요청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이는 길일 겁니다.”
클레어는 아드난의 냉정하면서도 정확한 판단을 듣고 이내 수긍하며 다른 대원들을 이끌었다.
“빨리 이곳에서 퇴각한다! 멀리서 돕겠습니다!”
클레어와 다른 부대원들이 물러나자 아드난과 보드미르가 아이스 트롤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후우, 저번에 얼음 산맥에서 잡은 놈들보다 더 큰데 말이야.”
“큰 만큼 느리기를 바라는 수밖에.”
아드난과 보드미르가 동시에 앞으로 튀어 나갔다.
촤아아악―
위로 뛰어오른 아드난은 가장 앞에 있는 아이스 트롤의 시야를 교란시키기 위해 쌍검을 휘둘렀다.
그어어어!
아이스 트롤이 아드난를 잡기 위해 들고 있던 얼음 몽둥이를 세차게 휘둘렀다.
후우우웅!
아쉽게도 속도는 일반 아이스 트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드난은 공중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놈의 시선을 교란시켰다.
그동안 보드미르가 아이스 트롤의 발밑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며 바스타드 소드를 들었다.
“차하아앗!”
무게를 지탱하고 있던 아이스 트롤의 아킬레스건을 향해 보드미르가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보드미르의 검격에 아킬레스건이 단번에 끊어졌다.
크아아아!
아이스 트롤은 순간 균형을 잃으며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넘어갔다.
쿠구궁!
하지만 아이스 트롤도 트롤이었기 때문에 끊어진 발목은 이내 다시 붙게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아드난은 쓰러진 아이스 트롤에게 다가가 곧장 쌍검을 놈의 눈에 찔러 넣었다.
푸우욱!
눈을 찌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뇌를 파괴해야 재생을 멈출 수가 있었다.
크아아아악!
아이스 트롤이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솥뚜껑 같은 손으로 아드난을 내리치려 했다.
그때 보드미르가 날아와 아이스 트롤의 팔을 날려 버렸다.
퍼억!
그사이 아드난은 더 깊숙이 쌍검을 멀어 넣어 아이스 트롤의 뇌를 헤집었다.
곧 아이스 트롤이 견디지 못하고 축 처졌다.
“후우…….”
두 사람의 호흡으로 겨우 한 마리의 아이스 트롤을 해치웠다.
문제는 이다음이었다.
쿵! 쿵! 쿵!
거대한 눈보라 사이에서 아이스 트롤 부대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를 본 아드난과 보드미르가 검을 뽑아 들고 놈들을 향해 겨누었다.
마수, 몬스터와 싸울 운명인 하이랜더들은 언제나 매 순간 목숨을 잃을 각오로 싸웠다.
“자, 간다.”
이번에도 각오를 마친 아드난과 보드미르가 아이스 트롤을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이었다.
크아아아아!
갑자기 굉음을 지른 아이스 트롤 중 하나가 다른 아이스 트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
아드난과 보드미르는 갑자기 아이스 트롤들이 서로 싸우자 당황했다.
당황한 와중에 동족들을 공격하는 아이스 트롤을 보니 눈동자가 붉게 변한 것이 뭔가 이상했다.
카아아아!
녀석은 광기 어린 소리를 질러 대며 다른 아이스 트롤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보드미르가 아드난에게 말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위로 올라가자고. 여기 있다가는 놈들의 간식거리밖에 더 되겠어?”
아드난은 보드미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뒤로 돌아 외 성벽 위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기사들이라면 틈이 거의 없는 외 성벽 위를 오르는 것이 불가능했겠지만 하이랜더인 두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후우웅!
아드난과 보드미르가 외 성벽 위로 올라와 주변을 살폈다.
그들의 시야에 낯선 기운을 풍기는 적안의 아이들이 보였다.
쿠구구구구―
다름 아닌 삼지안 일족의 티투스와 율리나였다.
지크 덕분에 진정한 삼지안의 힘을 일깨우게 된 이들이 혈안의 힘으로 아이스 트롤을 조종해 서로 싸우도록 만든 것이었다.
