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43
643화
렉스가 촉수에 심장이 뚫린 아서를 향해 달려가려 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라몬이 렉스를 붙잡았다.
“이미 늦었어!”
라몬은 아서를 향하려는 렉스를 붙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렉스는 그런 라몬을 내치고 다시금 아서가 있는 쪽을 향해 달려가고자 했다.
그런 렉스를 본 라몬이 어금니를 꽉 물고 품에서 다른 스크롤 하나를 꺼냈다.
그는 곧장 스크롤을 찢어서 마법을 발동시켰다.
우우우웅!
공간 마법이 발동하면서 빛이 뻗어 나와 라몬과 렉스를 휘감았다.
‘라몬과 렉스는 이렇게 빠져나갈 수 있었던 거구나.’
렉스의 몸속에 있던 지크는 무의식적으로 그 빛을 거부했다.
츠츠츠츠츠―
이내 빛과 함께 렉스와 라몬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
지크는 렉스의 몸속에 있던 자신이 공간 이동되지 않고 그 자신의 모습으로 동굴에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시스템 아카식코드가 발동합니다.] [권능 현자의 눈이 발동합니다.] [권능 재창조가 발동합니다.] [해당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합니다.]지크가 지닌 권능을 통해 렉스가 보지 못했던 과거를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반투명한 자신의 몸체를 본 지크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심장이 꿰뚫린 채 쓰러져 있는 아서 드레이커는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아서에게 양단된 외부종 마수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르르륵!
잘린 부위에서 촉수들이 튀어나와 서로 달라붙더니 나뉘었던 몸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재생력이 강한 외부종 마수의 특징을 몰랐던 거군.’
그들로서는 처음 보는 마수라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지크가 속으로 혀를 차는 그때, 외부종 마수가 몸을 일으키더니 쓰러진 아서 드레이커를 살폈다.
그러고는 촉수를 움직여 움직이지 않는 아서의 몸을 휘감더니 그대로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르르륵!
외부종 마수가 아서 드레이커를 들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지크는 의아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외부종 마수의 뒤를 따랐다.
외부종 마수는 아서 드레이커를 든 채 동굴 깊숙한 곳으로 내려갔다.
‘심장이 꿰뚫려 죽은 아서 드레이커를 외부종 마수가 데려간다?’
과거의 기억이었지만 신격을 얻은 지크의 권능을 통해 재구성된 것이었기에 현실과 다를 바 없이 재현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은 과거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었던 건지 지크가 의아해하는 사이, 마수는 더 깊은 지하로 계속 내려갔다.
그러던 중 지크는 어느 순간, 뭔가 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위의 던전이 자연 동굴이었다면 언제부턴가 지하로 내려가는 길목이나 복도가 인위적으로 조성된 곳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크는 이와 비슷한 구조의 건축물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오르크들이 만들었던 지하 건축물. 분명 그곳이 이런 양식과 구조였지.’
아서 드레이커가 찾고 있던 고대 신전은 오르크의 지하 미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르크가 만든 지하 미궁에 왜 외부종 마수가 있는 것인지는 그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
‘오르크가 만든 지하 던전에 위치한 고대 신전. 거기에 외부종이 지키고 있는 곳이라. 도대체 여기 정체가 뭐지.’
지크는 아까 전 아서 드레이커가 동료인 렉스와 라몬에게 이곳의 정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지크는 렉스의 몸속에서 아서 드레이커의 표정을 읽으며 한 가지 눈치챈 것이 있었다.
‘아서 드레이커 역시 이곳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수상한 고대의 신전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탐색을 할 만큼 아서 드레이커가 무모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런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그가 이곳을 찾아온 것은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애써 표정을 지우려 했지만…… 아서 드레이커는 분명 절박하고 초조했다.’
지크는 아서 드레이커의 무심한 표정 속에 숨겨져 있던 초조한 기색을 읽어 낼 수 있었다.
그는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곳에 내려와 ‘무엇인가’를 찾아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언제나 여유만만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 하는 아서 드레이커에게 그런 절박함에 시달리는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이 지크에게는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아서 드레이커가 이런 이름 없는 던전에서 마수에게 심장이 꿰뚫려 죽음을 당했다는 것 역시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 미궁의 끝에 이르면 알 수 있겠지.’
