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the World Tree RAW novel - Chapter 480
동백나무 (2)
언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걸까.
카멜리아는 생각했다.
[당신은 정말 믿음직스러운 것 같아요, 카멜리아.]평생을 약속한 사이.
설령 누구 하나가 불구가 된다고 할지라도, 동백과 카멜리아는 서로를 돕고 상대를 위하며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누가 올지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카멜리아는 그리 생각했는데. 아가씨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하셨다. 사지를 잃고 시력을 잃었으니까. 남몰래 많이 울었다는 사실도 카멜리아는 알고 있었다.
사건이 터지고.
[카멜리아, 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버님도 어머님도, 모두 죽었어요. 제 몸도 망가졌어요.]한 번 절망했던 아가씨를 부축하고.
[흑, 제 곁에 남은 사람은 당신 뿐이에요….]우리는 다시 일어섰다. 그녀는 이제 가문의 주인이었다.
사지를 잃은 후, 동백은 누군가에게 신뢰받지 못할까 굉장히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살기도까지 하였을 땐 방황할 뻔했다.
서로 사이가 멀어질 뻔한 적도 있었으나, 카멜리아는 성심성의껏 그녀를 돌봐 주었고, 그 진심을 알아챈 동백은 겨우 진정해주었다.
‘…아가씨.’
나는 그녀의 팔이자, 다리이며, 눈이다.
카멜리아(camellia)란 이름은 오직 그걸 위해 지어졌다.
모든 고난을 어떻게든 넘긴, 두 사람.
그러니까 이번에도, 어떻게든 이겨낼 거다.
“이곳으로 찾아 와라.”
카멜리아는 왕이 남긴 편지 하나를 꺼내 읽었다.
자그마한 주소는 왕의 거처에서 좀 멀어진 장소였다.
‘이곳에 아가씨가… 계신다면.’
일단은 만나야 한다.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해 정신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동백의 정신은 그날 이후 크게 마모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왕이 어떻게 못할 것도 없었다.
“바로, 가겠습니다.”
어둡게 그림자가 깔린 그녀의 얼굴에 자그만 희망의 빛이 돌아왔다.
* * * * * * * * * * *
허튼 짓.
카멜리아의 안색을 본 구슬이 한 생각이었다.
“안녕. 얼굴 기억하려나? 나도 잠시 있긴 했는데.”
“당신은-”
“맞아.”
영지의 온갖 곳을 들쑤시며, 도시의 경제나 각종 기밀을 잔뜩 탈취한 뒤. 최후에는 동백의 확보에도 가담했던 인물.
“프히히. 됐고, 따라와.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아가씨를 보여줄 테니까.”
구슬은 한없이 가벼운 얼굴로 흰 장갑을 손에 씌었다.
팔짱을 지르고 힘있게 내딛는 발걸음. 기세등등한 그녀의 모습에 카멜리아는 숨 죽이고 그녀를 뒤따랐다.
“아가씨가 그렇게 중요했나 봐? 여기까지 뒤따라 오고.”
“…당연히 중요합니다.”
“왕이 널 팔거나, 못된 짓을 할 텐데도?”
“그걸로 아가씨의 짐이 덜어진다면… 상관 없습니다.”
“찐충성이네. 뭐, 그 마음은 높게 사. 만약 내가 너고, 아가씨가 왕이었다면. 나는 버렸을 거거든.”
진심일까.
왕이 몇몇 간부들에게 충성을 사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얼마 전에는 반란도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고.
거짓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카멜리아는 그 소문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말이야. 그 놈이 원체 성욕이 많아야지.”
“…성욕 말씀이십니까.”
카멜리아는 조용한 분노를 태우며 구슬을 뒤따라 걸었다.
1층에서 긴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응, 성욕 많아. 특히 처음 보는 여자면….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꼭 하지.”
“…….”
“그러다 마음에 들면, 뭐. 끝나는 거야.”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이야기 내용은 카멜리아에겐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말 뿐이었다.
설마 아가씨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까.
시간이 꽤 많이 지난 터라 불안해진 카멜리아가 땀을 흘렸다.
“왕이 주는 쾌락은 견디기 힘들지.”
“그 말을 저한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가씨도 그렇게 되었다고 말씀하실 생각인가요?”
“몰라.”
“모른다니….”
“왕의 침소를 내가 잘 알 리도 없을뿐더러…. 오늘 아침부터 시작됐거든.”
오늘 아침.
왕에게 소식을 전달받은 게 어제 저녁이고, 카멜리아는 즉시 침을 챙긴 후 거의 빈 몸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몸이 급해진다.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것 같았다.
몇 초인데도 끊이질 않는 인고의 시간.
구슬은 그녀에게 피식 사악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떻게 됐을까.”