아드난은 곧장 티투스와 율리나가 펼치는 힘의 정체를 깨달았다.
‘저런 힘이 있었다니. 놀랍구나.’
그렇게 두 사람이 다가오는 아이스 트롤들을 붙잡고 있는 동안 보드미르와 아드난은 성벽 위에서 전황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입을 쩍 벌렸다.
“미친…….”
하데스의 보호막이 사라지자 게이트에서 나온 수만의 몬스터 대군이 미케네 시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몬스터의 파도가 치는 것 같았다.
아드난은 아주 오래전 고대에서 이러한 모습을 묘사했던 단어를 떠올렸다.
‘몬스터 웨이브.’
그야말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계속 쏟아지는 몬스터들의 어마어마한 물량에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그때 마법사 부대의 단장인 제로스가 하늘을 날아 외 성벽 쪽에 착지했다.
“아드난 님!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망루에서 저격 마법을 난사하던 제로스는 꽤 지친 기색이었다.
그가 보드미르와 아드난을 살피다가 말했다.
“몬스터들의 수가 상상 이상입니다.”
아드난 역시 이 정도로 많은 수는 잊혀진 자들의 숲을 공격하기 위해 몰려들었던 마수 떼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때는 이야기의 은자와 만나, 나이젤과 같은 하이테이블들의 힘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아무리 훈련이 되어 있다고 해도 평범한 인간들만의 힘으로는 저 정도 병력의 몬스터들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드난은 어금니를 꽉 물며 방법을 찾으려 했다.
‘적어도 지크 경이 올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잊혀진 자들의 숲에서도 지크의 힘으로 몰려드는 마수를 막을 수 있었다.
그때보다 더 많은 숫자기는 하지만 지크가 온다면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문제는 도시의 네 방향에서 모두 몬스터 웨이브가 몰려오고 있다는 건데.’
아무리 경험 많은 보드미르와 아드난이라 하더라도 네 방위를 모두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드난의 고심이 깊어질 때였다.
쿠르르르릉!
북문 쪽 하늘에 먹구름이 일더니 그곳에서 거대한 빛의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쾅!
그와 동시에 거대한 천뢰(天雷)가 울리더니 북문으로 몰려오던 몬스터를 죄다 쓸어버렸다.
아드난이 깜짝 놀랐다.
“지크 경이 온 겁니까?”
그 말에 제로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곳은 아리나 님께서 지키고 계십니다.”
사실상 지크 측 진영에서 최강의 마법사인 아리나가 북문을 단단히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콰콰콰콰―
이번에는 동문에서 거대한 돌풍이 일었다.
흑색 기사의 힘을 되찾은 듀크가 질풍기로 동문 측을 공격하는 몬스터들을 날려 버리고 있었다.
돌풍을 뚫고 들어오는 몬스터들은 강화복을 장착한 흑령대원들이 단박에 일도양단해 버렸다.
서문 측에는 하데스가 마법을 쓰며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막았고, 기어 올라오는 놈들은 옐린이 이끄는 이슈타르와 살막의 암살자들이 상대했다.
‘엄청나군.’
한 도시의 주둔군이라고 하기에는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지닌 병력이었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왕국의 군사력을 훌쩍 뛰어넘을 듯했다.
제로스가 주변을 살피며 감탄하는 보드미르와 아드난에게 말했다.
“문제는 남문입니다. 지형적으로 방어에 유리하지만, 방어력 자체는 가장 취약한 곳입니다.”
아드난이 제로스를 보며 물었다.
“남은 병력은 얼마나 됩니까?”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바바리안 부대와 저들과 같은 삼지안 일족이 있습니다.”
바바리안들과 삼지안 일족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지크 말고는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이들이 없어서 일단 대기 상태에 둔 것이었다.
제로스의 말에 아드난의 눈빛이 번뜩였다.
“삼지안 일족이라면 저들처럼 몬스터를 교란시킬 수 있는 겁니까.”
“예, 저 두 사람의 힘이 가장 강하지만 다른 일족들도 힘을 쓰는 것은 가능합니다.”
아드난의 머릿속에서 이제야 어느 정도 계획이 세워졌다.
