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7)
라바디안 제국 북부 전선, 하르페르오스 평야.
제국군은 목책을 세워두고, 수많은 천막과 텐트를 펼쳐 야영지를 만들었다.
중앙에서 보내오는 식량, 갑옷, 무기 등의 물자로 보급을 받았고, 병사들은 언제든지 전쟁을 치를 수 있도록 무기들을 정비했다.
자다가도 일어나 싸울 수 있도록 말이다.
툭……. 툭……. 툭…….
“하아, 라이어드 전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작 14살밖에 안 된 코흘리개를 이쪽으로 보내겠다니, 도대체 중앙에선 무슨 생각인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군.”
하르페르오스 평야에 주둔 중인 제국군의 총사령관, 르바크. 검은색의 짧은 머리카락과 갈색 피부를 보유한 그는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높으신 분들은 여기가 애들이나 돌보는 장소인 줄 아는 건가? 대단한 공적을 원할 때마다 전선으로 나오고, 승리를 할 땐 마치 본인들이 해 낸 것처럼 떠들고 다니니…….”
칼에 베인 듯 얼굴에 새겨진 커다란 흉터. 아니, 얼굴뿐만이 아니다. 오른팔에서 시작해 다리까지. 마치 고문이라도 받은 듯 그의 몸은 흉터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는 평민 출신의 병사에서 준 남작이란 작위를 받게 된 순수 무인이었다. 때문에 패전할 때마다 아랫사람을 탓하고, 승전할 땐 본인의 공적인 것처럼 자랑스러워하는 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황자 전하께는 뭐라고 말하지도 못하겠지. 부디 아랫사람들의 간언을 잘 들어주시는 분이었으면 좋겠군. 그보다…… 이 케이네스 L 아르덴이라는 귀족은 도대체 누구야?”
“……정말로 모르시는 겁니까?”
르바크의 중얼거림에 부관은 깜짝 놀라면서 질문을 던졌다.
“유명한 사람인가?”
“……스페이원 가문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래, 세계에서도 가장 거대한 상회를 보유한 가문이잖아.”
“뛰어난 재능을 물려받은 자식들, 천문학적인 재력, 그리고 그 재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군사력 등. 그런 스페이원 가문에 흠을 만들어 낸 사람입니다. 물론, 지금은 아니겠지만…….”
“흐음?”
미간을 찡그린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르바크.
“제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향해 스페이원의 무능아라고 불렀었죠.”
“무능아?”
“예, 추한 외모를 가진 것도 모자라 검술과 마법에는 재능 하나 없으며, 마나의 축복도 받지 못하여…….”
“이런 미친……! 그런 쓰레기를 왜 이쪽으로 보내는 건데?!”
콰앙!
르바크는 부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도 전에 분노를 터트리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에 화들짝 놀란 부관은 재빨리 손사래를 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스페이원 가문…… 아니, 라바디안 제국에서도 유례없을 희대의 천재라고 불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케이네스 H 스페이원이라는 도련님은 불과 13세의 나이에 제4 서클의 마법을 구사해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라이어드 전하로부터 신임을 얻어 자작이라는 작위와 함께 아르덴이란 가문을 하사받아 스페이원 가문으로부터 독립했다고 하더군요.”
분노했던 르바크의 얼굴이 이번엔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귀족사회는 물론이고 신문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르바크.
매번 본인의 생사와 전쟁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던 그였지만, 제4 서클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 전력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고작 13살에 제4 서클이라고……? 그보다, 원래는 스페이원 가문의 도련님이었어?”
“예, 그렇습니다.”
르바크는 부관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턱을 괴었는데.
“스페이원 가문에서 돈을 쓴 건 아니겠지?”
“황실에서 수여한 작위입니다. 아무리 스페이원 가문이라지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겠죠. 그리고 아르덴 자작께서 제4 서클 마법사라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으며, 신문에서도 수십 번이나 기사로 내보내 졌었습니다.”
