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44
정도를 무엇이라고 여기는 거요? (1)
남궁효우가 이끄는 무림맹 무사들과 비문 상단의 무사들이 왜구를 밀어붙였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어 한 걸음 뒤에서 그들이 싸우는 것을 봤고 비문 상단주의 검술이 눈에 띄었다.
“아직 대피하지 못한 양민들을 먼저 보호하고 세 명씩 모여 삼호진을 펼쳐라!”
삼호진은 세 명이 원처럼 둘러 가운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검진이었다.
공격적인 검진이 아닌 수비적인 검진이라 양민들을 지키는 데 아주 적절한 검진이었다.
‘싸우면서 주변을 살피는 게 힘든데 싸움을 여러 번 해봤구나, 판단이 빨라.’
비문 상단주의 검은 묘한 살기를 머금었으나 무분별한 살기가 아니라 잘 정제된 살기였다.
이러한 살기를 발휘하는 검법은 여러 가지지만, 비문 상단주가 하는 초식들은 눈에 익었다.
‘형산파의 제자인가?’
형산파의 검법인 칠살검법의 초식들이었다.
일곱 개의 초식으로 상대를 죽인다는 형산파의 검법이었다.
무위는 절정 수준, 검기를 발현하는 것을 보니 녹안도귀와도 호각으로 싸웠을 것 같았다.
“주군! 저희는 계속 이곳에 있습니까?”
“저들이 막고 있는 한 왜구들도 섣부르게 들어오지 못할 거니 이곳에서 지켜보자.”
“네!”
왜구의 수는 꽤 많았다.
적어도 서른 명 이상, 밀리긴 하지만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게 이상했다.
보통 왜구들은 관군이나 무인들이 오면 도망치는 이들인데 우리가 있는데도 침입하는 것을 보면 명확한 목표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그때 벽이천이 당황한 소리가 들렸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사각에서 돌아 들어오는 왜구 한 명이 있었다.
왜구는 양민에게 달려들었고 남궁효우가 왜구를 발견하고 뒤늦게 신형을 날렸으나 닿기에는 먼 거리였다.
다른 이들이 미처 대처하지 못할 때, 난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렸다.
거리는 오 장.
단숨에 좁혀지자 검집에서 검을 출수해 왜구의 칼이 양민에게 닿기 전, 왜구의 목을 그었다.
촤아아아아악!
매서운 기세로 돌진하던 왜구는 털썩 쓰러졌고 비문 상단주에게 말했다.
“이 너머는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지킬 터이니 당신은 왜구들을 상대하시오.”
“네! 대협!”
비문 상단주는 다시 싸우기 시작했고 남궁효우는 나를 보더니 흐뭇하게 웃곤 전음을 보냈다.
[왜구를 처리하고 대화를 나누자꾸나.]
[예, 알겠습니다. 이곳은 제가 지킬 터이니 마음 놓고 왜구를 소탕하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바닥에 검으로 선을 그었고 그 앞을 지켰다.
무림맹 묵호대는 일류 무인들도 있으나 그들을 이끄는 부대주 남궁효우는 절정 경지에 이른 자였다.
그에 비해 왜구들의 무예는 형편없었다.
‘오합지졸이구나.’
그들은 진법도 없이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밀고 들어왔고 무참히 죽어갔다.
그리곤 시선을 돌려 남궁효우의 검을 견식 했다.
후기지수 중, 검으로는 따를 자가 없다고 하여 ‘검호(劍虎)’라고 불리는 자.
저번 삶에서는 남궁세가주가 된 모습만 봤었는데 후기지수 때의 검술을 보니 역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
섬광이 번쩍이는 것처럼 검에 두른 검기가 왜구의 몸을 번개처럼 찌르며 갈랐다.
남궁세가의 직계들만 익힐 수 있는 검술로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검이었다.
‘한 자루의 검은 능히 하늘을 뒤덮고, 의로움이 실린 검은 하늘을 꿰뚫으며, 벼락처럼 쇄도하는 검이 닿지 못하는 곳은 없더라.’
창궁무애검법의 묘리였다.
대성을 이루면 능히 한 자루로 하늘을 벨 정도의 무위를 지닌 검.
‘검왕가라 불릴 자격이 있는 자들이다.’
중원 무림에 검을 다루는 곳은 많았다.
그러나 그 많은 곳에서도 우뚝 서 있는 하늘이 ‘검왕가’ 남궁세가였다.
창궁무애검을 비롯해 가주들에게만 전해지는 제왕검형(帝王劍 形)은 그들을 오대세가의 정점에 있게 만들어줬다.
촤아아악!
남궁의 검 앞에 왜구들은 무참히 죽어갔다.
남궁효우가 한 명의 왜구를 더 벴을 때, 멀리서 화살이 날아오며 그의 발아래에 꽂혔다.
