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the World Tree RAW novel - Chapter 474
메리의 케이크
달콤한 설탕과, 바닐라 냄새가 가득한 주방 안.
북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앞치마를 걸친 메리가 거품기를 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끄으응.”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탁탁탁.
자동 거품기도 없이 곧잘 크림을 만들던 메리는 거품기를 내려놓고, 노트북에 달려가 화면에 적힌 글자들을 한자씩 꼬박꼬박 읽어내렸다.
“계란 노른자에 버터~ 우유~ 설탕은 취향껏. 응? 취향껏? 얼마나 넣으라는 거지? 우음….”
턱을 잡고 고민한 메리가 손가락을 튕기며 머릿속 전구를 키웠다.
짧은 다리로 의자에 올라가 설탕 주머니를 꺼낸 메리는 그대로 보울에 힘껏 쏟았다.
-솨르르륵!
크림 위에 새하얀 눈이 잔뜩 떨어졌다.
“달면 달수록 좋아하겠지?”
메리의 깜짝 이벤트.
밤에 놀러가도 된다고 하였으니, 침소에 들어가도 될 테다.
오늘은 이시헌이 일을 가지 않는 날. 메리는 항상 격무로 피곤해하던 그를 위해 달달한 디저트를 만들어주려 했다.
“흥흥, 흥~”
콧노래를 부르며 만든 크림을 미리 구운 빵에 듬뿍 발랐다.
따끈따끈한 바닐라 향 빵에 달달한 크림!
신이 난 메리의 머리 위 나뭇가지가 씰룩거렸다.
“데코는 딸기랑~ 초코랑~”
크기도 작고 생긴 것도 못난이인 딸기가 아니라, 가장 크고 실한 딸기로 하나.
초콜릿도 금박이 씌인 고급 페레로목쉐로 준비했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메리는 머리 위에 있던 나뭇잎 하나를 똑 떼어 케이크 위에 올려두었다.
“흐흥♪”
팔짱을 낀 메리가 만족스러운 콧김을 내뿜었다.
첫 베이킹이지만 훌륭하다. 이시헌에게 칭찬받을 미래를 떠올린 메리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이걸 그릇에 담아서. 완성!
케이크가 담긴 그릇을 든 메리가 앞치마를 벗을 생각도 하지 않고 방을 나왔다.
“맛있게 먹어주겠지?”
키가 작은 메리가 깡충깡충 움직였다.
디저트를 먹기에 시간이 좀 늦긴 하지만, 이시헌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게 먹어주리라.
서둔 걸음 끝. 이시헌의 방 앞.
“히히.”
벌써부터 놀라서 자빠질 이시헌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엄청 놀라겠지?
키득대던 메리는 그릇을 화분에 있는 곳에 두고, 문틈 사이로 눈을 가져다댔다.
-서방님….
그 순간 아련맞은 목소리가 방 안쪽에서 들려왔다.
-서방님, 서방님. 읏, 흐읏….
메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 둘이 나 몰래 대체 뭘하는 걸까.
조그만 두 손으로 문 손잡이를 꼭 부여잡고, 메리는 문틈에 조금 더 시선을 집중했다.
치유의 세계수가 누워있는 이시헌의 몸에 올라타고 있었다.
“…옷 벗고 뭐하는 거야?”
홀딱 옷을 벗은 채, 치맛자락을 입에 물고 허리를 흔드는 치유의 세계수.
흔든다고 해야할까.
빙빙 돌리면서, 허리를 대각선으로 꺾고 내리찍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읏, 아앙…하앙! 서방님…! 서방니임!
허리를 내릴 때마다 요사한 목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가만 보고 있던 메리는 눈만 꿈뻑이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케이크 그릇을 바라보았다.
‘케이크. 지금 안 먹으면, 맛 없을 텐데.’
그렇게 한 번 시선을 돌린 때.
-흐으으읏!?
또 다시 치유의 교성이 울려퍼졌다.
메리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다, 두 손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왜인지 들키면 안될 것같고, 저 둘의 행위가 몹시 신경이 쓰였다.
목욕탕에서 그렇게 많이 봤던 알몸인데….
치유는 왜 그렇게 땀을 많이 흘렸을까?
그리고 그 이상한 목소리는 왜 낸걸까?
‘아니 그것보다. 너무해. 치사하게 새치길!’
이를 꽉 문 메리가 볼을 잔뜩 부풀리고 다시 문 틈새로 눈을 가져다 대었다.
보이는 거라곤, 이시헌의 두 다리와. 커다란 치유의 엉덩이.
곳간의 벼라도 찧는 듯 움직이는 치유 때문에 이시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비키라니까.’
메리는 속으로 치유에게 소리쳤다.
