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195
흑과 백의 콘트라스트 (2)
창문을 통해 달빛이 들어오고 있는 자그마한 자취방.
그곳에서 나는 곤히 잠들어있는 에스타시아를 옆에 두고서, 홀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는 새로운 메세지가 연달아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새로 떠오른 메세지의 대부분은 카르마의 획득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 카르마가 2 상승했습니다.
– 카르마가 16 상승했습니다.
– 카르마가 4 상승했습니다.
교단의 신도들에게 전쟁의 개전을 명령한 이후.
카르마 2배 쿠폰을 사용한 나에게는 계속해서 막대한 양의 카르마가 들어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100만 카르마를 채워버릴 것 같은 속도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평상시에는 생각조차 하지못했던 양의 카르마가 들어오고 있었다.
스마트폰의 메세지 박스에 떠오르는 수많은 획득메세지를 지켜보다보면, 어째서 악신과 여섯 여신의 전쟁이 주기적으로 벌어졌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막대한 카르마를 손에 넣는것에 있어서 전쟁만한 수단이 없는 것이다.
“전쟁이라······.”
아로니아의 이야기에 따르면, 내가 악신의 역할을 이어받기 전에도 여섯 여신과 악신의 대결은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역행의 신은 처음부터 의사가 있던 인격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두 진영이 계속해서 전쟁을 벌여왔던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화면을 보고있는 내 머릿속에만 해도 벌써 몇가지나 되는 이유가 떠올랐으니 말이다.
“천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겠지.”
하나는 에 그들의 대립구도를 인식시키는 것.
은 특정한 신이 과도하게 세상에 개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
가장 완벽한 존재여야만 하는 신들이 우습게도 혼자서는 완전해질 수 없는 것이다.
대척점이 존재하지 않는 신은 신으로서 군림하는 것이 불가능한 까닭이었다.
“대량의 카르마를 안정적으로 얻을만한 방법도 필요했을거고.”
또 하나는 전쟁으로 인해 증가할 카르마가 목적이었을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불안과 혼란은 신앙에 대한 신도들의 의존도를 가중시켰을테고, 그로 인해 여신들의 카르마 수급량은 평소보다 증가했을 것이다.
게다가 전쟁이 진행될수록 커져가는 생명의 순환은 서로에게 막대한 카르마의 이득을 가져다주었을 터.
아무리 생각해도 여신들이 주기적으로 전쟁을 벌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보였다.
“조율의 여신은 그 자리에 나를 앉히려고 하고 있는거겠지.”
그런 상황에서 조율의 여신은 다른 여신들을 모두 끌어내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두 신의 대립으로 인해 발생할 막대한 이익을, 악신의 신격을 손에 넣은 조율의 여신과 그녀가 신으로 만들어놓은 내가 둘이서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서는, 내가 사는 지구에서도 신으로 군림하고자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져나갈 전쟁의 구렁텅이에 나를 몰아넣으려는 것이었다.
– 높은 수준의 이 발생했습니다.
– 높은 수준의 이 발생했습니다.
– 높은 수준의 이 발생했습니다.
나에게 있어서는 해가 될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숨이 붙어있는 것도 전부 에스텔이 나를 선택한 덕분이고, 한낱 인간에 불과했던 내가 그녀 덕분에 신격을 얻어가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이익인가 손해인가의 측면에서 보면 나에게 하등 나쁠 것이 없는 이야기었다.
내 앞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내 손으로 죽게만든 사람들의 모습에서 눈을 돌린다면 그것으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당하기만 하고 사는건 성미에 맞지 않거든.”
그럼에도 눈앞의 안락함과 타협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에스타시아의 앞에서 맞서싸우는 것을 천명한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고른다면 무조건 에스텔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는 길이어야만 했다.
아로니아에게 조율의 여신에 대한 조사를 부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태어날때부터 높은 곳에 계시던 여신님이 미천한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가지 그녀에게 닿을 수 있는 힌트를 발견했다.
천상의 여신이 자신을 담기 위해 선택한 그릇.
천상의 여신이 위대한 힘의 편린을 내려 빚어낸 무구.
이 두가지가 기적처럼 맞물리는 순간에, 내 계획은 빛을 발할 것이었다.
에 닿은 순간 부터 나는 오로지 그것만을 연구해왔으니까 말이다.
– 높은 수준의 이 발생했습니다.
– 으로 인해 [신기 : 아스칼론]이 한단계 해방되었습니다.
신격을 죽이는 방법.
정확히는 카르마의 천칭에서 신위의 연결을 떼어내는 방법.
지금까지의 나는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날카로운 칼날을 갈아왔다.
그러니까, 그 모든 과정을 거쳐서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강림과 동시에 조율의 여신을 죽인다.”
신의 힘을 빌어 신에게 닿는다.
지금부터 정점에 선 이를 무너뜨리는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켜볼 생각이었다.
* * * * * *
아레인 크로스트.
전대 지식의 영웅이자 대륙이 낳은 불세출의 천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게 물든 하늘의 너머로 계속해서 악신의 군세가 다가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것은 두터운 방어막에 감싸여있는 천공의 요새였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보이는 그 거대한 크기에 아레인이 손을 들어올렸다.
“격추가 가능할지 확신이 서지않는군.”
아레인의 기감에 감지되는 요새의 크기는 요정족의 여왕이 사용했다던 전설속의 공중정원과도 비견될만한 크기였다.
어지간한 위력의 공격으로는 궤도를 비트는 것조차 쉽지 않을 터였다.
그런 물건을 격추하려면 가공할만한 위력의 공격을 쏘아내어야만 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아레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지식의 영웅이었던 시절이라면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끌어와서 공격을 시도했겠지만, 지금의 아레인 크로스트는 영웅의 힘을 잃어버린 망령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마음껏 활개치고 다니도록 놓아둘 수는 없겠지.”