쉬이이익!
왜구들이 타고 온 배 위에서 궁수들이 활을 쏘며 엄호를 했다.
[무정아, 이곳을 지키거라.]
[네? 저 못 싸우는데···.]
[괜찮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저들에게 충분한 위협이 될 거다, 난 배 위에 궁수들을 없애고 오겠다.]
[알겠습니다! 주군!]
탓.
그들을 보고 난 배로 순식간에 신형을 날렸다.
순식간에 배에 오르자 왜구들은 당황해하며 나에게 뭐라고 말했으나 이 녀석들이랑은 쓰는 언어가 달라서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이들이 지금 뒷걸음질을 치며 나를 두려워한다는 걸.
“중원 무림인이냐?”
뒤편에서 나오는 자는 우리 말을 할 줄 아는 왜구였다.
“너희들이 무참히 죽인 것은 무고한 양민들이다. 어째서 이토록 처참하게 짓밟았느냐!”
“하하하하! 어차피 우리는 돈만 받으면 되거든! 돈을 받았으면 그 값을 해줘야지! 안 그래?”
“이대로 죽어도?”
“상관없지. 바다에서 죽나 육지에서 죽나 죽는 건 매 한 가지인데.”
어차피 말로 통할 상대들은 아니었다.
이들은 압도적인 무위로서 굴복시켜야 했고 난 검을 뽑아 신형을 날렸다.
촤아아아아악!
단 다섯 번의 걸음으로 배 위에 있는 궁수 다섯을 순식간에 베어 넘겼다.
“너···. 너는 도깨비더냐!”
우리 말을 할 줄 아는 왜구는 바닥에 주저앉아 뒤로 물러섰으나 내 검은 그를 끝까지 쫓았다.
“죽어서 양민들에게 참회하거라.”
내 검이 왜구의 목에 쇄도했고 그는 몰려오는 두려움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곧 왜구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나를 본 비문 상단주가 소리쳤다.
“백의에 청검! 저분이 녹안도귀와 화령신조를 베어버리신 백의검룡이십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남궁효우는 검을 검집에 넣고 배에서 내려온 나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구나.”
남궁세가와 금호장은 오래전부터 왕래하던 사이라 어린 시절에 몇 번 봤던 기억이 있었다.
남궁효우는 나에게 반갑게 다가왔고 그에게 포권을 하며 예를 갖췄다.
“남궁효우 형님을 이곳에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송연화와 혼인을 하는 자, 곧 내 매형이 될 사람이다.
*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겼다.
비문 상단과 무림맹 무사들은 뒷정리한다며 남았고 선무정은 객잔으로 갔다.
그렇게 송삼현과 남궁효우는 ‘용화루’라는 기루로 들어갔다.
예기들이 많았으나 남궁효우는 송삼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방으로 자리를 잡았고 두 사람은 나란히 음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백의검룡으로 명성이 자자하던데 대단해, 열다섯의 나이에 말이야.”
“다 운이 따라줬지요.”
“강호에서 운도 실력이다! 그리 겸손할 필요 없다. 네가 왜구를 벨 때의 검은 정말 대단했으니까.”
“검에 조예가 깊은 매형께 이리 칭찬을 받으니 기쁘네요.”
“… 매형?”
“제 누이와 혼인하실 분이니 당연한 호칭이지요.”
“하하하하! 듣기 좋은 말이로구나! 송 소저와 혼인하는 것도 좋으나 이리 좋은 처남을 얻게 되어 더 좋구나.”
남궁효우는 호쾌한 사람이었다.
남궁이 하늘이라는 사상에 찌든 사람이 아니라 진심으로 양민을 사랑하고 협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자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를 강호에 알려진 오협, 다섯 명의 협객 가운데 제일이라고 칭했다.
“혼인은 다음 해에 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두 가문의 혼례는 중원 전역에서 주목하잖나. 보는 시선이 많은 만큼 완벽해야 하니 준비하는 시일이 길어질 수밖에.”
“그렇군요.”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난 송 소저를 이 시대에서 제일 행복한 여인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정략결혼이긴 하나 난 이 천하에서 송 소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매형이신데 제가 무슨 걱정을 하겠습니까?”
두 가문을 더 돈독하게 이어지기 위한 정략결혼이었으나 남궁효우는 오래전부터 송연화를 좋아했다.
“그리 말해주어 고맙네, 두 달 뒤에 안휘성 합비에서 호화회가 열리니 자네도 꼭 와서 자리를 빛내주게.”
“그리하겠습니다.”
남궁효우는 흐뭇하게 웃으며 술을 마셨다.
그 뒤로도 음식을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송삼현은 슬쩍 왜구에 관한 운을 뗐다.