두 사람이 뭘 하는지는 둘째로, 우선 메리는 이시헌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서방님… 서방님. 서방니임….
팟팟팟.
커다란 손이 치유의 엉덩이를 꽉 쥔다.
-흐아아앙!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는 치유의 세계수가, 허리가 빠져 앞으로 넘어지고.
그 품을 이시헌이 끌어안았다.
엉덩이가 다시 올라가자, 보이는 핏발 선 커다란 살기둥.
투명한 액체에 젖어, 그 몽둥이가 치유의 세계수의 오줌구멍에 쑤셔넣어지고 있었다.
-아앙!
해괴하다.
‘…헉!’
메리가 숨을 삼켰다.
뭔가 보면 안 될 것을 본 것 같다. 문틈에서 시선을 뗀 메리는 문에 등을 기대고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콩닥 콩닥.
메리의 양 눈이 왕밤만해졌다.
‘뭐야, 뭐야뭐야!’
이시헌의 알몸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저런 게 없었다.
‘아니, 저 위치에 있어야했던 건. 저것보다 훨씬 작은…. 그러니까아….’
메리는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그래. 딱 이 손목 정도의 굵기였다. 어디에 쓰는진 몰라도 그냥 좀 신기하구나 했었다.
그런데 방금 본 건 거의 다리… 허벅지 정도.
그게 배에 쑤셔진 게 말이 되나? 메리는 저도 모르게 자기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으읏… 으응♡
목소리에 달콤함이 더해진다. 자기가 만든 케이크보다도 더 달콤했다.
메리는 숨을 삼키고 다시 문틈을 바라보았다.
이상한데.
왜인지 보게 된다.
‘…….’
헐떡이는 치유의 허리를 잡고, 치유는 이시헌의 몸을 끌어안고.
듬직한 이시헌의 몸을 자기 마음대로 어루만지며, 콧김을 내뿜는 치유의 세계수. 그녀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치유의 몸에서 돋아난 뿌리가 팽창해 빳빳하다. 몇몇 뿌리들은 이시헌의 몸을 속박하고 있었다.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집착을 담아 연결된 둘은 저 커다란 막대를 기준으로 왕복하는 움직임을 계속 취하고 있었다.
“…읏.”
메리는 침을 삼켰다.
몸도 얼굴도 화끈거렸다.
허벅지를 모은 메리는 아랫배를 감싸며, 치유의 세계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눈치 채지 않을까….’
메리는 오래 전에 이시헌에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자기 방에 누가 있는 것 같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혼자 있을 때 오라고. 훔쳐보거나 하지 말라고.
이시헌이 한 말은 지키는 메리였기 때문에, 지금 이 일에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호옥…!! 옹이잇!
두근두근.
이시헌과 약속했음에도, 메리는 눈을 떼지 못했다.
허리가 꺾인 채 몸을 부르르 떠는 치유의 세계수.
가슴이 불편하다. 뭔가 몽우리같은 게 져서, 딱딱해진 것 같다. 몸이 조금 달뜨고 가렵다.
메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기분이지?’
슬그머니 뻗은 손에, 조그만 손바닥 안에 꼭 들어가는 젖가슴이 쥐여진다.
“…!”
순간 느껴지는 아찔한 기분. 메리가 두 어깨를 올리며 몸을 떨었다.
“응?? 어…?”
메리. 생년 31세.
성(性)을 알다.
* * * * * * * * * * *
좆된다.
“서방님~ 흐흥. 서방니임~♡”
보쌈이든 뭐든 마음대로 하라고 했는데, 진짜로 왕을 상대로 실행에 옮길 줄은 몰랐다.
‘무슨 생긴 건… 교회 수녀마냥 생겨가지고.’
잘하는 거라곤 치유와 착정이 전부다.
나는 눈을 찌푸리며 옆에서 아양을 떠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서방님도 제가 좋은 거죠?”
“…….”
치유의 세계수의 피부에는 윤기가 가득했다.
얇게 자란 나뭇가지나 뿌리들이 굉장히 커지고 빳빳해졌고, 그 흥분한 뿌리들이 내 다리와 몸을 포박하고 있었다.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가 없는 상황.
물론 몸체가 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형의 치유는 무식하게 부드러운 몸의 살덩이들을 아주 잘 사용할 줄 알았다.
허벅지를 내 배 위에 올리고, 아랫배를 내 허리에 딱 붙인 채, 지금 이렇게 아양을 떠는 것만 봐도 그렇다.
“휴…. 서방님, 서방님!”
“왜 자꾸 불러.”
“엽록체가 떨릴 정도로 좋았어요.”