-우웅!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가장 앞쪽 문을 두드린 구슬이 뒤돌아 카멜리아를 바라보았다.
카멜리아는 손에 땀을 쥐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그 문에 섰다.
상대는 왕이다. 그런 일이 일어날 줄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맞닥뜨린다는 것은,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할지라도 쉽지 않았다.
-달칵.
문고리를 쥐고, 벌컥 열리는 문.
앞장 선 구슬이 굳은 얼굴로 신발장의 옆에 섰다.
이윽고 카멜리아의 눈에 호텔 방 안의 광경이 펼쳐졌다.
-들썩, 들썩.
움직이는 침대의 끄트머리.
코 끝에 맴도는 자극적인 체취와, 정분을 나눈 뒤에 남았을 정액의 향.
-읍… 읍!
동시에 짤막하게 울리는, 숨이 턱 막힐듯한 목소리는 카멜리아가 잘 알고 있는 그 음색이었다.
“…아가씨.”
카멜리아의 목소리가 급해졌다.
-쾅!
문을 격하게 열어젖힌 그녀가 안으로 들어갔고, 구슬은 카멜리아를 막지 않았다.
신발장에 카멜리아가 들고온 짐이 내팽겨쳐졌다.
“이미 끝났어.”
건조하게 울리는 구슬의 목소리.
“…아가…씨?”
카멜리아의 시선에,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읍…읏…아앙…! 응. 조아….”
알몸의 동백이 점도가 높은 액체에 찌들어, 왕에게 장난감처럼 부려지고 있었다.
속옷도 옷도 입지 않은 동백은, 혀를 내밀어 왕의 손을 적극적으로 빨고 있었다.
“츱, 츄르릅. 앗…흐읍…. 앗, 아앙…♡”
기분 좋아 보이는 목소리. 실눈을 감은 눈가엔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쑤컥, 쑤컥. 아랫배를 들쑤시는 흉기에 동백은 발버둥도 치지 못했다.
아니….
발버둥을 치지 않는다고 하는 게 맞는 걸까?
동백은 자신의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쑤셔지는 지금을. 성욕의 배출구로서 사용되는 것에 흥분하면서.
자위 도구처럼. 허리를 쥐고 있는 힘껏.
-파앙!
배꼽 아래까지 굴곡이 늘어남과 동시에, 동백의 입에서 달콤한 침이 줄줄 흘렀다.
“흐으……오오옥…!!”
짜릿한 쾌감에 몸을 떠는 동백. 가버린 듯 보지가 움찔거리고, 투명한 액체가 분사되었다.
“…왕. 네놈!!!”
대로한 카멜리아가 나서려는 순간, 구슬의 손이 카멜리아의 옷을 잡아당겼다.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이걸 보여주려고, 여기까지 데려 왔다고? 차라리 죽여-”
“닥치고 있어.”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카멜리아의 몸이 굳었다.
그녀를 빠르게 제압한 구슬이 카멜리아의 목을 가볍게 쥐며, 그녀를 쓰러뜨렸다.
“앙…아읏, 으으응…”
카멜리아가 온 지도 모르는 듯. 허리를 빙빙 돌리는 동백.
남자의 손가락이 볼 안쪽을 더듬자, 입을 벌린 그녀가 애타게 말해왔다.
“…더 해줘요…. 응흣…. 왕…. 자지.”
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흐, 안 보이는데 형태가 다 느껴져요…. 크고 듬직하고….”
“아가씨. 제발…”
“오오오옥… 옹이 뭉게진다아…♡ 앗, 앗, 앗…!”
“왜, 왜….”
동백이 자신의 생활에 자괴감을 느끼며 슬퍼한다는 사실 정돈 카멜리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이건 아니지 않나.
-팡, 팡, 팡! 팡!
“간다… 간다앗… 아아아앗!?!”
음부에서 튄 물줄기가 바닥에 떨어지고.
넘친 정액이 덩어리째 후두둑 떨어졌다.
카멜리아는 자신의 눈도 가리지 못하고 그 광경을 빤히 볼 수밖에 없었다.
질끈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헤엑… 헥♡”
완전히 쾌락에 지배된 암컷의 모습.
한때 마이다스의 손이라 불리었던, 재계의 한 축이 저렇게 무너져 내렸다.
“…아가씨가. 무얼 잘못했다고….”
허망에 절여진 카멜리아가 고개를 숙였다. 손에 힘이 풀려 구슬이 제압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무너진 동백의 모습은… 만약 구할 수 있더라도 이미 늦은 상태.
오래 전에 일컬어지는…. 목령왕에게 지배된. 무수한 귀족들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왜 저 사람이 4대 귀목 중 하나일까.”
“…….”
허량한 카멜리아의 볼을 구슬이 찔렀다.