“한데 왜구들의 출몰이 하북에서 일어나는 게 조금 의아합니다. 본디 왜구는 강소랑 산동, 절강, 복강에 자주 출몰하지 않습니까? 무슨 연유라도 있는 겁니까?”
“다른 이에게 자세한 것은 알려줄 수 없다.”
무림맹에서도 극비로 다뤄지는 사안이기에 남궁효우는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러나 무조와 명월루를 손에 넣은 송삼현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세가 다툼입니까?”
그 입에서 나온 말에 남궁효우는 깜짝 놀랐다.
“…. 그것을 네가 어찌 아느냐?”
“강호를 돌아다니다 보니 듣는 귀라는 게 생겼습니다. 이번 일이 하북팽가와 모용세가의 다툼으로 일어난 일이라고요.”
남궁효우는 술을 한 잔 마시더니 한숨을 쉬었다.
“네 말이 맞다. 그래서 참···. 난감한 상황이야. 세가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건 머리 아픈 일이거든.”
“모용세가가 문제인 거지요?”
“맞다. 모용세가가 왜구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무림맹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용천회가 맹주에게 이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으나 맹주에게 전해지는 방식은 많았다.
이 사실은 안 맹주는 곧바로 묵호대를 제일 피해가 극심한 하북 황화부로 보내 최소한의 안전선을 구축하고자 했다.
“해결 방안이 있으십니까?”
“내일 팽가와 모용세가가 이곳으로 오기로 했다. 대화를 나눠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히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모용세가에 벌은 안 주는 겁니까?”
“줘야지. 무고한 양민을 볼모로 이리 악행을 저질렀으니 내부에서는 오대세가의 권위를 박탈시킬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오대 세가의 자격 박탈이라니, 무림맹에서 큰마음을 먹었구나. 그리고 그게 가능하게 하려면 다른 세가의 합의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어찌 되는 거지.
아무튼 내일 그들을 만나면 뭐든 결정이 나겠구나.
*
다음 날, 황화부는 곳간을 털어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베풀었고 난 남궁효우와 걸어 다니다가 묵호대주를 만났다.
장우문.
무림맹 묵호대를 맡기 전에 강호에 이름을 날린 ‘적귀검’으로 통했던 자였다.
육 년 전, 흑사회의 통제를 벗어나 양민들을 괴롭히던 흑도 방파 ‘유성파’를 혼자서 피바다로 만든 일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직도 잊히지 않고 기억되고 있었다.
‘이리 만나는군.’
내가 처음 무림맹에 입성했던 스물네 살 때, 이 자는 맹주 직속 ‘청룡단’의 단주였다. 옛 기억에 그리움이 몰려왔으나 그것은 눌러두고 포권을 올렸다.
“묵호대주를 뵙습니다.”
“누구지?”
옆에 있던 남궁효우가 대신 답해줬다.
“이쪽은 백의검룡으로 알려진 송삼현 대협입니다.”
“오, 소문이 자자한 백의검룡을 이곳에서 보는군. 어제 왜구를 상대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들었네. 정말 고마워.”
“이리 반갑게 맞이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묵호대주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때, 멀리서 말들이 오는 게 보였고 그들은 ‘彭’ 자가 새겨진 기를 높이 들고 있었다.
누가 봐도 하북팽가의 행렬임을 알렸고 그들은 말에서 내려 묵호대주에게 예를 갖췄다.
“하북 팽가의 팽도형이 묵호대주님을 뵙습니다.”
팽도형, 현재 하북 팽가 소가주로서 후에 팽가의 가주로 올라서는 자였다. 후기지수 중, ‘도호(刀虎)’라 불리며 명성을 떨치는 자였다.
“어서 오시게.”
“이리 먼 곳까지 달려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팽가의 인원은 한정적이라 북부 지역에 침입하는 이민족들을 상대하기도 바빠서···.”
“아니네. 양민을 지키는 것은 곧 무림을 지키는 것이니 무림맹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리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모용에서도 곧 도착한다는 서찰이 왔으니 조금 기다려주시겠나?”
“물론입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한 식경이 지나자 멀리서 경공을 펼치며 오는 자들이 보였다.
그들은 따로 깃발을 들지 않았으나 딱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연한 보랏빛 도포를 입은 그들은 요녕성의 패권을 쥐고 있는 모용세가였다.
“모용이 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가와 묵호대주 장우문에게 예를 갖췄다.
“모용세가 모용두가 묵호대주님을 뵙습니다!”
호랑이처럼 거대한 풍채를 자랑하는 모용두는 모용세가의 소가주가 된 자로 삼호 중, 권호(拳虎)라 불리는 자였다.
검호 남궁효우.
도호 팽도형.
권호 모용두.
후기지수 중, 가장 뛰어난 세 마리의 호랑이가 한자리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