“신문……. 제길, 글이라도 제대로 배워 볼 걸 그랬군. 그보다 제4 서클의 마법사라면, 전쟁을 경험해 보기 위해 이곳으로 오는 건가?”
르바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것을 들은 것인지, 부관은 르바크의 생각에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렇겠죠. 아무리 붉은 늑대와 대치 중이라곤 하지만, 이 하르페르오스 평야에는 10만의 대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라이어드 전하께선 아르덴 자작님에게 전장의 모습을 보여 주고, 직접 경험하게 만들고 싶으신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런 부관의 발언에 르바크는 작게 혀를 찼다.
“쯧, 어린애 두 명을 돌보게 생겼군.”
“전하께 그런 발언은…….”
“그래, 알고 있어! 그래도 라이어드 전하가 오시는 것보다 리발 전하께서 오시는 편이 더 낫잖아!”
“그건…….”
르바크의 거친 말투는 신경이 쓰였지만, 부관은 쉽게 반론을 꺼내지 못했다.
“라이어드 전하께선 적장이 그 붉은 늑대라고 하니, 관심을 가지신 모양이지만……. 그래봐야 이빨 빠진 늑대일 뿐이지. 겁쟁이처럼 계속 소규모 부대만 보내오는 녀석 따윈 지금 당장에라도 죽여 버릴 수 있어! 이참에 우리가 먼저 공격해 보는 것도 괜찮겠군. 라이어드 전하께서 도착하시기 전에 말이야.”
르바크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자, 부관은 찜찜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백전백승을 기록하고 있는 사내입니다. 함부로 선공을 했다가는…….”
“병력의 수는 아군이 2배나 많다고 하지 않았던가?”
“예,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면 공격해 볼 가치는 있겠지.”
부관은 잠시 불안해졌다.
설마, 정말로 선제공격을 할 생각인 건가? 현재 언덕 위에 야영지를 만든 제국군이라면, 적들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으리라.
하지만 위협을 무릅쓰고 먼저 공격을 가한다면?
불확실한 결과에 부관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고, 르바크는 그런 부관을 바라보면서 손사래를 쳤다.
“어이, 농담이니까 그렇게 굳진 말라고. 나도 30년이란 시간 동안 전쟁터에 몸을 담갔던 사람이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적들을 공격해 봐야 큰 이득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어. 단지, 공적만 가져가려는 높으신 분들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지.”
피식. 장난스레 웃으며 말하는 르바크.
그 모습에 부관은 작게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보다도 라이어드 전하께선 나흘 뒤에 도착한다고 하셨고, 적군은…… 이틀이면 도착하려나?”
르바크는 테이블에 펼쳐진 지도를 바라보며, 정돈되지 않은 턱수염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 * *
“전하, 하르페르오스 평야에 도착했습니다.”
나흘 동안 북부 전선으로 이동하던 황실의 마차가 제국군의 야영지에 들어선 순간, 병사들이 대열을 이루면서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라이어드와 케이네스가 마차에서 내리자, 대열의 선두에서 하르페르오스 평야를 수호하는 제국군의 총사령관, 르바크가 경례를 취했다.
처억!
그가 아무리 평민 출신의 병사에서 귀족으로까지 출세를 거듭했다곤 하지만, 황족의 앞에선 단순한 하급 귀족 나부랭이에 불과했다.
그러니 함부로 거드름을 피울 순 없지.
그리고 각이 잡힌 르바크의 모습에 라이어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직접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군. 르바크 경.”
그 한 마디에 르바크는 곧바로 고개를 숙인 채 지면에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털썩!
“제국의 작은 태양, 라이어드 E 라바디안 제3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르바크가 예를 표하자, 라이어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변을 비잉 둘러봤다.
“나는 전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네. 경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게.”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해 보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사령관실로 가시지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러지.”