“무엇이 이득이 될 지는 몰라도… 아는 게 있는데. 일단 속궁합이 엄청 좋거든.”
“…….”
“한 번에 저렇게 될 정도로.”
구슬의 양팔이 카멜리아의 목을 조여댔다.
카멜리아는 말없이 눈앞을 바라보았다.
정액에 노출되어 온 몸이 끈적해진 동백이 허리를 떨며 멈춰 있었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할딱이는 소리도 내지 않고. 마치 정지한 비디오테이프처럼.
“…….”
뭐?
카멜리아의 눈동자가 커진 순간, 구슬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놀랐어?”
-파지직.
환시(幻視).
사라지는 광경. 언제 정신 마법에 걸린 걸까.
카멜리아는 침을 삼키면서도 손을 움직여 구슬의 팔을 잡아 내팽겨쳤다.
“잘도….”
구슬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이는 카멜리아.
“잘도 이런 짓을…! 이 씨발-”
한 번, 정말로 꺾였다.
가짜라는 걸 알고 돌아오긴 했지만. 분노에 찬 그녀의 손이 벌벌 떨렸다.
머리에 혈액이 몰려 의식이 엇나갈 뻔도 했다.
“오른쪽 끝 방에 있어.”
카멜리아가 구슬에게 해를 입히기 직전, 아무 표정의 변화도 없던 구슬이 툭 던지듯 한 마딜 내뱉었다.
그녀의 주먹이 떨린다. 이대로 한 방 내리칠까 생각도 했지만.
“…큭.”
우선은 아가씨다.
구슬을 내버려둔 카멜리아가 급하게 복도로 나왔다.
구슬은 말 없이 카멜리아를 바라보더니 옷을 툭툭 털어댈 뿐이었다.
-탁, 탁, 탁!
급하게 뛰는 카멜리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가씨, 아가씨…!”
눈앞에 광경이 스쳐지나간다.
한 번 그 꼴을 봤던지라 몸이 굉장히 급해졌다.
항상 순수하고 상냥했던. 그리고 선량해 모든 사용인이 그녀를 사랑했던 그 사람.
-쾅!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등을 돌려버린.
“…처음이지만. 그렇게, 읏.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아파요. 아픈데…. 중독성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있어.”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하는 걸요…. 아이가 생기진, 않을까요? 생기면 어쩌죠?”
동백의 목소리에 카멜리아가 무릎을 꿇었다.
이미 새하얀 액을 받은 동백은, 관계 후의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린…?”
명백한 파과의 흔적. 음부에서 흘러내려 생긴 핏기에 카멜리아는 눈을 감았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동백의 모습.
이미 무언가 큰 걸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카멜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몸이 붉게 물들어, 한껏 달뜬 기색이 있다.
동백은 남자에게 폭 안겨 볼을 품에 기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왕의 눈이 카멜리아를 향했다.
“…누가 온 건가요?”
“오긴 했지. 그래서, 느낌은 어땠는데?”
“……누가 앞에 있는데도 그 소리를 하라고요? 옷을 먼저 입혀주세요….”
“이불로 가렸어.”
“참….”
카멜리아의 입술이 벌어지는 것보다, 동백의 말이 빨랐다.
“누군가에게 지배되는 감각도…나쁘진 않았어요.”
카멜리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뚝.
끊겨버린 것은 동백의 선만이 아니었다.
“완전히 꺾였네.”
복도 쪽에서 걸어온 구슬이 카멜리아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가장 먼저 이 모습을 보여줬다면, 카멜리아의 정신은 아슬하게나마 남아있었겠지.
“아, 아…. 아아.”
그래서 하나의 마법을 남겨두었을 뿐이다.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꺾어버리도록.
허튼 짓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미 아가씨가 왕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전하려.
“카멜리아.”
“네, 카멜리아…요?”
구슬의 말에 동백이 반응했다. 아찔한 숨을 내쉬던 동백은 왕에게 안긴 채 꼬물댔다.
“아가씨….”
“카멜리아? 어떻게 이곳에…. 설마 당신-”
동백의 물음에 왕이 답했다.
“널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던데. 기회를 주었지. 그래서 돌아갈 거냐?”
왕의 물음에 동백이 멈칫, 얼굴을 굳혔다.
손이 없어 어깨를 움직여 팔을 펼친 동백.
“…기다리면, 도움이 온다고. 저번에 말씀하신 게, 이거였나요?”
“그건 모르지.”
“…….”
왕이 손가락을 집어넣자, 동백이 그 손을 살살 빨았다.
아찔한 숨과 함께 촉촉해진 등을 쓸어 내리자, 동백이 몸을 흔들었다.
“늦었어요. 그러기엔…정말로 많이 늦어버린 걸…요.”
카멜리아의 주먹에서 힘이 풀렸다.
“미안해요 카멜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