지크는 외부종 마수의 촉수에 감긴 채 어딘가로 끌려가는 아서 드레이커의 시신을 보며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한참 동안 복도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던 외부종 마수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지크 역시 마수의 뒤에서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이내 그는 마수가 마주한 어둠 속에서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놀랍게도 외부종 마수가 마치 기도를 올리듯 문 앞에 고개를 숙여 보였다.
마치 문에 새겨진 인장 앞에 경의를 표하는 듯한 자세였다.
‘저런 반응을 보이는 마수는 처음이다.’
지크는 앞으로 다가가 마수가 고개를 숙인 문의 인장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러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에 새겨진 인장은 지크 역시 잘 알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검의 인장?’
문에는 검성 섀턴 드레이커부터 쭉 이어져 온 절대검가 드레이커 가문을 상징하는 검의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다만 자세히 살펴보니 조금 다른 점이 보였는데, 섀턴 드레이커의 검의 인장과 달리 검 둘레에 태양의 형태와 비슷한 원이 그려져 있었다.
‘검과 태양의 인장이라.’
왜 이 고대 신전에 드레이커 가문의 검의 인장과 거의 같은 상징이 새겨져 있는지 지크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 인장을 향해 외부종 마수가 경의를 표하는 것 역시 불가해한 일이었다.
의문에 휩싸인 지크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다시 외부종 마수가 움직임을 보였다.
그르르륵!
촉수로 휘감고 있던 아서 드레이커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수십 개의 촉수를 문에 새겨진 인장 쪽으로 가져간 것이다.
이내 인장 주변에 미세하게 나 있는 구멍 속으로 마수의 촉수가 들어갔다.
그르르륵!
수십 개의 촉수가 구멍 안으로 들어가 문의 기관을 세심하게 움직였다.
끼리리릭! 끼릭!
검과 태양의 인장이 새겨진 원판이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검 끝이 위쪽으로 향하자 철컥 소리가 났다.
동시에 원판을 중심으로 검붉은 색의 빛이 문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츠츠츠츠츠―
잠시 후, 마치 문 전체가 모세혈관으로 뒤덮인 것처럼 검붉은 실금으로 물들더니 문이 양쪽으로 서서히 갈라지며 열렸다.
쿠구구구구!
문이 열리자 그 안쪽에 수천 명은 족히 들어갈 만한 거대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구! 쿠구!
공동의 벽은 놀랍게도 방금 봤던 문처럼 모세혈관이 퍼져 있는 듯 검붉은 실선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그 실선들은 음산한 빛을 내며 실제 혈관처럼 맥동하는 중이었다.
지크는 모습을 드러낸 공동의 기괴한 모습에 눈동자를 크게 떴다.
‘이런 신전이 있었다니.’
지크가 봤던 수많은 던전과 지하 미궁들, 사교도의 신전보다도 더 기괴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그르르륵!
그때 외부종 마수가 다시 촉수를 뻗어 아서 드레이커의 시신을 휘감은 채 공동 안으로 들어갔다.
지크는 정신을 차리고 마수의 뒤를 따라갔다.
안으로 들어서니 새삼 이 공동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넓이도 넓이지만, 위를 올려다보니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얼마나 깊은 지하에 만들어진 건지 짐작하기도 어렵군.’
안으로 들어오자 사방에 혈관처럼 퍼져 있는 검붉은 실선들이 맥동하는 것이 더욱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거대한 공간 자체가 살아 있는 듯했다.
지크가 내부를 살피는 사이, 외부종 마수는 아서 드레이커를 들고 공동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높게 쌓인 제단이 있었는데, 어찌나 높은지 탑처럼 보일 정도였다.
외부종 마수는 아서 드레이커를 데리고 그 제단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크는 마수의 행동을 살피며 함께 제단 위로 올랐다.
‘시신을 제단에 바치려는 건가?’
아직까지 마수가 무엇을 하는지 이곳의 정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벌어질 일이 아서 드레이커의 부활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지크는 차분히 마수를 따라 한참 동안 높은 제단을 올랐다.
그리고 제단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을 때, 그곳에 무엇인가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
지크는 제단 한가운데 놓여 있는 그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건……?’
그곳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동상이었다.
그가 놀란 이유는 바로 이 동상을 이전에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레이커의 검신상.’