그렇다고 해서 저만한 요새가 성지 위를 자유롭게 오다니도록 놓아둘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요새를 격추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요새에 있는 악신의 군세를 일부나마 줄이는 정도는 가능할 터.
아레인은 요새의 방어막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내기 위한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극한까지 관통력을 높인 공격마법에 이것에 덧씌운다면, 공중을 표류하고 있는 녀석들도 위협을 느끼고 무언가의 반응을 보일 것이었다.
“——블레이즈.”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 아레인의 주변으로 수많은 마법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허공에 새겨진 빛의 마법진은 다른 마법진과 반응하며, 이내 서로 뒤섞여 커다란 마법진을 만들어나갔다.
불꽃의 뒤에는 새로운 불꽃이 덧대어졌다.
그런 불꽃의 앞에는 길을 뚫어낼 뜨거운 화염의 마력이 응축되었다.
몇개인가의 마법이 겹쳐져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나가고 있으면, 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아레인의 기감에 무엇인가가 감지되었다.
“이건······.”
“아레인 크로스트!”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의 저편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법을 사용해 시야를 보정한 아레인의 시선이 대상의 정체를 확인했다.
크게 펄럭이는 검은색의 망토를 두른 채로, 지상을 향해 강하하고 있는 평범한 인상의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남자는 대비되는 색상의 검 두자루를 허리춤에 매달아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백색의 성검. 그리고 악신의 신기.
아레인은 어렵지 않게 상대의 정체를 짐작해낼 수 있었다.
“타락한 영웅이군.”
사도 피터.
악신의 꼬임에 넘어가 타락해버린 교단의 사도였다.
눈앞에 보이는 사도의 모습에 아레인은 조준하던 마법의 궤도를 비틀었다.
지이이이잉.
피터를 향해 겨누어진 마법이 응축된 불꽃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블레이즈.”
콰아앙!
아레인의 손아귀를 떠난 마법이 커다란 파공성을 터뜨리며 나아갔다.
몇단계나 중첩된 화염의 마법이 피터를 노리고 쏘아져나간 것이다.
제아무리 사도라고 하더라도 직격당하면 멀쩡하지 못할만한 마법이었다.
지상을 향해 내려오던 피터는 날아오는 마법을 보고 곧장 백색의 성검을 꺼내들었다.
“——여신이여!”
파앗—!
피터가 뽑아든 백색의 성검에서 빛이 터져나오더니, 이내 아레인이 쏘아냈던 마법의 불길이 한층 사그라들었다.
마법을 약화시키는 백색의 성검이 그 위용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성검을 이용해 마법을 약화시킨 피터는 망토를 펄럭여 날아오던 마법을 가로막았다.
쾅!
아레인이 쏘아낸 마법은 예상보다도 훨씬 약한 출력을 보이며 공중에서 터져나갔다.
연기를 뒤집어쓴 채로 지상에 내려오는 피터의 모습에, 아레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여전히 여신님을 모욕하는군.”
“아레인 크로스트! 여기에 악신의 사도가 왔다······!”
자신을 향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치는 피터는 여전히 신성모독을 서슴치 않는 모습이었다.
제대로된 교육을 받고 자라지 못한 이교도들이 자주 보이는 태도였다.
하기야, 영광스러운 영웅의 자리를 거절한 녀석에게 제대로 된 머리가 남아있기를 바라는게 어리석은 일이었다.
펄럭.
휘날리던 망토를 되돌린 피터는 악신의 권능을 빌어 바닥에 착지했다.
어둠을 가르고 지상에 내려앉은 피터의 머리카락은 심하게 헝클어져있는 모습이었다.
“사악한 악신의 종이여. 네놈에게는 지성이라는게 없는거냐?”
아레인은 자신의 앞에 내려온 피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악신을 섬기면서 뻔뻔하게 여신의 이름을 제 입으로 부르짖는 녀석이다.
이미 이전에 한 번 마주했다고는 하지만, 영웅의 자리를 저버린 배신자를 다시 한 번 보는 기분은 무척이나 끔찍한 편이었다.
악신이 개입하지만 않았어도 진작에 그 자리에서 끝났을 싸움이었다.
그렇게만 됐다면 이런식으로 저 재수없는 면상을 재차 마주하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제 주제는 어느정도 이해한 모양이군.”
면전에서 모욕을 주었음에도 피터는 조용히 검을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흥분해 자신을 향해 달려들거라 생각했건만, 의외로 피터는 굉장히 차분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제아무리 모자란 녀석이라고는 해도, 자신이 부족하다는 자각정도는 있는 모양이었다.
얌전히 있는 피터를 향해 아레인이 한마디를 더 늘어놓으려고 하는 순간.
가만히 있던 피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사나이는 검으로 말하는 법이거든.”
그렇게 말한 피터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철컥.
검집에서 뽑혀나온 묵빛의 검이 비어있던 피터의 손에 쥐어졌다.
백색의 성검. 그리고 흑색의 마검.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두 자루의 검을 쥔 악신의 사도가 아레인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다.
“······.”
사나이는 검으로 말한다.
용병들 사이에서 전해져오는 오랜 격언이었다.
피터의 말을 조용히 머릿속으로 되새기던 아레인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마법사인 그의 손에는 검이 쥐어져있지 않았다.
반면 눈앞에 있는 피터의 손에는 두 자루의 검이 쥐어져있는 모습이었다.
그를 통해 피터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명확했다.
“멀뚱히 서서 뭘하고 있는거야? 사나이는 검으로 말한다고 했을텐데. 아니면 설마··· 사나이가 아닌거냐?”
피식.
자신을 비웃는 피터의 모습에 아레인은 조용히 허공을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