르바크는 부관과 함께 라이어드와 케이네스를 사령관실로 안내했다.
사령관실로 불리는 거대한 천막에는 원탁의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었으며,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도엔 무언가가 끄적여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상석으로 걸어가는 라이어드.
그가 의자에 착석하려던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르바크를 바라봤다.
“아, 미리 말해 둬야겠군.”
“예? 어떤…….”
“아르덴 자작은 내 지시에만 따르니, 그의 작전행동에 대해선 가능한 간섭하지 말아주게.”
르바크는 신장 168cm의 흑발의 소년과 눈을 마주쳤다.
케이네스 L 아르덴 자작. 그가 마차에서 내리던 그 순간, 르바크를 포함해 수많은 병사들이 경악하고 말았다.
마치 유명한 조각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듯 아름다운 소년의 조각상이 마차에서 걸어 내려왔으니까.
그의 외모는 짧게나마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놀라웠다.
“……저분이 아르덴 자작님이십니까?”
“그래, 제4 서클 마법사인 만큼 꽤나 큰 전력이 될 것이네.”
그런 라이어드의 대답에 르바크는 시선을 들어 케이네스와 눈을 마주쳤다.
“아르덴 자작님, 하나만 질문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케이네스.
르바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수가 아닌 인간을 상대로 실전경험이 존재하신 지…….”
“전쟁에 대한 경험은 전무합니다만, 범죄자들과의 전투는 수차례 경험해 보았습니다.”
“실례이긴 하지만 가끔 적을 죽인다는 것에 망설이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르바크는 미심쩍은 눈빛을 보였다. 이제 고작 14살에 불과한 소년에게 살인의 경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케이네스가 자아내는 진지한 분위기와 소년과 같지 않은 눈동자에 르바크는 잠시 몸을 흠칫 떨었다.
‘이 내가…… 고작 14살짜리 어린애한테…….’
르바크는 잠시 입술을 깨물면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라이어드는 피식 웃으면서도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크, 크흠, 현재 파악된 정보에 의하면 적들은 이 야영지로부터 5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목책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규모는…….”
“5만 명 정도로 확인됐습니다.”
황실에 보고된 그대로의 상황이다.
라이어드는 지도를 바라보면서 적들의 무장에 대해 질문했다.
“궁병이 1만, 기병은 1천 정도이며, 보병이 4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병은 아무래도 별동대로 움직일 가능성을 염두하고, 병사들의 대형을 짜는 것이…….”
르바크는 본인이 구상했던 아군의 수비대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라이어드가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얌전히 설명을 듣고 있던 라이어드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면서 슬쩍 케이네스를 바라봤다.
“확실히 나쁘진 않은데……. 아르덴 자작은 어떻게 생각하지?”
“예, 저도 아일드 준 남작께서 고안하신 작전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르바크는 ‘그래, 너희들이 뭘 알겠냐.’라는 눈으로 케이네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케이네스의 발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무언가 덧붙일 말이 있다는 듯 지도의 좌측 구석을 가리킨 케이네스.
“적군이 어딘가에 숨어 있는지 역시 사전에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곳은…….”
“예, 현재 연합군이 세운 야영지로부터 불과 3km 거리에 위치한 렌의 숲입니다. 적들이 멍청하지 않은 이상…… 아니, 그 붉은 늑대라면 분명 본인들이 정찰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겁니다.”
르바크가 미간을 찡그렸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붉은 늑대로 불리는 유르무스 백작은 과거 몇 차례나 이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적이 있었죠. 상대의 시선을 전방으로 고정시킨 뒤, 잠복해 둔 병력을 움직여 괴멸시키는 작전을 말입니다. 만약 이 숲에 기병이라도 대기시켜 두었다면, 제국군의 피해는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질 것입니다.”
그런 케이네스의 대답에도 르바크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쟁 경험도 전무한 어린 귀족이 무엇을 아냐는 듯이.