내 얼굴을 잡아끌어다가, 가슴 품에 쏙 넣은 치유가 달뜬 숨을 뱉었다.
“평생 이렇게 있으면 안될까요?”
“마음대로 해라… 열심히 일만 하면 못해줄 거 없으니까.”
“서방님이 말하시는 거라면…. 뭐든지요. 절 구해주신 서방님이시니까…. 전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
“입은 상처를 치료하는 건, 제 권능이니까요. 저는 제 힘이 좋아요. 서방님이 다쳐도, 치료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나는 손을 뻗어 치유의 손목을 잡았다.
고간에 정확히 손을 댄 치유의 아귀에서, 녹색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제발 이 좋은 능력을 이런데 쓰지 말아줄래…?”
권능은 소모형이다.
내가 발기의 경직도를 높이겠다고 【견고】의 권능을 쓰지 않는 것과 같이, 이 녀석의 치유도 아낄 필요가 있었다.
동백이라는 환자가 있고, 죽은 땅을 되살리려는 지금 그녀의 능력은 더더욱 필요했다.
“…서방님은 저를 안는 게 싫으세요…?”
풀내난다. 흙내도 나고.
“응.”
“…!”
솔직히 말하자, 치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처받을 말이지만 이 녀석에 한정해서는 괜찮다.
“싫으신대도 절 안아주신 걸 보면…. 절 엄청 좋아하는 걸 거에요. 사랑해요 써방님!!!”
이것 봐라. 곧잘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달려드니까.
불쌍한 척, 슬픈 척은 오직 나를 따먹기 위해서 기용하는 전략에 불과하고, 현실은 이렇다.
입이든 보지든 엉덩이든, 모든 게 만족해야만 끝이 난다.
“슬슬 일하러 가야하니까. 비켜줄래?”
“…그럼 서방님이 직접 안아줘요.”
“그래.”
토닥토닥.
등을 두들기자 만족한 치유가 뿌리를 거두어주었다.
근 9시간만에 녀석의 품에서 벗어난 나는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왔다.
-끼이익.
“…음?”
복도에 나오니, 진한 우유 냄새가 맡아졌다.
‘케이크?’
눈을 아래로 내리자 케이크가 담긴 접시가 보였다.
화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어, 금방이라도 떨어질것처럼 기울어진, 딱 봐도 투박한 모양의 케이크.
누가 선물로 주고 간 걸까.
생긴 건 이래도 맛은 있을 수 있다.
나는 바람 마법으로 케이크를 쪼개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어우.”
심각하게 달다.
나는 누가 만든 건지 정확히 파악했다.
구슬은 일반적인 가사 능력이 출중하고…. 목화나 인내는 관심이 없다. 치유는 거하게 즐기느라 이런 걸 만들 시간이 없었다.
주방을 쓸 정도로 간이 크면서, 요리는 못하는 사람은 이 세력엔 한 명 뿐이다.
“…음.”
왜 이걸 전해주지도 않고 그냥 가버린 걸까.
케이크를 들고 걸어가던 나는, 이어서 동백이 자고 있을 건물로 이동했다.
-쿵!
문을 열자, 동백이 꿈틀거렸다.
“…왔어요?”
“어. 오늘은 괜찮네?”
이불 상태가 보송한 게,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
나는 협탁에 케이크를 두고 먼저 물을 따서 동백의 입에 넣어주었다.
“…목이 엄청 말랐어요.”
“이제 쌀테고.”
“시끄러워요… 그리고. 이게 무슨 냄새에요? 비릿한데.”
맹인은 후각도 민감한 걸까. 거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나는 잘린 케이크를 한 입 넣어주었다.
“웁! 음…?”
뭔가 입 안에 들어와서 당황했다가, 곧잘 씹기 시작하는 동백.
“맛있…는데. 이걸 왜 주신 거에요?”
“맛있다고?”
“평생 처음 먹어보는 맛이에요.”
얘가 입맛도 조금 이상한 걸까.
입 쪽에 있는 마력 회로는 건들지 않았는데.
“그럼 더 먹어.”
“…네? 네??”
메리가 만들어준 성의가 있으니, 나도 몇 입 정도는 더 먹었다.
동백은… 정말 케이크가 맛있는지 오물오물 잘도 먹었다.
“왜 이런 맛있는 걸. 또 저를…?”
“이건 그냥 주는 거야.”
뭐든지 정치로 생각하면 탈이다.
‘위에 있는 초콜릿은 또 뭐야.’
페레로목쉐?
‘참.’
이 이름 짓는 센스만큼은 절대 닮고 싶지 않다.
“벌려.”
“네.”
동백의 입에 초콜릿을 넣어주고, 나는 딸기를 먹었다.
나중에 감사 인사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