드레이커 가문에서 아이들의 각성 의식에 사용하는 클래스 판별기이자 지크가 이전에 아서 드레이커와 함께 들어갔던 드레이커 가문의 비밀 공간에서 봤던 바로 그 검신상이었다.
지크는 고대 지하 신전 제단 위에 이 검신상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서 드레이커는 이 검신상을 드레이커의 선조인 검성 섀턴 드레이커를 본떠 만든 것이라 했다. 근데, 그 검신상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설마 아서 드레이커가 찾던 것이 바로 이 검신상인 건가.’
지크는 이 검신상이 섀턴 드레이커를 본떠 만들었다는 아서 드레이커의 말을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검신상은 굳건한 체격에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있는, 누가 봐도 기사다운 모습을 한 사내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지크가 알고 있던 섀턴 드레이커는 겉으로는 성별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몸이 가늘었고, 무기 역시 바스타드 소드가 아닌 얇은 세검을 사용했다.
그때도 검신상과 섀턴 드레이커의 모습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났다.
순간 지크의 머릿속에 무엇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 검신상은 섀턴 드레이커를 본뜬 것이 아니다.’
고대 신전에 놓일 정도라면 이 검신상은 영웅왕 시대의 이전, 즉 섀턴 드레이커가 살던 때보다 더 오래전에 만들어졌다는 의미였다.
‘절대검가 드레이커 가문은 섀턴 드레이커가 지멘스 아폴리온의 핏줄을 입양하여 만들어 낸 곳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이전이라면……?’
지크는 지멘스 아폴리온의 혈통이 거슬러 올라가면 첫 번째 마왕의 화신체가 되었던 솔로몬 왕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솔로몬 왕은 성좌들이 인간들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 낸 네피림에서부터 갈라져 나온 이였다.
지크는 비로소 이 검신상의 진짜 정체를 알 것 같았다.
‘현상계를 지배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첫 번째 네피림.’
그는 하비 드레이커를 흡수하면서 시스템을 통해 그 첫 번째 존재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위대한 현자의 호문쿨루스가 드레이커 혈통의 시조를 배양해 만든 존재가 바로 하비 드레이커였기 때문이다.
‘최초의 인간형 네피림이자, 드레이커 혈족의 시조.’
지크가 고개를 들고 검신상을 바라봤다.
“화신 아담.”
그가 검신상의 정체를 알아낸 순간 외부종 마수가 아서 드레이커를 제단 위에 올려놨다.
심장이 꿰뚫린 아서 드레이커는 완전히 숨이 끊긴 상태였다.
그런 아서 드레이커를 데려온 외부종 마수는 검신상을 향해 마치 경배하는 듯 고개를 숙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갑자기 검신상이 진동을 일으켰다.
쿠구구구!
그렇게 검신상을 시작으로 공동 전체가 진동했다.
쿵! 쿵! 쿵! 쿵!
아까보다 맥동이 더욱 커졌다.
거대한 심장 소리와 같은 박동과 함께 공동 바닥 곳곳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르르륵!
바닥에서 살덩이와 같은 부형체의 외부종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처음에는 형태를 갖추지 않고 있던 마수들이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모습을 뚜렷하게 갖춰 나갔다.
순식간에 거대한 공동이 수천의 외부종 마수들로 꽉 찼다.
그르르륵!
끼리리릭!
카가가각!
마수들이 제단을 향해 각자 기괴한 괴성을 내기 시작했다.
그때 제단 위의 검신상이 뒤로 물러났다.
츠츠츠츠츠-
검신상이 물러난 자리에 공간이 일렁이더니 무엇인가가 나타났다.
‘저건……?’
그것은 바로 검이었다.
온통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클레이모어 형태의 검.
이전에 가문의 비밀 공간에서 아서 드레이커가 지크에게 섀턴 드레이커의 검이라 칭했던 바로 그 검이었다.
그리고 지크 역시 이 검과 똑같이 생긴 검을 지니고 있었다.
‘그림자 검 칼라드볼그.’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지며 지크의 제어에서 벗어나는 탐식의 권능을 품고 있는 그 검이었다.
그때 바닥에 꽂혀 있던 검은 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츠츠츠츠츠―
검은색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기묘한 질감의 검은 돌 형태를 만들어 냈다.
지크는 검이 만들어 낸 검은 돌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다크 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