“좋습니다. 제로스 님께서는 제가 신호를 보내면 삼지안 일족에게 몬스터를 교란시키도록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그 말에 제로스가 깜짝 놀랐다.
“설마 저 아래로 내려가시려는 겁니까?”
아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살펴보니 남문은 지형이 고르지 않고 은폐할 수 있는 곳이 많더군요.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놈들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보드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드난의 옆에 섰다. 아드난이 말을 이었다.
“바바리안의 대장에게 안내해 주십시오. 제가 그쪽 말을 좀 할 줄 아니 협력을 구해 보겠습니다.”
* * *
‘여긴…….’
공동으로 들어간 지크는 가라앉은 눈으로 내부를 살폈다.
어두운 공동 한가운데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대한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들어오기 전에 무언가를 느꼈으니 분명 어떤 역할을 했을 텐데, 이면 세계가 파괴되면서 기둥 역시 마력 공급이 끊긴 듯 잠잠했다.
하지만 지크는 안심하지 않고, 경계하며 기둥 쪽으로 다가갔다.
‘놈이 아벨을 숨겨 뒀다면 이쪽일 것이다.’
그때였다.
촤아아아악―
어둠 속에서 촉수 하나가 지크를 향해 뻗어 왔다.
휘이이익―
그림자 칼날이 움직여 촉수가 지크에게 닿기도 전에 베어 버렸다.
치이이익―
촉수의 잘린 단면에서 산성 용액이 줄줄 흘러나왔다.
곧 촉수는 힘을 잃은 듯 바닥에 툭 떨어졌다.
‘마지막 발악인 건가.’
지크는 그림자를 이용해 떨어진 촉수를 치우고 기둥 아래쪽으로 다가갔다.
기둥 아래에는 종양처럼 생긴 유기 물질들이 마치 둥지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맥동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혼돈의 정신체가 사라지면서 점점 숨이 끊기는 듯했다.
지크가 다가가자 촉수 몇 개가 몸을 일으켰지만, 앞서 있었던 일과 마찬가지로 그림자 칼날이 죄다 잘라 냈다.
그렇게 더 가까이 다가가 흉측한 모양의 둥지를 살펴보니 놀랍게도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갈라놓은 흔적이 있었다.
‘이건……?’
잘린 흔적을 보니 안쪽에서 자른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자른 모양이었다.
즉, 외부에서 누군가가 이곳에 들어와 이 둥지에 손을 댔다는 뜻이었다.
‘설마 나락이?’
지크는 그림자를 일으켜 갈라진 둥지의 벽을 벌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유기체로 이루어진 둥지 안쪽은 마치 거대한 생물의 배 속처럼 징그러운 살덩이들과 촉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크는 그 안으로 들어가 외부 침입자의 흔적을 살폈다.
그러던 지크는 안쪽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가운데 석관 하나가 촉수들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다.
‘저것인가?’
아벨 드레이커는 지크가 던진 신살석에 심장을 맞아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혼돈은 자신의 힘으로 아벨 드레이커를 치료하고 이를 나락에 넘기려 했다.
저 석관이 그 치료 장소일 가능성이 높았다.
지크는 그림자를 뻗어 석관을 확인하고자 했다.
츠츠츠츠―
그림자 칼날들이 석관과 연결되어 있는 촉수와 유기체들을 잘라 내고 이를 들어 지크 앞으로 가져왔다.
그가 석관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아벨, 여기서 우리의 악연을 끊자.’
드드드드드―
지크의 의형 강기가 단단하게 닫혀 있던 석관을 강제로 비틀어 열었다.
콰드드드드―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석관이 열렸다.
아스칼론을 쥔 채, 경계를 하고 있던 지크는 석관 안을 주시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석관 안에서는 뭔가가 힘없이 바닥 쪽으로 쓰러지듯 떨어졌다.
퍼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진 것은 축 늘어진 사내의 시신이었다.
‘뭐지?’
지크가 그림자를 일으켜 널브러진 시신을 뒤집었다.
지크는 그 즉시 시신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아벨 드레이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